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372화
하여 본래라면 죽음의 지배자들과 싸우려 했던 야안과 인연이 있던 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두 개의 길 중 스스로 원하는 길에 선택권을 주었다.
이 시간을 역행하는 곳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이 시간대에서 죽음의 지배자와 싸울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이었다.
이에 인간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당시 야안과 연이 있었던 인간들의 직위가 낮지 않았던 것으로 그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이룬 것을 버리고 불확실한 무언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인간의 특성상 이는 당연한 것으로 황제 바로 밑의 그 거대한 권력을 냉패겨치고 온 리트담의 경우가 매우 특이한 것이었다.
하나가 이 불문율의 마법을 완성하여 리트담을 찾으러 왔을 때 이미 리트담은 홀로 길고 긴 미래로의 여정을 행한 상태였다.
스스로 화석이 되어 시간을 멈춘 그에 그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그라면 이 불문율의 마법 세상의 불안정함을 넘어올 수 있으리라 직감했다.
하여 하나는 리트담이 이곳을 찾아올 것임에 대한 예언을 남겼고, 그의 예언대로 리트담은 야안을 찾으려던 중 이곳 세상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 뒤의 지금과도 같다.
리트담의 도움을 받아 그 세계를 그대로 이 세상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무려 1,000년을 이종족의 손에 다듬어진 세계인만큼 이곳은 놀라운 조화가 자리했는데, 무엇보다 그가 그 같은 노력을 한 것은 세계수 때문이었다.
세계수는 그 자체로 삿된 것을 물리며 세상에 풍요를 내린다.
재난과 재앙을 줄이고 조화를 만드는 데, 이 세계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다. 이것을 예를 들어 말한다면 죽음의 땅이라 할 수 있는 사막에 세계수가 심어지면 몇 년 지나지 않아 그 일대는 풍요의 땅으로 바뀔 정도이다.
또한 그 땅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수많은 정령의 재능을 깨우칠 것이니 정령사의 그 놀라운 힘을 상기한다면 이는 반드시 필요로 할 일이다.
무엇보다 세계수는 훌륭한 재료가 된다. 전설의 검을 담는 그릇인 현자의 지팡이가 세계수라는 점을 들어도 이는 알 수 있으며, 리트담의 그 괴이하고 거대한 주술력을 담을 수 있다는 점만 보아도 그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현재 야안이 있는 곳은 죽음의 지배자의 저주의 여파가 가장 크게 자리한 야루스 산맥의 한가운데였는데, 그는 그러한 이질적인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야안은 하나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에 대한 사정과 더불어 또한 그들이 왜 자신을 왕으로 대우하였는지 자연 알 수 있었다.
단체에는 구심점이 필요로 했고, 이종족들로서는 자신의 수장이 그 구심점이 되기를 원했으니 그 분란을 막기 위해서는 결코 부족하지 않는 구심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야안 그는 모든 조건을 만족하고도 남을 존재였다.
자연 그는 그들의 왕이 되었고, 지난 대악마와의 전쟁에서 다시 한번 그들의 왕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존재임을 입증했다.
그 길고 긴 이야기가 마쳤을 때쯤 어느새 날이 저물었고, 리트담은 그들의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략 한나절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다시 보게 된 리트담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는데, 야안은 이방인의 능력을 통해 그것이 무엇인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바로 세계수의 가지였던 것으로, 그 안에는 리트담의 주술력이 어마어마하게 담겨 있었다.
그것으로 분신을 만들어도 될 정도인데, 리트담은 이 엄청난 주술력이 담긴 세계수의 가지를 야안에게 내주었다.
“미약하나마 야안 님을 보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며 그에게 이를 내주니 야안은 아니, 받을 수 없었다. 하여 그것을 받았고, 동시에 그에게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우드드득-’
마치 뼈가 새로 맞춰지는 듯한 소리가 어지럽게 들리더니 노화된 야안의 육체가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처럼 그의 육체가 젊어지기 시작하였는데, 팔순이었던 야안의 모습이 70, 60을 넘어가더니 50살쯤 되었을 때 멈추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푸른 하늘과 붉은 노을과 같은 이종족의 수장들은 물론 그 당사자인 야안 또한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는 단순히 리트담이 그 외형을 바꾸는 것을 넘어 실제로 그 고갈된 생명력을 부풀리는 일을 행했기 때문이다.
하여 삼십 년이라는 세월을 거슬렀던 것인데, 이 부족한 생명력은 리트담이 그에게 내어준 세계수의 가지의 주술력이 대신하였다.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을 세상에 널린 공기로 대신하는 격이라 야안은 리트담의 그 끝 모를 주술에 감탄을 터뜨렸다.
“정말 놀랍구려. 이러한 일이 가능할 줄이야.”
야안의 그 만족하다는 듯한 감탄사에 리트담은 그저 미소로 반길 따름이다. 비록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을 역행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의도대로 주술이 이루어졌음이 기쁜 것이다.
그렇게 야안의 노쇠한 육체는 어느 정도 예전의 강건함을 찾았다.
리트담의 그 선물로 인해 야안은 생각했던 시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제 일을 행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바로 죽음의 지배자에 이용되고 뒤틀린 인과를 되돌릴 준비가 끝난 것이다.
신격을 갖춘 자의 피와 사마의 증표, 그리고 자이웅과 같은 전설의 현자의 존재 이 세 가지가 준비된 것으로 다만 부족한 전설의 현자의 자격을 이번에도 세계수가 도움을 주었다.
세계수는 그 자체로 신성을 지닌 존재라 야안의 부족한 신성을 대신할 대용품이 되었던 것이다.
터무니없는 오랜 시간 동안 뒤틀린 인과를 되돌리는 것이니만큼 야안은 각오를 남달리 하며 준비된 마법진에 올라섰다.
세계수의 가지로 이루어진 삼각뿔의 밑에는 각각 세이란의 피와 사마의 증표, 그리고 야안이 자리했다.
리트담은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하여 준비하였으며, 그곳에 있는 모든 이종족이 이 역사의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그의 주위에 모여들었다.
곧 삼각뿔에 한 측을 맡은 야안이 힘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그에 세이란의 피와 사마의 증표가 빛으로 변하더니 저 하늘을 향한 꼭지점에 모여들었다.
‘우우웅-’
섞이기 힘든 상극의 두 가지의 힘은 의외로 원래 하나인 것처럼 섞였는데, 그렇게 두 가지의 힘이 완벽한 하나가 되자 그제야 야안이 몸이 그곳으로 띄워졌다.
잠시 후 야안은 그 빛과 하나가 되었고, 이후 일어난 일은 어마어마했다.
‘쿠르르릉-’
하늘이 회색 구름으로 뒤덮어진 것으로, 단순히 이 일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 전체가 회색 구름에 뒤덮어졌다.
놀라운 현상이었으나 변화의 끝은 이제 시작이었을 뿐이다.
회색 구름이 점점 검게 변하더니 천둥과 번개, 폭풍을 곳곳에 일으키기 시작한 것으로 대략 반나절이 지났을 때쯤 검은 구름은 다시 회색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회색구름은 점차 화려한 빛으로 바뀌어 황금빛에 가까운 찬란한 빛으로 바뀌었는데, 그 황금빛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세상이 뒤흔들리며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
마치 야안이 아다마스를 펼쳤던 그 순간처럼 아무런 소리도 무엇도 느끼지 못하는 절대적 영역의 힘이 세상에 일어난 것으로, 그 변화는 오직 이 힘을 펼친 야안만이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야루스 산맥이 본래의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야안은 그 위대한 순간을 비록 빛에 막혀 보지는 못했으나 이를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위대한 조율자들이 깨어나고 있음을 직감하였다.
모든 과정이 끝이 났을 때 세상은 거대한 혁명이 일어난 상태였다.
라 대륙에 존재하는 야루스 산맥이 사라지고 1,000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대륙의 평원이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와 함께 샤 대륙 외에도 마지막에 떨어졌던 타 대륙이 세상에 다시 재등장했다.
너무도 긴 시간을 함께 한 탓에 죽음의 지배자의 흔적이 남은 타 대륙이었지만, 그 흔적은 조만간 지워질 것이 분명했다.
이는 타 대륙에서 봉인되었던 거대한 존재들이 부활하기 시작했으니, 그 흔적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바로 조율자들의 부활이 그것으로, 조율자는 곧 드래곤을 이야기했다.
쉰다섯은 눈을 떴다.
드래곤의 수장 하나를 깨우기 위해 모든 전력을 퍼부은 그는 잠시 지쳐 쓰러져 있다 세상에 일러진 변화에 깜짝 놀라 깨어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골든 일족의 후예이며 그 옛날 야안을 고대로 돌려보냈던 자, 쉰다섯은 지친 기색이 완연한 가운데에서도 기력을 일으켜 이 변화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야루스 산맥에 자리했던 죽음의 지배자의 저주는 물론 뒤틀렸던 인과가 다시 본래로 돌아왔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쉰다섯을 압박하던 인과의 그물은 사라져 있었고, 이는 바로 동족들의 부활을 이야기했다.
곧 그는 서둘러 드래곤의 수장 하나가 있는 던전으로 향했고, 곧 그는 그 모든 수단을 퍼부었음에도 깨어나지 않았던 하나가 눈을 떴음을 보았다.
하나는 자신을 찾으러 온 쉰다섯에 놀란 눈빛을 보이다 이내 지금의 대략적인 상황을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위엄 어린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은 가벼운 숨결을 내뱉었다.
“후우~ 정말 터무니없이 긴 잠을 잤군. 이제 내가 하나인가?”
그는 그 말과 함께 그 옛날 그 탄생의 순간을 지켜보았던 쉰다섯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가 아는 대략적인 상황은 뒤틀린 인과 속에 죽음의 지배자의 저주에 자신들이 당한 뒤 시간의 흐름 정도였다.
하니 자신을 찾은 쉰다섯이 자신이 모르는 사실을 아는지에 대해 궁금해했고, 이에 쉰다섯은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하나에게 말해 주었다.
하나는 쉰다섯의 이야기 속에 자리한 그 믿어지지 않는 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음의 지배자가 부활하였음에도 자신들이 부활하여 싸우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런 것보다 그가 놀란 것은 이방인이라는 존재와 더불어 그가 드래곤의 도움 없이 전설의 현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드래곤이 없음에도 전설의 현자가 탄생되었다는 것은 상식의 선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일이었으니 하나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는 오랜 침묵을 보이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
“기쁜 일이다. 어쩌면 이 뒤틀린 인과를 되돌린 자는 그가 행한 일인지도 모르겠구나.”
이에 쉰다섯은 믿기 어렸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당시에 만났던 야안의 모습은 매우 부족하였기 때문인데, 그도 잠시 곧 그는 수긍했다.
전설의 현자가 벌인 일은 오직 전설의 현자만이 되돌릴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러한 그의 깨달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곧 타 대륙을 비롯해 세상 곳곳에 봉인되었던 드래곤들이 화려한 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