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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02화 (202/385)

야안 202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를 압도한 것이다.

그렇게 연속으로 두 명을 꺾은 야안은 다시 제비를 뽑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에 점차 경기장의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야안이 이번에 뽑은 자는 일 황자 측의 네 번째 검이었지만 그 또한 삼십 초를 넘기지 않아 꺾었다.

그 정도에서 멈추어도 될 것이건만, 한 점의 땀도 호흡의 거침도 없는 야안은 다시 제비를 뽑았다.

그것은 절대자의 행보였다.

그때가 되어서야 검의 일정 경지에 오른 이들은 더 이상 환호성도 감탄사도 없이 손을 놓은 채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불가해의 존재를 만난 충격 때문이다.

마치 운명처럼 이번 제비의 결과는 심상치 않은 형태로 다가왔다. 바로 이 황자 측의 첫 번째 자리에 베인 후작이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서게 된 것이다.

베인 백작은 대륙의 13강 중에서도 두 번째 자리에 오른 이로 검을 든 자 중 구존 다음으로 강한 이었다.

실제 그는 일 황자 측의 첫 번째 검이자 13강의 세 번째 자리에 있으며 켈론 후작과 한 수 위라는 평을 받고 있었다.

하니, 그와 야안의 대전은 모두가 절로 숨을 죽이며 지켜보게 되는 대전이기도 했다.

모두가 그들의 대전이 어떻게 끝이 날것인지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야안의 태도는 언제나 같았다. 처음 제롬 공작을 상대하였을 때나 이 황자의 여덟 번째 자리의 기사를 상대했을 때나 그는 똑같이 형태로 검을 들고 기수식을 취했다.

흔들리지 않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던 베인 후작은 절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먼 곳에서 보았을 때와 지금 눈앞에 검을 든 야안을 상대하게 될 때의 그 느낌은 차원이 달랐다.

고차원적인 경지에 오른 그인 만큼 그는 야안의 실력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보다 하수 같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자신과 비슷한 실력자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느끼는 그 예감은 야안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었다. 베인 후작의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압”

짧은 기합과 함께 베인 후작이 기운이 폭사하더니 일순간에 거대한 검의 구가 비무장을 뒤덮었다.

바로 그를 13강의 두 번째 자리에 앉게 한 그 특유의 검의 구로 그 검의 구의 변화는 여름날의 산의 날씨와 같아 예측할 수 없었다.

기운이 퍼지고 모이는 것이 숨 쉬는 것만큼이나 부드러웠고, 그는 자신의 검의 구의 특성을 이용한 움직임은 변화무쌍하였다.

실제 허공에서 세 번의 변화를 일으키며 펼치며 야안의 검에 실린 힘을 가볍게 흘러버리니 왜 그가 제국에서 세 번째로 검으로 세 번째 자리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빠르고 강하며, 무겁고 가벼운 그 예측할 수 없는 그의 검은 실제 상반된 성질을 지닌 두 상급 익스퍼트의 검사가 합격술을 펼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삼황자 측에서는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준 13강에 들어서는 스틴 백작과 상급 익스퍼트 끝자락에 자리한 리안 경의 합공조차 이겨 낸 이가 야안이 아니었던가?

그들의 합공이 베인 후작의 검보다 결코 가벼울 수는 없었다.

의 힘의 묘용이 담긴 야안의 검이 베인 후작의 그 현란한 변화가 자리한 검을 어렵지 않게 흘리며 받아치기 시작했다.

야안의 검과 부딪히면서 미묘하게 그 중심이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베인 후작은 확실히 여타의 검사와 달리 재빨리 몸을 이동하여 그 중심을 바로 잡았다.

이로 인해 그들의 대전은 지루한 줄 달리기처럼 바뀌었다.

서로의 공격의 방어를 성공적으로 이루게 되자 그들의 공방은 점차 치열해지게 되면서도 좀처럼 상대의 틈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대전을 바라보는 이들의 입장은 달랐다.

오십 초를 넘고, 백초가 지나더니 어느 순간 천 초를 넘긴 그들의 대전은 그야말로 보는 이들의 혼을 빼 놓을 만큼 화려한 것이었다.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승기는 야안에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의 검의 구는 정말이지 그 변화가 현란하고 빨랐지만, 야안에 의해 변형된 그 자신의 검을 점차 통제하기가 어려워지는 시점이 다가오기 시작된 것이다.

이로 인해 자잘한 상처를 입기 시작했는데 검기에 당한 상처라 피는 터지지 않았지만, 근육의 파손이나 고통은 일반 병기에 당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단련에 단련을 거듭한 끝에 절정에 다다른 그의 육체도 지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틈을 보이게 되자 야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방패와 방패의 대결이었다면 이제야 처음으로 창이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야안은 노련하게 자신이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베인 후작은 다시금 중심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지만, 이미 지나간 바람을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지금까지의 그 치열한 대전이 거짓인 마냥 베인 후작은 서른 초를 넘기지 못하고 검이 꺾이고 말았다.

“후우~”

이번 대전에서만큼은 야안 또한 힘들었다는 듯 짧은 한숨을 흘려야 했다. 본래의 신위였다면 그를 제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의 기준을 상급 익스퍼트로 맞추었고, 그 상대가 상급 익스퍼트에 오른 무인 중 최고의 자리에 있는 이었으니 그 또한 버거울만 했다.

하지만 야안의 신체는 비록 주술에 의해 변형되었다 해도 초인의 육체이다. 겨우 그 정도에 지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실제 그 증거로 야안은 한 방울의 땀도 흘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 점을 가장 가까이 있던 베인 후작도 알았기에 그는 비무장을 내려가면서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야 했다.

상대의 역량이 자신을 한참 넘었다는 것을 알았던 탓인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경지에 안주한 것이 아닌가라는 자책감을 가지기도 했다.

그렇게 이 황자의 첫째 자리를 꺾게 되면서 사실상 이 황자는 이번 후계의 자리에서 물러섰다 하여도 무방했다. 아직 그에게는 두 명의 영광의 십 인이 자리했지만, 그들의 수준은 여섯 번째와 열 번째라 여러 변수를 생각한다 해도 승리하기는 어려움이 크다.

이제 삼 황자와 일 황자로 줄어진 가운데 야안은 비무장을 내려서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운기행공을 한 차례 하더니 이후 다시 제비를 뽑았다.

그의 그 행동에 당황의 기색을 갖추지 못한 것은 삼 황자 측이었다.

상당한 격전을 벌인 만큼 휴식을 취하여 몸을 새로이 정비하여 대전을 하였으면 하는 것이 그들의 마음이었는데, 그런 그들의 생각과 달리 야안이 다시 제비를 뽑았으니 당혹스러울 만도 했다.

하지만 베론 후작과의 대전에서 자잘한 몇 개의 부상 이외에는 내상도 체력의 큰 소진도 없었기에 야안의 판단이 그른 것은 아니었다.

전쟁에서도 기세가 중요하듯이 이 같은 대전에서도 기세는 중요하다. 이 기세로 인해 그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기도 했고. 또한 상대의 수가 어지러워질 수 있다. 변수의 폭이 좁혀지는 것이다.

야안은 이 점을 노렸기에 이 같은 대전의 형태를 나아갔다.

또한 그 이외에도 그는 현재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레필 공작으로부터 좀 더 호기심을 이끌어야 했다.

그와 가까워져야 했고, 그로서 기회를 엿보아야 했다. 실제 야안은 지난 대회 내내 레필 공작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같은 초인이지만, 그와 자신의 검의 경지의 차이는 어린아이와 건장한 성인 어른의 차이와도 같았다.

하지만 애초 그런 것은 짐작한 바이라 그는 이 점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레필 공작을 살핀 이유는 그의 역량을 최대한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정확히는 자신이 마법과 신력, 주술, 정령을 펼치고 또한 리트담의 주술로 인해 한층 더 그 경지가 깊어진 자이한이 자신을 보조한다면 상대할 수 있을까?를 파악하기 위해서인데, 지금까지 파악한바, 그는 아무리 좋게 승률을 잡아도 50%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그의 정령인 유피테르 또한 같은 의견을 보였다. 겉으로 파악한 힘이라면 70%를 장담할 수 있겠지만, 숨겨진 힘을 예상하여 계산한다면 잘해야 50% 정도였다.

그가 아닌 텔 공작이었다면 60% 승률을 보이겠지만, 초인 중에서도 상위에 위치한다고 알려진 레필 공작은 그야말로 미지의 괴물을 보는 듯하다.

야안은 잠시 레필 공작에 대한 관심을 끊으며 비무대 위에 오른 1황자 측의 다섯 번째 검의 사내를 꺾어내었다.

그렇게 연속으로 세 명을 더 꺾은 뒤에야 1황자 측의 첫 번째 검인 켈론 후작과 대면하게 되었다.

여전히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야안에 감탄을 보이던 켈론 후작은 작게 목례를 보이며 자신의 검을 들었다.

켈론 후작의 검이 비록 베론 후작의 검에 비해 한 수 아래라 평하지만 사실 이는 각자가 중시하는 검의 오의에 의한 상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베론 후작의 검의 오의를 변에 중심을 두었다면, 켈론 후작의 검의 오의는 중에 중심을 뒀다.

검의 상성은 이러하다. 변은 만(느림)을 이기지 못하고, 만은 경(가벼움)을 이기지 못하며 경은 중(무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중은 변을 이기지 못한다.

하니 켈론 후작이 베론 후작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말은 그런 상성 관계에 따라 어떤 이에게 있어 켈론 후작의 검이 베론 후작의 검보다 상대하기 더 까다로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한데, 지켜본바 야안의 검은 경의 성질에 가까웠다.

그 기이한 힘의 묘용은 그라 해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그의 검은 가볍게 움직이면서 베론 후작의 다변을 제압하는 것을 본다면 경의 오의를 중점으로 둔 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하기에 켈론 후작은 자신이 포기할 단계가 아니라 생각했다.

경은 중을 이기기란 어려운 법이니 잘하면 승리를 할 수 있다 생각한 것이다. 비록 야안이 기세가 올랐으나 이 경지에 오르기 위한 수많은 고련으로 인해 그가 그에 크게 영향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기에 해볼 만하다 생각하였지만, 가벼운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검을 접하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이내 직감했다.

야안의 검은 단순히 가볍고 느리며 다변하고 무거운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13강의 세 번째 자리에 있는 그도 파악할 수 없었다.

사실 본래 야안의 검은 그가 파악한 대로 경을 중시했다. 이는 그의 검이 을 중점으로 풀었기 때문인데 그 힘의 특성을 살리기 위하다 보니 그처럼 경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극에 달하면 또 다른 극과 달하는 법이다.

야안이 이 경우에 달했다. 초인의 벽을 넘어서게 되면서 그의 검 또한 변화하게 되었다. 경이 극에 달해 넘어서며 중의 극에 달했으며, 그 극도 넘어 변의 극에 달했고, 이 또한 뛰어넘어 만의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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