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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83화 (383/385)

야안 383화

20. 종장(終章)

마치 거인 족을 연상케 하는 큰 덩치로 이루어진 돌 거인으로 이들은 푸른 하늘을 비롯해 이종족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수적으로도 전력 적으로도 밑이었지만, 최소한 붉은 노을과 산 거인의 싸움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결국 이 전쟁의 끝은 그들이 아닌 전설의 현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그들로서는 싸워 이긴다는 것보다 이 전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끌고 가느냐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죽음의 지배자가 세상에 강림했고, 세상은 파멸의 시기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 *

어둠.

태초의 세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있었다는 혼돈의 어둠 속에 누군가 천천히 의식을 차렸다.

‘나는……누구지.’

신마저 자신의 존재성을 찾기 어려워 잠식되고 마는 이곳에서 의식을 일으킨 그것은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작은 단서를 찾아내었다.

‘인간……인간.’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는 스스로 물었고, 곧 하나씩 답을 찾아 나갔다. 이후 그는 포괄적인 개념에서 조금씩 좁혀져 나가 자신에게로 가까워졌다.

그 과정은 매우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래, 나는…… 야안이다.’

야안. 그가 자신을 인식한 순간 혼돈만이 있는 그 어둠 속에서 거짓말처럼 푸른빛이 일어나 더니 곧 그 속에서 자신을 일으켰다.

그것은 죽음을 뒤로하는 탄생이었으며, 또한 위대한 부활이었다.

마치 신화시대 아리스가 신들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몸의 일부를 떼어내 만든 태고(太古)라 불리는 신의 탄생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그의 탄생은 찬란하기 그지없다.

야안은 그렇게 점차 틀을 잡아 온전히 부활해 나간 가운데, 곧 그는 자신이 어째서 이런 부활을 하기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젠’을 온전히 인간의 그것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지난하기 짝이 없는 과정을 요구했다. 대현자의 지혜와 검의 종주에 도달한 극한의 육체, 그리고 그 한계를 깨어내는 주술을 지녔음에도 야안은 쉽사리 감을 잡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현자이며 탈인에 오른 그에게 있어 100:1의 인지의 술을 유지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1년을 100년처럼 수련을 할 수 있던 것으로, 점점 다가갈수록 불가능과 같은 ‘젠’의 동화(同化)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랬다.

‘젠’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인간이 다룰 법한 것이 아니다.

비슷하게 흉내를 내는 정도라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흉내 내기로는 죽음의 지배자와의 싸움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적어도 파란 정도의 수준에 올라서야 만이 죽음의 지배자와의 싸움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하니 그것을 가능케 하려면 ‘젠’의 근원에 다가가야 함인데 문제는 그 근원이 바다의 신 세이란의 근원과도 같다는 점이다.

피오의 왕 파란은 바다의 신 세이란의 자식인 동시에 그의 분신이니, 당연히 그 힘 또한 바다의 신 세이란의 힘과 같은 형질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이 말은 주술로도 밝히지 못하는 신적인 힘 신성 마법의 근원에 다가가는 것으로, 다만 그 차이는 그 격이 높고 낮음일 따름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드래곤들의 유산인 칠각의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하나둘 정도였던 칠각의 소비가 한 번에 열 개 이상의 소비를 요구할 때가 생긴 것으로 아흔 아홉은 그러함에도 그 정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야안에 안타까움을 보였다.

그렇게 2년이 더 지났을 때쯤 그 해답을 얻을 길을 찾게 되었다.

바로 정령의 왕 유피테르가 모든 각성을 마치면서 생긴 일로 그는 그로서 드디어 시스템으로부터 진정한 전설의 현자임을 인정받게 되면서였다.

우선적으로 전설의 현자로 바뀌면서 야안은 신격을 얻었다. 만약 눈앞에 다시 대악마가 있다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인데, 하기야 신격을 제외하더라도 정령술의 끝자락에 도달했으니 그럴 법했다.

다만 정령술의 경우는 주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온전한 자신의 힘이 아닌 유피테르와 같은 또 다른 인격을 지닌 계약체의 존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런 듯 보였다.

하지만 대신 역대 전설의 현자들이 도달하지 못한 정령술의 가능성을 모조리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이외 모든 각성을 마친 유피테르는 긴 세월을 전설의 현자와 함께했던 자답게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따지고 본다면 별개의 세상이기는 하나 그 또한 한때 신화시대를 살았던 존재였으니 야안은 그에게 답을 찾고자 했다.

하나 정령의 세계를 주관하는 신에서 스스로 왕으로 그 격을 내린 유피테르가 야안에게 알려 줄 수 있는 지혜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아마도 그 차이가 신과 왕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인데. 이러한 고민을 주신 아리스가 알았던 것인지 그간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그의 시스템에 처음으로 큰 격변이 일어났다.

바로 그간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아야 했던 각성의 스탯을 사용할 수 있는 쓰임새가 생겨난 것으로 놀랍게도 이것은 유피테르와 관련이 있었다.

[정령의 왕 유피테르의 신으로의 회귀

* 투자되는 각성의 스탯에 따라 회귀의 정도가 달라진다.

* 세상의 비밀을 유출한 신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 질문을 요구하는 시간은 하루를 넘지 못한다.]

말 그대로 유피테르를 신으로 다시 승격하는 것으로 부가되는 설명에서 말한바 회귀의 정도에 따라 그 회귀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 부가되는 설명이 말하는 것이 무엇을 말함인지 야안은 한참을 고민했다. 그저 신으로서의 격을 그만큼 올린다는 것인지? 아니면 유피테르가 정령의 신 이전에 어떤 존재가 된다는 것인지 그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고민할 것이 무엇인가? 결국 하면 그 답을 알 것을.”

그는 그 말과 함께 각성의 스탯 두개 모두를 이것에 부과했다. 그리고 곧 거대한 변화가 유피테르에게서 일어났다.

왕에서 신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그 엄청난 존재감에 현자의 탑 전체가 큰 공명을 보이며 떨어야 했다.

단순히 신성의 힘만을 놓고 본다면 거의 열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인데, 놀랍게도 변화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야안의 추측 중 후자의 경우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정령의 신이었던 유피테르는 다시 그 이전의 존재로 회귀해 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유피테르는 어떠한 형질로도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태초 모든 것을 탄생케 한 힘 혼돈이 된 것이다.

그는 야안의 존재를 인식한 듯 그에게 다가오더니 곧 잡아먹듯 몸을 일으켜 그의 전신을 감쌌다.

‘알고 싶은 것을 말씀하십시오.’

야안은 그곳에서 감정의 고조 없는 딱딱한 음성을 듣게 되었다. 유피테르 이전 신적 존재라 믿기 어려울 만큼 무생물의 그것 같은 목소리에 야안은 잠시 놀라다 곧 마음을 붙잡았다.

무엇을 질문할 것인지 이미 정해진바, 그는 자신이 알고 싶은 세상의 비밀을 물었다.

‘신성 그 힘의 근원을 알고 싶습니다.’

야안의 물음에 그 음성은 딱딱한 음성으로 답했다.

‘해당 상황은 이방인이 접근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너무도 허무하게 자신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그 목소리에 야안은 당혹한 모습을 보이다 이내 신색을 회복하고 다시 물었다.

‘그 정보에 접근 할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 말에 그 괴이한 음성은 잠시 침묵을 가지더니 곧 대답을 하였다.

‘정보를 처리한 결과 방법을 찾았습니다. R2-아리스로부터 남은 부활권 희생을 대가로 귀하의 원하시는 정보의 접근을 허락받았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부활권을 말하는 그 음성에 야안은 놀란 눈빛을 보였다. 혹시나 했던 부활권이 역시나 남아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것을 희생해야 만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제 그는 선택해야 했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망설인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될지 모르나, 그만큼 죽음의 지배자라는 큰 변수 앞에 하나 남은 부활권은 큰 의미가 있었다.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으로 야안의 이러한 고민은 당연했다.

하지만 결국 야안은 새로운 기회라는 유혹을 떨쳐내고야 말았다. 새롭게 기회를 가진다고 해도 죽음의 지배자를 제압할 힘을 가지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활권을 희생하겠습니다.’

야안의 답변에 그 괴이한 음성이 답했다.

‘사용자 야안으로부터 허락을 받았습니다. 정보를 처리하는 중입니다. 기다려주십시오.’

그렇게 한참의 침묵이 오가는 가운데 ‘정보 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야안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며 그는 다시 한번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거기까지가 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 이후의 일은 아무리 그의 뇌리를 뒤흔들어 보아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지금 자신의 육체가 젊은 시절로 회귀한 것을 보아 자신이 부활하였다는 것은 확실했다.

‘잘은 모르지만, 부활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이해되지는 않은 현상이나 이 또한 주신 아리스 님께서 행하신 일이라 생각한 야안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다.

무엇보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그는 알고 있었다.

‘나는 허락을 받았구나.’

드래곤으로부터 마법을 가져왔을 때와는 달랐다. ‘젠’은 신의 근원이며 이는 세상의 근원이기 때문인지 그가 얻은 그가 재창조한 ‘젠’은 허락을 받아야 만이 다룰 힘이었다.

마법처럼 명확한 진리를 머릿속에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대신 그것을 허락받아 활용할 수 있는 얻게 되면서 야안은 그것으로 되었다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은 ‘젠’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목적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얻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마치 그를 또 다른 신으로 만들기라도 하듯이 신들이 힘을 쓰게 되는 그 원리 또한 그의 뇌리에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설계도를 가진 것과 같은 것으로, 당연히 설계도를 토대로 집을 지어 올리는 것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젠’을 그가 그토록 갈피 잡지 못한 것은 그것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신의 근원에 대한 것이었다. 하니 복잡한 것으로 따진다면 그의 마법과 주술의 복잡함 앞에 감히 비할 바가 아닌 ‘젠’을 그 필요한 설계도까지 얻었으니 그는 단번에 그 경지를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과연 어디까지 그 경지를 끌어올릴지는 그도 알 수 없는 가운데, 그는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는 ‘젠’을 일으켜 그 근원을 자신의 미간에 자리 잡게 했다.

몸의 부위 중 굳이 그곳을 선택한 것은 본능과도 같은 것으로 그곳이 신성의 힘을 가장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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