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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28화 (228/385)

야안 228화

3. 진실

고위 현자부터 사용이 가능한 마법들이 자리한 서적들부터 시작해 그녀가 만들었던 마법 물품과 적지 않은 마법 재료들을 담기에는 그녀의 공간의 주머니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야안이 지니고 있는 예전 알리가 만들었던 공간의 주머니에 남은 물건들을 담아내었고, 이후 그 모든 것을 치운 야안은 땅의 술로 그 공간을 메웠다.

저택의 일부가 붕괴된 것이 아쉬운 일이었지만, 저택의 크기에 비해 미비한 정도라 보수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낡아 새롭게 단장을 해야 할 일이었으니 그 수고가 조금 더 늘어날 뿐이다.

그렇게 하늘의 탑의 유물을 되찾은 그녀는 야안과 함께 그 마법들을 연구하고 익히기 시작했다.

야안은 대현자 테무드의 유산 일부에서 고대마법을 익힐 수 있었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했고 그 학파도 그가 정립한 것에 한해서였다.

하니 색다른 견해를 보이는 고대 시대의 다른 학파의 마법은 그의 안목을 한층 더 넓히고 또한 자신의 견해와 상충하면서 그 근본의 원인을 찾아 진리의 길을 좀 더 명확한 형태로 걸어갈 수 있었다.

* * *

그렇게 나흘의 시간이 더 지난 늦은 저녁 야안은 유피테르가 깨어나려는 기미를 느끼게 되었다.

다행히 수련 중이었던 야안은 곧 가부좌를 틀고 유피테르가 깨어날 준비를 마칠 수 있었고, 야안의 그 상태를 유피테르 또한 아는 듯 의식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뇌전의 정령 호흡법으로 그 스스로 유피테르가 권능으로 시작될 벽을 무너뜨릴 준비를 마친 야안은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정령의 기운이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뇌전의 정화 또한 그에 반응하더니 정령의 기운은 이내 뇌전을 함께 담기 시작했는데, 그의 수련장소인 단단한 대리석도 그 뇌전의 여파에 크게 그슬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쿠구궁-’

뇌전들은 이리저리 수없이 주위를 깨부수다 이내 야안의 몸에 떨어져 내렸고, 야안은 그 뇌전을 한 번씩 받을 때마다 몸이 부서질 것 같은 아찔한 경험을 해야 했다.

셋, 다섯, 일곱, 아홉, 열세 번의 뇌전을 몸에 맞이했을 때가 되어서야 야안은 그 자신을 막아서던 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바로 중급 정령사의 세계에 말이다. 물론, 그가 들어서는 중급 정령사의 세계가 그처럼 거대한 힘에 휘말려 요란스럽게 들어서는 경지는 아니었다.

이는 뇌전의 정령이자 정령의 왕을 기반으로 하기에 그 소모되는 정령력과 그에 합당한 깨달음이 필요했기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최소 상급 정령사의 벽을 넘어설 정도의 힘과 그에 맞는 깨달음이 있어 이번의 벽을 넘어설 수 있었는데, 그만큼 유피테르는 그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는 존재였다.

‘휘이이잉-’

마지막 정령의 기운의 여파가 야안의 중심으로 휘몰아치다 곧 야안의 몸속에 들어섰고, 그제야 야안은 감고 있던 눈을 뜨게 되었다.

요란스러웠던 연무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야안은 그 모습에 머리를 긁적거리다 이내 오랜만에 그의 이름을 불렀다.

“유피테르.”

곧 몇 배는 늘어난 정령력의 일부가 사그라지더니 이내 야안의 몸에서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보다 배는 더 커지고 더 뚜렷한 윤곽을 지닌 유피테르는 스스로 대해 만족한 표정을 보이다 이내 허공을 살피다 놀란 표정으로 야안을 바라보았다.

“믿어지지 않는군. 시간대가 달라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의 말에 야안은 그간의 사정들을 이야기하였다. 그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유피테르는 고개를 저어댔다.

“하여간 그들이 하는 일들이란.”

그들이라면 방법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설마 야안의 이방인이라는 특성을 이용하여 과거로 보내는 방법을 보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그는 잠시 그렇게 혀를 차다, 이내 문득 생각이 들어 야안을 바라보았다.

“흠! 그러고 보니 아직 그대는 알지 못하겠군. 야루스 산맥에 대한 진실을.”

“그러하네. 나는 아직 모르고 있네.”

야안의 그 말에 유피테르는 더 이상 죽음의 지배자로 인해 그 진실을 말하는 것이 방해되지 않았던 터라 곧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야루스 산맥은 본래 산맥이 아니네.”

“산맥이 아니라니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이네. 야루스 산맥은 산맥이 아닌 지금 그대가 밞고 있는 이 라의 대륙이네.”

“……!”

라의 대륙이 야루스 산맥이라는 그 충격적인 말에 놀라워하는데 곧 눈앞에 창이 흔들거리며 나타나 퀘스트 성공을 알리었다.

[야루스 산맥의 명칭의 근원을 찾아라. (성공)

등급 : A-

천년 전 죽음의 지배자는 전설의 현자를 탄생시키려는 드래곤을 제압한 뒤 그 당시 자신의 상당한 힘을 소비하여 거대한 저주를 내렸다.

바로 사사롭게 자신의 뜻을 방해하는 바의 대륙에 잠자고 있는 드래곤들을 봉인하기로 한 것이다.

이 봉인을 위해 당시 죽음의 대륙이 되고 말았던 라의 대륙을 산맥으로 만들어 바의 대륙 위로 옮기었고, 이로써 드래곤들은 그 저주에 묶여 더 이상 그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등급이 A-에 달하는 퀘스트라 그런지 경험치가 쉴 샘 없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곧 야안은 단번에 30레벨을 올리게 되었다.

이로써 야안은 그간의 경험치를 합하여 35개의 달하는 여유 스탯을 가질 수 있었다.

유피테르는 말없이 야안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주었고, 곧 뇌전의 정화의 도움으로 빠르게 마음의 안정을 찾은 야안은 긴 한숨을 흘리며 말을 꺼냈다.

“하아~ 죽음의 지배자라는 존재는 정말이지 상식을 뒤덮는 존재군. 대륙을 산맥으로 만들어 드래곤들을 봉인하다니. 그런 존재를 상대하였던 전설의 현자님들은 어떠한 존재들이라 말인가?”

야안의 그 말에 유피테르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렇게 중급 정령을 넘어선 유피테르의 권능은 더욱 강력했고, 그 힘은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직 상당한 수련이 필요하겠지만 이로써 최소 레필 공작과 맞상대할 수 있을 저력을 갖추었다 할 수 있겠다.

제 시대의 구존 중에서도 상위의 존재인 레필 공작과 맞상대할 저력을 갖추었다는 것은 야안이 능히 하위에 자리한 다른 구존들과 같은 위치에 올라섰다는 말이 된다.

진정한 의미로 절대자의 힘을 얻은 것이다.

유피테르의 권능으로 신마법은 더욱더 강력해졌고, 그 마법의 특성 또한 뇌전의 기운이 상당히 자리해 사마의 존재들에게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분이 유피테르 님이십니까?”

바로스의 말에 야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유피테르는 자신을 놀란 모습으로 바라보는 바로스에 바짝 다가갔고 놀라 뒷걸음질 하던 바로스는 이내 그가 자신을 찬찬히 살펴보자 곧 그의 시선에 몸을 맡겼다.

“재미있군. 혼혈 중에 가끔 종족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녀석들이 나타나기는 하는데, 이 녀석도 그렇군. 아! 제코도 그런 녀석이라 생각하면 되네.”

그렇게 말을 하던 그는 긴 손가락을 내밀어 바로스의 머릿속으로 집어넣었고,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빼어냈다.

바로스는 자신의 머리 안으로 손가락이 들어갔다나가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유피테르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속성이 대지로군. 잘 없는 속성인데 재밌는 녀석일세.”

야안은 바로스가 대지의 정령사라는 말에 미소를 보이며 유피테르에게 부탁했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제코 만큼 머리도 좋고 재능이 있는 녀석이니 가르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네.”

“흥, 제코도 겨우 내 기준에 들었을 뿐이야. 대단한 녀석은 아니었네.”

그러며 잠시 야안을 바라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야안 정도는 되어야지 자신의 기준에 찬다는 듯한 모습이다.

바로스는 그런 스승님과 유피테르의 대화를 듣다 이내 유피테르에게 몸을 숙여 예를 보였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모습에 유피테르도 더 이상 무어라 말할 수 없어 그저 그 큰 손으로 바로스의 머리를 토닥이며 그 대답을 대신하였다.

다행히 바로스는 머리가 좋았고, 그를 가르치는 유피테르의 권능은 한층 강해져 그의 재능을 크게 이끌었던 터라 그로부터 보름의 시간이 지날 때쯤, 바로스는 대지의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타난 대지의 정령은 자신의 왕인 유피테르에게 크게 인사를 건네더니 이후 그의 중재로 바로스와 계약을 맺게 되었다.

실상 바로스가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할지라도 그처럼 계약을 맺으려면 최소 넉 달의 시간은 더 있어야 했을 일이었다. 하니 유피테르의 권능이 얼마 대단한지를 알 수 있는 일면이다.

그때부터 바로스는 정령의 호흡법과 더불어 야안에게서 기초 검술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정령과 계약을 하면서 생긴 힘의 영향 덕분에 육체가 진화해 조만간 기초 검술을 떼어 낼 수 있어 보였다.

제인의 경우 그는 야안이 만들어낸 버드나무 검법의 습득률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 초식의 흐름이 부드러워지는 과정에 있었으며, 근 한 달의 시간 동안 지난 그녀가 모은 기운들을 정제함으로써 하급 소드 유저에 올라서게 되었다.

아직 어리고, 그의 재능과 그 집중력을 본다면 그녀는 지금부터 무서울 정도로 성장할 것이 분명했다.

야안이 보기에 올해가 가기 전에 무난히 그녀가 중급 소드 유저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카르샤 그녀는 야안이 만든 4배에 달하는 마나집약진 속에서 무서운 속도로 마나를 모으고 있었고, 조만간 하급 현자 마스터에 오를 수 있을 듯 보였다.

특히 예전 야안이 태초의 공간에서 빠른 속도로 마법의 습득률을 올릴 수 있었듯이, 그녀 또한 지금의 육체로 마법을 펼치는 것이 점차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 가을이 되었다.

저택은 지난 저택을 사기 위해 만난 호롤에게 부탁하여 인부들을 얻어 저택을 깨끗이 수리할 수 있었고, 더불어 저택의 한쪽에 작은 대장간도 얻을 수 있었다.

‘땅, 땅, 땅-’

가을 하늘 저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맑고 고운 망치질 소리는 며칠 전부터 시작되어 그칠 줄을 몰랐다.

연기가 모락모락 일어나는 굴뚝 아래 자리한 작은 대장간의 야안은 불 속을 아무렇지 않게 손을 넣으며 그 마지막 작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초인의 육체인 그의 신체도 며칠간의 끊임없는 그 망치질은 힘겨운 것으로 그의 상체는 비 오듯이 땀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야안의 눈은 불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또한 그의 망치질도 시간이 갈수록 더 힘이 붙는 듯 보였다.

‘치이이익-’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금세 작은 대장간 안을 가득 메웠다. 야안은 바람의 술을 펼쳐 대장간을 매운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내고는 뜸을 들이다 이번에 만든 검을 잡아 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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