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63화. 관심을 받다(1)
* * *
"..."
어느 한 아리따운 여성이 엄청난 크기의 벽걸이 TV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대단합니다!! 결국 열정을 불태우며 뛰어다닌 댓가를 받아내고 맙니다 이쥐해!!]
[완벽하게 잡아놓고 뛰었습니다!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망을 찢어버립니다!]
[리버풀의 키퍼가 허망한 표정으로 들어간 공을 쳐다보는군요! 몇 십분동안 열심히 공을 막았는데 허무하게도 코너킥에서 득점을 당했군요!]
[리버풀의 수비진들도 질린 표정으로 이쥐해를 쳐다봅니다! 그녀의 노력에 결국 당하고 말은 리버풀!]
[리버풀이든 웰링이든 서포터즈들이 구분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하는군요!]
[이게 바로 스포츠의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이제 세상이 이쥐해를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앉아 있던 여성의 얼굴이 조금씩 열기를 더해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똑 똑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가씨?"
여성이 기어코 대답을 하지 않자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름다운 메이드가 들어온다.
"..."
메이드는 TV를 잠시 힐끗 거리다가 다시 앉아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식사시간임을 알렸다.
"저... 아가씨?"
"잠깐만..."
"..."
그렇게 여성이 턱을 괴고 TV를 주시하다가 메이드를 보고 나중에 간다고 잠시 혼자 내버려 달라고 전한 다음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오 마이 스위티 걸. 왠 일이야?]
[파파. 나 가지고 싶은게 생겼어.]
[뭔데? 우리 귀여운 공주님이 원하는건 이 아빠가 다 가져다 줘야지!]
여성은 TV에서 계속해서 하이라이트를 틀어주는걸 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장면에는 이지혜가 나왔고 그녀의 모습은 땀과 비와 잔디로 인해 너무나도 더러워졌건만, 그녀의 주위에서는 빛이나는 듯 했고 그 고결함을 감추지는 못했다.
[그게 뭐냐면...]
***
"안녕하세요..."
나는 호텔에서 준비해준 한 파티룸의 문을 열며 조심히 들어갔다.
퍼엉!!
"와아아아아!!!"
짝짝짝
"?!"
나는 갑자기 터져나오는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 때문에 깜짝 놀라 얼른 내부를 살펴봤더니 커다란 파티룸을 이런 저런 장식품으로 멋지게 꾸며 놓고 커다란 케잌을 떡하니 상위에 올려놓은걸 보았다.
그 위에는 커다란 플랜카드로 "마리누나의 첫 FA컵 준우승을 축하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적힌 걸 보았다.
나는 이런 서프라이즈를 받게되면 울게 될 줄만 알았는데, 울음은 무슨 흐뭇한 기분과 웃음만 나온다.
"아하하하하하"
"눈나!! 멋져요!!"
"눈나!! 사랑해요!!"
"다들 와주셔서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나는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인사를 건냈는데 사람들이 왠지 나에게서 거리를 두는 것마냥 뒷거름질을 치기 시작했다.
"...?"
왠지 상처받는 기분이라 조금 우울해지려고 했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꺄아악!! 너무 멋있어!!"
'이건 가은 언니의 목소리인데..'
나는 고개를 들고 사이를 쳐다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가은 언니가 걸어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와... 차려입고 온다더니 슈트를 입고왔네?! 진짜 멋있다!"
"...그래?"
사실 내가 봐도 엄청나게 멋있어 보이기는 한다.
기다란 기럭지와 들어갈 곳과 나올곳이 명확하고 단련된 육체로 인해 라인이 완벽하게 빠졌다. 그 위에 블랙 슈트를 차려입으니 이건 무슨 슈퍼 모델도 아닌데 거울을 본 나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멋있는 누나 스타일이였다.
"와아..."
"진짜 개쩐다..."
"실물이 훨씬 예쁜데?"
"와..."
사람들의 감탄사가 들려오는걸 보니 사람들이 나를 피한게 나에게서 미인 아우라가 너무 강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뒷걸음을 친듯 하다.
"다들 런던에서의 여행은 재밌으셨나요?"
""네에!!""
"음식은 입맛에 맞으시구요?"
""...""
앗
***
그레이터 런던 웰링 주에서는 현재 이지혜를 모르면 출생지를 의심할 정도로 인지도가 급상승 했다.
여느 때와 같은 케리의 펍에서도 매일 같이 하나의 TV는 이지혜가 출전한 경기를 틀어놓았고, 곳곳의 장소에 이지혜의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이나 축구공 같은 물건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으음.. 자꾸 다른 클럽에서 우리 작은 여왕님을 원하는게 조금 거슬리는데..."
"진짜로 말이야! 어?! 웰링에 온지 얼마나 됬다고 뺐어가려고 해! 돈이면 다 되는줄 알어?!"
"너희들은 좋은 선수 많지 않냐? 제발 우리의 희망을 뺐어가지 말아줘!!"
펍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며 매일 같이 이지혜가 다른 클럽들의 관심을 받는 기사가 올라오는 걸 보며 분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성장을 위해선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야!"
"...맞는 말이긴 한데.."
그들은 언젠가 떠날 선수들에 대한 감정을 잘 알고 있고 보낼 때는 보내야만 한다는 것도 잘알지만 이토록 그들을 뭉치게 만들어준 선수가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들을 너무나도 슬프게 만들었다.
"어...?"
"또 왜그래 잭"
"씨발 이 기사 봤어?!"
[이지혜. 당분간 웰링 유나이티드를 떠날 생각이 없어.]
이지혜(18세, 대한민국)선수가 구단에 거듭해서 몰러오는 이적 요청에 답을 내었다. 바로 당분간 이적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지혜는 웰링 유나이티드에 이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점과 현재 팬들과 팀 동료들 그리고 클럽 관계자들과의 관계가 현재 너무 만족스럽다는 점을 밝혔다.
이에 기자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는 걸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질문 했더니 이지혜는 "나는 여기서도 잘 성장하고 있고 행복하다"라고 답변했다.
많은 클럽 관계자들이 이에도 포기 하지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어?!"
"호오..."
"..."
이지혜에 대한 기사가 엄청나게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웰링 유나이티드가 접근근지 경고를 한 것이기도 하지만 제안은 해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이 후에 이지혜가 이적을 원한다면 높은 몸값을 만들어낼 기회이기도 했으니까.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닐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을 텐데..."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연락이 왔을텐데?!"
"그걸 걷어차다니 멍청한 선택을..."
"..."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는 케리가 당황한 얼굴로 손님들을 쳐다 보았다. 이들은 클럽과 이지혜를 사랑해서 놓아주기는 너무 싫지만 또한 놓아줄때는 놓아줘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미 결정을 내린 것 같은데?"
"우리들까지 언급을 했잖아? 정말 대단한 팬서비스 마인드로군."
"이러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야! 케리! 저거 나주면 안되냐?"
"죽었다 깨어다고 그럴일 없으니 꿈깨. 저건 내 가보야."
매번 사람들이 이지혜의 매치 이슈 유니폼을 노리니 골치가 아프다. 하지만 저건 케리의 가보.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자물쇠로 잠궈놓기 까지 했고 아름다운 장식이된 액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으니 하나의 예술품처럼 보인다.
"칫... 이미 클럽에서 판매하는 이지혜 굿즈는 다 사버렸다고! 제엔장..."
대머리 남성이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책상에 머리를 박는걸 보는 케리는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직 클럽에 입단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았어 친구, 조금만 더 기다려봐 클럽에서 쩌는 굿즈를 만들어서 판매할거니까."
"크윽...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하는거야..."
이렇듯 웰링의 서포터즈들을 이렇게 이지혜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
"...뭐라고요?"
"클럽을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왔네."
마크 구단주가 감독실을 찾아와 뜬금없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운영진들끼리만 나누고 감독은 소식만 전해듣는게 보통인데, 웰링은 감독과 구단주의 사이가 가깝다보니 이런 이야기도 서슴없이 하는 것이다.
"...클럽을 판매 하실 생각이신가요?"
"절대로 아니지. 아닌데..."
마크 구단주가 자신의 볼을 쓰다듬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엄청난 금액을 불렀군요."
"엄청난 수준이 아니야. 백지 수표를 들이밀더군. 원하는 금액을 전부 맞춰주겠다더군. 근데 나는 돈 보다는 그들의 희망 사항이 더 끌려서..."
"...뭘 원한답니까? 프리미어 리그 진출? FA컵 우승? 하긴 우리 팀의 현재 모습은 상승세긴 하니까요."
"아니 아니야 그런게, 딱 두가지를 말하더군. 운영진의 교체를 불가하고 이지혜의 의사 없이 판매를 금지하는 것"
"...?"
알렉스 감독이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표정으로 마크 구단주를 쳐다보았다.
"흐음... 내가 생각하기엔 말이야..."
"..."
"그 쪽의 관계자중 누군가 이지혜의 열렬한 팬이 아닐까 싶은데..."
"그나저나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중동의 거부? 어디 귀족 집안?"
"...듣고 놀라지 말게나."
꿀꺽
"두바이의 왕에게서 연락이 왔다네. 그쪽이 운영하는 기금중 하나에서 인수를 하고 싶다는 군."
"예?!"
쾅!
알렉스 감독이 너무나도 놀라 자신의 책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