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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85화 (285/385)

야안 285화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 내쉬던 야안은 이제 거의 바닥을 친 마나와 체력에 다시 스탯을 올린 뒤 고전하는 유피테르가 있는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이 일주일의 시간은 거대하고 치열한 전쟁을 이야기하던 시간이었으며, 이 거대한 여정의 끝을 맞이하게 한 시간이기도 했다.

못해도 10%의 피해를 생각했던 이 전쟁은 겨우 2~3% 정도의 사상자만을 내었을 뿐이다. 이는 야안이 벨카를 잡으면서 몬스터들이 분열이 되어 힘을 제대로 된 체계가 무너지게 되어 생긴 일이었다.

이에 대한 사실은 나중에야 알게 된 그들은 몬스터들이 다시 무로딘 산맥에 흩어져 피해를 주게 될 것을 우려해 더 이상 방어가 아닌 공세를 펼쳐 이들을 멸하기 시작했다.

야안 또한 그 공세에 합류하면서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 이들은 대부분의 몬스터군단들을 정리한 끝에 한 자리에 만나게 되었다.

붉은 대지는 그간 소식으로만 들었던 붉은 노을이 진정 위대한 전사로 각성한 것을 확인하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역대에 이 같은 천재가 거인족에서 나온 적이 없으니 그의 시대에 거인족이 크게 번성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야안의 등장과 그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로 인해 그는 그 암울한 미래에 한탄을 하면서도 또한 이 놀라울 정도로 위대한 인간에 경의를 가지었다.

또한 그러면서도 붉은 노을과 친우의 관계를 가졌음을 순수하게 기뻐하였으며 이내 그는 붉은 노을이 청하기에 앞서 야안을 돕기로 결정 내렸다.

“그대의 위대한 계획에 우리 거인족 또한 함께 하겠소이다.”

야안은 다행스럽게도 거인의 왕인 붉은 대지가 어렵지 않게 허락을 하는 것에 크게 감사를 보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축제가 시작되었다.

그 길고 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모든 전쟁이 끝이 나고 평화가 온 것을 축하하는 축제의 자리였다.

다행히도 연합 전선에서 그 모습을 보인 몬스터들의 침공의 숫자는 매우 줄어 지금의 병력으로도 충분한 입장이었다.

물론 앞으로 전란이 끝나기 전까지 대륙의 몬스터들이 계속 몰려 오겠지만, 이제 온전히 굳힌 연합전선으로 인해 더 이상 이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터.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야안 또한 그 축제를 즐기다 곧 중간에 나와 그의 임시 거주에서 그간의 성과를 살폈다.

정보창을 연 것인데, 11일간의 전쟁에서 얻은 그의 성과는 놀라운 것이다.

[레벨 : 1,642

직업 : 미숙한 전설의 현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 제왕지기(대장인 : 미착용)

생명력 : 12,600

마나량 : 53,600

명성 : 7,200

힘 : 590(+40)

민첩 : 560(+40)

행운 : 487(+40)

지혜 : 489(+40)

신력 : 32 (+40)

마나 : 2,640(+40)

정령력 : 702 (+40)

각성의 스탯 : 0

분배되지 않은 스탯 : 432]

이 번 전쟁에서 630레벨의 상승을 보인 것이다. 폭발적인 레벨 업을 한 것인데, 그만큼 그가 죽인 몬스터들의 숫자도 많았으며, 또한 벨카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말해주는 반증이기도 했다.

거기에 퀘스트 성공에 의한 경험치의 전환이 이 같은 상승세를 보이게 만들었다.

여유의 스탯이 432나 되었으니, 최악의 상황에 다친다고 할지라도 몸을 빼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야안은 축제의 네 번째 마지막 밤을 이들과 함께 보낸 뒤 이른 새벽 무로딘 산맥에서도 가장 험지인 북서쪽으로 가기 위해 여정을 꾸렸다.

푸른 풀에게 받은 자료에서 그들이 이곳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데, 이곳에서 겨우 나흘 거리라 움직이기로 했다.

마지막 밤이 되기 전에 도착한 리트담 또한 야안과 함께 여정을 꾸리며 그간 함께 한 이종족 연합들과 이별을 고했다.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이들과의 만남은 사실 야안에게 너무도 특별한 것이었다.

죽음의 지배자의 등장에 용감하게 나서 싸웠던 붉은 대지와의 만남은 물론이며, 1,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만난 붉은 노을의 만남은 그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뿐이던가? 무로딘 산맥에 자리한 다섯 이종족들과 함께 하며 연합전선을 만들고, 리치왕 케르몬을 상대했던 것은 그야말로 꿈만 같다.

천년이 지난 세상에서는 이종족의 흔적만이 자리할 뿐, 오직 인간만이 대륙에 자리하였을 뿐이니 상상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치열했던 전쟁을 같이 한 전우로서 그들과 마지막의 아쉬움이 자리한 이별을 고하던 야안은 리트담과 함께 어느새 떠오른 해를 등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페어리가 산다는 이곳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험지였다.

봉우리들은 마치 바늘처럼 뾰족하게 솟아올랐고, 물기가 적어서인지 땅은 푸석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곳에서는 한 치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는데 절벽처럼 길이 끊겨 깎아진 곳이 많아 상당히 위험한 요소가 자리한다.

그랬다. 몬스터들조차 꺼려하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생명이 살아가기에 너무도 척박한 환경임이 분명한데 이런 곳에서 페어리가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무로딘 산맥은 넓었고, 생명력이 넘치는 곳이다.

그런 곳을 놔두고 이곳에서 살아가다니.

야안과 리트담이 이곳에 도착한 지 벌써 열흘이 되었다. 이곳을 오랫동안 살펴보았지만, 아직도 페어리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유피테르라는 위대한 정령과 리트담이라는 걸출한 주술사가 자리했음에도 이들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그저 놀라운 일이다.

아니, 어쩌면 이곳에 더 이상 거주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쉽게도 유피테르는 이들 페어리에 대한 기억은 봉인돼 있어, 그들의 습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야안에게 정해진 시간이 있었고,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이렇게 무작정 시간을 허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결국 이틀을 더 찾아보고 없으면 다른 방도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타닥, 타닥-’

장작의 불길에 가져온 음식들을 간단히 조리하던 리트담은 곧 음식이 완성되자 야안과 나누었다.

이곳의 밤은 독한 겨울 날씨보다 삭막한 것이었으나, 초인인 야안과 탈인의 경지에 오른 리트담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사실 장작의 불 또한 이 혹독한 날씨에 피울 수는 없었지만, 리트담의 주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서리가 일어난 그곳에 모닥불을 피우며 음식을 나누고 가져온 와인을 함께하던 둘은 지난 행적들과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그들 중간에 갑자기 등장한 누군가의 말소리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오랜만에 보는 술이로군. 괜찮다면 나누어 주겠는가?”

나타난 자는 푸른 피부에 4,5세 정도의 어린아이의 키를 지닌 이마에 세로로 된 눈 하나가 더 달려있는 존재였다.

그 생김새도 놀랍지만, 야안과 리트담으로서는 그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그도 그런 것이 초감각을 지닌 야안과 그보다 뛰어난 인지의 능력을 지닌 리트담조차 아무런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것인데, 그보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분명 보고 있음에도 그 존재가 마치 허깨비 같다는 것이다.

만약 일반인들이었다면 편하게 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경지가 높을수록 이들에 대한 놀라움은 클 수밖에 없다.

잠시 당황하기는 했으나, 뇌전의 정화를 지닌 야안인만큼 빠르게 감정을 수습하고는 그가 말했던 바를 상기하여 가진 와인을 건네주었다.

“입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존재는 야안의 말에 미소를 보인다.

“고맙네.”

그러며 와인을 받아들이는데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분명 야안의 손에 자리했던 와인의 크기는 야안의 손의 한 뼘 반 정도였는데, 저 존재에게 손에 들어서는 순간 반 뼘 정도의 크기로 줄어든 것이다.

그 기사(奇事)에 야안은 다시금 놀랬고, 리트담은 이것이 어떻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 눈빛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와인을 벌컥벌컥 마셔대던 그 존재는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 좋은 것임을 알아서인지 음미하며 고개를 작게 끄덕이다, 야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해 주지 않겠는가? 어째서 그대에게 우리들의 숨결이 자리하는지 말일세. 보아하니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인 것 같기는 하네만.”

야안은 그의 말에 이 존재가 페어리 종족임을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곧 그는 푸른 풀에게서 받은 페어리의 증표를 꺼내어 보이며 말했다.

“그 숨결이라는 것은 이것을 말하는 듯합니다. 본래 이것은 푸른 숲 일족의 하이엘프이신 푸른 풀께서 주신 것으로 전대의 하이 엘프께서 한 페어리와의 인연의 증표로 받은 것이라 하더군요. 저는 한 목적이 있어 페어리 분들을 만나고자 했고, 푸른 풀께서는 옛 기록을 찾다 이것을 발견하여 저에게 내어주셨습니다.”

페어리는 야안이 꺼낸 페어리의 증표에 흥미있게 살펴본다. 무언가 자신이 보는 것과는 다른 것을 보는 듯했다.

곧 고개를 끄덕이던 페어리가 말한다.

“음~ 그 녀석이군. 하기야 당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었으니 이것을 준 것이 이해가 되네.”

그렇게 말하던 페어리는 와인을 벌컥벌컥 마셔 비우더니 야안과 리트담을 보며 작게 목례를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만나서 반갑네. 나는 넷이라 하네. 백스물하나의 페어리 종족 중에서 네 번째 자리에 오른 자이지.”

야안과 리트담 또한 넷의 자기소개에 자신을 소개했다.

“베론 야안이라 합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리트담이라 합니다. 정말 페어리 종족은 놀랍군요.”

페어리는 리트담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대의 재주가 기이하고 뛰어나기는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알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네. 우리는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못하는 자이니 말이네.”

이들 페어리에게 무언가 다른 비밀이 자리한 듯했고, 야안은 그것을 알았음에도 별 달리 묻지 않았다.

그들이 먼저 말하려면 모르나 비밀을 알고자 하는 것은 큰 실례였다.

다만 리트담은 페어리의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빠져들었는데, 그런 그를 미소를 보이며 바라보던 넷은 이내 야안에게 묻는다.

“어떤 목적인가?”

단도직입적인 말에 야안 또한 어렵지 않게 말을 꺼냈다.

“드래곤을 만나고자 합니다.”

야안의 그 답변이 너무 의외였던 것일까? 넷은 그 세 개의 눈으로 말똥말똥 바라보다 말을 꺼냈다.

“그분들을 만나고자 한다라? 정말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로군.”

잠시 그 말을 하며 고개를 내젓던 넷이 다시 말을 꺼냈다.

“그분들은 우리라도 만나고자 한다 해서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네.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는가?”

야안은 넷의 답변에 절로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돌려 말하기는 했지만 넷의 말은 드래곤이 출처를 안다는 말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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