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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51화 (351/385)

야안 351화

리트담은 현자의 탑을 통해 잠시나마 자이웅 그가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이 놀라운 힘을 가진 주술을 만들었는지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저주의 그 끔찍한 고통에 휘말렸기에 그분은 이 주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러했다.

주술은 자이웅이 그 죽음의 고통에서 발버둥친 결과물이었다.

그가 겪은 고통은 일반적인 육체의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형태의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에서 부정당하는 것인데, 전설의 현자에 올라 진리에 순응하며 그 진리를 다루는 그에게 있어 이것은 그 어떤 저주보다 지독한 것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 스스로 자신을 부정하는 꼴이 되는 것인데, 전설의 현자답게 그의 부정은 단순한 싫다는 정도가 아니다.

세상과 격리하는 수준이며 그 존재를 지워버리는 수준이다.

하니 스스로 자신을 죽이는 그 아이러니한 저주에서 자이웅은 그 저주에 맞설만한 것을 찾았고, 그것이 주술인 것이다.

그 결과 무의식을 의식의 수준까지 끌어올려 그 부정을 다시 부정하게 되었는데 그는 그렇게 주술을 만들어냈으나 다만 스스로 건사하기도 어려웠던 터라 그것을 제대로 정립시키지 못했다.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 힘이었으니 그 모습이 정상과는 거리가 먼 것은 당연했다.

초기의 주술은 악마의 힘처럼 괴기한 형태의 것이었고, 이 때문에 사람들은 기피하였다.

하지만 자이웅의 후손들은 달랐다. 그들은 고통의 마지막 순간 남긴 유물을 지키고자 하였다.

하여 만들어진 것이 주술 제국이었으며, 오랜 시간을 통해 수많은 인재들이 차근차근 발전해 나갔지만 역시나 제대로 정립이 되지 않은 힘이었기에 그들은 제국의 마지막까지 그것을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두 번의 생을 살았던 주술의 천재 리트담조차도 탈인의 경지에 오른 뒤에야 초기의 주술이 나아가고자 한 목적을 알았으니 말이다.

리트담은 주술을 단순히 인간의 모든 가능성을 끌어 올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의식을 다루는 것으로 보았는데, 놀랍게도 자이웅은 그에 앞서 한 걸음 나아갔다.

그는 자신이 손을 댄 금기라 할 수 있는 세상의 인과의 법칙을 다루고자 한 것이다.

완벽하다 생각했건만 죽음의 지배자는 그 인과의 법칙을 비틀고 또 비틀었다.

그로서 그는 저주를 받았으나, 그는 그에 대한 공포보다 어떻게 죽음의 지배자가 펼쳐진 그 인과의 법칙을 비틀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 너무도 궁금했다.

그 와중 고통 속에서 발버둥치다 얻은 힘을 이용하고자 했는데, 다만 그 가능성만을 보았을 뿐이다.

‘인간이 무의식까지 모두 다룰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세상의 법칙에 관련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러했다.

야안과 함께 있었던 아직 완전치 못했던 탈인의 시절의 리트담은 자신을 감춘 죽음의 지배자의 흔적을 찾지 않았던가?

그뿐이던가?

완전히 탈인의 경지에 올라 천 년을 거슬러 이 시대에 모습을 보인 리트담은 악마들은 물론 태초의 공간에서 현자의 탑에 있는 야안의 흔적마저 바라보았다.

자이웅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리트담은 그 스스로 생각지 못했던 주술의 그 가능성을 완성되기도 전에 보았던 자이웅의 그 통찰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야안은 리트담의 이야기를 듣고 그 또한 긴 감탄의 의사를 표현했다.

설마 주술로서 인과의 법칙마저 다루고자 할 줄 누가 알았을까?

리트담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그 자신만큼이나 감탄을 보이는 야안에 리트담은 큰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품속에서 한 장의 양피지를 꺼내어 야안에게 건네었다.

“이것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깨달은 지금 보잘것없게 되어버렸지만, 이것은 저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야안은 그 양피지에 어딘가 기묘하고 신성한 힘이 깃들어 져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의문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그 양피지에 대한 정보창이 모습을 보였다.

[리트담의 양피지

등급 : SSS

주술의 끝에 오른 리트담의 모든 깨달음이 담긴 양피지이다. 그의 위대한 깨달음을 담기 위해 드래곤 하나는 자신의 피부를 벗겨 압축하여 그에게 내어주었다.

* 오직 한 존재 야안에게만 이 양피지는 양도가 가능하다.

* 그대를 탈인에 이르도록 이끌 것이다.

* 그 목적을 다하면 이 물건은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

등급으로는 SSS급이었는데, 이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단발성 물건이라지만 애초 그 목적이 탈인에 이르도록 이끄는데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드래곤의 피부로 이루어진 양피지였으니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야안은 이 정보창을 통해 리트담이 따로 말하지 않아도 그것의 가치를 알았기에 낮은 한숨을 흘렸다.

“하아~ 탈인의 경지에 오르는 물건이라니. 도대체 그대는.”

야안이 말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알자 리트담은 다소 놀랐으나 이내 그가 이방인이라는 아리스 님의 축복을 받은 존재라는 것임을 알았기에 그 사정을 알았다.

쉽사리 그것을 받지 못하는 야안에 리트담은 다가가 야안의 손에 직접 쥐여주며 말했다.

“오래전 주군께서 내어 주신 리트담의 서에서 저는 저 자신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에게 약속했지요. 반드시 주군에게 내가 깨닫는 것을 넘겨주기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저의 답입니다. 주군께서는 이 사람을 스스로 한 약속도 못 치기는 소인으로 만드시려 하십니까?”

그리 말하는지라 야안은 고개를 저으며 그가 내민 리트담의 양피지를 받아들여야 했다.

“고맙네. 정말이지.”

야안이 재능이 있다고 하지만 탈인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여전히 막연하기만 한 일이다. 하나 이 양피지가 리트담의 서와 같은 형태의 것이라면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이 탈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터였다.

시간이 지나 현자의 탑을 나와 황성으로 복귀한 야안은 그제야 양피지를 펼쳤다.

‘차아아악-’

그리고 그 양피지 안에는 정말이지 의외의 것이 그려져 있었다. 리트담의 서에서 보았던 것처럼 그 양피지에 어떤 한 인물이 그려져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점 하나만이 그 양피지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검은색에 가까운 붉은색이었는데, 야안은 그것이 피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안력을 돋구어 그 점을 바라보았는데,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그답게 그는 이 점이 단순히 한 번 찍어 낸 것임을 알았다.

아주 미세한 농도의 차이로 본 것으로, 적어도 일만 번 이상의 핏방울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피를 빨아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모든 것이 있다고 하더니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리트담은 험난한 과정을 걸쳐 이것을 완성하였군.’

그리 생각이 드니 다시금 리트담에 대해 그의 마음이 절로 알 듯하여 그의 심장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잠시 말없이 리트담을 생각하는 가운데 그런 그의 상념을 어지럽히는 일이 벌어졌다.

눈앞에 희끗희끗한 무언가가 일어난 것인데, 이는 다름 아닌 야안 그가 실로 오랜만에 보는 퀘스트를 알리는 창이었다.

[진실의 신전 퀘스트

등급 : SS

아리스의 힘이 담긴 진실의 신전을 일깨워라. 죽음의 지배자가 모습을 보일 때면 언제나 진실의 신전은 그 힘을 개방하여 수많은 신관을 탄생시켰다.

* 현재 모종의 이유로 열렸던 진실의 신관의 문은 다시 닫히고 말았다.

* 고위 신관만이 이 진실의 신전에 들어설 수 있다.]

등급은 SS급으로 그 내용을 보노라면 과연 그러한 등급을 내릴만한 퀘스트였다.

‘진실의 신전?’

그 또한 신관이니만큼 진실의 신전에 대해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진실의 신전이 열리면 놀라운 이적이 이루어진다고 들었던 야안은 그 이적이 어떤 것인지 몰랐었는데, 설마 그것이 수많은 신관의 탄생을 이야기할 줄은 그는 상상치 못했다.

현재 바 대륙에 파악된 신관의 숫자는 모두 열두 명이었다.

샤 대륙까지 합친다면 스무 명이 고작인데 적은 숫자임에도 이들의 파급력은 실로 놀랍다.

단순히 아리스 님의 뜻을 따르는 신관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발휘하는 신성 마법 때문으로 특히나 전란의 시대인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지난 전쟁에서 이들의 활약은 실로 눈부셨다.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전쟁이 있었던 것으로 다름 아닌 죽음과의 전쟁이었다.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했으며, 그 희생을 줄이기 위해 끝없이 두 제국에게 항의를 보였다.

이에 야안 제국은 그들의 뜻에 따라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최대한 살리도록 하였는데, 다만 그럼에도 숱한 생명이 덧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금 이들은 여전히 세상을 떠돌며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야안과 비견할 만한 노련한 신관들도 있었으니 확실히 그 파급력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아니, 초급 신관만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던가?

그러한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들은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니 그러한 신관들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하니 야안으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바쁜 여정을 보내게 되겠군.’

진실의 신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조건만이 필요하다.

바로 고위 신관에 오르는 것인데, 그 연유를 알 수 없이 사라진 성자 제론만이 이 시대에 올랐을 뿐이다.

그리고 야안은 그런 그의 뒤를 이어 고위 신관에 올라야 했고, 이는 단순히 스탯을 올리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리스 님 앞에서 실로 진실한 자여야만 가능한 일인데, 그런 것은 그가 단순히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하나 야안은 달랐다.

그는 이방인이었으며 그런 그에게 있어 이 일은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각성 스탯이 그것인데, 지난 전쟁으로 야안이 올린 레벨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레벨 : 3,999(3%)

직업 : 전설의 현자 비기너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 제왕지기, 영혼의 악사 (위대한 대장인 : 미착용)

생명력 : 32,6200

마나량 : 233,200

명성 : 17,600

힘 :1,571(+60)

민첩: 1,702(+60)

행운 : 2,010(+60)

지혜 : 2,970(+60)

신력 : 116 (+60)

마나 : 11,600 (+60)

정령력 : 1,680 (+60)

각성의 스탯 : 0

분배되지 않은 스탯 : 457]

4,000레벨을 코앞에 둔 것인데, 이같은 폭발적인 레벨 업은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바다의 신전 퀘스트를 무사히 성공한데다 피의 군주 라켄과 악마도 인간도 아닌 존재를 잡았으니만큼 야안이 실로 경이적인 레벨을 이룬 것은 당연하였다.

‘악마를 잡는다.’

리트담의 말에 의하면 악마의 숫자는 넷이 남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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