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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70화 (270/385)

야안 270화

앞서 그 또한 야안의 그 지난 행적을 들어 알고 있고 그에 대해 크게 경의를 가졌으나, 지금의 힘을 보니 그 못지않은 경의를 느꼈다.

검과 함께 자신을 참오하며 끝없는 고통 속에서 완성이 되는 검의 종주인 그이기에 강자에 대한 감회는 다른 초인과는 다른 것이었다.

‘쾅, 쾅. 쾅-’

곧 드워프들이 가져온 포신의 조립을 완성했는지 천둥 치는 소리가 최전방에 있는 곳까지 정신없이 울려 퍼진다.

엘프들의 어설픈 사격과는 달리 과연 드워프답게 그들의 사격은 하나같이 정확하게 몬스터들의 진영을 꿰뚫었다.

초인들이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진형은 이 포신들로 인해 한숨 돌릴 여유를 얻게 되었고, 그 사이 성의 지지대를 갖춘 드워프들이 복합석궁들을 들고 그곳을 지원하게 되었다.

‘까아아악. 까아악-’

저 하늘 끝까지 울려 퍼지는 까마귀 떼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한나절이 지나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끝이 난 전투에 모두가 크게 지쳤지만, 전과 달리 힘겨워하는 이는 없었다.

처음으로 별다른 피해 없이 크게 승리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전투로 인해 백만이 넘던 몬스터 대군 중 살아 돌아간 이가 겨우 십만도 채 되지 않았으니, 별다른 일이 없다면 다른 이종족이 올 때까지의 시간을 번 셈이다.

드워프들의 합류는 확실히 큰 전력이 되었다. 예전이라면 성이 무너졌을 충격에도 그들이 만든 지지대로 거뜬히 충격을 받아들이고도 남은 것이다.

그렇게 되자, 성의 구축을 위해 대기하던 땅의 정령사들이 전장에 투입되었다. 전체 정령사들 중 4분의 1에 달하던 이들이 전장에 합류하자 확실히 그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다.

다른 세 종류의 정령사들과 연계하면서 보이는 공격들에 저마다 몬스터들이 맥을 추스르지 못할 정도였다.

거기에 몇 배로 늘어난 포신이 그 뒤를 받쳐 주었고, 드워프들이 도끼와 복합석궁으로 견제를 하니 전체적으로 2배 가까이의 전력이 상승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야안과 리트담이 만든 강철 괴물과 괴수들이 취약한 곳을 맡으면서 더 이상 초인들이 수비에 매달릴 이유가 사라지게 되었다.

수비가 아닌 공격에 치중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마음껏 날뛰게 된 엘프 초인들의 힘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하이 엘프들의 세 정령을 위시로 두 명의 상위 익스퍼트 정령사들이 일으킨 10미터에 달하는 거대 정령들은 사정없이 몬스터들의 목숨을 가져갔고, 고위 현자 익스퍼트의 엘프는 야안만큼은 아니나 초인다운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붉은 나비 또한 전장 한가운데에서 크게 휘몰아치니 그전까지 몰아치던 몬스터들은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못하고 성문 앞에 다가오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열에 하나로 줄어들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그 같이 위용을 보일 수 있게 된 것은 단순히 드워프, 강철 괴물과 괴수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최전방에서 몬스터들의 진열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야안과 리트담이 있었기에 그처럼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설 수 있었던 일이다.

베어내고 죽인 숫자를 통계할 수 없을 정도로 야안은 상당한 숫자의 몬스터들을 베어낸 상태였다.

물론 이 모든 일은 그가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탯이라는 시스템으로 인해 지치지 않는 체력과, 고갈되지 않는 마나와 주술력, 정령력을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유피테르가 크게 소모한 스탯은 이번 전투에서 만회하고도 충분히 남을 정도의 스탯을 쌓아 올린 뒤였다.

승리를 한 그날.

모두가 술을 함께 하며 승리를 축하하였다. 아름다운 정령의 춤이 모습을 보였고, 걸걸하면서도 웅장한 드워프들의 노래가 대지를 울렸다.

야안과 리트담은 그들의 축제 속에서 그 공을 치하받았으며, 이들 중 다수가 이곳 바 대륙의 이종족 연합에 도움을 주기로 하였다.

또한 일부의 엘프들에게 라 대륙 왕국에 지원을 할 것을 약속받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야안은 그렇게 그들과 같이 하다, 엘프들이 마련해 준 흙과 나무로 만든 자신의 거주지로 일찍 자리를 떴다.

리트담은 그런 야안의 모습을 보고 일어서려다 이내 자리에 앉았다.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것은 맞지만, 자신의 도움을 받을 만한 성질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해가 지고 불이 피어오르며 축제의 열기는 크게 달아올랐다.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건만, 야안은 무언가의 고민에 빠져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를 고민하게 한 것은 바로 그 자신의 정보창에 있었다.

[레벨 : 999(1.7%+)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 제왕지기(대장인 : 미착용)

생명력 : 9,900

마나량 : 50,100

명성 : 5,200

힘 : 470(+25)

민첩 : 450(+25)

행운 : 415(+25)

지혜 : 456(+25)

신력 : 27 (+25)

마나 : 2,480(+25)

정령력 : 620 (+2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182]

정보창에서 보았듯이 야안의 레벨은 999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레벨이 올라온 시스템의 방식을 대입해 본다면 1,030대에 올라서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대신 그 옆에 1.7%라는 것이 그를 대신하였는데, 이것을 100% 채워야지만 레벨이 1,000이 되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바뀐 레벨 시스템에 야안은 크게 당황하였다.

이 레벨이라는 시스템에서 얻는 스탯이 있기에 지금의 많은 위기를 넘길 수 있지 않았던가?

한데 앞으로 계속 이런 식이라 한다면 지금의 이 스탯의 활용은 극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스탯을 섣불리 쓰지 않길 잘했구나.’

야안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앞으로 전투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야 스탯을 이용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체력과 마나, 정령력을 채워 전투를 벌였다지만 이제 그 효율을 극대화해 전투를 해야 했다.

그만큼 스탯의 존재는 야안의 또 다른 목숨줄이었다. 어쩌면 더 이상 스탯을 얻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지금의 스탯은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일이다.

‘하기야, 지금까지 아리스 님께서 내리신 은혜만으로 차고도 넘칠 지경이니.’

만약 죽음의 지배자라는 거대한 상대가 없었다면 스탯의 존재를 쓰는 것은 정말이지 염치가 없을 정도이다.

다음 날 아침부터 엘프와 드워프 연합은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축제가 끝나기 무섭게 드워프들은 대장간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더니 그곳에서 엘프들과 함께 큰 효과를 보았던 포신 마법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포신 마법무기는 그 효능은 대단하지만 만드는 것이 대단히 까다로웠다. 설계 당시부터 공을 들여야 하는 데 마법 룬어의 모형을 따로 떠 그를 활성화시킨 뒤 부착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27번에 달하기에 엘프들은 그 더운 열기가 가득한 대장간을 쉬이 벗어날 수 없었다.

또한 그 외의 이들은 땅의 정령과 계약한 엘프들과 함께 성을 제대로 보수하기 시작했으며, 엘프 전사들은 둘로 나뉘어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살피거나 잠재된 적인 몬스터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하이엘프들을 제외한 4명의 엘프 초인들이 움직인 터라 그 위세가 자못 대단하다. 이미 전날의 전쟁에서 졌기 때문인지 몬스터 군단의 위세는 크게 꺾여 별다른 방황도 하지 못했다.

이들 중 바람의 상위 정령사인 산들 바람은 바람의 정령사들과 함께 자신들이 최종적으로 전선을 만들 무로딘 산맥을 살피고 있었다.

그 범위가 워낙 넓은 터라 그 많은 정령사가 움직였음에도 짧은 시간에 끝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 보름 뒤에나 거인족들이 도착할 것이고, 이후 다른 종족들이 모두 합세하려면 한 달을 잡아야 했다.

그 뒤에야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을 내릴 터라 그동안 야안과 리트담은 딱히 할 일이 없게 되었다.

모처럼 여유를 얻게 된 것인데, 그 기간 야안은 리트담에게서 주술에 대해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리트담은 이제 자신에게서 얻은 지식을 상당 부분 수습한 뒤였고, 또한 황가의 주술 또한 무서운 속도로 그 완성을 보이고 있는 터라 야안을 큰 주술사로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주술에 한해서이지만 리트담은 야안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적절한 조언은 물론 그와 동화되어 주술을 펼쳐 그 감을 잡게 하기도 했다.

그가 펼친 동화의 술은 대단히 고차원적인 것으로 아무리 그라 해도 어려움이 많았다.

단순히 육체적으로 동화하는 것이 아닌 야안의 의지와 동화하여 이를 굳세게 해 한 차원 이상의 주술을 펼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야안이 이룬 경지가 대단히 높은 터라 그가 크게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여하튼 그로인해 야안은 마치 길게 펼쳐진 가로수 길을 나아가듯 그렇게 주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났을 때. 야안은 벽에 부딪혔다.

바로 큰 주술사의 경지의 벽에 부딪힌 것인데 이 경지는 지난 그의 친우였던 자이웅이 야안을 만났을 때의 주술의 경지이기도 했으며, 리트담이 야안으로부터 리트담의 저서를 받기 전에 이룬 경지이기도 했다.

리트담은 생각보다 뛰어난 야안의 주술의 재능에 크게 감탄을 보였다.

재능만 놓고 본다면 자신의 밑이라고 볼 수 없었다. 못해도 몇 달은 걸릴 것으로 생각했건만, 빨라도 너무 빠른 속도였다.

다행히 이때를 위해 준비한 주술이 완성되어 있던지라, 재빠르게 자신을 참오하는 야안에게 주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주술은 바로 리케하르산이 남긴 검은 지팡이에 자리한 그의 경험을 크게 발전시킨 것이다.

그 시점을 바꾼 것인데 리트담의 저서에서의 경험처럼 3인칭에서 보는 것이 아닌 완벽한 1인칭에서 그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겨울 초원의 밤은 매서웠다.

어설프게 지어 놓은 게르 밖은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고, 안에 피워 둔 장작불은 어디선가 들어온 바람에 게르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것이구나.’

검은 지팡이에서 남긴 리케하르산의 경험을 통해 그 실마리를 잡은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던가?

따스한 햇볕이 자리하던 푸른 초원은 어느새 하얀 눈으로 뒤 덮여 버렸으니 못해도 4, 5달은 지났을 터였다.

하지만 그간 고생의 보람이 있었다.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야안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이내 지극히 주술의 힘을 모았다. 마음속에 일어난 의지는 검은 구 모양을 띄웠는데, 야안은 이를 하얗게 물들어야 했다.

천천히 조금씩 야안은 검은 구를 하얗게 물들여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대단히 지루하고 힘들었지만, 그가 지금껏 쌓아온 그 확고한 의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더디게 시간은 흘러갔지만 결국 그 시기가 왔다. 피워진 모닥불이 꺼지고, 밤은 낮이 되고 다시 밤이 되는 그 시간이 지나 검은 구는 하얗게 물들어지고 말았다.

이내 통렬한 감정이 가슴을 애이게 하더니 그 통증이 아물 때쯤 야안은 자신이 그 경지를 넘어섰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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