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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59화 (359/385)

야안 359화

14. 하나의 선물

하기야 각성의 스탯은 오직 1,000개의 레벨을 올려야 얻을 수 있는 진귀한 것이었다.

그 자체로도 기적이라 할 만한 경이적인 능력을 지닌 스탯인 것인데, 그러한 것을 별다른 노력 없이 그저 퀘스트를 수락하는 것만으로도 얻었으니 야안이 이처럼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한 기쁨도 잠시 이런 기적적인 축복을 내려야 할 만큼 그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에 야안은 고개를 내저어야 했다.

‘강해져야 한다.’

떠오르는 생각은 그것이었다. 물론 강해져야 하는 것은 전설의 현자의 운명을 지닌 야안에게 있어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의 그가 강해져야 한다고 다짐한다는 것은 그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만약 시간이 틀어지지 않고 복귀에 성공하였다면 야안은 이처럼 급한 마음을 보이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르나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애초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이 가능한 것 자체가 상식선을 넘어선 일이다.

그리고 그는 과거를 통해 어쩌면 평생 걸려도 어려웠을 힘을 얻었다.

‘조급하지 말자.’

야안은 자신도 모르게 조급해지는 마음을 애써 달랬다.

가장 빠른 길은 조급한 마음을 버렸을 때 찾아오는 것임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오의 왕과 피오들의 배웅을 뒤로하며 야안은 현자의 탑으로 복귀하였다.

그의 복귀를 환영하는 듯 현자의 탑은 잠시 금빛 서리가 일렁이다 사라졌고, 야안은 그런 현자의 탑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보였다.

그는 잠시 현자의 탑을 돌며 옛 흔적을 살피다 곧 자신의 수련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수련실에 도착한 야안은 남은 조급함을 털어낸 상태였다.

본래의 그 현명함이 그의 눈빛에서 일어났는데, 야안은 그제야 정보창을 불러 각성의 스탯을 사용하기로 했다.

곧 각성의 스탯을 사용한다는 의지가 일어나기 무섭게 그의 눈앞을 어지럽히는 두 개의 창이 그 모습을 보였다.

[상위 비기너 정령사.

위대한 정령의 왕 유피테르의 힘을 일깨우는 것이 가능하다.]

[검의 전설

빛의 신 할라의 축복이 이를 가능케 했다. 검의 종주에 다다르는데 습득(習得)하는 것을 2배로 늘려준다.]

상위 비기너 정령사를 마음에 두고 각성의 스탯을 활성화했던 야안은 새로운 창의 등장에 그는 잠시 의아함을 보였다.

하지만 곧 그 의아함이 경악으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긴 시간이 소모되지 않았다.

빛의 신 할라가 내린 기적은 단순히 각성의 스탯에서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검의 전설이라는 놀라운 선택권마저 내 준 것인데, 그 정보창이 의미하는 설명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야안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드래곤 하나의 도움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가 그 짧은 시간에 대현자에 오르게 되는 데에는 바로 주신 아리스의 축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습득하는 것을 2배로 늘려주는 이 경이적인 축복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루지 못할 일이었으니, 비록 검에 한해서라지만 그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빛의 신 할라의 축복에 야안은 벅찬 감동을 쉽사리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그 격정을 내려 앉히던 야안은 곧 망설임 없이 두 번째 창인 검의 전설을 선택하였고, 곧 황금빛이 일렁이며 야안을 집어삼키다 곧 사그라졌다.

겉으로라면 변한 것은 없었으나 위대한 주술사의 경지에 오른 야안은 직감했다.

그때의 그 기적 같은 순간들이 다시 찾아왔음을 말이다.

곧 인벤토리에서 전설의 검을 꺼낸 야안은 수련을 행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몰아의 경지에 빠진 야안이었고, 그렇게 현자의 탑은 주인 야안의 몰아를 누군가 방해할까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그 자취를 감춘다.

그렇게 야안의 2년의 시간이 지났다.

* * *

전쟁이 끝이 난 뒤에야 리트담은 그 개인적 시간을 찾을 수 있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야안의 곁을 떠나 샤 대륙의 정복을 이끌었던 리트담이 그간 해낸 일들은 하나하나 그만이 할 수 있는 대단한 것들이라 그의 밑에 그를 따랐던 이들은 리트담에게 그 존경의 눈빛을 쉬이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존경의 시선보다 리트담의 모든 신경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바로 야안의 안위가 그것인데, 현자의 탑으로 들어선 것을 마지막으로 야안의 기척은 흐릿해져 사라져 버리자 그로서는 하루하루가 불안에 잠겼다.

혹시 일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어서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불안을 밖으로 내보이는 우둔한 짓을 그는 보이지는 않았다.

착착 샤 대륙에 사상의 뿌리를 내리는 일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바 대륙에서 시행 중인 신전을 비롯해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철마차가 지나다닐 거대한 길을 만드는 등의 공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중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작업은 바로 신전을 짓는 일이었는데, 이는 바 대륙에서도 그러했듯이 악마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보호막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였다.

현재 전쟁에서 망가졌던 테슬러들을 조립해 개조하여 공사에 쓰이고 있었는데, 그 활약상이 놀라울 정도라 공사 예상 시간이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비용 대비 그 효율성이 뛰어났으니 당연히 이 건설 테슬러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곧 일반인들이 다룰 수 있도록 그 마력 출력이 크게 줄어든 개조 형태의 테슬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개혁의 바람과 함께 샤 대륙은 빠르게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쟁이 끝난 지 반 년이 지났을 때쯤.

자이웅의 뜻을 이어 주술을 진화시키기 위해 고찰하던 리트담을 중심으로 강렬한 단절된 기운을 만들어내었고, 곧 그 변화에 대기가 요란스럽게 일렁여댔다.

‘번쩍.’

강렬하기 짝이 없는 강렬한 안광을 빛내며 눈을 뜬 리트담은 어딘가 들뜬 모습을 보였다.

“찾았다!”

환희 어린 그 목소리를 보노라면 그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알 수 있다.

그의 그러한 감정의 변화는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자이웅이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그 인과의 그물을 향한 주술의 첫 발자국을 뗀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건만 더불어 그로서 야안의 흔적을 찾고야 말았으니 그의 들뜬 감정은 당연했다.

한시라도 빨리 그 흔적의 끈을 잡고 다가가고 싶었으나 리트담은 서두르지 않았다.

‘후우우웅-’

어느새 일어선 그가 크게 발을 대지에 짓밟자 땅속에서 흐물흐물 거리며 무언가 하나의 흙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트담은 그 흙 인형을 향해 손을 뻗어 무언가 중얼거리자 점차 흙 인형에 색이 입혀지고 모양이 뚜렷하기 시작했는데 최종적으로는 눈 몇 번 깜짝할 사이에 그 앞에 리트담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화했다.

다시 그가 중얼거리며 흙 인형의 머리에 손을 올리자 죽은 눈동자에 생기가 돌며 안광이 빛이 났고, 마지막으로 두 손으로 그 단전과 가슴에 각 손을 올리니 엄청난 기운이 그 흙 인형에게서 일어났다.

초인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 존재가 탄생한 것인데, 리트담은 몇 가지 지시상황을 그 흙 인형에게 말해 주더니 이제야 되었다는 듯 반기며 걸음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걸음이 땅을 딛기도 전에 리트담은 공간 너머로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공간 너머로 사라진 리트담 덕분에 홀로 남겨진 진짜 리트담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은 흙 인형은 조금 전 리트담이 행했던 것처럼 가부좌를 틀더니 주술에 대한 고찰을 이어갔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그의 지인들과 수하들이 그를 마주하였으나 그가 흙 인형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했다.

위대한 주술사인 자이한 조차도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희미하게 느낄 뿐, 그가 가짜임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사실 이 일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차이를 희미하게라도 느낀 자이한이 놀라운 것이었다.

그가 이 대리 인형에게 부여한 주술은 그가 이번에 한 발 나아간 주술을 응용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리트담 그는 이 대리 인형에 인과의 그물을 살짝 비틀어 그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였는데, 그로서 리트담과 대리 인형의 인과는 일부나마 공유하게 되었다.

리트담이 할 수 있는 능력의 일부를 나누어 준 것으로 달리 말하면 이 대리 인형은 그의 분신(分身)이라 할 수 있었다.

갈라져 나온 그의 또 다른 형태의 리트담이라 할 수 있는데, 당연히 지난 새벽에 보였던 깊은 고찰이 가능한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겨우 한 발 나아간 주술이었을 뿐인데 이 정도의 일이 가능했으니 만약 이 주술이 완성이 된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 벌어질지 짐작하는 것조차 어려울 일일 터였다.

그렇게 하루의 일과를 무사히 마친 대리 인형은 다시 고찰을 하기 시작하였다.

‘쿠우우웅-’

누군가의 발이 대지에 닿기 무섭게 요란하다 싶을 정도로 대지는 큰 진동을 일으켰고, 그 못지않은 천둥소리가 함께 터져 나왔다.

그 놀라운 울림을 일으키게 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야안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던 리트담이었다.

마법이 아닌 한 발 나아간 주술을 통해 야안을 찾고자 공간을 갈랐던 그가 하루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다시 공간을 가르고 모습을 보인 것인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던 듯 그의 안색은 초췌했다.

“후우~ 자칫 휩쓸려 나오지 못할 뻔했군.”

생각보다 인과를 이용한 주술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위험성이 있었다.

수많은 인과의 그물에 얽혀 그 자신의 존재의 의의가 자칫 사라질 뻔했는데, 탈인의 경지에 올라선 그답게 그는 그 중심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겨우 그 그물을 풀어 나온 리트담은 애초의 목적과 달리 서둘러 공간을 열어 이곳에 도착한 곳이다.

푸른 하늘, 우거진 초원의 중심에 떨어진 리트담은 조금은 당황스럽다는 태도로 주위를 살폈다.

“여기는 어디지?”

실로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주위를 살펴보던 리트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탈인의 경지에 이른 리트담 답게 그가 발을 내디딘 곳의 이상한 현상을 단번에 알았기 때문이다.

저 푸르른 하늘이 가짜라는 사실을 안 것인데 거기서 끝이 아니라 이 세계가 비정상적인 규칙에 따라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 마치 현자의 탑 그것과 비슷하군.’

그 생각이 들자 리트담은 확신했다.

“이곳은 누군가의 심상으로 구성된 만들어진 세계일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꼭 그렇다고만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 그 심상의 세상 특유의 느낌 이외에도 현실적인 느낌이 상당수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 리트담은 곧 주술을 펼쳐 이곳 세상에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 살폈고, 이내 제 생각 이상의 엄청난 숫자의 생명체들이 살고 있음을 인지하였다.

그리고 그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진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인가?’

그가 인지한 생명체들은 놀랍게도 인간이 아니었다. 과거로 회귀라도 한 것처럼 죽음의 지배자에 의해 멸종된 다수의 이종족이 이곳 여기저기에 분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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