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 21화. 입단 테스트(3)
* * *
A팀과 B팀과의 연습 경기 1차전.
"난 웰링 U23팀 체력 코치 짐이다. 이번 일주일간 내가 너희들을 담당하도록 배정 받았으니 잘 기억하도록."
조금 나이가 있어보이는 중년남성이다. 꽤 고집이 있어보이는 얼굴인데.. 말 잘들어야 하는데 도통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눈치나 잘 봐야겠다.
"오... 우리팀 골키퍼 친구. 꽤 멋쟁이인데?"
옆에서 톰이 뭐라고 말하는게 느껴진다.
"어이 멋쟁이! 내 이름은 톰이야. 만나서 반가워!"
톰이 옛날 김병지머리리에 앞머리에 파란색 브릿지를 넣은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뭐지... 지금 2000년대로 돌아간건가? 눈에 엄청 띄는데 아깐 왜 못본거지?
"오 하이. 나는 믹 홀리데이야 다들 날 미키로 불러."
아무래도 톰은 씹인싸녀석인 듯 하다. 처음보는 사람에 다가 저런 개성 넘치는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다니, 나한테는 벅찬일이 아닐 수가 없다.
둘이 핸드쉐이크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옆의 제리가 이상한 녀석들은 본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봐 제리 톰이 갔는데 너도 따라가야 하는거 아니야?
김병지컷의 남성이 내게 다가왔다.
"...오. 우리팀에 굉장한 미녀가 계셨군. 이런 이런 이런 미녀분은 나같은 멋진 신사와 함께 해야지."
"...?"
뭐라고 말하면서 느끼한 표정을 짓는데 면상을 한대 치고 싶다. 윙크는 왜하는거야 역겨워 죽겠네. 근데 머리가 저 꼬라지라 웃긴건 또 희한하네.
"헬로."
"오. 까칠하셔라."
"이봐 우리 키티공주님은 영어를 못하신다고."
프린세스?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내가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제리가 보고 톰의 뒤통수를 퍽하고 때린다.
"아야. 왜 불러 제리 말로 해"
"부르긴 무슨 이 새끼야. 말 좀 가려서 해. 기분 별로 안 좋아 보이잖아."
"안 좋다고? 왜?"
"...됐다. 경기나 준비하자 슬슬 브리핑 시작할 것 같으니까."
"톰과 제리와 미녀라니! 정말 재밌는 조합이네! 그럼 이제 여기에 왕자님만 추가되면 될 듯 하네!"
만약 내가 저 말을 알아들었다면 통곡할 소리지만 아쉽게도 하나도 알아 듣지 못했다.
***
"자. 포지션은 3331 게겐프렌스형 전술이다. 공격 루트는 중앙으로 다이렉트하게. 백패스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허용하지 않겠다. 좌우측 윙어는 드리블 돌파는 허용하니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전술 근본은 전진 압박이지만 창조성을 보려고 경기를 하는 것이니. 전술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플레이 하도록."
도대체 뭐라는 거지... 하얀 보드에 동그란 자석을 붙인 걸 보니 저 진형으로 경기를 진행하라는 것 같은데.. 내가 공격수이니까 원톱인가? 내가 어떻게 플레이 하는지 지켜 보겠다는 뜻이지?
아무래도 아까 본 남성이 우리팀 감독으로 배정이 된 듯하다.
"...우리 키티공주님은 하나도 못알아 들은 표정인데?"
"...흠 이럴땐 가만히 냅두는게 제일 나아."
"자! 이제 공차러 가자 병아리들아."
감독이 우리를 이끌고 필드로 나갔다. 그러더니 내게 슬며시 다가와서 말했다.
"헤이. 컴다운. 컴다운."
진정하라고? 난 별로 흥분하지는 않았는데? 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게 눈에 보일 정도인가?
"오케이 오케이 돈 워리"
나는 웃으며 필드로 걸어갔다.
***
'흠.. 공이 별로 안오네...'
경기가 벌써 10분이 지나가고 있다.
다들 열심히 뛰고 있어 보이긴 하는데 대부분 미드필드 지역에서 컷트가 되어 나한테 공이 오질 않는다. 제리 녀석은 오른쪽 윙어인가 본데 저 녀석 한테도 공이 가질 않고 있다.
지금 죽어라 뛰어 다니고 있는건 중앙 수비수인 톰 녀석. 그래도 떡대에 어울리게 강하게 태클을 걸어버리니 드리블이 딸리는 상대 공격수는 나자빠지기 일 수 였다.
"...!"
"안돼! 오른쪽 막아!"
병지컷의 멋진 녀석..미키라고 했던가 나한테 말을 안해서 모르겠는데 아마 맞을 거다. 미키가 소리를 빽빽 질러대며 뭐라고 한다. 하프라인 근처의 나까지 들릴 정도니 목청이 대단한데?
오른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오는데 미키가 상당한 속도로 공을 따라 붙어 공을 잡는다.
"달려 제리!"
제리에게 공이 날라간다. 나는 제리가 공을 받는 걸 확인 하지않고 슬쩍 수비수를 바라보고 둘의 사이로 달려갔다.
'오프사이드가 되면 상당히 쪽팔릴거야. 이 수비수들 상당히 느려서 조심해야돼.'
나는 다시 오른쪽을 바라보니 제리가 상대 미드필더를 제끼고 치고 달리는걸 확인했다.
풀백이 같이 따라 붙으려 하니 고립되려고 하다가 우리팀 미드필더에게 패스 후 다시 리턴. 멋진 1대1 패스를 구사 하며 코너 라인까지 달려갈 기세로 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오... 잘하네'
궁지에 몰렸는지 내가 오른손을 들자마자 급하게 크로스를 올린다.
펑!
"응? 멀잖아!"
나는 급하게 페널티 박스안에서 파 포스트라인까지 빠져 나와 본능적으로 점프해서 시저스킥을 강하게 후려쳤다.
'...이쯤?'
쾅!
"!!!"
철썩
상대 골기퍼가 역동작에 걸려 반응도 못하고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멋진 아크로바틱 슛. 나도 넣고 내 몸에 돋는 소름에 환호성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우아아아악!!!"
멀리서 제리가 달려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괴성을 질러댄다.
"미쳤어 진짜! 뭐야!!!"
우리팀이 달려와 내 주변에서 소리를 질러댄다. 귀가 좀 아픈데...
***
'큭 이 미친 새끼들 게겐프렌스인데 뒤로 궁뎅이나 빼고 앉아있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저 중앙 미드필더 새끼. 게겐프렌스가 뭔지 모르고 있는거 아니야?'
나는 원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긴 했었는데 내 상황이 이것 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라 우리 A팀의 감독이 요구한 오른쪽 윙어를 뛰기로 했다.
근데 이 꼬라지가 뭔가. 저 미드필더놈은 생각이 많은 건지 행동이 굼뜨니 패스가 컷트가 되기 일 쑤였다.
'당연하지! 다들 라인을 그렇게 올려서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다이렉트하게 돌리지 않으면 뺐기지!'
여기저기 쥐어터지고있는 톰을 보고있자니 내 가슴이 다 아프다.
결국 수비라인이 무너져 크로스를 허용했고 저 맛간 미키 녀석이 멋지게 공을 캐치했다.
'...잘하는데?'
미키는 나보고 달리라며 오른쪽 터치라인 아슬아슬하게 스로잉 했고 나는 빠르게 트래핑을 앞쪽으로 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씨발! 헬프!"
앞으로 밀고 나가있기만 해서 상대가 너무 붙어있다. 겨우 겨우 1대1 패스로 뚫고 나가도 수비수가 달라붙는다.
'안돼! 뺐기겠어! 내가 조금 멀리왔는데... 지원은?'
그런데 저 멀리서 손이 하나 올라가 있는게 보인다. 누군지 어떤 상황인지 확인 할 겨를 도 없다.
"씨발!"
불안정한 자세에서 급하게 크로스로 처리하려니 힘이 과하게 들어간게 문제였다. 내 생각 보다 멀리 나가고 왼쪽으로 휘어진다.
'이런.. 빨리 돌아가야...?!'
멀리서 키티가 점프를 하는게 보인다.
'...저기서? 엄청 멀었는데?
콰앙!!
철썩
오른쪽 코너에 가까운 터치라인까지 강력한 슈팅 소리가 들려온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게 느껴진다.
'말...말도 안돼...'
"으아아아악!!!"
나는 본능적으로 저 멋지고 아름다운 키티에게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
"...허어"
"우연은...아니겠지요."
"대단한 골 감각이군요."
"피지컬이 뛰어나서 그런가...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저 정도의 센스와 결정력이라면..."
"슛 파워도 대단하군요. 기본기 테스트에서도 상당히 강력한 슈팅을 구사 했었죠."
"아직 한 골 밖에 보지 못했으니 조금만 더 지켜보죠. 실전 데이터가 더 필요합니다."
U23 코치들이 모여 도란도란 떠들어 댄다.
'지켜봐야한다고? 난 이미 저 한골로 결정 했는데...'
이미 내가 들고 있는 선수 데이터 파일엔 동그라미가 다수 쳐저 있었다.
"드리블을 보고 싶군요. 아! 마침 제리 선수가 앞으로 스루패스를....?!"
파바바박!!
우리가 있는 터치라인 앞을 지나가며 치고 나간다.
'...엄청 빠르군.'
스프린트 테스트에서 30m 훈련의 결과는 3.9 초중반대. 그 역사상 위대한 선수로 기록 된 호날두가 3.8초대란걸 감안하면 말도안돼는 속도다.
미드필더 둘을 제치고 수비까지 빠르고 간결하지만 격한 상체 움직임과 한번의 스텝오버 한번으로 수비까지 제쳐버린다. 골기퍼와 1대1 상황에서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한 슛.
"...허허"
"수비수 수준이 떨어지는 걸 감안 하더라도 대단한 드리블 스킬이군요. 보통 저 속도에서 스텝오버가 가능 합니까?"
"...무릎에 부담이 심하겠죠."
"벌써 두 골 째 입니다. 그런데 고작 20분도 지나지 않았군요."
'정말 흥미롭군.'
"어떻습니까? 알렉스 감독님."
"흠... 상당히 맘에 들긴하는데..."
"뭔가 아직 더 지켜 봐야 할게 남으신겁니까?"
"아직 경기도 끝나질 않았다네, 일주일이나 있으니 급할게 없지 않은가?"
"아니 1군 경기가 끝날 때마다 도저히 못해먹겠다며 소리치시더니 갑자기 차분한 척 하시는 겁니까?"
"아니 이 사람이?"
***
몸이 가볍다. 큰 구장에서 실전은 처음이라 조금 걱정했는데 첫 골을 넣고 나니 필드가 마치 내 집인 것 마냥 편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그...뭐라더라 축구 경기 한번 뛰면 기진맥진 할 정도로 엄청난 거리를 뛴다는데 왜 난 뛰면 뛸수록 기분이 좋지? 벌써 후반인데..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뛰다보면 기분좋아진다는 그게 나한테 온건가? 아직 모를일이다.
경기는 60분이 지나가고 있고 상황은 30 내가 전반에 2골을 넣었고 제리 녀석이 내가 찬 중거리 슛에 달려들어 튕겨나온 세컨 볼을 잘 넣어 주었다.
'이 녀석들 들어가서 뭔 소릴 들었는지 몰라도 나한테만 붙어 있기 시작했어.'
"젠장 여자한테 이런식으로 당하다니... 이런 수모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못 꿨다고!"
내 옆에서 뭐라고 지껄이는데 하나도 모르겠고, 신경도 안쓰인다.
툭
"...? 헤이!!"
왠일로 중앙 미드필더 녀석이 압박을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공을 컷트 해내고야 말았다. 나는 바로 소리를 지르며 페널티 라인 오른쪽으로 달려 갔고 공간이 빈 중앙으로 스루 패스가 오는게 등뒤로 느껴졌다.
"젠장!! 안돼 씨발!!"
오 영어로 욕하는건 왠지 이해가 되는 것 같네.
팍!
내가 빠르게 방향을 전환 하며 공 쪽으로 달려가려고 하자 수비수 녀석이 내 유니폼 등을 붙잡는게 느껴졌다.
"꺼져!!"
나는 잡든 말든 신경 안쓰고 달려갔다.
'씨발 저 새끼 때문에 좀 먼데.. 바로 차야해!'
찌익!!
무슨 소리가 났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콰앙!!
달려가며 논스톱슛을 갈겼고 골기퍼는 다이빙을 했지만 공 속도가 훨씬 빨랐다.
철썩
골기퍼 녀석이 공을 바라보다 절망하는 표정으로 바닥을 쳐다보는 걸 보니 왠지 기분이 좋은데?
"...우아아아악!! 헤트트릭이야!!"
제리녀석이 내게 달려오다가 흠칫하는게 느껴진다.
"...?"
"잠깐만"
제리가 내 양 어깨를 잡고 돌리더니 다시 급하게 돌렸다.
"머임?"
"...감독님! 여기 유니폼이 찢어졌어요!"
제리가 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소리를 지른다.
'...왠지 등이 시원한데?'
나는 내 등을 손으로 만져보니 유니폼이 찢어져 맨 등과 스포츠 브라가 만져지는게 느껴졌다.
'...씨발! 아까 그 새끼 때문에 찢어진거였네!'
나는 등을 손으로 가리며 벤치로 뛰어갔다.
그런데 다들 내 시선을 피하는데... 다 본거 아니겠지?
'씨발 신이시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