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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63화 (363/385)

야안 363화

‘끼리리리리릭!’

야안의 공격을 정통으로 받았던 대악마는 고통의 비명인지 아니면 분노의 외침인지 알 수 없는 날카로운 고주파를 전신으로 토해냈다.

‘우르르릉-’

그 고주파가 얼마나 강력했던지 야루스 산맥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인데, 덕분에 야안은 더 이상의 공격을 하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터무니없군!’

분신은 서둘러 두 손을 펼쳐 주술을 완성하며 자신을 보호했다. 그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는 대악마가 일으킨 힘이 예측한 것을 넘어선 말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그가 가지고 있는 상식을 깨어버리는 힘인 것으로, 마법도 주술도 아닌 격이 다른 어떤 무언가였다.

‘우지지직-’

본신인 리트담이었다면 모를까? 분신의 역량으로는 동화의 술로 몸을 보호할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보호막이 금이 가는 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 이건 악의로군.’

그 금이 간 것을 비집어 흘러 결국 자신의 코앞까지 온 그 고주파를 몸으로 맞이한 그는 이 대악마의 힘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그 말대로 악의(惡意), 그것도 터무니없는 순수한 악(惡)이었다. 순수라는 말을 사용할 만큼 티끌의 다른 것도 없는 악은 마치 신화 속 문헌 속의 악신을 연상케 했다.

또한 그는 이와 비슷한 것을 오래전에 느낀 적이 있었다.

리트담의 기억을 공유한 그였기에 알 수 있는 것으로, 바로 오래전 고대의 통일 전쟁의 전장터에서 느낀 죽음의 지배자의 그것이었다.

대악마와는 그 종류는 달랐지만, 그 불쾌하고 기이한 순수함은 같았다.

죽음의 지배자를 다시 만나기 전에는 다시는 이러한 느낌을 만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과연 야안이 말한바 그에게서 나온 분신답게 그것은 매우 유사했다.

리트담의 생각은 많았으나 실제로 흐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미 대악마를 상대로 인지의 술로 100:1을 발휘한 바 그는 그 생각과 동시에 자신의 몸속을 침범하는 악의를 뽑아내어 뒤틀어 세상에 풀어내었다.

리트담이 그러했다면 그보다 더 앞서 그의 공격을 마주하였던 야안은 그보다 앞선 곳에서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야안은 그 한 번으로 대악마를 끝낼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대악마의 방심으로 제대로 공격이 적중했음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못한 것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대악마의 반격에서 그의 힘을 맞이한 결과 그는 이해할 수 있었다.

‘악…… 악신이군.’

그랬다.

대악마라는 이름에서 야안은 그를 그가 상대했던 존재들 악마들의 진화된 형태라 생각했었으나 그것이 아님을 알았다.

대악마는 신화시대의 존재였고, 죽음의 지배자라는 존재가 탄생되기 전 존재했던 모든 것의 반작용에 있었던 그것의 일부였다.

‘그에 대한 내용을 알았음에도 나는 내가 만든 아집에 갇혀 그를 피조물의 형태로 판단한 것이다.’

신화시대의 신들과 피조물의 차이는 단순히 그 지닌 힘의 차이에서 생기지 않는다. 바로 세계에 관여하는 형태가 다른 것으로 무언가를 주관하는 것의 유무의 차이였다.

바다의 신 세이란이 자신의 피조물들 피오들을 주관하고 빛의 신 할라가 빛을 주관하는 것처럼 이 대악마 또한 주관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악의를 주관한 것으로 정확히는 파괴를 다루는 신이었다. 파괴의 신이라 불려도 무방한 악신인 것이다.

하니 아무리 바란이 악마들에게 치명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그를 제압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형태만 다를 뿐 그 또한 신성을 지닌 존재였으니, 정화의 불을 담당하는 신 바란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그를 제압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야안은 깨달았다.

‘아! 나는 조급함에 쫓겨 최악의 선택을 하였구나.’

대악마의 기운을 느꼈음에도 물러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용기 있는 행동이었으나 다만 죽음의 지배자가 부활할 시기가 다가옴을 느낀 그는 서둘러 일을 진행하고 말았다.

그것은 빛의 신 할라가 그에게 준 퀘스트를 보면 알 수 있다.

[대악마는 오직 전설의 현자만이 상대할 수 있다.]

전설의 현자만이 상대가 가능하다는 말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야안은 조급함 속에서 이를 확대해석했다.

전설의 현자를 향해 걷고 있는 자신만이 대악마를 상대할 수 있다 판단한 것인데, 그것은 매우 큰 실수였다.

정보창이 말한 것은 말 그대로였던 것으로 전설의 현자만이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지금의 그의 직업은 전설의 현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완전한 존재는 아니었다. 비기너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으로, 그는 전설의 현자가 죽음의 지배자를 상대할 수 있는데 필요한 신성을 얻지 못했다.

죽음의 지배자는 모든 악마와 부정한 것들의 신이다. 그러한 존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오직 신성을 지닌 자, 신만이 상대가 가능한데, 전설의 현자는 그 자격을 갖추게 되면 자연 신성을 얻게 된다.

야안은 마법과 검 이 두 가지 길을 완성하였음에도 이 자격을 얻지 못했는데, 이는 당연했다.

이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야안의 또 다른 동반자인 유피테르 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대현자이며 또한 최초의 인간이기도 한 전설의 현자 라블랑카스는 이를 깨닫고 그 신성을 얻기 위해 실제로 신을 끌어들였다.

바로 정령을 주관하는 존재 정령의 왕 유피테르를 끌어들인 것이다. 드래곤들이 유피테르 앞에서 그처럼 공손한 것에는 그가 단순히 대단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의 격을 낮추어 그 신성을 전설의 현자와 공유한 것에 있었다.

신으로서 상상치 못한 희생을 보인 존재였으니 그 사실을 아는 이라면 당연히 몸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니 유피테르가 온전히 모든 힘을 일으켰을 때야말로 야안은 비기너라는 수식어를 뗄 수 있을 것이다.

한데 유피테르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으며, 동반자 없이 홀로 이 대악마를 상대하게 되었으니 야안으로써는 되돌릴 수 없는 끔찍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야안이 이방인이라는 규격 외의 시스템의 힘으로 성기사의 힘마저 겸한 존재라는 점이다.

그것도 팔라딘이라는 칭호를 받는 이로, 만약 아리스로부터 그 힘을 허락받지 않았다면 대악마에 저 같은 상처를 줄 수도 없었을 터였다.

“아! 어리석었도다.”

야안은 탄식을 흘렸다. 이제 죽음의 지배자가 문제가 아니게 된 것을 직감한 것으로, 다만 그는 자신의 자책감에 휩쓸리지 않았다.

거대한 절망을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자신이 물러선다면 이제 남은 것은 절망만이 있을 뿐임을 안 것으로, 그는 결단을 내렸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여기서 행하리라.”

그는 그 말과 함께 대악마의 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플로메티아를 바라보았다.

봉인된 플로메티아의 등급은 고작 A+에 불과했지만 죽음의 지배자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구답게 그것은 능히 신성이 담긴 대악마의 힘을 막아섰다.

모든 공격의 위력을 반으로 줄어들게 하는 능력이 야안의 건곤대나이와 마주하면서 생긴 현상이기도 했다.

그만큼 지금으로도 이것은 대악마를 상대로 방패로서의 역할을 놀라울 정도로 소화하고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대악마가 힘을 발휘한다면 지금의 형태로는 어려움이 있을 터였다.

하여 야안은 플로메티아의 봉인을 풀기로 했다.

본래라면 전설의 현자에 올라서야 이 플로메티아의 봉인을 풀 수 있을 테지만, 야안은 이 플로메티아를 완성시킨 장본인이었다.

위대한 대장인에 오른 그는 모든 것을 다룰 수 있었고, 그것은 플로메티아의 봉인도 다르지 않았다.

‘쿠구구구궁-’

어마어마한 소리가 야안의 주먹 정도 크기에 불과한 플로메티아에서 터져 나왔다. 어찌나 거대한 소리였던지 대악마가 일으킨 주파수마저 뚫을 정도였는데 덕분에, 야루스 산맥을 뒤흔드는 대악마의 고주파가 멈추어졌다.

전설의 검과 같이 그는 플로메티아의 변화에서도 본능적으로 꺼려짐을 느낀 모양이었다.

‘삐이이이이익-’

그리고 그의 눈이 야안을 향했고, 동시에 조금 전의 고주파를 압축한 것 같은 강력한 무언가가 야안의 주위를 휘감았다.

그것은 마치 신화 속 신과도 싸우던 괴물의 입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것은 그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대악마의 힘에 멀리 떨어지고만 분신은 서둘러 법칙을 뒤흔들어 야안을 향한 그 힘을 뒤틀려했으나, 한발 늦고 말았다.

결국 그것이 야안을 먹어치운 것으로,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될 일이라 분신은 그 절망의 순간에 넋이 나가고 말았다.

만약 리트담 본인이었다면 결코 하지 않을 실수라 분신의 절망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절망하기에 이른 듯……. 기적이 일어났다.

‘화아아악-’

괴물의 아가리 속에서 영원히 소멸할 것 같았던 야안이 거짓말처럼 그것을 찢어내고 나타난 것이다.

마치 만년설 속에서도 피어나는 전설의 꽃처럼 기적처럼 나타난 야안의 몸 주위에는 푸른빛의 삼각뿔 형태의 무언가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운이 좋았다.”

야안의 말처럼 조금 전 그는 운이 좋았다. 신이란 격에 맞게 대악마의 공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힘 못지않게 공간을 격하였다.

이미 100:1의 인지의 술을 펼치고 있음에도 못해도 팔 하나는 내주어야 할 만큼 급격한 것이기도 했는데, 운 좋게도 그때를 맞춰 플로메티아의 봉인이 완전히 풀어졌다.

그렇게 봉인이 풀린 플로메티아는 마치 스스로 인격을 지닌 존재처럼 주인인 야안을 보호했다.

마치 야안 자신이 행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힘을 끌어다 그 괴물의 공격을 막아선 것이다.

플로메티아로 인해 몸을 보호할 수 있었던 야안은 또한 이 플로메티아로 인해 괴물의 아가리와 같았던 대악마의 공격을 그처럼 찢어낼 수 있었다.

그만큼 봉인이 풀린 플로메티아의 격이 남달랐던 것으로, 실제로도 그러했다. 야안은 이 놀라운 플로메티아의 정보창을 바라보았다.

[플로메티아.

등급 : SSS+

하이 드워프인 황금 드워프들의 유산이기도 한 이 방패는, 역사상 위대한 대장인의 경지에 두 번째 올라선 베론 야안이 그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것이기도 하다.

* 신성을 지닌 존재만이 이 무구를 사용할 수 있다.

* 신성의 힘을 증폭시킨다.

* 모든 공격의 위력을 반으로 줄어들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 그 어떤 것으로도 이 방패를 부서뜨릴 수 없다.]

봉인이 풀린 플로메티아는 놀랍게도 그 등급이 SSS+이었다. 전설의 현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전설의 검이 SSS등급이라는 것을 본다면 이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하이 드워프들인 황금 드워프들은 이 전설의 검을 넘어설 무구를 만들고자 했는데, 결국 야안의 손길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만들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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