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358화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장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던 리트담과 달리 야안은 전장에 단 한 차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야안 제국의 힘이 샤 대륙을 압도적으로 넘어선 지금, 불안 요소는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바다였다.
하지만 그런 불안 요소도 그의 포탈에 의해 사라지자 이제 샤 대륙의 정복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야안은 그것을 알았고, 또한 리트담의 그 경이적인 능력을 믿었기에 그는 그간 미루어 두었던 일을 진행키로 하였다.
바로 비틀어진 인과를 되돌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전설의 현자였던 자이웅에 의해 실패하고만 그 일그러진 인과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부활의 준비를 진행 중인 바다의 종족 피오들을 만나야 했다.
아니, 정확히는 피오들의 왕 파란을 만나야 한 것이다.
피오의 왕 파란은 야안과 헤어질 적 그에게 비틀어진 인과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을 시도 하려는 자는 자이웅과 같은 자격을 갖춘 자여야 하며, 신격을 갖춘 자의 피가 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그 신격에 부족하지 않은 사마의 증표가 있어야 한다.
이 중 두 가지는 그 준비가 거의 끝이 난 상태였다.
전설의 현자 자이웅과 같은 자격을 갖춘 자는 다행히 이 시대에 있었다.
바로 야안 그 본인으로, 비기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지만 엄연히 그는 전설의 현자인 것이다.
하니 그 자격에 대해서 그가 부족한 것은 없었다.
다음으로 신격을 갖춘 자의 피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몰라도 파란 그에게 있었다.
바로 파란 그의 어머니이자 모든 피오의 창조주인 바다의 신 세이란의 피의 일부를 그가 봉인해 놓은 것인데, 비록 아직 완전한 힘을 얻지 못해 그 자신의 봉인을 풀기 어려웠으나 이는 고위 신관으로 올라선 야안의 도움이 있다면 불가능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지막 세 번째 신격에 부족하지 않은 사마의 증표에서 이들은 더 이상 일을 진행할 수 없었다.
사마의 존재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악마라고 해도 그 신격에 비한다면 그 격은 한참이나 떨어진다.
애초 드래곤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가장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죽음의 지배자의 증표를 얻는다는 것은 애초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일이었다.
이 일에서 막혀버린 야안은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바다를 나서야 했다.
하지만 야안은 낙심하지 않았다.
‘아리스 님께서는 불가능한 것을 말하지 않으신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야안은 그리 생각하였고, 이후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여러 전설과 신화의 기록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간 너무도 급한 일들이 벌어졌었고, 이에 그는 오랫동안 이 일에 한동안 손을 떼야 했다.
그러다 지금에 와서야 시간이 만들어지자 두 말 할 것 없이 이 일에 눈을 돌린 것이다.
바다의 신전을 통해 다시 피오의 왕 파란을 만난 야안은 그와 협동하여 그 봉인을 푸는 데 성공했다.
전성기 때의 파란의 힘은 실로 엄청난 터라 고위 신관인 야안이 힘을 보탰음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비되어야 했다.
무려 반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인데, 심상의 세상이라 실제로는 긴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얻게 된 바다의 신 세이란의 피는 단순히 두 번째 조건을 맞추는 것으로 끝이 나지 않았다.
그 피 중 일부를 파란이 섭취함으로서 파란은 소비되었던 신력의 상당 부분을 회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신력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파란은 아주 일부이기는 하나 바다의 신 세이란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
야안은 예상치 못한 행운에 크게 반기며 그의 각성을 축하해 주었는데, 그런 야안의 축하의 보답이라도 하듯이 파란은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그에게 해주었다.
‘어머니가 남기신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신화시대가 끝이 날 때쯤 빛의 신이 죽음의 지배자가 부활하기 전 그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나섰다.
결국 실패하고 말았으나 그 과정에서 빛의 신에 의해 죽음의 지배자의 일부 작은 조각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것은 미세한 조각에 불과했으나 능히 신력을 갖춘 것이었고, 이는 곧 거대한 악으로 각성하고 말았다.
빛의 신은 자신을 봉인하기 전 그 악을 남긴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 존재를 자신의 신격을 일부 나누어 그 속에 봉인하였다.
아마 이 존재라면 마지막 세 번째 조건을 갖추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본다.’
그 무시무시한 죽음의 지배자에게서 직접 떨어져 나간 것이니만큼 파란의 그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야안 또한 그러한 파란의 생각에 동의하였고, 그런 그들의 생각을 확신케 하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퀘스트가 나타난 것이다.
[빛의 신 할라의 퀘스트
등급 : SS+
대악마를 멸하라. 신화시대 절대적 악의를 지닌 파편을 봉인한 빛의 신 할라는 그것이 언제고 깨어날 것에 대해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 대악마는 오직 전설의 현자만이 상대할 수 있다.
* 퀘스트를 수락 시 빛의 신 할라가 세상에 남긴 권능의 일부를 그대에게 내린다.]
등급은 무려 SS+에 달하는 퀘스트였다. 리치왕 케르몬의 퀘스트가 S+이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대악마의 힘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마도 카이엘 제국의 황제에게서 나온 그 존재보다 몇 배는 더 격이 높은 악마일 것이 분명했다.
대악마라는 수식어가 붙어진 것을 본다면 야안이 지금껏 상대한 어떤 적보다 더 막강할 것이 분명했다.
과연 이러한 존재를 봉인에서 일깨워 상대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실로 의문이 갈 따름이지만 야안은 망설임 없이 그 퀘스트를 수락했다.
‘아리스 님께서 나를 지켜보고 계신다.’
퀘스트는 달리 말하면 야안 그에게 있어 주신 아리스의 말과도 다르지 않다.
성실한 아리스의 종인 야안이 그의 말을 아니, 따를 이유는 없었다.
또한 퀘스트에 나타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일은 오직 그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드래곤도 부활한 파란도 불가능한 오직 전설의 현자만이 대악마를 상대할 수 있다 하였으니, 그는 훗날의 불안 요소를 남길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어긋난 인과를 되돌리려면 그 존재의 증표가 필요했다.
그렇게 퀘스트를 받아들이자 곧 거대한 황금빛이 야안의 머리에서 터져 나오더니 주위 일대를 거칠게 삼켜버렸다.
그것은 상상치 못한 신력의 발현이었고, 그 신력에 파란은 물론 그 주위의 수많은 피오가 온몸을 떨어대어야 했다.
“이…… 이건!”
“으으으. 도대체 이것은 무엇입니까?”
점차 커져가는 신력에 피오들의 정신이 붕괴될 듯하자 파란이 손을 써 그들을 보호했다.
그제야 피오들은 겨우 살아났다는 태도를 보이며 크게 한숨을 들이쉬었고, 파란은 그 힘의 정체를 알고 아련한 눈빛을 보였다.
‘신. 그 격의 힘이로구나.’
그의 어머니 바다의 신 세이란을 만날 때 느끼던 그 신의 격이 주는 존재감이었다.
하여 그는 그 아련한 느낌에 젖어 있다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가 피를 통해 받은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이 힘은 빛의 신의 것이 분명한데, 어째서 갑자기 심상의 세상에 그 힘이 발현되었는지 파란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또한 그가 말하는 그 이방인들에게 내려진 아리스 님의 축복 때문일지 모른다, 그저 짐작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바깥의 사정보다 더 거대한 일이 그 황금빛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빛의 신 할라를 야안 그가 마주한 것인데, 정확히는 과거의 할라가 남긴 잔상이었다.
빛의 신이라 그러한지 잔상조차 빛 그 자체였다. 혼합된 빛이었는데, 형태 따위는 없었다.
만약 야안이 고위 신관에 오르지 않았다면 이처럼 마주하여 그를 바라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빛의 신이 남긴 잔상조차도 엄청난 신격을 보였는데, 야안은 몸속의 신력을 끌어내어 그 떨리는 몸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러한 야안의 모습에 빛의 신 할라는 기쁜 듯 말을 꺼낸다.
‘다행히 그분을 따르는 이구나. 생각보다 많은 것을 그대에게 남길 수 있을 듯해 그저 기쁠 따름이다.’
그 신언은 창조된 피조물이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나 아리스가 야안에게 내린 신성력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야안은 무릎을 꿇어 그에게 예를 표했고, 빛의 신 할라는 기쁜 듯 크게 흔들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남긴 불안함을 해소해 줄 그대에게 권능을 내리노니 그대에게 도움이 될지어다.’
그 말이 가진 바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야안은 크게 몸을 떨어댔다.
그리고 곧 거대한 충격과 함께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그가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나흘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나흘.
그 시간 속에서 야안은 황금빛에 갇혀있어 파란조차도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깨어났을 때 야안은 자신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음을 인지했다.
하지만 그 변화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터라, 그는 고개를 저으며 궁금증을 보이며 다가온 파란에게 그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하며 그 도움을 구했다.
파란은 야안의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묻는다.
“혹시 빛의 신께서 그 봉인을 풀 방법을 알려 주었는가?”
야안은 파란의 그 말에 잠시 멈칫하다 놀란 표정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머릿속에 그 위치와 방도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야안의 대답에 파란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자네는 빛의 신 할라님께서 내리신 축복을 받은 게 분명하네. 빛의 신 할라께서는 신화시대의 신 중에서 기적과도 같은 일들을 행하곤 하셨네. 분명 그대에게 축복이 내려졌을 것이네.”
야안은 파란의 그 말에 의문을 지우며 상태창을 불러들였다.
자신을 가장 객관적으로 수치하는 상태창이라면 그 변화를 알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그런 야안의 예상은 다르지 않았다.
[레벨 : 4,517
직업 : 전설의 현자 비기너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 제왕지기, 영혼의 악사 (위대한 대장인 : 미착용), 팔라딘
생명력 : 352,000
마나량 : 260,000
명성 : 56,000
힘 :1,700(+60)
민첩: 1,899(+60)
행운 : 2,150(+60)
지혜 : 3,100(+60)
신력 : 500 (+60)
마나 : 13,000(+60)
정령력 : 1,680 (+60)
각성의 스탯 : 1
분배되지 않은 스탯 : 974]
일어난 변화는 단 하나였다.
바로 0이었던 각성의 스탯이 1로 바뀌어진 것인데, 야안은 그 놀라운 변화에 잠시 말문을 잃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파란이 빛의 신 할라가 기적을 행하곤 하셨다 하였는데 과연 그 말이 틀리지 않은 듯해 야안은 그저 이 상황이 놀랍고 또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