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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71화 (371/385)

야안 371화

‘뚝-’

그리고 그것이 검에서 떨어져 나왔다.

검환이었다.

검환 그것은 강기의 끝자락에서 얻을 수 있는 강기무학의 최고봉이었다.

고작 작은 물방울 크기인 검환을 강기무학의 최고봉이라 일컫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검환은 생성하는 데 시간도 걸리며 많은 마나를 잡아먹지만 대신 그 앞선 단점을 월등히 뛰어넘는 장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생성만 된다면 더 이상 마나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심적으로 연결이 되어 심상의 움직임으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달리 비장의 한 수가 되기도 하는데, 검환과의 심적 연결을 해제하면 부여한 검환이 해제되면 엄청난 강기의 회오리가 그 주변을 말 그대로 지워내 버린다.

그러나 검환이 가장 대단한 점은 이러한 비장의 일격보다는 이기어강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물질의 법칙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이니 상대로서는 예측을 할 수 없다. 심상에서 일어난 것이니 마치 공간을 격한 것 같은 빠른 속도인 것으로 더욱 대단한 것은 역시나 강기를 뭉쳐 만든 것이니만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그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 놀라운 무학을 펼친 이는 노인이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외모를 지닌 이로, 다만 그 외모와 대치되지 않을 만큼 강건한 육체가 인상적인 자였다.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는 않군.”

노인…… 아니 야안은 그 말과 함께 검환을 세상 속에 녹여 지우고는 검을 거두었다.

검환이 대단한 힘이 있기는 하나 그럼에도 야안이 그것을 지난 대악마와의 전쟁에서 보이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검환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또 다른 장기인 마법이나, 주술 등의 힘을 깃들 수 없던 것이 문제인 것으로 이를 가능케 하려면 지금 그가 이룬 검의 경지를 넘어서야 했다.

야안이 검의 종주에 올랐다고 해서 그의 검이 더 이상 나아가야 할 길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또 다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소드마스터라는 경지에 똑같이 올랐음에도 그들 중 누구는 월등히 뛰어난 힘을 발하기도 하는데, 검의 종주 또한 그러했다.

굳이 여러 전설의 현자들이 있었음에도 르블랑을 왜 인류 역사상 최고의 검객이라는 부르는 데 그가 검의 종주에 올라 진정한 검의 끝에 가장 가까이 도달했기 때문이다.

야안이 목표로 하는 것은 최소 르블랑이 이룬 검에 닿는 것이었다.

만약 르블랑이 대악마와의 전투에 있었다면 굳이 마법 주술 등으로 검을 보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직 검 하나로 그 모든 일을 다 해결하였을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검의 무학 수준이 차이가 난 것으로, 이러한 그의 모든 무학의 정수는 현자의 탑에 남겨져 있다.

야안은 빛의 신 할라의 도움으로 검의 전설을 통해 그것을 빠르게 습득했으나 검의 종주에 오르며 그 기적이 끝이 나고 말았다.

본래 그는 더 검을 수련하고 싶었으나 더 이상은 그럴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없다 판단한 것인데다 무엇보다 검의 종주에 올랐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하나 대악마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함으로서 그는 그 생각이 달라졌다.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상대를 통해 깨달은 것으로, 그것은 그가 지난 전투를 복기하면서 더욱 커졌다.

이외에도 그가 깨어난 지 이제 한나절이 되었음에도 벌써 검을 든 것에는 역시나 자신의 노화된 육체의 한계점을 찾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야안의 그 말처럼 나쁘지 않았다. 워낙 급작스러운 노화가 진행되었다고 하지만 검의 종주에 올라설 정도로 단련된 야안이었다.

여기에 주술이 그의 육체를 보좌한다면 젊음이 넘치는 육체에 비할 바는 아니나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서 더 욕심을 낸다면 어리석은 것이지.’

야안은 그저 지금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앞서 말한 대로 야안이 깨어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리트담과 같이 꼬박 열흘을 정신을 잃다 깨어난 것인데, 야안은 의식을 잃기 전 생각보다 큰 부작용에 제 죽음을 직감했다.

하여 깨어났을 때 자신이 부활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곧 하이 엘프 푸른 하늘을 통해 그것이 아님을 듣고 서둘러 리트담을 찾은 것이다.

리트담의 상태는 그 옛날 리치왕 케르몬의 전장에서만큼 지독한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뇌의 문제라 섣불리 손을 대기가 어려웠다.

웬만한 성자라고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였으나 다행히 야안에게는 그를 고칠 힘이 있었다.

그 옛날 그에게 일으켰던 이적의 힘. 소마(soma)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으로 그는 서슴지 않고 그것을 리트담에게 펼쳤다.

숨이 끊어지지 않은 존재라면 그 상태가 어떤 상태라도 본래의 모습으로 소생케 하는 소마인 만큼 그것으로 리트담은 의식을 차렸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의 야안이었다면 그 소마를 발휘한 것으로 신력의 상당수가 바닥을 쳤겠지만, 대악마의 전투에서 대다수의 스탯을 신력에 부여한 결과 그것을 능히 그가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못해도 세 번은 더 펼칠 수 있게 된 것으로, 그만큼 그의 신력이 상승되었음을 이야기하겠다.

여하튼 이번 전쟁에서 그가 신력이 상승된 것 이외에도 얻은 것이 세 개가 있었다.

바로 레벨이 5,000대를 넘어서면서 각성의 스탯을 얻게 된 것으로, 역시나 악마들을 베고 종국에 대악마를 처리한 것이 그처럼 레벨을 상승시킨 것이다.

특히나 대악마의 경우 악신이라 보아야 할 존재인 터라 상승된 레벨은 터무니없을 정도였다.

무려 일천에 달하는 레벨이 단번에 올라간 것인데, 덕분에 현재 야안의 레벨은 5,999에 달했다.

5,999레벨에서 52%에 달한 것으로, 악마 둘 정도를 베어버리면 또 다른 각성의 스탯을 얻게 되는 것이기도 했다.

이 말은 조만간 또 하나의 각성의 스탯을 그가 얻게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야안은 이렇게 얻은 각성의 스탯을 사용치 못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래 그에게는 하나의 선택권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바로 상위 비기너 정령사라는 유피테르의 힘을 일깨우는 선택권이 있었건만 그것이 사라진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는데, 시스템이 괜히 그런 일을 벌였을 리 없으니 야안은 이내 이에 대해 집착하지 않았다. 각성의 스탯이라는 진귀한 보물을 앞에 두었음에도 이를 사용치 못하게 되었지만 대현자답게 그는 순리에 따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러한 각성의 스탯이 그가 얻은 둘 중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다름 아닌 바로 그가 대악마를 부활시킨 이유였다.

바로 사마의 증표를 얻은 것이다.

[악의 정수

등급 : SSS

대악마의 모든 근원이다. 사마의 증표로도 쓰일 수 있으며, 오직 신성의 힘만이 이를 다룰 수 있다.]

등급은 무려 SSS등급인 악의 정수는 야안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야안이 깨어나기 전 붉은 노을이 세계수의 힘을 빌려 이를 봉인하였으나, 야안이 깨어난 뒤 더 이상 이것을 봉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는 바로 이번 전쟁에서 그가 얻은 마지막 세 번째와 관련이 있었다.

야안에게도 미약하게나마 신성이 일어난 것이다. 야안은 이에 대해 아다마스라는 주신 아리스의 힘을 다루면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

덕분에 전설의 현자의 보호구인 플로메티아를 다시 봉인할 필요가 없어졌는데, 물론 신성을 띤다고 해도 어느 정도 이상의 힘을 다루려면 신력이 소모되어야 했다.

‘어째서 그 뒤틀린 인과를 본래로 돌리려면 전설의 현자가 필요하다는 것임을 알겠구나.’

악의 정수에서 보듯이 오직 신성의 힘만이 이를 다룰 수 있다 했으니 전설의 현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다.

다행히 플로메티아라는 편법으로 그것이 가능한 야안은 아직 비기너라는 수식어를 떼지 않음에도 가능한 일이었다.

야안은 검 이외에도 주술, 마법, 젠의 힘을 다루며 자신의 한계점을 찾은 뒤 연무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는 연무장을 나서기 무섭게 반가운 이를 맞이했다. 바로 거인의 왕 붉은 노을이 저 하늘의 태양만큼 환한 황금빛을 보이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급하게 돌아가는 전장의 상황 속에서 재회한 붉은 노을이었기에 제대로 된 인사도 하지 못한 야안은 그와 마주하게 되자 감회가 새로웠다. 야안은 놀라고 기쁜 눈빛으로 그를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아.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기쁘군요. 다시 붉은 노을 님을 만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야안의 그 말에 붉은 노을이 그 커다란 몸 못지않게 껄껄거리며 큰 웃음을 흘렸다. 한참을 웃던 곧 진정하며 주먹을 그에게 내밀었다.

“정말 그대를 다시 만나 기쁘구려. 나의 왕이여. 나의 친우여.”

자신을 왕이라 이야기하는 붉은 노을에 말에 의아함을 보이던 야안이었지만 곧 친우라 말하는 그에 야안은 주먹을 들어 그의 주먹을 툭 쳤다.

실로 오랜만에 거인족의 인사를 나눈 것이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된 야안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그를 처음 만났던 그때와 다르지 않음이라 야안은 그와 마주 앉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대부분 이야기는 어떻게 그를 비롯한 이종족들이 지금 이곳에 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리트담이 자신을 구하는데 쓴 하나의 심장을 통해 하나가 있음을 예측하는 것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그에게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어째서 그가 자신을 일러 나의 왕이라 불렀는지 그는 알 수 있었다.

1,000년 전 하나는 죽음의 지배자의 부활을 바라보고 절망에 빠졌다.

제 생각 이상으로 죽음의 지배자가 지닌 힘이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천 년 전 하나가 본 죽음의 지배자는 매우 미숙한 부활이었다.

인과를 뒤튼 자이웅에 의해 제대로 된 부활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아주 일부의 힘만이 세상에 나왔을 뿐이었다.

죽음의 지배자는 이로 인해 간접적인 형태로 그 힘을 다루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세상은 멸망할 뻔했다.

드래곤이라고는 오직 하나 이외에 없었기 때문으로 대현자 테무드가 아니었다면 세상은 그것으로 지워져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고작 그것으로 하나가 죽음의 지배자를 보고 절망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그가 절망에 빠진 진짜 이유는 당시 죽음의 지배자가 깨어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서였다.

죽음의 지배자는 당시 깨어나서는 안 되는 시기였다. 본래라면 여기서 몇천 년의 시간이 더 지나야 했으나 그는 그 시간을 앞당겨 깨어났다.

자이웅의 뒤틀린 인과의 어설픈 봉인 때문으로 정확히는 그것을 이용하여 죽음의 지배자의 격이 엄청나게 상승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하나는 그것을 깨달았고, 이에 그는 불문율이나 다름없는 일들에 손대면서 어쩌면 마지막 전설의 현자가 될 수 있는 야안에게 도움을 주기로 결심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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