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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38화 (338/385)

야안 338화

“왜 모르겠어? 야안 제국을 무너뜨리고 싶어하는 거잖아?”

그녀의 미쳐 버릴 것 같은 유혹 속에 황제는 잠시 눈을 감다 고개를 흔들며 다시 답했다.

“요녀, 너에게 방법이 있는가?”

황제의 물음에 키에라는 키득키득 거리더니 손가락을 튕겼고, 곧 그녀의 손에서 피로 젖은 양피지로 지어진 책이 등장했다.

“그것은 오크 왕의 족쇄. 혹시나 해서 가지고 있던 물건이지.”

그러며 미증의 힘으로 황제의 앞에 책을 내려놓는데 황제는 그 책을 잠시 바라보다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신의 유혹을 억지로 이겨내는 황제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리던 그녀가 말한다.

“그 책장을 열면 모든 것은 알게 돼. 흥미로웠던 인간아.”

그 말을 끝으로 회색빛이 일렁거리다 그녀를 삼키기 무섭게 사라졌고 다시 황제의 집무실에는 짙은 어둠이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요란한 나팔 소리와 함께 비보를 알리는 파발마가 그를 지나친다.

야안 제국에서 운영하는 이 말들은 마법과 주술로 강화된 말들로 하루에 400km는 우습게 달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수는 그런 말의 입가에 하얀 거품이 일 정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그만큼 상황이 다급했기 때문이다.

“달려. 달려라.”

잘 훈련된 말답게 말은 멈추고 싶은 본능을 거스르고 기수의 뜻에 따르었고,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야 멈추어섰다.

하얀 거품과 혀를 크게 내미는 것이 곧 죽을 듯 보이는 가운데 기수는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라는 말을 남기며 서둘러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이들을 보며 품속에서 명패를 하나 꺼내 보였다.

“흑조 1942. 급보다.”

흑조, 다름 아닌 전쟁을 앞둔 카이엘 제국에 투입된 정보 단체의 비밀요원들을 말한다.

그의 외침이 너무도 다급한지라 조장으로 보이는 이가 몇몇은 현자를 모셔오라 하였고, 몇몇은 그를 챙기고 이 자리의 흔적들을 지워내기 시작했다.

“흑조로부터 다섯 별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현재 제국의 전체적인 대사를 관리하는 한스 테일러는 자신이 투입한 흑조로부터 다섯 별 소식이 왔다는 말에 놀란 눈빛을 보인다.

“다섯 별이라고!”

별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야안 제국에 끼치는 영향력이 늘어난다.

별 하나가 남작, 자작 가 정도의 영지 정도의 영향력이라면 별 두 개가 백작, 별 세 개가 후작 별 네 개가 공작이나 대공정도의 영향력이니 별 다섯 개의 소식이라면 야안 제국 전체의 위기를 말한다.

흑조들이라면 현재 야안이 돌아온 야안 제국의 힘을 모르는 바가 아닐 텐데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하겠다.

“이 미친놈들이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건가?”

카이엘 제국의 긴 역사에 대해 오랫동안 조사한 결과 그들이 얼마나 미친 녀석들이 잘 아는 한스로서는 걱정이 들 정도이다.

겉으로 나름의 대의와 명예를 아는 모습과 달리 카이엘 제국은 그 시작부터가 의미심장했다.

본래 카이엘 제국은 대륙의 끝자락 부족에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 대륙에는 7개의 거대한 왕국만이 있을 뿐이었는데, 그 누구도 쉽사리 우세를 보이지 않을 만큼 균형적인 힘의 평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기에 고대 시대 이후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보내기도 했었는데, 그 평화를 망친 것이 이들이다.

카이엘이라 불리는 인간은 과연 인간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강한 인간이었다.

문헌으로는 스물이 채 되지 않아 소드 마스터에 올라섰다고 하는데, 그는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그 수많은 부족을 강제로 하나로 통합시켰다.

이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대부족을 꾸려낸 그는 바로 옆에 마주하던 제덴 왕국을 공략했다.

다행이라 할지 제덴 왕국에도 초인이 있어 그를 막아설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당시 겨우 스물이 넘었던 카이엘은 초인이 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그자와 대등하게 맞섰다고 한다.

결국, 오 년이 채 되지 않아 제덴 왕국이 무너졌고, 초인은 카이엘에 의해 숨을 거두었다.

그렇게 카이엘 제국이 시작되었다.

카이엘 제국은 다시 오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 자신의 옆에 있던 세세 왕국 하나를 잡아먹었는데, 그제야 남은 다섯 개의 왕국은 위기감을 느꼈다.

하나로 연합하여 싸우기 시작했는데, 당시 극성을 부리던 오크들과의 전쟁으로 쉽사리 병력을 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 아래 그들은 하나로 똘똘 뭉친 덕분에 제법 오랜 시간을 카이엘 제국의 침략에 맞설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카이엘이 소드 마스터를 초월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리는가 싶더니 초인이 최소 셋 이상이 되어야 막을 수준에 올라서면서 그 균형은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두 개의 왕국이 무너지고 말았는데 아쉽다고 할지 카이엘 제국의 확장도 여기까지였다.

두 개의 왕국을 잡아먹으면서 그들은 오크들의 왕 칸의 직속세력과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카이엘의 힘은 인간이라 보기 힘들만큼 무시무시하였으나 칸과 그가 이끄는 도칸들의 연합공격은 아무리 그라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왕국으로 향하던 모든 병력들을 집결하여 오크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생을 싸우며 원망했던 오크들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게 된 삼대왕국은 이후 전쟁 이후 왕권이 약화되면서 반란이 일어났고, 점차 왕국의 숫자가 늘어나더니 야안 제국이 나타나기 전의 형태로 변했다.

카이엘이 제국을 세운 이후 대대로 제국은 엄청난 힘으로 대륙을 호령했는데, 이는 그의 후손이 대대로 뛰어난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스는 의아함을 보였다.

아무리 괴물 카이엘의 피를 이었다고는 하지만 어째서 후손들이 대대로 그처럼 뛰어난 인물만이 남는지 이해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은 무시무시했다.

바로 카이엘 제국의 황실은 초대 카이엘의 피를 보관하고 있으며, 그런 그의 재능을 최대한 잇기 위해 황실에서 흑마법을 손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 흑마법에 의해 후계가 태어날 때마다 오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어나갔는데, 이렇게 태어난 황제 중에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초인에 올라선 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외에 카이엘 제국의 대공들은 저마다 흑마법을 이용하여 다음 대의 초인을 육성하였는데, 야안이 상대했던 레필 공작의 경우가 특이하였을 뿐이다.

이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수하들 또한 흑마법으로 그들을 이끌었으며 이것이 카이엘 제국에 그토록 수많은 강자가 있게 된 배경이었다.

덕분에 카이엘 제국은 오크들을 상대하고도 남을 전력을 갖추게 되었으며, 자연 대륙의 다른 왕국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 카이엘 제국에게는 아쉽게도 왕국들은 그러한 카이엘 제국의 성장에 위험을 느끼고 전조의 오대 왕국들의 뒤를 밟아 연합왕국을 탄생시켰다.

그러한 카이엘 제국의 배경을 잘 알고 있던 한스는 이들이 위기를 앞두고 또 어떤 미친 짓을 했는가 싶어 서둘러 다섯 별의 정보를 열었고, 그 내용을 보고 있는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만다.

한참을 감정의 그 혼란 속에 머물던 그가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칸이 카이엘 제국과 연합하게 되었다고?”

그 오만하고 오만한 오크들의 왕 칸 그가 인간들과 연합하였다는 것이 한스는 믿기지 않았다.

특히나 이번 대의 칸은 전대의 칸을 잡아먹었을 정도로 포악스러우며 호전적인 자이다.

가장 큰 비극이라 할 만큼 강한 이이기도 했는데, 그의 계산이 틀리지 않다면 초인 셋은 나서야 그자와 대등할 수 있을 것이며, 넷이 되어야 그를 잡을 수 있을 터였다.

그것도 도칸들이 돕지 않았을 경우의 이야기였고, 도칸들이 나섰을 경우 야안 제국의 칠대 초인들이 모두 나선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이다.

당연히 오크들의 세력 또한 역대 최고라 할 만한 것인데, 그러한 세력을 이끄는 칸이 카이엘 제국과 연합한다는 것이 그는 믿을 수 없었다.

만약 이 정보를 가져온 흑조가 눈앞에 있다면 그의 멱살을 잡고 싶을 정도인데, 그는 스스로 마케를 펼쳐 흥분을 가라앉히며 생각에 잠겼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야 하는 것이 현자의 자세였고, 그는 그것을 그 누구보다 잘 따르고 있었다.

“연합하였다고 하지만 이것은 칸이 카이엘 제국 밑으로 구속되었다고 해도 다름이 아니다.”

그는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손을 맞잡는다는 것은 칸이 죽었다 깨어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니 카이엘 제국에서 또 어떤 미친 짓을 통해 칸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한 것인데, 한스는 낮은 한숨을 흘려댔다.

“후~ 어쩌면 또 카이엘의 피가 이상한 일을 벌였는지도.”

현재 제국을 대표하는 대공 가문 몇 곳은 카이엘 피에 의한 결과물이라 여겨지고 있는 만큼 카이엘 그 초대 황제는 여러모로 수상한 구석이 많았다.

“다행이라면 야안 님이 이제 제국에 있다는 것이다. 그분께서 계획하신 일이 성공적으로 끝이 난다면 해 볼만 하겠지.”

한스는 스승인 야안으로부터 진정한 의미의 현자의 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놀람을 금치 못했다.

호기심과 흥미에 그는 이 현자의 탑을 방문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그는 움직일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대신 한스는 자신의 제자 엘룬을 현자의 탑에 보내었는데, 이는 엘룬 그 스스로 어렵다 생각하지만,그가 보기에 엘룬이 초인에 올라설 기량이 충분히 있다 판단해서였다.

역대의 전설의 현자들의 깨달음이 잠재된 곳이니만큼 그의 판단이 맞다면 다시 보게 될 엘룬은 초인으로서 각성한 뒤일 것이다.

그는 한참 궁리하다 좀 더 자료의 필요성을 느끼고 현재 음지에서 수행 중인 사매 젤로에게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

“역시 사형이라고 해야 하나? 사형의 예상이 대부분 맞아 들었군.”

야안이 거두어들인 제자 중 유일한 여성인 젤로는 그 타고난 인간들을 다루는 능력으로 현 황실 정보 조직의 수장을 맡고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음지의 세력을 이끄는 그녀는 대외적으로는 지방의 백작위에 있으나 그 위치는 공작이라 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녀가 있기에 야안 제국은 매번 카이엘 제국과의 정보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데, 복귀한 야안으로부터 재밌는 마법을 배우게 된 뒤부터 그녀의 활약성은 점차 커진 상태였다.

바로 존재의 의의를 지우는 주술을 마법으로 변한 시킨 마법이 그것으로 비록 존재의 의의까지는 어렵지만, 그 존재감은 현저하게 낮추어주는 마법이었다.

무엇보다 이 마법의 장점은 고위급의 주술과는 달리 낮은 수준에서도 펼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이 마법을 젤로는 속임수라는 고대어인 ‘젠카’라 명했고 덕분에 그녀가 다루는 정보원들의 생존률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고급 정보를 쉽사리 얻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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