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안-264화 (264/385)

야안 264화

12. 검은 불꽃

이야기는 길었지만, 그렇기에 리트담은 야안이 알려주는 주술을 익히기 위해 모든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무의식의 한 곳에 의식의 주체를 만들어 하루 종일 그것만을 연구하고 익히었으며, 이처럼 야안과 주술에 대해 교류가 있을 때는 맹렬하게 빠져들었다.

이미 뇌를 크게 다루기에 야안과 같이 짧은 수면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기에, 그들은 모닥불이 꺼지고 새벽의 미명이 올 때까지도 주술의 교류를 멈추지 않았다.

* * *

‘콰아아앙. 쿠콰쾅-’

거대한 원통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철 조각들이 비산하며 부딪히는 모든 것을 부수어 버린다.

그 사정거리도 대단하여 능히 4킬로는 어렵지 않게 날릴 수 있을 듯 보였다.

이 무기의 숫자는 고작 20개밖에 되지 않지만, 그 같은 강력한 무기가 있었기에 검은 부리는 이 몬스터 군단으로부터 아직 버틸 수 있었다.

검은 불꽃 대부족의 족장 갈라진 불길은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으로 끝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보며 안색을 굳혔다.

‘몬스터 대이동에 대해 짐작하여 준비를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이 인간들의 전쟁은 거칠고 거대했던 모양이다. 마치 무로딘 산맥 너머에 자리한 모든 몬스터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

예전 엘프들과 함께 만든 이 대인병기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몰살당할 뻔했다. 만약을 대비하여 강철의 성을 만들었음에도 무너질 것 같은 위기를 느끼니 말이다.

기어오르거나 날개가 있는 몬스터들은 저마다 드워프 전사들이 석궁이나 무기를 이용해 처리하고 있지만, 그 피해가 시간이 갈수록 크게 누적되고 있었다.

엘프 연합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과연 그들이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을지 알 방도가 없다. 엘프들은 몬스터 대이동의 핵심이라 하는 곳에 자리하였으니 말이다.

겨우 그날을 버틸 수 있었던 그들은 쉬고 있는 병력을 돌려 이들을 투입하고 지치고 다친 자들을 뒤로 물렸다.

이날을 대비해 비축한 식량은 적지 않아 문제가 없었으나 문제는 의료 물품이었다. 약초와 상처를 동여맬 천 등 많은 것이 부족했다.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문제가 생길 것은 뻔한 일이다.

예전 인간들과 거래하면서 받은 회복 마법 물품이 있으니 최악은 막을 수 있겠지만, 이슬비에 옷 젖는 것이니 그 피해는 결국 터져 심각한 상황을 불러올 터였다.

몬스터 군단들도 잠시 지쳤는지 저희끼리 소형 몬스터들을 잡아먹는 등 배를 채우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갈라진 불길은 그제야 숨을 돌릴 틈을 얻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이들의 패턴을 본다면 2타콤이 지나면 다시 공격을 해 오겠지만, 그 정도의 여유를 얻은 것이 어디인가?

갈라진 불길은 물론이고 조금 전 도끼와 석궁을 들었던 드워프들은 망치를 들어 성을 보수하기 위해 움직였다.

‘땅, 땅땅-’

수천 명에 달하는 드워프들이 움직이자, 과연 구부려졌던 이 강철의 성은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 일을 너무 많이 겪은 듯,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들은 알고 있었다.

이들 드워프들 중에서는 아직 어린 녀석들도 적지 않았는데, 그만큼 현재 이곳의 사정이 열악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렇게 강철의 성이 투박하나마 예전의 모습을 다 찾아갈 때쯤 요란한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바로 몬스터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였기에 드워프들은 저마다 망치를 내려놓고 자신의 무기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1타콤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어째서인가?’

갈라진 불길은 공격시기가 자신의 생각보다 너무 빠른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서둘러 망루에 올라선 그는 이글 아이 마법이 내재된 망원경을 꺼내 살폈다.

“저것들은 무엇인가!”

그는 확실히 몬스터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볼 수 있었으나 그것은 그들의 의사가 아님을 이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이는 바로 몬스터들 사이로 뛰어다니는 강철의 괴물들과 괴수들로 인한 것이었다.

신장 6미터에 달하는 강철의 괴물들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그 무게는 얼추 보아도 20톤은 되어 보였는데 그 정도의 무게를 지닌 존재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움직임은 매끄러웠다.

이 강철의 괴물은 모두 넷으로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반 정도 크기의 돌로 만든 괴수 한 마리와 함께 짝을 이루며 몬스터들을 짓밟고 있었다.

‘몬스터 따위가 아니다.’

괴수들의 움직임도 대단했다. 아니, 분명 괴수들의 몸은 돌로 보이건만, 망치 그 재질은 금속과도 같은 강도가 자리한 듯했다.

날카롭고 강한 발톱을 지닌 몬스터가 내리쳤음에도 살짝 구부러진 것이 고작인 것을 보면.

‘강철의 괴물들 저 하나하나가 상급 익스퍼트의 검객과 비교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아니, 저 지치지 않는 체력과 방어력을 생각한다면 이들에게 있어서 초대형 몬스터 급이라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처음에는 크게 긴장을 하였던 그였지만, 차츰 그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이리저리 몬스터 군단을 몰고 나누는 것이 이성을 잃은 몬스터에서 나올 법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들의 군대에서나 보던 전술의 형태를 보는 것 같았으며, 이리저리 날렵하게 움직이는 괴수들은 저마다 짝을 이른 강철의 괴물들의 뜻을 잘 받아 움직여 댔다.

“도대체 저것이 무엇일까?”

그에 대한 궁금증은 그 자신만이 아닌 듯 많은 드워프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괴물과 괴수들의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갈라진 불길은 고개를 털었다. 확실한 것은 저들이 몬스터들의 적이며 그 말은 저 존재들이 또 다른 우리의 우군이라는 말이었다.

“포진은 저마다 저들의 움직임을 따른다!”

족장의 명에 잠시 상황을 관망하던 드워프들은 거대한 대인무기를 새롭게 각도를 재어 움직이며 저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돕기 시작했다.

‘쾅, 쾅쾅쾅.’

스물에 달하는 포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더니 몬스터들을 몰기 시작했다. 강철의 괴물과 괴수들에 의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몬스터들은 성에서 화기가 터지자 이리저리 흩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큰 폭발 속에서 몬스터들이 몰리며 몬스터 군단의 진영이 어지러워지는 것이 절정에 달할 때쯤 그들이 나타났다.

모두 세 사람으로 그중 한 명은 전투 능력이 없는 듯 조금 전에 보았던 괴수로부터 몬스터들의 위험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외 두 사내의 힘은 저마다 상식을 뛰어넘는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그중 한 사내는 한 손으로는 지금까지 보도 못 한 위력의 마법을 펼치며 몬스터들을 태워 버리기 시작했고, 또한 다른 한 손에 자리한 검에서 일어난 검강은 말 그대로 몬스터들의 신체 일부를 지워내어 버렸다.

조금 전 강철의 괴물과 괴수들이 몰았던 몬스터들의 일부가 그로 인해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 외에도 처음 보는 형태의 정령이 뇌전을 뿜으며 몬스터들을 몰살한지라 그것이 진정 놀라울 따름이다.

그자 하나만으로도 놀랍건만 그와 함께 나타난 또 다른 사내의 힘은 그에 못지않았다.

아니, 기괴한 것으로 따진다면 그자가 크게 앞서 나간다고 할 수 있을 터이다.

사내의 손길 한 번에 일어난 불길은 엄청난 속도로 대지를 불태우며 몬스터들을 몰아붙였고, 다시 손을 펼쳐 뒤흔들자 땅이 흐물흐물 거리더니 이내 거대한 입이 되어 몬스터들을 잡아먹었다.

두 손을 큰 원을 그리며 뒤 흔들자 그를 공격하려던 반경 30미터 내의 몬스터들이 거대한 무언가에 짓눌려 온몸이 터져 버렸고, 이내 그가 두 팔을 크게 털어버리니 강렬한 바람이 칼날이 되어 몬스터들의 사지를 잘랐다.

연신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손을 뒤흔들 때마다 그 같은 기괴한 현상들이 펼쳐지니 몬스터들은 그 영문을 몰라 하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몬스터 군단에게 피해를 더 주는 쪽은 앞의 사내가 크게 앞서나갔지만, 이들 몬스터들을 공포에 밀어붙이는 이는 뒤의 사내인 것이다.

그 놀라운 모습에 어느 순간 드워프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겨우 둘이었다. 겨우 두 존재가 나타나는 것만으로 전장은 말도 되지 않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었다.

반나절이 지나 어느새 그 많던 몬스터 군단이 사 분의 일이 지워져 있었다. 숫자로 따진다면 5만에 달하는 숫자인 것이다.

그때쯤에야 어느 정도 길이 마련되자 그들 중 괴수의 보호를 받고 있는 자가 성 앞에까지 다가왔다.

드워프들은 그 행동에 놀라다, 이내 그 괴수의 보호를 받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를 알고는 소리치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하얀 불꽃? 저 아이가 어떻게 저들과 함께 있는 것인가?”

“저 녀석이 푸른 불길의 아이인가?”

“몇 년 전에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간다고 이야기를 들었건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이지?”

하프 드워프의 존재는 드워프 사회에서도 매우 드문 케이스이기에 검은 불꽃 부족에서도 이에 대해 잘 아는 바였다.

하얀 불꽃은 몬스터들의 살기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 있었는데, 그는 몬스터들로 벗어나게 되자 조금은 그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여 그는 성문에 다가가자 크게 소리쳤다.

“하얀 불꽃입니다. 지금 올라갈 테니 놀라지 마십시오!”

강철의 성은 그 높이만 해도 20미터에 달했다. 하니 하얀 불꽃이 올라간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되지 않았던 드워프들은 이내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하얀 불꽃이 끌어안듯이 매달린 괴수가 일정 거리를 두고 멈추더니 이내 큰 도약과 함께 뛰어 성위로 올라온 것이다.

‘쿠구궁-’

거대한 소리를 내며 그야말로 날 듯이 성 위에 올라선 괴수는 크르릉 거리는 소리를 보이며 어느 한 자리에 주저앉았고, 하얀 불꽃은 다시 창백해진 얼굴로 천천히 괴수의 등에서 내렸다.

드워프들은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상상의 그것처럼 이 놀라운 점프력을 지닌 괴수에 질려 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이 괴수가 몬스터들을 어떻게 압도했는지 보았기에 그 내재한 두려움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괴수는 하얀 불꽃이 자신의 등에서 내리자 그제야 크릉 하더니 이내 성 아래로 뛰어 내렸다. 그리고 성으로 달라붙는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아군이구나!”

누군가 그렇게 소리쳤지만 저마다 그에 대해 공감을 하지는 않았다. 본래 공포는 미지에서 오는 법이다. 저 존재가 어떻게 탄생된 것인지 알 방도가 없는 그들로서는 섣불리 그렇다고 공감을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여, 아직도 창백한 하얀 불꽃에게 다가가는 이들이 많아졌는데, 하얀 불꽃은 비처럼 퍼붓는 그들의 질문에 정신이 없었다.

그때 길이 열리며 일순간 드워프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들의 족장인 갈라진 불길이 몇몇 장로들과 함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얀 불꽃은 서둘러 예의를 차리며 인사를 하였고, 갈라진 불꽃은 그의 어깨를 잡아 일으키며 물었다.

“네가 저들을 데려 온 것이냐? 저들은 도대체 누구냐?”

갈라진 불꽃의 물음에 하얀 불꽃은 그 질문을 예상한 터라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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