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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42화 (42/124)

〈 42화 〉 42화. 첫 원정경기(2)

* * *

쿠당탕

웅성웅성

경기를 준비하러 라커룸에 들어가는데 누군가 라커룸 안에서 난리를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어이! 그건 어디서 난거야?"

"이제 올텐데..."

"저기.... 다들 뭐해요?"

선수들이 내 라커룸 앞에 둥글게 모여있는게 보여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건가하고 다가갔다.

"!!!"

"이런..."

"아무것도 아니야. 이봐 루키 아까 핫도그 매점에서 누가 널 찾는거 같던데?"

나는 캡틴이 하는 헛소리를 흘려들으며 내 라커를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 이런 씨발!"

심슨이 내가 고양이귀를 하고 인터뷰를 하는 사진을 내 라커에 자석으로 붙히고 있었다.

"..?"

심슨이 무슨 소란인가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 새끼가 뭐야! 그거 어디서 났어!"

"아... 그게 말이지 하하. 사실 라커룸이 칙칙하고 재미없잖아...? 다들 좀 지루해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니 사진이나 걸 것이지! 빨리 떼!"

온몸에 소름이 돋는게 느껴진다.

철컥!

"자자... 다들 모여서 뭣들 하고 있나? 다들 앉아봐"

알렉스 감독님이 손에 파일을 들고 라커룸 안으로 들어오셨다.

"...두고봐"

나는 심슨을 찌릿 쳐다보고는 자리에 앉아 알렉스 감독님을 쳐다 보았다. 알렉스 감독님은 오시는 동안에도 계속 머리를 쓰신건지 얼굴에 피로가 가득해 보이셨다.

내가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 느낀 건데, 하위 리그라고 경기를 대충 준비하지도 않고 경기 전부터 코치진들은 발에 불이나도록 뛰어다니며 경기를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노력을 한다. 만약 강등권과의 경기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더욱 완벽하게 이기려고 노력을 하지, 마치 대충 준비하면 자신의 목숨에 지장이 생기는 것 마냥 다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을 한다.

그런 모습이 참 프로페셔널 하고 멋지지 않은가?

코치진들이 그렇게 열심히 해주는데 우리도 경기장에 들어가면 그 노력에 보답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다들 그 클럽에나 들락거린 머저리를 욕하는걸 지도 모르겠다.

단 한명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서 쌓아놓은 신뢰와 이미지를 한방에 무너트리려고 했으니...

"자... 오늘 위건은 작정하고 나온듯 하네. 아예 이지혜를 틀어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게 느껴지는군."

진형을 보니 우리는 4­5­1 진형이고 위건은 3­4­3 진형이다. 과연...

"변형 쓰리백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중원을 틀어막겠다는 의지가 여기까지 느껴지는 군. 경기가 얼마 안남았어, 빨리 머리를 굴려보자고 흐음..."

변형 쓰리백이라니... 들어보긴 했지만, 직접 본건 처음이다. 3명의 수비수만이 수비를 하긴하지만 때에 따라 좌우 미드필더까지 수비수로 돌변해 라인을 내릴 수 도 있는 전술이다. 보통 전술 숙련도로는 감당이 안될텐데...

"...조사해보니 과거 위건에서 이런 변형 쓰리백을 사용하긴 했었나 봅니다. 단 몇년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수석 코치님이 감독님의 옆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파일을 본다.

"...우리 측면 공격력을 얕보고 있는 모양이군."

변형 쓰리백은 중앙 수비에 상당히 강하다고 한다. 세명의 수비수와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총 5명이 중앙을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만큼 측면에는 신경을 쓰기가 어려워 윙어 공격이 강한 클럽은 상대로는 자살행위와도 같다.

"우선은 공을 최대한 측면으로 몰아야겠군요."

"그래, 공격 방향을 최대한 측면으로 몬다. 일단 방향에는 상관없이 다이렉트하게 공을 측면으로 길게 보내라. 시간이 끌려서 수비 진형을 갖추면 뚫어 내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테지."

"맞습니다. 데이터에는 상대 미드필더의 속도가 그다지 빠른 편이 아닙니다. 공을 소유하게 된다면 템포를 올려야 합니다."

"...우리 이지혜 선수가 할 일은 하나겠군. 시선을 끌어줘야겠지."

"제가 드리블로 뚫어내면..."

"...아니야. 상황이 가능하다면 시도해봐도 좋지만, 만약 공격에 실패한다면 세컨볼 찬스를 얻어내기가 정말로 힘들거야."

감독님이 나를 보며 슬며시 웃으신다.

"우리는 자네만 있는 팀이 아니니깐, 서로 힘을 합쳐보자고. 오늘은 이지혜 자네가 제리가 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줘 봐."

"...네"

나는 슬쩍 제리를 쳐다보니 다시금 부담감을 가지는 표정이지만 버스에서 만큼 안색이 하얗지는 않다. 확실히 마인드를 다르게 가진듯 하다. 조금 눈에 힘이 들어가 있는 걸 보니 자신도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듯 했다.

"부탁할게. 앞에서 빵댕이좀 흔들어봐 키티."

"이 새끼가?"

"푸하하하하!!! 그래 그래 우리 루키가 빵댕이를 흔들면 위건 새끼들도 안보고 넘어갈 수가 없겠지!"

"캡틴 제발.."

"농담이고, 오늘은 좀 많이 뛰어 줘야겠다. 평소엔 스트라이커 포지션은 다른 포지션 보다 덜 뛰니까. 넌 체력도 좋잖아?"

하긴 체력은 우리 팀에서 제일 좋긴하다. 오래 달리기를 해봐도 나는 뛰기 싫은 기분이지만 몸은 계속 뛸 수 있다고 뛰자고 소리를 쳐댄다. 정말이지 익숙해지기 어려운 감각이다.

"...그럼 다들 준비됐나?!"

감독님이 우리 주변을 한바퀴 도시며 박수를 짝짝 치신다.

"가자고!!"

"위건 퍼랭이 새끼들! 주댕이 함부로 놀려댄 값을 치뤄주지!"

나는 으쌰으쌰 해대는 팀동료를 따라 라커룸을 나가려고 하는데 심슨이 나를 붙잡았다.

"...저기"

"응? 왜그래 심슨."

"아까는 기분 상하게 하려고 한건 아니야. 알지?"

"...하하하!! 그것 때문에 걱정해서 그런거야?"

자고로 남자새끼들끼리 장난을 친다는 건 별거 아니지 않나. 남자 였을때에도 바지벗기고 그런 장난 많이 했는데 저런 것 가지고 마음 상할리가 없지.

"그냥 부끄러워서 그랬던거야. 그런데 저딴건 도대체 어디서 구한거야?"

"...내가 만든거야"

"...?"

"어이! 빨리와! 뭐해!"

""네!""

***

와아아아아!!!

위건의 기선제압인가 필드에 들어서자마자 위건 서포터즈가 커다랗게 함성을 지르는게 피부를 찌릿 찌릿하게 만든다.

"너희 웰링 촌놈들은 DW 스타디움(위건 애슬래틱 FC의 홈 구장)에서 뒤지고 말거야! 아마도 두 다리는 부러진 채로 말이지!"

유치한 가사의 노래가 크게 울려 퍼진다. 그래 이게 전통적인 하위리그의 문화다. 과격한 언행과 플레이. 영국 축구의 과격함의 근본은 하위리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대가 위축이 되길 원하는지 더욱더 크게 노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며 율동도 한다.

"하하하 위건 얘들이 이 정도로 하던 애들이 아닌데, 이딴건 하위리그 클럽에서나 하는 거라면서."

디에고가 몸을 풀며 웃는다.

"..."

제리의 안색이 다시 하얘졌다. 얘 멘탈이 좀 유리인가본데... 괜찮으려나.

"야! 제리! 또 왜그래!"

"어..어? 아니야.. 생각 보다 관중이 많네."

2만 5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 5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리 웰링 구장의 절반만 수용할 수 있지만, 2만 5천명이 적은 숫자도 아니고 하나같이 떼창을 하고 있으니,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키티.. 넌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응..? 그러게...?"

생각 해보니 첼시와 데뷔전을 붙었을 때 조금 압박감을 느끼긴 했었는데... 몸이 벌써 적응을 한건가? 아니면 내 정신상태가 좋아 지고 있다는 걸까?

"뭐긴 뭐야 이 새끼가 관종이라서 그러지."

디에고가 나를 손가락질 하며 낄낄 웃는다.

"기자들 앞에서도 고양이 귀를 끼고 잘도 말하는데 이딴건 아무렇지도 않겠지."

"...아니야!!"

"아하하하하하!!! 하긴 그런가?"

"아니라고 미친놈아"

나는 제리를 거칠게 밀어내고 센터서클로 걸어갔다. 슬슬 경기 시작할 때니 준비해야 할 테다. 마인드도 다시 잡아야겠지?

***

"...지혜가 팀 동료들과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그렇네요. 정말 좋은일이 아닐 수가 없겠군요. 사실 해외로 진출한 국내 선수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팀 동료들과 융화되지 못한 점이거든요?"

"실제로 친해지기 어려운 경우도 있나요?"

가은이 이기영을 쳐다보며 물어보았다.

"네. 물론 같은 사람사는 동네라 정말 좋은 친구들도 많지만... 몸을 움직이는 스포츠란게 거친 친구들도 참 많죠. 자기 구역을 침범하는 낯선 사람에게 이를 들어내는 선수들도 많죠."

"그렇다면 참 다행이네요."

"하하 사실 이지혜 선수의 실력 정도면 팀과 잘 섞이지 못하더라도 잘 지내는 경우도 많더군요. 팀에서 보호를 해주니까요. 그래도 선수들끼리 잘 지내는게 제일 좋은거죠."

가은과 이기영이 지혜가 선수들과 농담을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 우리 마붕이님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어요!"

­ ?

­ 마리눈나만 봐도 좋은데 또 뭐임?

­ 근데 여기 일반인도 많아져서 마붕이라고 하면 안되는거 아니냐?

"아.. 그건 잠시만... 아무튼! 웰링의 구단주이신 마크 골드버그 주니어씨가 저희 이지혜 선수의 개인 방송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가지 사은품을 준비해주신데요!"

­ 오오오오오오

­ 공짜임? 공짜임?공짜임? 공짜임?공짜임? 공짜임?공짜임? 공짜임?공짜임? 공짜임?

­ 사은품 어떤건지 알 수 있음?

"일단 정해진건 아직 없는데... 지혜 유니폼이랑 브로마이드 이런거 싸인 넣어서 준비해 주신대요."

­ 입었던 거임?

­ 아 입었던 거 아니면 별로인데

­ 아님 입었던거는 파는게 어때?

­ ㄹㅇ 미친놈들 천지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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