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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75화 (275/385)

야안 275화

하기야 초인에 준하는 초대형 몬스터가 셋이나 그 모습을 보였으니 어찌 전장에 변화가 일지 않겠는가?

그제야 죽음의 지배자는 리트담을 인지했다. 리트담을 보는 붉은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의 존재는 자신의 예상에서 벗어난 자였다. 실제 리치왕 케르몬은 죽음의 지배자가 그에게 인지시켜 준 야안을 어둠의 마법을 통해 그의 위치를 파악하여 지금의 상황을 예측하였을 따름이다.

오래전 이종족들과 전쟁을 하며 그들의 습성에 대해 익히 아는바 몬스터들의 대이동으로 이들이 연합을 할 것이니 마치 자신들의 천적 같은 이질적인 존재가 이들과 합류하는 것은 당연한 바이다.

하나, 만 년 전에 나타난 전설의 현자가 보였던 힘 중 하나를 펼치는 리트담의 존재는 진정 의외였다.

그 변수가 그 당시의 전쟁을 결정짓게 했으니 그로서도 쉽게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리트담은 전설의 현자가 아니었고 오직 그 전설의 현자가 가진 가장 미약한 힘을 따라 잡았을 뿐이니 귀찮을지언정 위험하다 생각지 않는다.

만약 자신이 아닌 다른 악마였다면, 위험할지 모르지만, 그는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악마였고, 악마 중에서도 세 번째의 자리에 자리하였다.

“인간의 장난감이라.”

울부짓는 악령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이 까닥이더니 강철의 거인들이 무수히 파괴한 스케렐톤들이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거대한 검은 스케렐톤 십여 개로 변한 그것은 이내 몰아치는 강철의 거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쾅. 쾅-’

모든 것을 쓸어버리던 강철의 거인들의 주먹 앞에도 스케렐톤들은 쉽사리 부서지지 않았다. 파편들을 흘리며 뒤로 물러서기는 했으나 그것이 다였다.

오히려 저주로 인해 변한 검은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대검을 만들어 그들을 치고 밀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마치 무투가의 움직임을 보는 듯 물 흐르는 듯한 공격을 퍼 붇는 거인들이었지만, 자신 못지않은 강도를 지닌 괴물들의 협공을 쉽사리 떨치지 못했다.

팔을 잡고 뜯어 던지며, 박치기로 머리를 부수고 심장을 뜯어 분해한 뒤에야 이 거대 스케렐톤은 그 움직임을 멈추었지만, 그도 잠시 천천히 부서진 주위의 파편들을 모아 복원하기 시작했다.

‘악마라. 그래 그것 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군.’

공연히 힘을 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까?

리트담은 전장의 중심에 있기보다는 함루어로 강화된 축지술로 몇 걸음 만에 야안의 곁에 섰다.

야안은 어느새 자신의 옆에 돌아온 그의 움직임과 기세에서 그가 크게 성장하였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만약 상황이 이런 경우가 아니었다면 매우 놀라며 그에게 축하를 해주었을 것이나,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카라민.”

수많은 조합 끝에 만들어지던 대마법은 그 시동어를 끝으로 발동되었다.

그것은 죽음의 지배자를 보았을 때부터 준비했던 마법이었다. 카의 마법의 3단계인 카라민은 신체를 통짜 미스릴에 달하는 강도로 만들어주는 고위 마법이었다.

사실 그가 고위 현자 익스퍼트에 오른 뒤 처음 전투에서 모습을 보이는 마법이기도 했다.

그 놀라운 방어에 걸맞게 워낙 마나의 소모도 높았기 때문이다. 이 마법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그의 마나의 절반이 날아가니 실전에서 쓸만한 것이 못되었다.

하지만, 야안은 이미 이 일전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한 상태였다.

그는 그 마법을 펼치기 위해 3개의 스탯을 올려 마나를 채웠고, 다시 토네를 중복으로 펼치었으며, 진체의 술로 신체의 반응속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고, 축지술과 바람의 술을 몸에 펼쳤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중급 정령 마스터에 오르면서 유피테르는 새롭게 찾은 권능을 야안에게 펼쳐 보였다.

유피테르의 몸이 흐물흐물 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하얀 뇌전의 형태로 야안의 전신을 뒤덮었다.

지난 곤도를 잡기 위해 보였던 것과는 그 격이 다르다. 비록 파괴력은 앞설지 모르나 한곳에 집중된 힘으로 치자면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더구나 앞서 것은 정령력의 손실이 대단했지만, 이번에 보이는 것은 유피테르의 의지로 밀집되어 있어 그 정령력의 손실이 그에 비해 낮았다.

마치 빛의 갑옷을 입은 듯한 그의 모습은 진정 신비롭기 그지없다. 마치 옛 동화 속의 용사가 현실로 나온 듯한 착각을 줬다.

‘차아앙-’

어느새 빼 든 전설의 검은 검강이 이글이글 타올랐고, 곧 그 자리에서 날아 움직이기 무섭게 리치왕 케르몬 또한 준비했다는 듯 대마법들이 그를 향해 모습을 보이었다.

‘쿠구구궁. 쾅, 쾅-’

과연 죽음의 현자라 할까? 전설의 시대 그의 힘을 두려워 한 자들이 그를 일러 한 죽음의 현자라는 별칭에 어울리는 힘들이 쉴 샘 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어둠의 마법들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괴함과 강렬함이 함께 공존해있었다.

수 십구의 어둠의 불화구가 회전을 하며 그를 노리었고, 불보다 뜨거운 수중기가 그를 뒤덮기도 했다.

대지 저 끝에서 갑자기 용암이 터져 나오기도 했고 지진이 벌어져 성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재난.

그의 마법을 표현한다면 재난이라 하겠다. 이미 야안이 인식하는 마법의 스케일부터 틀렸다.

야안 또한 수 십구의 어둠의 불화구에 극성에 달한 건곤대나이를 부딪쳐 상잔시켰고, 전투 전에 펼친 카라민의 마법으로 수중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다만 갑자기 용암이 터져 나와 자신을 비롯해 이종족들을 덮치는 것에 대해서는 피했을 뿐, 막지 못했는데 이는 리트담이 처리 하였다.

‘구구궁-’

그가 함루어를 읊으며 두 손을 크게 마주하며 뒤흔들며 내려치자, 대지는 깊고 거대한 분화구가 만들어졌다. 곧 용암이 그곳으로 들어서기 시작하자 이내 그는 두 손을 크게 원을 그렸고 이내 주위의 흙들이 스르르 모여지더니 이내 용암을 덮었다.

그렇게 재난을 잠재운 것 잠시, 죽음의 지배자가 일으킨 지진에 그는 크게 발을 뒤로 물려야 했다

성이 무너질 정도의 거대한 지진 앞에서 그 또한 대처의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 한 번의 지진에 가까이에 있던 드워프 수백 명이 죽거나 다쳤다.

워낙 튼튼하게 지어 연쇄적인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성이 무너진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더구나 수많은 동료를 잃게 되었던 드워프들이었으니 가슴에 불안과 공포가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련만,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의 병력을 돌려 대기하던 엘프들과 함께 성을 보수하기 나섰다. 전우의 시체를 밟고 건너며 악을 쓰는 이들의 모습이 야안의 눈에 보였으나 그는 일말의 걱정을 보일 여유조차 없었다.

리치왕 케르몬의 숨결에서 터져 나오는 어둠의 악령들이 그의 감각을 뒤엎었으며, 바람의 칼날들이 비처럼 그를 때렸으니.

이에 야안은 진체의 술로 감각을 뒤집어 맞추며, 뇌전검법의 제 3초식의 슬픔의 념을 검강에 펼쳐 잔상과도 같은 검강들로 바람의 칼날들을 막아섰다.

그렇게 잠시의 틈을 만든 그는 동시에 마단테를 신마법으로 펼쳐 그에게 날렸다. 지난 전투 속에서 마단테의 힘은 이미 그가 펼치는 최고의 위력을 지닌 마법이었다.

정통으로 맞아 들어간 것이니 어느 정도 피해를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결과는 그의 예상을 넘어섰다.

‘휘이이잉-’

마단테는 그가 입고 있던 망토만 크게 뒤흔들리다 마치 바람 앞의 촛불처럼 덧없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나마 망토에서 약간의 지푸라기 같은 것들이 떨어져나간 것이 변화라면 변화라 할까?

그도, 야안의 신마법에 자리한 뇌전 덕분에 그 정도의 위력을 발휘한 것이지, 그것이 아니었으면 그저 망토조차 뒤흔들지 못하고 사라졌을 터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드래곤들이 그를 공략하기 어려워했던 점이다.

그의 힘 자체도 뛰어났지만, 저 마나를 무위에 가깝게 지워버리는 어둠의 망토는 마법을 주로 한 드래곤들에게 있어 까다로움 그 자체였다.

육탄전으로 공격하기에는 리치왕 케르몬에게 마법은 좋은 먹잇감에 불과하다.

야안은 그 이후에도 몇 번의 마법들을 펼쳐 리치왕을 격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앞서의 그것처럼 덧없이 무위로 흘러 버린 것이다.

‘저 망토를 뚫기에는 지금의 내 마법으로는 어렵다.’

못해도 스승이신 하늘 산 정도의 마법은 되어야 통할 것이다. 하니, 지금 같은 마법 공격은 마나의 불필요한 소모만을 야기했다.

“강한 존재라고는 생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 자신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존재였다. 설마 야안 님의 신마법조차 통하지 않을 줄이야.

리트담은 야안과의 일전 속에서도 자신을 견제하는 악마의 마법들을 맞상대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힘겨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 또한 야안과 마찬가지로 이 전쟁은 리치왕 케르몬을 잡아야 끝이 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행하는 일이었다.

양측의 병력 자체는 팽팽했지만, 상대가 지치지 않는 불사군단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흘러갈 것이다.

지금 보이는 희생자들의 숫자만 보아도 그렇다. 아군 측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거에 반해 불사군단은 무너지기 무섭게 다시 뒤의 현자들로부터 부활하지 않는가?

더구나 조금 전 자신이 일으킨 강철 거인들을 조각난 스케렐톤들을 모아 괴물로 만들어 막을 줄을 상상하지 못했다.

자신 또한 무리한다면 강철 거인들을 더 일으킬 수는 있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그가 보인 모습을 본다면 그 또한 그 정도의 여유는 있어 보였으니. 오히려 자신들의 싸움에 전쟁은 더욱 거칠게 흘러만 갈 것이다.

예전의 그와는 달리 지금의 리트담은 냉정하리만큼 침착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당연했다.

리트담은 탈인에 오르면서 수습한 지식과 경험은 단순히 주술에만 한 해 있지 않았다.

지난 샤 대륙을 침공하던 죽음의 지배자의 세력들과의 수많은 전투 경험도 그 경험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 치열의 극을 달렸던 전투 속에서 의지는 확고하게 닦아지며 지금의 경지에 올라선 것이니만큼 그는 이 전장에 자리한 이들 중 그 누구보다도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심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있었다. 그 자신이 변수가 되어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구석을 찾는 것이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과정에서 야안이 무언가 한 수를 가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저 악마의 어둠의 망토를 벗기는 게 내가 할 일이다.’

거기까지만 자신이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 그다음은 야안 님이 가진 한 수가 그 빛을 발할 것이다. 그는 그리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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