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12화. 온리싸커 배 풋살 대회(3)
* * *
나는 선물 하나하나를 뜯어가며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다. 어디에서 봤던가. 팬서비스가 스포츠선수에게는 생명이라며. 공놀이를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이유가 팬 덕분이라던가 하여튼 나도 그 말에 공감한다. 나의 고마운 동반자들... 오늘 좋은 모습보여줄께!!
"오 이 신가드 정말 이쁜데요? 누가 주신건가요?"
내말에 사람들 속에서 손이 번쩍 올라온다.
"이야 잘생기신 분이네~ 감사해요! 제가 나중에 꼭 한번 착용할게요."
"악!!! 고마워요 누나!!! 사진 한번만 같이 찍어 주세요!!!"
"네네 일로 오세요"
내가 일부러 허리에 손을 둘러 내 몸에 딱 달라붙게하고 사진을 찍어주니 얼굴이 새빨개져서 터질려고한다. 훗 귀여운짜식 이 정도로 죽을라 그러네.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게 보인다.
"네 여러분 이제 시간 날 때마다 한분씩 불러 사진찍어 드릴게요. 괜찮죠?"
"네!!!"
띠링
나도가고싶다님이 1,000원을 후원!
[나도 가고싶어 미칠것가태 정신나갈거가태]
사실 아까 전 부터 방송을 폭발하기 직전이였다. 실물이 미쳤다는 제보를 받고 너무나 부러워서 질투가 폭발하는 채팅이 넘쳐나 관리가 거의 불가능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팔로우 전용 채팅으로 해도 감당이 안되는 구나."
가은언니가 나에게 다가와 식은땀을 흘리며 말한다. 아까 밥먹으러 잠시 나갔다 왔을 때 건물안을 잠시 돌아다녀 봤는데, 내가 있는 부스만큼 사람들이 몰린 곳이 없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오늘 유동 인구만 거의 만명이나 된다고... 주변 경찰서에다 지원도 하고 난리도 아니라고 한다.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자자 여러분 곧 저희 팀 마리마리의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에요.."
""와아아아!!""
"제가 경기에 나가면 방송은 꺼놓은거니까 온리싸커 채널로 이동 하셔서 경기를 지켜봐 주세요!"
나는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옷을 갈아 입었다. 이미 저지안에 유니폼들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저지를 벗었는데 사람들이 놀라는 얼굴들이 보인다.
이 눈나 갑자기 옷 벗길래 깜짝 놀랐누.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눈나 나 죽어!!!!눈나 나 죽어!!!!눈나 나 죽어!!!!눈나 나 죽어!!!!눈나 나 죽어!!!!눈나 나 죽어!!!!눈나 나 죽어!!!!눈나 나 죽어!!!!눈나 나 죽어!!!!
"아니 그냥 저지만 벗는데 호들갑이야 그냥"
"지혜 너무 섹시하다 안그래요?"
""섹시하다!!""
"아 쪽파리니까 소리치지마요 진짜."
저벅저벅
왠 발소리가 들려 옆을 쳐다보니 박코치님이 내게 다가왔다. 출전시간이 거의 다 되었나보구나.
"준비 다 됬니?"
"아! 네. 다른 팀원들은요?"
"다들 준비해서 미리 가서 있단다. 이제 가자."
나는 축구화를 오른손으로 들고 터덜터덜 박코티님을 따라 걸어가려고하다 다시 돌아와 팬들에게 와 줘서 고맙다고 내일 또 오신다면 다시보자고하고 방송도 빠르게 마무리짓고 다시 달려갔다.
준비되어있는 한 풋살장을 가보니 크기가 생각과 많이 달랐다. 원래 풋살장이 이런가? 네모난 철창이 둘러쳐져 있는 풋살장 자체는 그다지 신기하지 않은데 주변에 둘러싸는듯이 만들어져있는 관중석은 마치 콜로세움을 연상하게 만드는 듯 하다.
'와... 이걸 이 대회 하나만을 위해서 만든건가?'
광고가 엄청나게 많이 붙었다고는 들었다. 뭐... 재정같은 어려운건 난 전혀 모르니까 그냥 돈이 되니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팀이 준비하고 있는 벤치로 걸어가 인사를 한다. 다들 별 신경안쓴다는 티를 내고 싶어하지만 왠지 긴장을 하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하 이사람들 나한테는 오빠만 믿으라고 그렇게 자랑하더니 이런 나약한 모습을 보이다니 실망스럽구만.
"와 축구 방송하시는 스트리머라고 하지 않았어요?"
"헬스 엄청 조진신것 같은데? 피지컬이 나랑 비교도 안되!!"
"와.... 존예다...."
수근수근대는 목소리가 들려 옆의 벤치를 쳐다보니 상대 팀이 나를 슬쩍 쳐다보며 준비하는게 보인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좋은게임 하자고 꾸벅 인사하고 돌아왔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가은 언니에게 들으니 다들 얼굴 새빨개져서 집중을 못하더라고...
"그래 일반인이 많이 참여하는 대회다. 이 정도도 뚫어내지 못해서야 답이없겠지. 지혜는 하나만 생각 해 골만 넣어. 다른거 전혀 신경 쓸 필요없어. 공을 받으면 앞으로 전진하고 슈팅. 백패스는 없다."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은 빌드업만 집중한다. 공을 돌리면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공간을 지혜가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이런저런 작전을 이야기하고 심판이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총 10명의 선수들은 하프라인에 일자로 서서 여러 방향으로 인사를 한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수의 관중을 보고 당황했다. 손이 살짝 떨려온다. 머릿속에 '실수하면 어떡하지'라고 떠오르지만 애써 머리 한쪽 구석으로 밀어낸다.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을 한다. 이 대회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난 영국으로 이동한다. 이동하고 다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조금 힘든일이 될지도 모르는 여정이겠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손의 떨림이 잦아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하프라인 중앙에 서있었고 휘슬소리와 함께 나는 공을 뒤로 보냈다.
***
와아아아아!!!!
건물이 흔들리는 것 같은 함성이다.
내가 정확이 무엇을 한건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공이 나에게 휘어들어오는걸 보자마자 내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생각이란걸 할 틈이 없었다. 내 앞에 공간이 있었고 빨리 빨리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볼을 타고 흐르는 땀을 유니폼 앞쪽을 들어 슬쩍 닦아내고 조깅 하듯이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와아아아아!!!""
사람들이 흥분해서 지르는 소리에 나도 흥분하기 시작한다.
다시 시작 되는 경기. 상대 선수들은 이렇게 골을 쉽게 먹힐 줄은 몰랐는지 당황하는게 눈에 훤히 보인다. 나는 딱히 공을 뺐으러 달려들지 않았고 우리팀이 공을 빼앗아 주기만을 기다렸다.
상대의 공격이 아무런 의미없이 우리팀 골기퍼에게 안겼고 다시 나만 빼고 서로 패스를 해대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씩 앞쪽으로 움직이는데 상대 선수들도 궁댕이를 뒤로 물리는게 보인다.
'겁먹었구만'
이들의 머릿속엔 내가 여자라는건 완전 사라진듯 하다. 단순히 머리에 남은건 엄청난 속도와 드리블 뿐...
수비와 골기퍼가 거의 일자로 막고 서있다. 완전 드리블을 의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네... 내가 할 수 있는게 드리블뿐이라고 생각하나보지?
나는 순식간에 중앙으로 다이렉트하고 빠르게 일직선으로 굴러오는 공을 슬쩍 바라보고 등진 다음 왼쪽으로 시선을 한번 주니 상대 수비들이 살짝 움직이는걸 느꼈다.
'흐음... 완전 드리블만 생각하고 있구만.'
나는 공을 트래핑 하지도 않고 바로 공 오른쪽 윗 부분을 오른다리로 강하게 후려 차버렸다.
퍼엉!
공은 빠르게 왼쪽으로 회전 하며 수비수가 살짝 움직인 사이를 휘어 들어가 골대로 들어갔다.
"..."
논스톱슈팅.
아웃프론트 땅볼 슈팅.
남자도 하기 힘들어 하는 강한 슈팅이다.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공을 보았으니 넋이 나가겠지.
나는 유유히 골대안에 들어간 공을 가지고 다시 하프라인으로 뛰어 갔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
해설시점 SIDE
""우와아아아아!!!""
첫번째 골이 들어가고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저 선수는. 여러번 풋살 대회를 주관 해봤지만 저런 선수는 본 적이 없다. 옆의 이기영 해설위원님은 또다시 난리가 났다. 대단한 골 결정력이라며.
"아마 저 선수가 왼쪽으로 상체 훼이크를 한게 다 설계였을 겁니다. 그래도 그걸 노리고 찰 정확도는 대단한 점입니다. 말도 안돼는군요 정말로."
"그렇습니다. 대단한 선수입니다. 벌써 시작한지 10분도 안되서 멀티골을 기록합니다 이지혜선수."
와... 저분 대단하시네요.
뭐 하시는분이라고 했죠? 스트리머? 프로선수아닌가요?
마리눈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눈나 나 진짜 죽어!!!!!!!눈나 나 진짜 죽어!!!!!!!눈나 나 진짜 죽어!!!!!!!눈나 나 진짜 죽어!!!!!!!눈나 나 진짜 죽어!!!!!!!
나 진짜 이렇게 축구 재밌게 보는건 오랜만이다 진짜로
경기는 거의 원사이드로 진행되고있다. 벌써 5:0 전반이 끝나고 하프타임이지만 가망이 없다고 봐야한다. 저 이지혜라는 선수는 패스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공을 잡고 드리블하고 슈팅. 골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프리미어리거 정도 되는 선수가 와야 저 정도 포텐셜을 보여줄 것이다.
오히려 나는 흥분감을 느꼈다. 저 선수는 아마 이 대회로 만족하지 않을 테지. 조사해 봤을때는 이 대회가 첫 대회니 저 선수가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다면 아마 내가 주관한 대회가 등용문이 될것이다.
"와... 저 누나 축구 진짜 잘하네요"
옆에 있던 고등학생 친구가 말 한마디 안하고 입을 떡하니 벌리고 보다가 하프타임이 되어서야 드디어 입을 열고 한마디를 했다. 잘하긴하지..
"이지혜 선수 눈여겨 볼만 합니다. 아마 이 대회의 다크호스는 저 선수뿐입니다."
"이 정도 경기력이면 대회 우승은 거의 확정적이겠지요.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고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일 겁니다. 다른 팀들도 이지혜선수를 연구할 것이고 또 이지혜 선수가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 궁금하군요."
***
이들은 모를 것이다. 지혜는 모든 팀을 그냥 힘으로 부셔버릴 생각 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