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239화
귀족의 식사를 도와주는 전문 하인도 그 자리에 자리했는데, 야안은 부담스러운 터라 사양하였다. 집사와 하인이 나가고 장정 열 명이 먹고도 남을 엄청난 양의 음식을 보던 야안은 뒷목을 긁적이며 말했다.
“오랜만에 만찬이군.”
그간 이 시대의 초인이자 베론 제국의 모든 엘프의 스승인 하늘 산을 만난다는 사실에 가파른 일정을 잡은 터라 그야말로 그간의 식사는 음식을 먹는다기보다는 소모되는 영양분을 보충한다는 것에 중점을 둔 상태였다.
하기에, 무슨 향신료를 쓴 것인지 기름지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지겹지 않은 음식에 빠져 어느새 대부분 음식을 먹은 치운 상태였다.
“솜씨가 대단히 좋군.”
아무래도 사치에 맞게 음식들도 발전되다 보니 상류층의 음식들이 상당히 발전한 모양이었다.
초인의 육체를 지닌 야안이었기에 그처럼 과식을 하여도 어렵지 않게 소화를 시킬 수 있었던지라, 음식을 치우러 왔던 하인들은 대부분 깜짝 놀란 표정이 다수였다.
식사를 마치고 방 안에서도 운기행공을 마치고 수련을 병행하던 야안은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사로부터 부탁한 정보들을 받아낼 수 있었다.
과연 마도 시대라 불리기도 했던 고대 시대인가?
아무렇지 않게 내어 준 집사의 책자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마법 책자였다. 그 안에는 한 뼘 두께 문서로 열세 권에 달하는 정보들이 자리해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책 안에는 찾고자 하는 정보에 맞추어 그 정보들을 검색할 수 있어 여러 가지로 유용해 보였다.
‘신기한 마법이로군. 어떤 형식에 맞춰진 마법인 것인가?’
잠시 숨겨진 룬을 찾아내어 그 룬을 역으로 뒤져 마법의 원리들을 살피던 야안은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 중요 법칙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상위 현자 비기너에 자리한 야안이었기에, 그는 그것으로도 이와 유사한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야안은 이것을 자신의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면 유용할 것이라 이내 제론 이라 이름을 붙인 마법을 만들어내었다.
“생각보다 복잡한 형태의 마법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군.”
아직은 좀 거친 느낌이 들어 차차 수정해야겠다 생각하던 야안은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며 자료를 암기하기 시작했다.
그간 수많은 고행과 깨달음 끝에 그의 지혜는 놀라운 수준이라, 그는 암기와 같이 자료를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워낙 그 양이 많은지라 다음 날 아침까지 자료를 습득해야 했다.
책자의 내용을 모두 습득한 야안은 잠시 명상을 통해 아직 정리되지 못한 내용을 정리하였다.
모든 것을 끝내고 나니, 이미 해는 중천에 자리한지라 야안은 방 안에 자리한 마법 벨을 눌러 식사를 가져오게 하고는 베론 제국의 현 정치 상황에 대해 상기했다.
현 시대에 존재하는 상위 현자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하늘 산의 지도 아래 현 베론 제국은 전대만큼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귀족을 비롯해 여러 계층의 욕구를 가장 충족시켰다고 평을 받고 있다.
물론 네 종족 중 인간들과 사이가 크게 좋지 않은 멀머던과 대귀족간의 분쟁은 여전히 있었지만, 고귀한 혈통인 하늘 산이 중재로 인해 큰 분쟁은 몇 번 되지 않았다.
그 이외에도 또한 폐쇄적인 성향이 있는 엘프들이 야안이 보고 놀랐던 것처럼 활발한 교류를 보이고 있어 재정적으로는 크게 충만한 상태였다.
야안도 집사가 가져온 자료를 통해서야 알았던 사실이지만 삼 년 전 라 대륙은 거대한 전쟁에 휘말려 있었다.
이 라 대륙은 천 년 전 인간들의 왕국들이 백년전쟁 끝에 하나로 합쳐진 이후 이곳에는 오직 델문 제국만이 자리했다.
모든 인간의 왕국을 패권한 당시의 위대한 황제 도리안은 뛰어난 정치가이기도 한지라 그 기반을 충실히 다져 천년의 제국이 있게 하였다.
이후 수많은 위인의 희생으로 뛰어난 정치를 보였지만, 물이 고이면 결국 썩을 수밖에 없는지라 결국 천 년이 지나자 델문 제국은 부패되기 시작했다.
삼대에 걸쳐 제국이 부패하면서 비리를 일삼았고, 각 계층의 시민들이 제 역할을 이루지 못하며 재정적으로 무리가 가게 되었고, 결국 야심 있는 대귀족들이 네 명의 황자를 앞세워 각자 반란을 일으키게 되었다.
천년을 이어왔던 수많은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지금의 전쟁은 예전 백년전쟁과는 그 영향력 자체가 달랐다.
벌써 주위의 이종족들의 피해사례가 일어나고 있어 현재 라 대륙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처럼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전란이 일어 난 지 겨우 삼 년의 시간이 지난 터라 아직은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지는 않았는데, 현재 대치되는 힘의 비율이 기묘해 곳곳에 작은 군소세력들이 힘을 모아 왕국을 건설하려는 기미가 보이기 했다.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때를 타서 세력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전국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인간들의 그 치열한 전국시대의 전쟁에 대해 이미 겪은 바가 있었기에, 강력한 힘을 지닌 이종족의 입장에서도 걱정을 해야 할 정도였다.
아직 라 대륙 초인들의 대전은 벌어지진 않았지만, 지금 분위기 상 올해가 가기 전에 초인 대전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했다.
초인의 그 압도적인 힘이 전장에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힘이 약한 이종족인 경우 부족이 사라지는 것은 예사로 볼 수 있다.
수많은 잡다한 노동력이 필요할 시기이니 이 같은 이종족들을 노예로 부리는 일들이 종종 생길 것이다.
제국이 있을 때는 그나마 압박을 할지언정 최소한의 선은 지켰지만, 전쟁의 목적은 승리가 주된 것으로, 도덕은 뒷전이 되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대륙 간의 거리가 워낙 먼 터라 그 피해가 직접적으로 오지 않을 것이지만, 긴 시간이 지난다면 간접적으로든 그 피해가 생기게 마련이다.
하니 델문 제국 다음으로 힘이 강력한 베론 제국이 이 전국시대에 어느 정도 간섭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전국 시대의 행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아직은 워낙 거리가 멀기에 관망의 자세를 치하고 있는 상태였다.
야안은 거기까지 생각을 마쳤을 때쯤, 식사가 차려지기 시작했는데 어제처럼 거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혼자 먹기에는 과한 양이었다.
어제 과하게 먹은 바가 있어 가볍게 식사를 마친 야안은 밖을 나섰다. 여러 종족과의 교류가 활발한 이곳의 체제를 살펴보고, 그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베론 제국의 물품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문명이 최고조에 있었다는 고대 문명의 물품은 보고 또 보아도 배우고 깨달을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인 성향과 체제에서는 보고 배울 것이 많았는데, 너무 물질 중심주의라는 것이 아쉽지만, 인간들의 욕망을 교묘하게 충족시키는 입장에서는 본받을 점이 많았다.
라 대륙의 태양 종족이라 불리는 이종족이 있다.
그들은 한때 거대한 세력을 이루었던 종족이었으나, 세력을 확장하던 델문 제국과 부딪히게 되면서 그 세력이 크게 꺾인 비운의 종족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전성기 델문 제국과 부딪히면서도 살아남은 것을 본다면 이 태양 종족이 한때 얼마나 강대한 세력을 자랑했는지 알 수 있다.
번식력은 인간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 수명이 인간의 두 배에 달하며 타고난 태양의 힘이 몸속에 내재되어 그 지닌 체력이 대단했다.
전사들인 경우 바람의 정령을 다루는 엘프 못지않은 빠른 몸놀림을 자랑하기도 했다.
다만 단점이라면, 그 몸에 지닌 기운이 너무 뜨거운 탓에 성정이 난폭하며 이성보다는 본능을 중시한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것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멸문 직전까지 인간들과 전쟁을 벌이기도 했었는데, 이후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그 같은 본능을 누르는 수련을 해야 했다.
한데 이 같은 마음 수련은 여러모로 그들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그 강렬한 폭발력의 힘에 이성으로 인한 정교함이 함께 하자, 전사들의 수가 확연히 늘어나게 된 것이다. 또한, 그 수준도 올라 대전사의 수도 많이 늘어난 상태였다.
특히 가장 큰 이득이라면 흩어졌던 그들을 하나로 만들어낸 왕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현재 태양 종족의 왕인 부르케산은 라 대륙의 초인 중 하나였기에, 현재 델문 제국의 전국 시대에서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초인이 이끄는 이종족과 부딪혀 얻을 이득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태양 종족도 불안해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그들의 왕 부르케산의 최근 노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태양 종족의 특성상 노화는 급격하게 시작되는지라 보통 2~3년을 버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다행히 부르케산은 초인이라 그보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잘해야 10년이 고작이었다.
초인의 자리에 올라 그 수명이 늘어난 부르케산은 지난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간들의 세력으로 치면 작은 공국 못지않은 세력을 구축했으나, 그가 없어진 그들의 세력은 잘 익은 열매와도 같다.
그 체력이 대단한 태양 종족은 험한 전쟁 노예로서 쓰기에 딱 좋았고, 더구나 급할 경우 전장터에 내 보내어도 될 것이니 먼저 손을 뻗는 쪽이 이익이었다.
그런 사정으로 인해 부르케산은 제 아들 중 가장 지혜로운 일곱째를 지목하여 베론 제국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것이 어렵다면, 현재 가장 현명한 이라 불리는 하늘 산에게 그 지혜를 빌리고자 한 것이다.
부르케산의 일곱째인 마토론산은 그의 아버지가 내어준 두 대전사를 호위로 한 채 멀머던과 그 특성이 유사한 물의 종족인 도론 종족의 힘을 빌려 베론 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러 어려움 끝에 베론 제국에 도착한 마토론산이었지만, 그는 그간의 수많은 정보를 접한뒤에야 베론 제국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이곳 베론 제국도 황제인 하늘 산의 수명이 다함으로서 어수선한 시기였고, 군사적으로도 많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그의 아버지이자 왕인 부르케산으로부터 모든 권한을 받은 그였기에, 그는 오랜 고민 끝에 마지막 방법을 생각해냈다.
4종족이 모여 이룬 베론 제국의 특성에 따라 이 베론 제국의 공국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자주적인 성격을 잃게 되겠지만, 그 거리가 먼 만큼 큰 간섭은 없을 것으로 보았다.
이는 베론 제국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결국, 베론 제국은 이 전국 시대가 치열해지게 되면 손을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 그와 가까운 곳에 자신의 공국을 마련하는 것은 물적으로나 인적으로도 그 비용을 많이 절감 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전국 시대에 간섭할 수 있는 그 대의라는 것이 확고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일 것이다.
마토론산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었기에 이 방법을 논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하늘 산을 만나는 방법이다.
태양 종족 왕자의 자격으로 왔으나, 베론 제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름 모를 부족의 후계 중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