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382화
그만큼 뒤틀린 인과에 의해 시간이 갈수록 죽음의 지배자가 큰 이득을 보았던 것으로 어쩌면 숫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홉에서 멈춘 것에는 역시나 저 붉은 인간 때문일 것이다.
이 아홉 분신 중 죽음의 지배자 그 자체라 해도 놀랍지 않을 이 붉은 인간은 아홉 중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해를 입히지 않으나 또한 어떤 방법으로도 그를 죽이지 못한다.
그것이 가능해지려면 앞서 나타난 이 여덟의 분신을 죽여야만 했다.
한데, 문제는 거기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덟의 분신을 모두 죽이면 그들의 힘이 이 붉은 인간에게 돌아가기 때문으로, 그때부터 진정한 전쟁이 시작된다.
완전한 죽음의 지배자의 부활인 것으로 오직 전설의 현자만이 그와 싸울 수 있다. 이때부터 대륙의 연합체들과 죽음의 지배자들은 치열한 머리싸움을 해야 했다.
대륙의 연합체들로서는 전설의 현자가 완성되기 전까지 붉은 인간의 지시에 달려드는 분신체들을 견제하는 것에 급급한 것이다.
그들이 입히는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분신체들을 모두 잡아버린다면 그때부터 패망의 시나리오로 이어진다.
혹자는 하나만을 남기면 되지 않는가? 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붉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수 능력 조율 때문으로 직접적으로 힘을 발현하지 못하지만 대신 그 남은 하나에게 그 격을 올려 위협할 것이니 최악의 경우이다.
간단히 말하면 분신체의 숫자와 상관없이 죽음의 지배자의 전력은 언제나 같다는 이야기였다.
하니 터무니없는 힘을 지닌 존재가 없다면 차라리 많은 숫자로 나누어 놓는 것이 나을 일이다.
죽음의 지배자의 술수에 너무도 늦게 자이웅을 발견했던 지킴이로 인해 당시 대륙은 황폐함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고, 결국 자이웅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았음에도 죽음의 지배자 앞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지금에 이르러 최악의 결과를 놓았지만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가 그런 일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그때 이미 세상은 멸망하였을 테니 말이다.
여하튼 그 수가 배에 가까운 분신체에 그 완성체의 힘 또한 그럴 것임을 말하는 것이기에 드래곤들은 저마다 탄식을 흘렸다.
리트담의 활약에 악마들의 숫자가 많이 줄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나, 아직도 죽인 숫자만큼의 악마가 남아 있으니 전력 분배도 어려워질 일이다.
드래곤의 수장으로부터 죽음의 지배자에 대해 대략적인 상황을 들었던 연합체들 또한 그의 숫자가 아홉인 것에 절망했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이번 대의 전설의 현자 야안이 나타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야안이 그들에게 준 믿음은 확고했다.
거대한 절망을 앞에 두었음에도 물러서지 않는 존재는 그만이 아니었다. 드래곤들의 뒤에서 냉철한 눈빛으로 이들의 존재들을 살펴보는 리트담은 어느새 그 안색이 많이 돌아온 뒤였다.
앞서 말했던 바 리트담의 자신의 경지 탈인을 넘어섰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에는 자이웅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탈인의 경지는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에서 시작된다.
대악마와의 싸움을 통해 적어도 대악마와 대등히 싸울 힘을 바라보던 그는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보았다.
야안처럼 또 다른 공부를 주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리거나, 혹은 신격이라는 것을 얻어야 했다.
이 중 전자의 것은 아무리 그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니 그로서는 당연히 후자의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신격이라. 어찌 들으면 불가능한 일이지 모르지만 자이웅에 의해 새롭게 올라섰던 주술에 의해 그는 그것이 가능했다.
그 증거로 그는 자신의 뇌에 신(神)을 생성했다.
인과를 비틀어 무의식의 공간 속에 별개의 신을 생성한 것으로, 그것은 리트담인 동시에 또 다른 별개의 존재였다.
리트담과 리트담을 주관하는 신인 것이다. 작은 존재이나 분명 리트담이라는 세계를 주관하는 존재이니 확실히 신격을 지녔다 하겠다.
이제 리트담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그 신과 영역 싸움 끝에 이겨 그를 잡아먹는 것인 것으로, 과거 그가 귀기 어린 모습으로 연회장에 나타난 것에는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한 끝에 그 싸움에서 승리하였다.
사실 10년이라 했지만, 인지의 술을 통해 시간을 다룬 결과라 사실 그가 실제로 체감한 시간은 몇백 년을 상회했다.
여하튼 이로써 그는 별개의 신격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이 주술의 한계를 넘어서게 했다. 탈인의 경지를 다시 한번 넘어 야안이 보았던 그 또 다른 진리의 문과 같은 것에 발을 디딘 것이다.
편법이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그의 육체는 더욱 강화되었으며 신 악마 수십을 멸하는 힘을 얻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그런 신격을 지닌 그가 자신의 수명을 대가로 전력으로 주술을 회복에 모든 것을 걸자 창백했던 그는 자신의 힘을 되찾았다.
예전 야안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육체는 노화되어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그런 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정도면 시간을 버는 것 정도는.’
그는 그 생각과 함께 앞으로 크게 한 발 나아가더니 어느새 엄청난 위압감을 보이는 아홉의 분신체들의 지근에 모습을 보였다.
“하아아압!”
그의 입에서 천지를 뒤흔들 듯한 거대한 기합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펼쳐진 그의 손에 그들 아홉 분신 중 넷이 미증유의 힘에 밀려 뒤로 나아가더니 곧 검은색의 무언가가 그들을 집어삼켰다.
리트담 또한 사라져 있었는데, 아마도 그 홀로 이들 중 넷을 책임지려는 모양이었다.
붉은 인간은 리트담이라는 변수에 눈 깜짝할 사이에 전력에서 넷이나 제외되었음에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따위에 놀랄 필요 없을 만큼 그의 분신들 본 드래곤, 독을 품은 물고기, 오크 변이체, 산 거인 이들 넷으로도 이들을 처리할 수 있다 생각한 것이기도 했다.
자연 죽음의 지배자와 싸우기 위해 몰려들었던 전력들은 저절로 넷으로 나누어졌다. 하나를 비롯한 둘, 셋, 넷, 다섯이 본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 나아갔으며, 그 외 남은 드래곤들은 저마다 악마들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독을 품은 그 괴수 형태의 물고기는 자연 대륙보다 거대한 바다로 들어섰다. 대악마와 같은 힘을 지닌 존재라면 능히 홀로도 바다를 뒤엎을 힘이 그 존재에게 있었지만, 다행히 그를 견제할 세력이 바다에 있었다.
바로 신화시대의 종족 피오들을 이끄는 파란과 그와 협력체제를 구축한 블루 드래곤들이 그 괴물을 상대한 것이다.
괴물 물고기는 괴기한 힘을 발휘했다.
그 자신의 몸에 붙어 있는 수많은 비늘이 떨어져 나가며 바다의 생명체와 접촉해 처음 보는 괴물들을 탄생시켰던 것으로, 왕을 따르는 피오들은 그 괴물들을 상대로 결사를 보였다.
그리고 대륙에 오크 변이체와 산 거인이 남았다.
사실 그 모습이 유사한 것이지 오크와 유사한 괴물은 오크와 달랐다. 완전히 그 격도 그 지닌 힘의 성질도 달랐다.
하여 그들 중 그 누구도 쉽사리 그의 외모가 오크라는 것에 별달리 눈여겨 보는 없었다.
이 괴물 변이 오크를 상대하는 것에 인간들이 나섰고, 산 거인을 상대하는데 거인족의 수장 붉은 노을을 필두로 이종족들이 움직였다.
‘콰아아앙-’
변이 오크의 손에 들린 도끼가 바닥을 내려치자 수많은 오크가 그 내려친 바닥에서 기어 올라왔다.
리치왕 케르몬과 같은 군단을 다루는 군주의 능력을 지닌 모양인 것으로, 그 숫자가 추정컨대 1억이 넘었다.
이들 모두가 변이 오크들로 가장 약한 존재가 호후도칸 급의 괴물들이었다.
오크들보다 두 단계 이상의 힘을 지닌 존재들이니만큼 자연 그들을 이끄는 도칸의 위치에 있는 괴물들은 능히 과거의 초인들과 붙어도 승기를 잡을 정도였다.
‘쿠르르르릉-’
대지를 무너뜨리기라도 하듯이 상상을 초월하는 오크 대군의 진격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인간들이 이끌고 온 병력의 숫자는 300만에 불과했으니 단순히 숫자만 따져 본다면 서른 배나 차이났다.
하니 절망할 법도 하건만, 그들 어디에도 두려움은 보이지 않았다.
지나치다는 평을 받으며 그간 쌓아온 제국의 힘은 능히 이들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0만의 병력 중 대부분이 전투 형태의 타이탄에 탑승하였으니 그럴 법도 했다.
리트담과 신관에 의해 회복한 한스를 비롯한 황도의 결사단들은 그 진격의 가장 앞에 자리했다.
그가 보기에 가장 문제는 이들 오크가 아닌 저 끝에서 이들을 지휘하는 변이 오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를 상대할 자로, 검의 종주에 오른 챈들러 외 넷이 나섰다. 야안의 또 다른 제자 테리, 붉은 눈의 군주 라진과 마지막으로 리트담에 비할 바는 아니나 주술로 탈인의 경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자이한이 나선 것이다.
지난 전쟁에서 챈들러가 제자의 죽음으로 검의 종주에 올라서지 않았다면 이보다 더 많은 숫자의 초인들이 동원되어야 했을 터였다.
그렇게 된다면 이 말도 안 되는 오크 군단들을 상대로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할 일이라, 그의 각성은 이 어둠 속에서 내린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변이체 오크들의 전투가 그렇다면 또 다른 죽음의 지배자의 분신 산 거인을 상대로 붉은 노을이 놀라운 전력을 보였다.
붉은 노을 또한 지난 10년의 세월을 그저 허무하게 보낸 것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진전하며 수련했던 것으로, 조율자들의 도움 끝에 그는 마지막 거인의 힘까지 각성하기에 이르렀다.
패왕의 육체, 별의 눈에 이어 빛의 구름마저 가지고 만 것이다.
이 셋을 이어받은 이는 거인족을 탄생케 한 반신의 또 다른 재림이었고, 그것을 증명하듯 붉은 노을의 모습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그 육체마저 지난 대악마 당시의 모습보다 배 이상 커졌던 것인데, 40m에 육박하는 그의 육체는 마치 작은 산을 연상케 한다.
바뀐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의 황금 육체를 더욱 현란케 하는 오색 찬란한 구름이 그의 육체를 감싼 것으로, 거기서 흘러나오는 신격은 전의 그가 보인 것과 비교가 불허했다.
‘쿠우우웅-’
‘크아아아아악-’
그의 주먹이 뻗자 오색 구름이 열 배에 달하는 거대한 주먹이 되어 산 거인을 쳤다. 먼지가 산 거인에게서 터져 나왔고, 동시에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괴음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작은 산을 연상케 하는 붉은 노을에 비해서도 1,00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하는 산 거인이지만 반신의 힘을 찾은 붉은 노을의 공격에 노출되니 쉬이 그것을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
산 거인의 몸이 뒤흔들렸고, 동시에 수십만에 달하는 산 거인의 병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