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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47화 (347/385)

야안 347화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 각성이다.

무엇이 유피테르로 하여금 각성케 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스스로 선택한 것일지도.’

야안은 그런 각성을 빠르게 할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고, 그에 대한 방법을 곧 알 수 있었다.

유피테르의 무의식 세계에 접촉하는 것으로, 그가 의식으로 나올 수 있게 도울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일을 해내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마법도 주술도 아닌 신화시대 바다를 지배하였던 피오들이 다루었던 ‘젠’이었다.

다른 이의 무의식을 접촉한다는 것은 자칫 자신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다.

자신이나 자신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특히나 그 대상자와 시전자의 격의 차이에 따라 그럴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데 그 상대가 정령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피테르였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젠’을 활용하니 그것이 가능했다.

현재 야안의 신성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고위 신관을 코앞까지 둔 상태인데, 현 대륙에 그보다 뛰어난 신성력을 발휘할 존재는 한때 구대 초인 중 하나로 받들어졌던 성자 제론 정도였다.

신성력은 절대적 의지이다.

달리 말하자면 신의 의지를 빌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절대적 의지를 활용하는 것이 ‘젠’ 이었는데, 당연히도 신의 의지인 만큼 그 힘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이적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야안은 자신의 신성력을 ‘젠’을 통해 다루어 제 존재의 의의를 보호하였다.

물리적이지 않은 그 무의식을 어쩌면 외부의 힘이라 할 수 있는 신성력이 접촉하며 그를 보호해야 했다.

상식을 벗어난 행위라 할 수 있는데, 신성력의 성격 답게 ‘젠’을 통해 그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발휘되었다.

하여 그는 다시금 ‘젠’을 통해 유피테르의 무의식에 접촉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그는 유피테르의 변화 과정을 지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것이 본래의 모습이던가?’

그랬다. 그는 그곳에서 유피테르의 본래의 모습을 보았고, 그 존재감에 말문을 잃고 말았다.

그가 보았던 가장 큰 존재였던 하나도 이 앞에서 한낱 바닷가의 모래 알갱이 따위에 불과했다.

그랬다. 그는 하나이자 모든 것이었다.

그는 그 세상 그 자체였고, 아주 작은 먼지 따위도 그였다.

그가 마주한 유피테르는 그 이름 아래 이루어진 계약에 일부가 떨어져 나온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일부는 다시 그 세상에서 좀 더 큰 것을 먹기 위해 자신의 그릇을 넓히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도 힘들고 괴로운 작업이었다. 촌부가 삽으로 산을 엎어 버리는 것만큼이나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유피테르의 무의식은 그것을 쉬지 않고 이루어내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가?’

야안은 생각했고, 그에 아직 여력이 남은 신성력이 꿈틀거렸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겠지만 이번에도 ‘젠’을 통한 신성력은 그 일을 가능케 했다.

그의 무의식을 너머서 일어나는 신성력은 그렇게 ‘젠’을 통해 유피테르의 무의식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긴 시간이 지나 야안은 떠나야 할 때가 왔음을 인지했다.

‘도와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군요.’

그는 이제 겨우 자신의 무의식을 보호하는 정도의 신성력만을 남겨 둔 상태였다.

만약 상태창을 여기서도 운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야안이 그렇게 ‘젠’을 펼친 덕분에 유피테르의 일이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만약 시간이 허락만 된다면 야안은 다시금 유피테르의 일을 돕기 위해 그의 무의식의 세계로 올 것이다.

그는 빠르게 유피테르의 무의식 세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빛과도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듯했는데, 그가 의식을 차렸을 때 그가 머물던 현자의 탑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이건.’

야안은 너무도 당황스럽다는 태도를 보이었는데, 바로 다름 아닌 현자의 탑에 그가 허락지 않은 이방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현자의 탑은 그를 거부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의 상식으로는 실로 이해되지 않는 형상이었다.

현자의 탑은 그로 인해 유지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거 도대체 무슨 일인 것인지.’

이러한 괴상스러운 일을 벌이는 일을 한 존재가 누구인가? 라는 생각에 그의 머릿속은 크게 혼란스러워졌다.

“악마인가?”

언제나 파격(破格)을 보이며 새로운 악마들로 하여금 일을 벌이는 죽음의 지배자였으니만큼 어쩌면 그가 새로 만든 악마일수도 있겠다 싶었으나 이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삿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펼쳐진 일이 괴이할 뿐 삿 된 기운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만나 봐야겠지.”

야안이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그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대기 속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재밌군. 자이웅 님께서는 주술을 만드실 때 이런 사고의 전환으로 만드셨구나.’

우연히 들어선 현자의 탑에 이루어진 방에서 자신의 힘의 근원인 주술의 탄생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알게 된 리트담은 감탄에 감탄을 보였다.

리트담은 야안으로부터 자이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다.

당시 그는 죽음의 지배자가 남긴 저주로 인해 엄청난 고통 속에 휩싸여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후대를 위해 새로운 힘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이적인 일이라 하겠다.

물론 이 때문에 그는 주술을 만들었으나 그 경지를 크게 이끌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하였기에 이 주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

너무도 허술한 면이 많았기에 리트담은 그 위에 새로운 주술의 체계를 올릴 수 있었고, 그로서 자이웅이 생각한 것 이상의 주술이 완성되었다.

어쩌면 주술은 역대 전설의 현자들이 만들어 낸 힘들 중 가장 특이하고 뛰어난 힘일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그는 자이웅이 주술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또 다른 주술의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야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적도 잊은 채 넋을 놓고 있던 그는 순간 자신이 머문 현자의 탑에 일러진 기묘한 변화를 인지했다.

‘야안 님이시다.’

야안이 의식을 차린 것을 깨달은 것인데, 이는 다름 아닌 그가 현자의 탑에 펼친 동화의 술 때문이었다.

그는 조금 전까지 그의 흥미를 이끌었던 그 주술의 발견을 어려움 없이 털어내었다.

그리고 그의 공간의 대기가 일렁이다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고, 나타난 그에 리트담은 왈칵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주군께 인사드립니다. 정말이지 뵙고 싶었습니다.”

뵙고 싶었다 말하는 그는 격정에 휘말려 그의 몸은 자잘하게 떨리고 있었다.

얼마나 뵙고 싶었던가?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파격에 파격을 보였던 리트담이었던 만큼 그의 심정은 오직 그만이 알리라.

“자, 자네는.”

그에 반해 야안은 리트담이 자신의 눈앞에 있자 어안이 벙벙하였다.

예상치 못한 일이 닫히게 된 그는 지금의 상황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그가 진정 리트담이었음을 알았고, 그는 그제야 그를 부둥켜안았다.

“어떻게, 어떻게 자네가 이곳에 있는가?”

주군의 뜨거운 눈물이 자신의 등을 적시고 있음을 느끼던 리트담은 그 뜨거운 눈물을 애써 감추며 그간의 이야기를 꺼내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야안은 낮은 한 숨을 흘렸다.

‘이번에도 대현자 테무드께서 고독하고 힘든 싸움을 하였었구나.’

그래도 다행이었다.

유피테르를 결국 깨우지 못한 가운데 생각보다 이번 일은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어쩌면 그 승리할 가능성이 낮은 전투를 해야 했는데, 리트담이 등장하였으니 그로서는 이제 그 걱정을 덜어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황제와 그 배후의 악마일 뿐.’

그리 생각하는 가운데, 현자의 탑에서 기묘한 울림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 울림은 다름 아닌 악마가 전장에 모습을 보이었을 때 알리도록 조처했던 것으로, 이는 결국 전장에 악마가 나타났음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참으로 교묘할 정도로 우연이 낳은 산물이라 하겠지만, 이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리트담에 의해 무너진 제국으로서는 이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을 논할 수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태초의 세상에 있는 야안의 흔적마저 찾아내고야 말았던 리트담이었다.

그 또한 야안이 느꼈던 것을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빠르게 움직여야겠군요.”

리트담은 자신이 이곳 현자의 탑으로 오는 데 걸린 시간을 생각하며 다급히 말하는 가운데 야안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게. 나 또한 하나의 길을 완성한 자이네.”

그 말과 함께 인벤토리에서 현자의 지팡이를 꺼내어 든 그는 미리 현자의 탑에 펼쳐 두었던 마법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탕. 탕. 탕-’

그가 현자의 지팡이로 세 번 바닥을 찍자 그 앞에 천 개가 넘는 룬 어들이 어지럽게 모습을 보였고, 야안은 그것이 나타나자마자 현자의 지팡이로 내리쳤다.

‘우우우웅-’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공간이 찢기기 시작했다.

“거부하지 마시게.”

리트담의 힘을 아는 야안은 그리 말하며 그 공간 속으로 빨려들었고, 리트담 또한 그 압박하는 힘에 순순히 몸을 맡겼다.

‘와아아아아-,’

그리고 잠시 후, 잠깐의 혼란이 끝났을 때 리트담은 뜨거운 전쟁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전 태초의 공간에 있었던 자신이 단번에 차원과 공간을 넘어서 가고자 한 곳에 도착한 것이다.

‘이것이 대현자.’

마법의 종주이기도 한 드래곤을 넘어서버린 존재.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리트담은 이 놀라운 이적 같은 마법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놀란 것도 잠시 리트담은 지금 카이엘 제국에게 밀리고 있는 전장에 고개를 돌려야 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일을 가능케 한 존재들에 고개를 돌렸다.

‘저것들은!’

리트담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피의 종족이라고 불리던 이들이었다.

스스로 뱀파이어라고 부르는 이들로 그들은 고대 리트담의 손에 의해 지워져 버렸던 이들이기도 했다.

다만 그들의 수장인 악마를 잡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그 우려가 결국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인간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뱀파이어들인만큼 이들의 상성은 인간을 희롱하기 딱 좋았다.

모두가 아름다운 여인들로 전장을 지배하는 남성들의 마음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데다, 그들이 힘을 채울 수 있는 것도 인간들의 피로 인해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상처를 입어도 인간들의 피를 마시거나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회복이 되니 인간들에게 있어 이보다 더 끔찍한 존재들은 없을 것이다.

야안은 예전 고대 거인들의 퀘스트에서 뱀파이어들을 마주하며 만약의 일에 대해 우려했었는데, 결국 그의 과거의 회귀가 계기가 되어 이러한 결과를 내놓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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