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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46화 (346/385)

야안 346화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리트담이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던 오인의 초인에게 부탁을 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리트담 그는 야안이 왜 이 전장에 나타나지 않았는지 대략적이나마 그 이유를 짐작했었고, 그로서 그는 자신을 숨기고자 했다.

하기야 오크의 칸이 죽은 이후 리트담이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본래 11명의 초인과 더불어 저주받은 숲의 초인들까지 합류한 현 야안 제국이 카이엘 제국을 압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대로 놓는다면 카이엘 제국은 더 이상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별수 없겠군.”

황제는 중얼거렸다.

그 말과 함께 결정을 내린 그는 피에 젖은 양피지로 된 책을 꺼내 들었다.

오크의 저주와 관련된 책이었던 그것은 칸이 죽은 뒤에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화아아아악-’

황제는 책에 마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마나였는데, 그가 거주하는 황성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나듯이 흔들리는 황성의 중심에서 혼란에 빠진 시종들과 수하들의 비명을 한 귀로 흘려듣는 가운데 책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마치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한 태도였는데, 이미 검의 종주에 올라선 황제였던 만큼 그 이상의 마나를 끌어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퍼석, 퍼서석-’

그 힘을 두 배로 끌어올린 황제의 힘에 결국 궁궐이 붕괴 되는 조짐이 보이려는 가운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만, 그만.”

나타난 이는 지난날 황제에게 그 책을 주었던 여인이었다. 그녀가 나타나 그만하기를 말하기 무섭게 황제는 그가 끌어올렸던 마나를 한순간에 풀어 버렸는데, 황성 전체가 부풀어 오르다 바람이 빠져 사그라지는 꼴을 보이며 다시금 크게 뒤흔들렸다.

흐트러진 모습과 함께 나타난 그녀는 한 손에 책자를 쥐고 있는 황제를 보며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이지 인간들은.”

아리따운 그녀가 살짝 아미를 찌푸리며 슬쩍 눈을 흘겼다. 사내라면 그녀의 그 아름다움에 크게 뒤흔들릴 수 있을 터이나 황제는 마치 바위처럼 변화가 없었다.

그러한 황제의 모습에서 그녀는 재미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톡 쏘듯이 말했다.

“베델이 가르쳐 주었나 보지?”

카이엘 제국을 살릴 더 강한 힘을 요구하고는 황제에 악마 베델은 결코 손대어서는 안 될 금기에 황제를 인도하였다.

그리고 나타난 결과가 이것.

황제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다시금 베델이 가르쳐 준 바대로 마나를 책에 부여하려는 가운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만, 그만. 알겠어. 계약하지.”

마치 옆집의 귀여운 어린아이의 조름과 투정을 받아준다는 듯한 태도였다.

“내가 피의 군주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피의 군주 라켄의 말에 황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가 나의 반려자가 되기를 원한다.”

자신의 반려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황제의 말에 피의 군주는 장난 어린 표정을 얼굴에 보인다.

“어머, 터프하기도 해라. 만약 내가 인간이었다면 흠뻑 빠졌을걸.”

그러며 고성 높은 웃음을 흘리던 피의 군주 라켄은 황제에게 다가와 그가 쥐고 있던 책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위대하고 위대하신 모든 죽은 것을 지배하시는 어머니께서 만드신 이 서를 이렇게 이용할 줄은 몰랐어. 역시나 최근에 만들어진 악마답다고 할까?”

그 말을 하는 가운데 피의 군주 라켄의 몸에서 검붉은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공포의 결정체와 같은 그 피는 허공서 어떤 형태를 하더니 이내 흐트러지며 책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점차 검게 물들어져 가는 책은 이내 부르르 떨어대더니 자신을 쥐고 있는 황제의 손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아아악-’

마치 사악한 뱀의 위협적인 소리 같은 것이 울리는 가운데 황제의 팔과 다리를 타며 뒤덮던 그것은 결국 목을 타고 머리마저 집어삼켜 버렸다.

‘우우우웅-’

요란한 울음소리가 일어났고, 그것을 지켜보던 피의 군주 라켄은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답구나.”

검의 끝자락에 올라선 검의 종주. 단순히 그 본신의 힘만을 따지어 본다면 악마들 가운데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그러한 존재가 이제 계약을 통해 인간을 넘어서 악마로서 각성하였으니 그야말로 엄청난 존재로 각성하였다고 하겠다.

“진정 나의 반려자로 부족함이 없도다.”

피의 군주 라켄이 그리 중얼거리는 가운데 황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명의 악마와 죽음의 지배자의 권능 아래 오염된 최초의 인간답게 그가 지닌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군.’

황제는 그리 생각하며 자신을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피의 군주 라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꽈아아악-’

여리딘여린 듯한 그녀의 목을 세차게 잡은 것인데, 그대로 들어 올려 자신의 코앞까지 끌고 와 살펴보는 황제의 눈빛은 마치 재밌는 것을 발견한 눈빛이었다.

마치 장난감 다루는 듯이 자신을 다루는 황제의 태도였으나 피의 군주 라켄의 태도는 오히려 너무도 마음에 든다는 듯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러한 피의 군주 라켄의 태도에 황제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놔주었다.

“제약은 사라졌다. 번식하라. 재료는 내가 가져다주지.”

황제의 말에 라켄은 황홀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되지 않아 카이엘 제국의 수많은 여성이 황성의 지하로 끌려오기 시작했고, 여인들의 공포에 물든 울음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1전장에서 칸을 잡음으로서 대승리를 이룬 야안 제국의 진격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쉽사리 총 9군데의 전장이 밀려나기 시작한 것인데, 그중 카이엘 제국의 초인 일곱 중 두 명이 죽기도 했다.

결국, 중립 지대에서 밀려나며 카이엘 제국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하였는데 보름이 채 되지 않아 야안 제국에 넘어온 성의 숫자는 수십 개가 되었을 정도였다.

상식적으로 그러기란 어려움이 있지만, 이는 싸우지 않고 성을 열어 바치는 성주들 때문이었다.

이미 대세가 야안 제국으로 기울었다고 그들은 여긴 것이다.

이번 전쟁의 총사령관인 한스는 순조로운 진격이 이루어진 가운데에도 그는 얼음장 같은 태도를 유지했다.

카이엘 제국이 이대로 무너질 것으로 생각지 않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의 스승 야안과 시간을 뛰어넘은 위대한 자 리트담 또한 카이엘 제국에 악마가 있음을 인지하지 않았던가?

하니 진격이 이루어지는 가운데에도 그는 어떤 때보다 신중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오늘만 벌써 다섯 곳의 영지를 손에 넣은 한스였으나 그는 황성에 다가갈수록 자신도 모르게 느껴지는 불길함에 결국 진격을 멈추었다.

‘여기다. 만약 싸우게 된다면 여기서 싸워야 할 것이다.’

지형적으로 방어하는 데 있어 최적이라 판단한 지역을 중심으로 방어 태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인데, 그러한 한스의 태도에 그 밑의 장수들의 잡음이 일어났으나 이는 길게 가지 않았다.

한 번에 몇십 수 앞까지 보는 한스인 만큼 그가 쌓은 신뢰가 그들의 혼란을 잠재운 것이다.

오크들을 학살하기 위해 움직임마저 멈추게 한 한스는 힘을 안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한스의 의견 아래 초인들이 하나둘씩 모이는 가운데 엄청난 방진이 만들어졌고, 그러한 방진을 바라보던 한스는 그럼에도 불안함을 쉬이 떨쳐낼 수 없었다.

‘지금쯤이면 리트담 님이 야안 님을 만나셨을지 모르겠군.’

리트담이 그 고대의 전쟁에서 벗어나 천 년이라는 시간을 넘어선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결국, 이루고야 말았던 완성한 주술.

그 끝자락에 오른 리트담은 자신의 경지를 탈인(脫人)이라 하였다.

진정한 의미에서 그 탈인이라는 경지에 오른 것인데, 그는 이 탈인에 오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다.

야안에게 가야 할 기연을 자신이 가지게 되었으니만큼 그 이상의 것을 야안에게 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안을 만나야 했던 리트담으로서는 그 말도 안 되는 주술로 시간을 넘어선 것이다.

한스는 그 사정을 알고, 야안이 가르쳐 준 바대로 태초의 공간으로 리트담을 들여 보냈다.

비록 야안이 있는 현자의 탑이 있는 곳에 내려 주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탈인에 오른 리트담이라면 그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부디 그분들께서 늦지 않으셔야 할 텐데.’

한스의 불안함을 아는지 오늘따라 저 달빛이 흐려 보인다.

‘콰아아앙-’

요란한 파공음 소리가 뒤늦게 들려오며 어떤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야안을 찾기 위해 태초의 공간에 들어선 리트담이었고, 그는 한스의 예상대로 무사히 야안이 일으킨 현자의 탑 앞에 도착하였다.

‘이것이 현자의 탑.’

탈인의 경지에 오른 리트담이었지만, 심상을 구현화 시킨 현자의 탑을 눈앞에 보는 순간 말문을 잃고 말았다.

초인을 다시금 초월하며 끝자락에 올라선 리트담이었기에 이 현자의 탑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 알았던 것이다.

“확실히 전설의 현자가 아니라면 이런 것은 드래곤들이라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죽음의 지배자와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전설의 현자였으니 어쩌면 이러한 놀라운 물건도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물질이자 물질이 아닌 그 거대한 현자의 탑의 진실된 모습을 꿰뚫어 본 리트담은 그 현자의 탑의 문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그는 현자의 문 앞에 도달했고,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그 탑의 문에 접촉하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쑤우우욱-’

놀랍게도 접촉한 그의 손은 그 어떤 것도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탑의 문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손을 시작으로 그의 팔이 잠기더니 이내 그는 천천히 그 안으로 걸음을 띄어 냈고, 결국 그는 현자의 탑안으로 사라졌다.

오직 선택된 자 야안의 허락 아래만 열릴 수 있는 현자의 탑에 최초로 그의 허락 없이 들어선 이가 나타난 것이다.

본래의 의도와 달리 야안의 의식은 무의식에 빠져 있었다.

두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유피테르 그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판단한 야안은 현자의 탑을 소환해 그 안에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자 했다.

역대 전설의 현자들의 모든 심상이 잠들어 있는 현자의 탑이니만큼 그 방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결국, 그는 현자의 탑에서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2차 각성이라.’

현자의 탑을 통해서 그가 알게 된 것은 유피테르 그가 총 3번의 각성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중 첫 번째는 계약 기간에서 이미 야안이 겪은 바가 있다.

바로 그를 일 깨우는 계약이 그것으로 야안은 그 각성을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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