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334화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 원리들을 밝히며 감탄하던 야안은 어느 정도 주위가 한산해지자 그제야 직원에게 다가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좌표 지도를 원합니다.”
좌표 지도를 원한다는 말에 직원은 잠시 머리를 긁적거렸다.
좌표 지도는 함부로 다룰 물건이 아니기 때문인데, 귀족이 아니었다면 쉽사리 거절했을 일이었다.
야안은 진실의 눈을 통해 그가 왜 고민하고 있음을 알았다.
야안 제국 소속의 현자가 아니면 구매할 수 없는 물품이기 때문으로, 야안은 인벤토리에서 오래전에 임명받았던 오래된 인증서를 꺼내 들었다.
“이건 저의 스승님께서 마크 영지에서 받았던 인증서입니다.”
사실상 야안 그가 제자들과 수하들을 위해 만들었던 인증서였는데 그걸 이렇게 써먹을 줄 몰랐던 야안이었다.
야안 제국의 모태가 마크 영지였음을 모르지 않는 직원은 너무도 귀한 물건에 잠시 넋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 옛날 마크 영지는 일종의 경외의 대상이다.
현재 제국의 일곱 초인과 연관이 있는 야안이 사실상 직접 다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지였기 때문이다.
오만한 면이 있는 한스 테일러는 스승 야안을 말함에 있어 항상 몸을 숙였다.
그는 만약 스승님이 있었다면 대륙은 이미 오래전에 하나로 통일이 되었을 것이라며 단언했는데, 그 발언에 있어 일곱 초인 중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내놓는 자는 없었다.
야안 제국의 초석이 되었던 위대한 존재 야안이 있었던 시기의 마크 영지의 인증서였으니, 그 가치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수집가들에 있어 만금을 주고서도 사고 싶은 가치를 지닌 것이니, 직원이 그 귀한 것을 앞에 두고 넋을 잃는 것은 당연할 터였다.
“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직원은 다급히 그리 말하더니 어디론가 달려갔고, 곧 이곳 마법 상점의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초급 현자를 마스터한 자로 긴 하얀 수염이 인상적인 이였다.
“이거 정말이구려.”
야안이 내민 인증서를 살펴본 그는 들뜬 모습을 보인다. 인증서에는 야안 그 특유의 룬 언어 형태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고대 룬의 언어가 그것으로 시스템에 의해 보정된 완전한 룬은 다른 고대의 룬과 차이점을 두고 있었다.
예전 야안의 룬을 본 적이 있는 주인은 이것이 그 인증서가 맞음을 알고 반기더니, 야안 그와 술 한 잔을 하기를 원했다.
그의 나이를 짐작해 보건대 야안 제국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산 증인과도 같은 터라 야안은 현자의 그 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주인은 크게 반기며 야안을 접객실로 모셨고, 곧 상급의 와인과 더불어 그 풍미를 돋구는 치즈 등이 나왔다.
야안은 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현 야안 제국의 상황을 또 다른 시점으로 알 수 있었다.
현재 야안 제국은 카리엘 제국과의 전쟁을 준비 중이었다.
한 산을 지배하는 이가 둘일 수 없듯 이미 야안 제국과 카리엘 제국은 대륙을 통일할 여건을 갖춘 뒤였다.
이 두 세력 중 그 어느 세력이라도 대륙을 통일하고도 남을 여력이 있는 것인데, 다만 문제라면 백중세라 할 수 있는 전력의 상황이었다.
카리엘 제국 또한 그 숫자가 늘어 그 수만 해도 일곱이었다.
더구나 오랜 시간 동안 바 대륙을 호령한 제국답게 축적된 전력은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야안 그도 오래전 겪었던 만큼 검을 숭상하는 풍습으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기사급 검사들이 전장에 나선다면 그야말로 태풍이 부는 듯한 기세를 보일 터였다.
이 외에도 재물은 비롯해 여러 가지 면에서도 야안 제국은 사실상 부족한 면이 많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야안 제국이 카리엘 제국과 백중지세를 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야안 제국만의 특색 때문이다.
인공 마정석의 혁명 이후 엄청나게 쏟아지는 마법 물품은 그 부를 축적하기에 충분했으며, 철 마차로 인해 물류 혁명이 이루어졌다.
이 외에도 신분에 의한 그 장벽이 높지 않으며, 오직 그 재능만을 두고 보도록 했다.
혁명적인 사상이 이루어진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야안 제국의 성장률은 가파르게 올라서고 있다.
무엇보다 야안 제국의 무서움은 칠대 초인의 단합이었다.
초인이라는 힘을 지닌 만큼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넣으며 자신들만의 세력이 생겼음에도 오직 그들은 야안 제국의 이익만을 생각할 뿐이다.
제국의 이름을 야안이라고 지어놓은 것에서부터 이들이 야안 제국에 대한 애정은 무한한 것이었다.
이러하니 실제 전력에서 밀리는 면이 있다고 해도 카리엘 제국은 쉽사리 야안 제국을 도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카리엘 제국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었다.
전대 황제 이후 삼 황자가 현재 황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으나, 문제는 워낙 막강했던 일 황자와 이 황자의 망령이 제국에 남아 있다는 것에 있다.
이 때문에 황제의 권력은 지난 대의 황제의 권력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는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바로 오크가 그 문제의 시발점이다.
전대의 칸 이후 새롭게 탄생 된 칸은 전대와 달리 대단히 호전적이었다.
마주하고 있는 변경백이 버거울 지경인데, 이런 고질적인 문제점은 사실 제국만이 아니었다.
야류스 산맥과 마주하는 모든 국가가 이 문제에 놓여 있었는데 그럼에도 카리엘 제국이 크게 힘겨워 하는 것은 바로 칸이 머물고 있는 지역이 바로 그들 카리엘 제국의 영역 안에 있기 때문이다.
하니 유난히 카리엘 제국이 힘겨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상황임에도 카리엘 제국이 야안 제국과의 전쟁을 서두르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카리엘 제국이 야안 제국에게 잡아먹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야안 제국도 그러한 사실을 알기 때문에 카리엘 제국과의 전쟁을 준비하면서도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인데, 현자의 말에 의하면 그것도 이제 한계점에 놓인 듯 올해가 지나지 않아 전쟁이 발발할 것으로 짐작했다.
이 외에도 야안 제국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다음 대의 후계자 문제이다.
무슨 일인지 황실은 황녀만 일곱일 뿐 아직 그 뒤를 이을 황자를 순산하지 못했다.
이 일로 골치를 썩고 있는데, 이제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제국이니만큼 후계의 문제는 매우 중대한 상황이었다.
특히나 전쟁을 앞 둔 지금의 상황에 있어 이 이야기는 어려움이 많은 가운데, 두각 된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황제의 형님이자 마크의 성을 이은 야안의 첫째 아들 아론에 대한 이야기다.
황제와 달리 아론 대공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전대의 예를 살려 첫째를 황제의 양자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본래라면 아론 대공이 황제의 자리를 이어야 했으니만큼 후대를 위해 남길 미담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첫째를 양자로 받아들인 뒤였다.
아직 황제의 나이가 이제 겨우 42살이었으니 얼마든지 다음 대의 황자를 순산할 수 있을 여건이 되었다.
하니 황제가 황자를 순산하게 된다면 자칫 평화로운 황실에 피비린내가 풍길 가능성이 높아질 터였다.
이러함을 두고 반대하는 세력들이 많았는데, 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사정이었다.
‘참으로 기묘한 시점에 도착하였구나.’
겉으로 보기에 평화로운 야안 제국에 이러한 어려운 일이 있음을 알았던 야안은 고개를 내저었다.
마법 상점을 나서던 야안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이내 아직도 밝게 비추는 가로등 사이를 지나쳐갔다.
현재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이를 손꼽는다면 그중 두 손에 반드시 들어서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칠대 초인인 한스 테일러의 제자이자 무적 제독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엘룬이다.
그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야안 제국의 해상 전력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인데, 그런 이인만큼 그에 대한 경호는 대단했다.
상급 익스퍼트에 오른 검사 네 명이 항상 그를 호위하고 있었는데, 고위 비기너 경지에 오른 현자인 엘룬까지 합한다면 설사 초인이 그를 노린다고 해도 무사히 빠져나올 전력이라 하겠다.
그만큼 엘룬은 카리엘 제국이 눈엣가시처럼 노리는 존재였는데, 이 때문에 엘룬의 행적은 제국 내에서도 알 수 있는 이가 몇 되지 않았다.
‘스승님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
포도주가 가득 찬 잔을 내려놓던 나는 괴물 같은 스승님을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스승님 덕분에 부족했던 암산 능력이 엄청나다 할 정도로 상승되기는 했지만, 타고난 재능 앞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기만 했다.
더구나 항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재능 앞에서는 더욱더 그러했다.
그런 스승님을 조금이라도 쫒기 위해 악을 쓰며 쫓아 온 덕분에 그 부족했던 재능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만 아마도 여기까지가 한계가 아닌가 싶다.
‘벌써 40년. 그 오랜 세월 속에서도 스승님은 야안 님을 그리워 하지 않은 날이 없었지.’
단순히 그 자신을 농노로서 구해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스승님에게 있어 야안 님은 마음속의 아버지나 스승님을 넘어 또 다른 신앙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야안 님으로부터 구원받았으나 사실 그분과 같이 있은 시간이 많지 않아 그분에 대한 감정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퇴색되어졌다.
“드래곤을 만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야안 제국을 세우는 데 큰 초석이 되었던 자이한 대공께서 거짓말을 하실 리는 없으니 드래곤을 만난 것은 사실일 것이 분명했다.
‘일종의 반신과도 같은 드래곤과 싸우시다니 정말이지…….’
야안 님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고, 또한 그럴 법한 일이기도 했다.
여하튼 그 이후 야안 님은 4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그분을 잘 모르는 이들은 야안 님이 죽었다고 생각했었고, 나 또한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살아 있다면 현 야안 제국이 세워지는 그 엄청난 시련과 고난 속에서 나타날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드래곤과의 이야기가 잘 못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지.’
이유가 어찌 되었든 야안 제국의 설립 목적은 하나이다.
바로 고대 시대에 나타났던 죽음의 지배자를 상대하기 위한 것으로 만약 야안 님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야안 제국은 독자적으로라도 그분의 뜻을 이어갈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카리엘 제국은 그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으나, 야안 제국은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며 대륙을 통일할 터였다.
실제 악마라 생각되는 다섯 존재는 힘은 현 야안 제국이라고 해도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자신들은 더욱 그 국력을 크게 확보해야 할 터였다.
그는 거기까지 생각하다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잔을 마져 비워냈다.
“후~ 스승님도 그렇고 칠대 초인께서는 어째서 포기하지 않으신 것인지.”
반드시 야안 님께서 살아 계실 것으로 생각하는 그분들을 생각하노라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가운데, 밖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쿠구구궁-’
그리고 이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충격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