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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33화 (33/124)

〈 33화 〉 33화. 퀸오브더매치

* * *

웰링의 구장인 파크 뷰 로드에서 펼처진 FA컵 5라운드 경기는 3:2로 웰링이 승리하였다.

첼시는 막판 추격골을 위해 분전을 했지만, 마음이 급해 골대만 3번을 맞추고 조슈아는 고개를 숙인 채 필드를 나갔다.

와아아아아!!!!!!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불리자마자 웰링의 모든 서포터즈는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

나는 관중석의 서포터즈들을 둘러보았다.

남자. 여자. 노인. 어린아이. 모두가 기쁨에 겨워 서로 껴안고 팔짝 팔짝 뛰고 있었다.

"....헤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경기 내내 날 따라다니며 고생한 제이슨이 유니폼을 벗고 다가오고 있었다.

'아 이게 유니폼 교환인가 먼가하는 거구나.'

"...미안해요. 제가 유니폼을 줄 사람이 있어서."

"...? 오 이런. 누군지 모르겠는데 운이 좋은걸."

"푸하하하하하!!!"

전반 교체로 들어온 데브윈이 제이슨의 뒤에서 손가락질 하며 웃고있었다.

"그 제이슨이 먼저 말을 걸고 까이고 있네 크큭 눈치 좀 챙기지 그래?"

"닥쳐 개자식아. 아무튼 대단했어. 웰링에만 계속 있을 생각은 없겠지? 첼시로 오는건 어때? 우리도 지금 조슈아 말고는 딱히 스트라이커가 없거든."

제이슨이 실실 웃으며 나를 꼬시는 말을 했다.

'흠... 첼시라...'

사실 이런 제안을 언젠간 받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 딱 두 번째 골을 넣었을 때. 영국 국가대표이며 첼시의 주전 수비수인 제이슨을 개망신 시키며 박살을 내버렸는데, 어느 팀이건 탐을 내지 않을까하고.

"어이!! 우리 키티한테 꼬리치지말고 꺼져!"

우리의 캡틴이 나랑 대화하는 제이슨이 수상한지 기웃거리다 템퍼링 같은 발언을 하니 빨리 차단하려는 속셈이다.

"하하 걱정마 친구. 그냥 얘기만 해본 거니까."

제이슨과 데브윈이 우리를 떠나갔다.

"자! 너는 승리의 주역이니까 빨리 인터뷰하러 가야지!"

캡틴이 내 등을 퍽퍽 두드리며 말했다.

"...? 아!"

맨오브더매치(MOM). 많은 축구팬들이 익숙한 이 명칭은 2019년에 이미 킹오브더매치(KOM)로 변경이 되었다.

제대로 된 명칭은 최우수선수. 세 골을 넣은 나 말고는 없겠지.

"어이! 거기 둘! 빨리 라커룸으로 돌아가!"

멀리서 수석코치님이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얼른 유니폼을 주려는 목표에게 뛰어갔다.

"와아아아아아!!! 이쥐해!!!"

라커룸과 이어져있는 입장 통로 근처의 관중석.

바로 그 장소에서 내가 유니폼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얼른 눈알을 굴려 대머리와 수염맨을 찾기 시작했다.

"...아!"

나는 내 유니폼을 들고 소리를 지르는 둘을 찾았다.

"...자! 이거 받으세요!"

"...?!"

"우아아아아악!!!!!"

대머리가 내 유니폼을 받더니 괴성을 지르며 점프를 하기 시작했다.

"가보로 간직 할게요! 제 펍으로 오시면 평생 맥주 무료로 드릴게요!"

"하하 응원하러 와 주셔서 고마워요."

나는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 라커룸으로 이동했다.

"...그래 팬이 있어야 축구선수가 존재하는 거야. 좋은 선택이였어."

"...?"

뒤로 돌아보니 캡틴이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하하 처음부터 저를 응원해주는 팬은 저들 뿐이여서요."

"그래 그 팬서비스 마인드라면 저 사람들은 너의 극성팬이 되겠지. 그래도 그 첼시 녀석의 유니폼이 아깝지는 않아?"

캡틴이 의문을 품은 얼굴로 물어봤다.

"나라면 그 정도 클래스의 선수가 유니폼 교환 요청을 해왔으면 바로 줬을 것 같은데..."

"...그다지 끌리지는 않더라구요."

아마 내가 이 시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만약 라모스나 푸욜 같은 수비수가 나에게 요청을 해왔더라면 바로 줬을지도 모르지.

"하핫. 어쨌든 팬서비스는 잊지마. 한번 실수 했다가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도 있으니까."

"네."

나도 잘 알고 있다. 호날두가 우리나라에서 저지른 만행 때문에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걸.

"이지혜 선수는 이쪽으로 와주세요."

나랑 캡틴은 라커룸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경기장 스텝에게 붙잡혔다.

"그럼 인터뷰 잘하라고 슈퍼루키!"

"네."

나는 스텝을 따라 기자회견장으로 이동 했다.

***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니 오랜만에 보는 통역사 언니가 있었다.

'하긴 아직 영어가 완벽하진 않으니까.'

나는 언니에게 다가가 살며시 인사하고 정면을 바라 보았다.

찰칵 찰칵 찰칵

카메라 후레시가 상당히 눈부시다.

"일단 축하드립니다. 이지혜 선수. 킹오브더매치는 어색해서 퀸오브더매치라고 해야겠군요."

하하하

기자들이 모두 웃는다.

미모의 여자 아나운서가 나에게 다가와 마이크를 건낸다.

많은 기자들이 나를 쳐다보며 질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대단한 활약을 하셨습니다. 기분이 어떻습니까?"

가은언니가 통역해주고 내가 영어로 말했다. 그래도 내가 영어을 배우고 사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걸 보여주는게 보기 좋지 않겠나.

"사실 이 정도로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상당히 겸손하시군요. 오늘 상대하신 제이슨 선수와 데브윈 선수는 첼시의 주전 선수들 입니다. 이 정도의 활약이라면 더 높은 클럽에서 뛰실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웰링에 입단한지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축구 경력이 적기 때문에 웰링에서 축구를 배우고 난 뒤에 이적을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오오

찰칵 찰칵

"그 말씀은 나중에 이적을 하실 생각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아니요. 미래일은 아직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적 할 수도 있고, 웰링에 잔류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드립니다. 첫번째 골은 노리신 겁니까?"

"네. 첼시의 골키퍼가 방심하는걸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골이였습니다."

"질문드립니다. 여성리그가 존재하는데 굳이 남성리그에 도전하신 이유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웅성웅성

"누구야 저놈?"

"...그 찌라시 전문 신문사 잖아."

"굳이 여기서 저런 질문을 해야 돼?"

질문을 한 남성 뒤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여성리그를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단지 인지도 측면에서 남성리그가 압도하고 있고, 저는 더 큰 무대에서 저를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휘익!

짝 짝 짝

기자들이 내 포부에 호응을 해준다.

"그럼 증명에 실패하시면 여성리그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만해 이 새끼야!"

"저 눈치없는 자식을 좀 끌어내봐!"

"잠시 소란이 있는데, 진정들 해주세요. 일단 질문을 해주신 기자님껜 죄송하지만 그 질문은 딱히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 같군요."

옆에서 지켜보던 수석코치님이 내 마이크를 뺐어들더니 말을 하고 다시 내게 돌려주었다.

"...아무튼 저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찰칵 찰칵 찰칵

***

"으하하하하!!! 널 따라오길 잘했어!"

잭이 케리의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소리를 질렀다.

"거봐. 내가 지켜보자고 한 판단. 잘했지?"

"그래 그래. 그러니까 맥주 좀 더 가져와바!!"

"맥주파티야? 나도 끼어야지!"

잭과 케리를 따라 이지혜를 응원하러 간 몇명의 친구들이 테이블로 모여 들었다.

"그나저나 케리. 이쥐해의 매치원(Match worn*축구선수가 실제로 착용한 유니폼)은 어딨어? 그거 내 가보라고!"

"...저기 벽면에 잘 모셔뒀지."

케리는 벽면 제일 잘 보이는 공간에 있던 폴 조지의 유니폼을 다른 장소로 옮기고 이지혜의 유니폼을 멋있는 액자에 넣어 걸어 두었다.

"크흐... 난 사실 제이슨 새끼가 우리 이쥐해한테 다가가길래 그 새끼한테 유니폼을 주는줄 알았는데!"

"...확실히 팬서비스 마인드가 꽤 좋은 친구 인것 같네."

"우리를 기억 해 줬다는거 아냐!! 이런 맛에 서포터즈 짓을 하는 거지!"

잭과 케리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자신들의 근처에 있는 이 친구들을 설득하기 위해 술을 얼마나 사주었는가. 경기를 지켜보며 술을 사준 돈이 아깝지 않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런 씨발!!"

케리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욕설을 하는 한 친구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이 좋은 날에"

"좆 같은 기자 새끼가 우리 이쥐해를 모함하려고 해!!"

이미 우리 이쥐해다.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고. 기분 좋은 팬서비스까지 해줬으니 이들에겐 거의 가족과 다름이 없을 정도다. 단 한경기 뿐이였지만. 원래 영국 축구팬들이 이렇다.

"...그게 대체 무슨 개소리야!"

술을 마셔서인지 화가 나서인지 모를 얼굴이 벌게진 잭이 친구에게 다가가 스마트폰을 쳐다보았다.

"...이런 씨발!"

"흐음..."

[여성이 굳이 남성리그를 택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지혜라는 여성이 리그1 클럽인 웰링 유나이티드에서 멋진 데뷔전을 치뤘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첼시를 이겨냈지만, 궁금증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영국은 여성리그도 상당히 인기가 있고, 쉽지않은 무대다.

굳이 남성리그를 택한 이유가 뭘까.

잘하긴 하지만 스포츠의 미래는 알 수 없는 법이다.

만약 도전에 실패하면 높아진 인기도를 가지고 여성리그로 도망칠 생각은 아닐까.

물론 이지혜 선수의 도전을 폄하 하는건 아니다.

단지 많은 팬들이 나같은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이 의문을 이지혜 선수가 풀어줬으면 했지만 웰링의 수석코치가 막는 바람에 알 수 없게 되었다.

­ jerry*** : 개소리 하지마! 기자새끼들 하는 짓은 변함이 없네?

­ tom**** : 친구, 그렇게 부정적으로 살면 힘들지 않아? 도대체 뭐가 문제야? 여자가 남성리그에서 뛰든 말든 너랑은 상관이 없잖아? 똑같은 프로 선수라고!

­ zxcv*** : 제발 편협한 생각을 하지말자. 응? 신문사를 보니 이런 기사만 올리는 곳이잖아? 역시나

­ kitty**** : 오늘 대단한 활약을 한 선수야. 칭찬을 하지 못할 망정 이러는 이유가 대체 뭐야?

"하하.. 여기 찌라시만 올리는 신문사 잖아. 신경쓸 필요없다고."

"...하지만 우리 이쥐해가 상처를 받으면 어떻게 해!"

"하하하 이제 걱정까지 해주는거야? 그렇다면 우리가 더욱 응원해줘서 힘이나게 해줘야지!!"

"...그래 그게 정답이겠네. 이딴 기사는 읽지 않는게 도움이 될거야! 친구!"

잭은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거 SNS에 꽤 퍼진 기사야. 그래도 꽤 유명한 신문사라 그런지 이슈가 될만한건 잘 캐치하는 것 같네."

"...별일 없으면 좋을텐데."

"됐다 됐어! 우린 좋은 날을 축하하며 술이나 마시자고! 케리! 어서 오늘 경기 재방송을 틀어줘! 아참 맥주도 좀 더 가져다주고! 피쉬 앤 칩스도!"

"그래 그래"

그 날 웰링의 모든 펍은 불이 꺼질줄 몰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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