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206화
59. 드래곤
그 틈 사이로 심연의 일검을 펼치게 된 것인데 그렇게 펼쳐진 야안의 검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검강으로 극성의 검의 구를 펼치던 레필 공작조차 야안의 검을 파악하지 못했다. 실제 그 검은 마치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연속적인 시간의 법칙을 무시한 채 야안의 신형은 그 중간의 단계를 넘어섰고, 그의 검 또한 그러했다.
하기에 레필 공작은 그 검을 피할 수 없었다.
그의 단련된 육체는 뒤로 물러서며 검강의 변형이 그의 검을 막으려 했지만, 시간의 연속적 법칙을 무시한 야안의 그 일검을 막아서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애초 틈이 없었다면 모를까?
이미 그 틈 사이로 펼쳐진 야안의 검은 아무리 그라 해도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결국 야안의 검은 레필 공작의 몸의 일부를 꿰뚫었고, 레필 공작은 자신이 그의 검에 적중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야안의 신형은 뒤로 물러선 뒤였다.
‘파지직-’
심연의 검에는 야안의 기운인 뇌전이 자리해 그것이 그의 몸에 파고들자 그 극에 달한 육체조차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득수를 하기 무섭게 야안과 자이한은 그곳을 벗어났다. 상당한 이득을 취했다 하지만, 자이한의 힘은 이제 10%도 채 되지 못했고, 야안 또한 그의 검을 상대로 상당한 기운을 쏟아 부어야 한 터라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필패였다.
만약 야안의 기운이 뇌전의 성질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물러서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심연의 일검에 상처를 입었다지만, 이미 몸의 통제력을 자신이 쥐고 있는 그를 흔들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런 검이 존재하다니.’
뇌전에 의해 몸의 통제를 일순간 잃어버린 레필 공작은 물러서는 야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검에 뇌전의 기운을 실을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막아서는 검강을 무시하며 시공을 뛰어넘은 야안의 검은 불가사리 한 것이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 일어서는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다 중얼거렸다.
“그는 분명 나를 죽일 수 있었다.”
그랬다.
만약 그가 자신의 심장을 노렸다면 그 일수에 자신은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머리가 복잡했다. 왜 그는 그런 선택을 하였던 것인가? 자신이 살아 있다면 추격을 벗어나는데 어려움이 클 것이건만.
냉정히 생각한다면 위험요소를 위해서라도 자신을 제거하는 것이 옳았다.
‘신관이라 하지만, 그 또한 검을 든 자이다. 아니, 그 같은 검을 얻으려면 살육의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지.’
짧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숨과 함께 터져 나온 입김은 긴 꼬리를 남기며 시리도록 맑은 겨울 하늘로 사라져갔다.
레필 공작의 수하들을 제압하고 물러선 야안과 자이한은 그로부터 한참을 물러서 축제의 여파가 자리한 어느 한 건물의 지붕에 올라서서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야안은 기진맥진한 자이한에게 리젠을 펼쳐 그의 회복을 도운 뒤 자신의 상처를 살폈다. 검강에 의해 베어진 상처는 검기보다 더 지독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불에 달구어진 쇠꼬챙이가 상처를 쑤시는 듯했는데, 실상 그 고통보다 점차 스며드는 상처의 악화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신경이 죽은 것을 살려야 하는 터라 야안은 엘린을 펼친 뒤 다시 리젠으로 그 회복을 도왔다.
어느 정도 상처와 기운을 회복하자 자이한이 주술을 펼쳐 그 외형을 바꾸었다. 그리고 인베토리에 준비한 옷을 꺼내 입자 지방에서 올라온 흔한 일행처럼 모습이 바뀌었다.
야안과 자이한은 여관을 구하려 했지만 이미 축제로 인해 자리가 없는 터라, 대신 이곳에 거주하는 시민의 집의 방을 구해야 했다.
여관에 거주하는 것보다 2배는 더 많은 돈을 주어야 했지만, 돈은 넉넉한 터라 어려움은 없었다.
그들의 행색은 제법 좋은 천과 나름 깨끗한 용모였기에 부유층이라 생각한 탓인지 집의 주인은 그들의 편의를 봐주었고, 야안도 그의 생각을 알아 몇 실버를 그의 손에 쥐여줬다.
방은 생각보다 넓어 두 명이 거주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야안과 자이한은 그 방에서 주인이 내어 준 빵과 수프 따위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며 본래의 신색을 회복하는데 주력했다.
어느 정도 마나는 물론 몸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자 그제야 야안은 몬스터들을 잡아 생긴 여유 스탯 7을 모두 정령력에 투자하였다.
이는 유피테르의 회복을 돕기 위해서인데, 실상 유피테르의 피해는 대단히 큰 터라 회복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스탯으로 인해 정령력이 늘어나게 되자 과연 기이한 변화가 생겼다. 스스로 복구하기 위해 의식을 잃은 유피테르에게서 일말의 짧은 신호가 그의 감각에 걸린 것이다.
스탯을 올리게 되면 그에 해당되는 부분이 회복되는 점이 이 정령력에도 해당된 것인데 그 회복의 시간을 오분의 일로 줄이게 된 것으로 야안은 적어도 2달 안에 그가 의식을 차릴 것으로 예상하였다.
“다행히 이 스탯이 그에게 도움을 주었네.”
“하아~ 다행일세.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이처럼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야.”
자이한의 말에 야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 그제야 인벤토리에 자리한 금빛 진주를 꺼내었다.
금빛 진주는 뇌전의 정화와 달리 그 겉으로는 어떤 힘이 자리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곧 그의 눈에 금빛 진주에 대한 정보창이 모습을 보였다.
[봉인된 금빛 진주.
등급 : A-
전설의 현자 자이웅의 정화가 담긴 물건이다. 지니고 있으면 점차 무의식이 확장하며 그대를 막아서는 벽을 넘어서게 하는데 크게 일조할 것이다.
* 봉인이 풀리면 자이웅이 남긴 주술의 힘이 그대에게 주어진다.
* 봉인을 풀 방법은 그대의 뇌전의 정화에 자리한다.]
확실히 그 등급이 A-에 걸맞다 할 수 있겠다. 무의식의 확장으로 벽을 넘어서게 하는데 일조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더구나 봉인이 풀리면 전설의 현자 자이웅의 주술의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니 그 또한 기이하다.
최초의 위대한 주술사이면서 또한 전설의 현자이기도 한 자이웅이 남긴 주술의 힘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 분명하다.
자이한은 금빛 진주에 별다른 힘을 느끼지 못해 기이하게 여기다 이내 야안에게 그러한 효능이 있음을 듣자 그 또한 감탄하였다.
‘역시나, 주술 제국의 길을 열게 한 분이 만드신 물건답다. 지금의 나로서는 감히 상상을 할 수 없겠구나.’
위대한 주술사의 경지에 올라선다면 모를까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감히 짐작도 하기 어렵다.
야안이 빌린 집의 위치는 축제와 가까운 덕분인지 방 안에 있음에도 그 열기가 전해졌다.
유피테르의 희생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보지 않은 터라 야안과 자이한은 해가 저물 때쯤에서야 본래의 힘을 찾을 수 있은 지라 그들은 거리로 나섰다.
레필 공작 가에서 어떤 조처를 하였을 것인지 알기 위해서인데, 과연 레필 공작 가라 할지 이미 거리의 곳곳에는 자신들이 경기장을 나설 때와 같은 기도를 지닌 이들이 여기저기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문의 숨겨진 보물인 만큼 널리 알려 찾기 힘든 성질 때문인 것 같았는데, 레필 공작 같이 초인의 기감을 지닌 자가 아니라면 기도를 숨기고 그 외모도 바꾸었던 탓에 자신들이 그들에게 찾아졌을 일은 없었다.
아직 퀘스트는 완성되지 않았는데 야안이 생각하기에 이는 어느 정도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에야 퀘스트가 완수될 것으로 생각했다.
야안과 자이한은 태연하게 다른 이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거리를 기웃거리다 불꽃놀이가 시작될 때쯤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벗어났다.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자리한 달무리에서 고향을 생각하던 야안은 앞서 가는 자이한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그간 야안과 자이한은 세 차례 모습을 바꾸며 다섯 개의 영지를 지나쳤다. 현재 야안과 자이한은 다음 영지인 카미론 자작 영지로 향한 지 이틀째 정오가 지날 때였다.
레필 공작 가의 힘은 대단했다.
그 모습을 이들 하나하나의 실력도 대단했고, 그 수도 상당했다. 또한 체계가 잘 잡혀 있는 터라 상당히 집요했는데, 만약 자이한이 주술로 그들의 시선을 따돌리지 않았다면 모습을 변형한 자신들도 그들의 감시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새로 구입한 말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하며 간단히 음식을 만들고 있던 야안은 어느 순간 자신의 시선을 어지럽히는 정보창을 발견하게 되었다.
[금빛 진주를 탈환하라. (성공)
등급 : B+
퀘스트를 완수한 놀라운 능력과 기지를 보인 그대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와 함께 상당량의 경험치가 야안에게 들어섰는데, 덕분에 야안은 단순에 9레벨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간 중간 중간 처리한 몬스터로 인해 그 레벨 또한 2레벨을 더 올린 터라 야안의 여유스탯은 11스탯이나 자리했는데, 야안은 그중 5스탯을 정령력에 부여하여 유피테르의 회복을 도왔다.
지난 한 달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바로 금빛 진주로 인한 것인데, 확실히 무의식을 확장한다는 말이 맞는 듯 야안은 지난 한 달 사이 행운 스탯이 8개나 올라섰으며, 그로인해 주술 또한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또한 레필 공작과의 일전은 그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그 일전은 초인이 된 이후 자신의 경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본 것이기도 해, 그의 검은 상당한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본래 유피테르가 알려주고 그가 본받았던 제2대 전설의 현자 로블랑의 검은 분명 검의 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뛰어난 것이었으나,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야안의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한데 그에 반해 레필 공작의 검은 분명 대륙제일검이라 할 만큼 뛰어난 것이었지만 이방인의 재능을 지닌 야안이 넘보지 못할 수준의 검은 아니었다.
그나마 야안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검이었고, 그러하기에 야안이 얻는 바는 상당하였다. 야안은 고위 현자의 그 뛰어난 지능으로 당시의 전투를 복구하며 그가 검에 의념을 담은 바가 어떠한 것이며, 또한 검강에 대해 살피며 검강을 발현하기 위한 그 깨달음의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그 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지만 몇 년간 공을 들여 수련한 시간 못지않은 성과가 있었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능력이 소폭 상승한 것인데, 그 때문일까? 그는 그 정보창이 사라지기 무섭게 새로운 퀘스트가 그에게 주어졌다.
[야루스 산맥의 명칭의 근원을 찾아라.
등급 : A-
그대는 이 퀘스트를 달성하기 위해 죽음의 지배자를 막기 위해 깨어난 드래곤을 만나야 한다. 죽음의 지배자가 남긴 저주로 이름을 잃은 드래곤은 그 고고한 인성마저 빼앗겨 적아의 구분을 짓기가 어렵다.
다행히 천년의 시간이 지나 저주의 힘이 약화되어 그 드래곤으로부터 일정 시간의 공격에서 살아남는다면 그대는 드래곤으로부터 그 잃어버린 진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주로 인해 드래곤은 그 힘의 반을 잃고 말았다.
* 이 퀘스트를 위해서는 검강을 형성해야 한다. 금빛 진주가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 그대의 동료 자이한과 함께라면 성공 가능성이 올라선다.
* 십 년에 한 번 뜨는 내년 푸른 달이 뜨는 아리스의 안식 날에 죽음의 지배자의 저주는 더욱 약화된다.
* 뇌전의 정화는 드래곤의 이성을 찾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대 뇌전의 정화에 자리한 봉인의 일부를 다시금 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