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77화 (77/124)

〈 77화 〉 77화. 첫 방송 출연(5)

* * *

다시 한번 케리의 펍.

"으음..."

대머리 남성들이 아침부터 맥주를 들이키고는 테이블에 엎어져 쓰러져 있다.

"왜이리 다들 죽상이야?"

"케리. 넌 왜이리 멀쩡한거야?"

"무슨 소리야 잭. 평소에 열지도 않는 시간에 전화까지 해가며 열게 해놓고는 이렇게 다들 쓰러져 있을거야?"

"넌 진짜 사람도 아니야..."

"하아.. 그래 무슨일인데?"

"무슨일이라니!! 이쥐해를 못본지 벌써 몇일째인지도 잊어버릴 정도야!! 내 인생에 이쥐해가 부족해지고 있다고!!"

"이런...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케리는 머리가 아픈듯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고는 다른 테이블을 닦으러 이동했다.

"이봐!! 야!! 케리!!"

"시끄러워. 취했으면 자기나해."

"티비 좀 틀어봐. 이쥐해 나오늘 걸루."

"이런... 너 그 말만 지금 몇 번째인지 알아?"

"그게 무슨 상관인데!! 빨리!!"

"그래 빨뤼..."

"끄으응... 몇 시간이나 지난 거지?"

하나 둘씩 쓰러져있던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분명 매일 같이 다른 축구 방송을 찾아보며 뭔가 공허함을 채워보려 했지만 오히려 더욱 그리워진다. 긴 시간동안 웰링 유나이티드의 서포터즈를 해오며 이런 적이 있었던가. 다 그 대단한 소녀덕이다.

띠리링

띠리리링

"야... 누구꺼야 머리 아프니까 빨리 받아..."

"으윽... 미안 내가 빨리 받을게! 케리! 물 한잔만 가져다줘!"

"그래 그래."

물을 미리 잔뜩 준비 해놓은 케리가 물과 잔을 일행들에게 하나씩 전해 주며 억지로라도 물을 마시게 한다.

잭은 그 동안 테이블 위에서 혼자 격렬하게 울리는 스마트폰을 잭이 들고는 힘겹게 귀에 가져다 댄다.

"여보세요?"

[이봐 잭! 뭐하고 있나?!]

"으음... 삼촌? 이 시간에는 뭐하러 전화했어? 나 펍이지... 삼촌은?"

[허어.. 너가 이런 쪽으로 소식이 느릴 줄이야... 정말이지 실망스럽구만...]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있게 해줄래? 으윽.. 머리아파"

[아직 해가 중천인데 도대체 얼마나 퍼마신거냐? 그래. 휴가중인 이쥐해가 방송에 출연했나봐. 웰링 서포터즈 커뮤니티에 벌써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뭐?!"

콰당!

쿠당탕!

너무 놀라버인 잭은 급하게 일어나려다가 의자를 거칠게 넘어트려버렸다.

"아잇! 깜짝이야! 뭐야?! 뭔데?!"

"어이 잭.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펍의 물건을 그만 부셔줄래?"

"잠깐 잠깐 기다려봐. 그래 삼촌 다시 말해줘. 이쥐해가 방송에 나왔다고? 젠장맞을! 어디에?!"

[진정해. 그녀의 고향인 한국에서 방송하는거야. 벌써 자막까지 달려서 나온다고, 어플통해서 구매해서 봐바. 나도 아직 보지는 못했다.]

"...고마워 삼촌."

잭은 넘어진 의자를 다시 세워 앉는 부분을 툭툭 털고는 자리에 앉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보고 있었다.

"내가 잘못들은게 아니라면 우리 여왕님이 방송에 출연했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그러게... 내 귀가 잘못된건 아니지?"

"왜 우리는 모르고 있던거지...?"

좀비처럼 슬금 슬금 일어나 잭의 주변으로 모이는 일행들

"...찾았다!! 와 씨발!!"

양손을 번쩍들고 고개를 치켜들며 소리를 지르는 잭

"얼씨구. 그럼 뭐하고 앉아있어! 이봐 케리! 여기 제일 큰 티비 연결 가능하지?!"

"응 가능해. 다들 빈스온 토스트라도 먹을래?"

"우엑... 그래. 그거라도 가져다 줘. 속이 안좋네."

"소시지도 있으면 좀 얹어줘. 허기지네"

"그래 그래. 준비하고 올테니 천천히 보고 있으라고. 나도 볼거니깐."

"빨리오라고!!"

"그래."

케리가 자신의 앞치마를 주섬 주섬 입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잭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결제한 한국 예능을 티비에 연결해서 시청을 시작했다.

"흐음... 여자들이 축구하는 예능인가? 참신하네. 과연 재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 쥐해가 나오는데!"

"왜 이리 흥분했어? 진정해."

"너나 진정하지? 다리를 덜덜 떨고 있구만."

"하하하하!!!"

기나긴 시간동한 이지혜를 보지 못했더니 금단현상이 몸을 지배하고 있는 서포터즈들이라 이런 조그만 소식과 자극만이 있더라도 헐레벌떡 찾아와 핥아대기 마련이다.

"오오!! 나왔다!!"

여자들이 수다떠는 걸 지루하게 쳐다보다가 이지혜가 나오는 걸 발견했다.

***

"..."

"..."

"..."

"우리는 여기서 뭐하는 거지?"

"어차피 고향이 다들 웰링이라 다들 가까워서 그런거지."

또다시 캡틴의 집에 모인 선수들. 물론 모두가 모인건 아니다. 시간이 있어 모인 톰과 제리와 미키, 그리고 부주장인 아틀레이 등 거의 주전 멤버들만이 찾아오고 나머지들은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럼 왜 다들 캡틴의 집의 모인 걸까? 다들 캡틴의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봐들. 우리 루키가 티비 방송에 출연했다던데 같이 맥주 마시면서 시청하지 않겠어? ­ 폴 조지]

[어느쪽 루키? ­ 아틀레이]

[고양이쪽 ­ 폴 조지]

[그럼 꼭 가야지! 맥주는 내가 들고갈테니 음식만 준비해 줘. ­ 아틀레이]

이런 식으로 시간이 남은 멤버들은 전부 관심이 생겨 모인 것이다.

"오오 다들 잘지냈나?"

"물론이죠 캡틴. 이 근육을 보세요. 매일 같이 단련을 잊지 않고 하고 있어요!"

톰이 자신의 알통을 자랑하듯 내보이며 웃으니 폴 조지는 조금 질색하는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알았다 알았다고. 맨날 볼때마다 근육자랑이냐..."

"야! 길막지 말고 좀 비켜."

"아하핳 밀지마 제리. 알아서 어련히 비킬테니까."

"근육 돼지 새끼..."

"흐음... 대부분 온거 같네? 그래서 먼저 방송을 본거는 아니겠지?"

마지막으로 아틀레이까지 도착하며 약 10명의 선수들이 소파와 거실 바닥에 주저앉기 시작했다.

"근데 무슨 방송인데?"

"넌 키티한테 연락도 못받았냐? 사회인 축구라던데?"

"...키티한테 먼저 연락이 왔어?"

"...아니 물어보니까 대답해주던데."

"하하하! 그게 뭐야!"

톰과 제리가 한쪽에서 떠들고 다른 쪽에서는 심도있는 토론을 나누고 있다.

"우리 루키가 사회인 축구를? 그게 무슨 민폐야. 아닌가?"

"흐음.. 조금 더 명성이 높았다면 좋았겠지만.. 아닌가? 한국에서는 인기가 꽤 좋다고 들었는데..."

"괜히 루키가 힘을 잘 못 쓴다면 일반인은 그대로 부러지고 말거야! 반으로 접혀버릴거라고!"

"맞아.. 그 괴력을 우리도 감당을 못하는데..."

"흐음... 괜한 사고를 치고 오는 건 아니겠지?"

"이봐 다들 도대체 뭘하고 있는 거야?"

"후훗 다들 안녕하세요?"

캡틴과 부인이 함께 음식을 들고 오며 테이블에 올려둔다.

"오오.. 부인. 음식 솜씨가 또 발전하신 듯 하네요. 저번에도 진짜 맛있었는데 큰일났네..."

"으악! 난 관리해야하는데! 젠장... 트레이너... 오늘만 봐줘요..."

"다들 많이먹어요! 많이 먹고 기운이 생겨야 다음 시즌도 잘 보내죠!"

"감사합니다 부인."

다들 인사를 하고는 맥주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크흠.. 그럼 방송을 켜볼게."

캡틴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잡고는 두들기며 이지혜가 나왔다는 방송을 찾아서 키기 시작했다.

"오오.. 시작했네."

"크으.. 저들이 한국의 연예인들인가? 그런데 우리 루키보다 외모가 못한데?"

"아하하하 야! 난 루키가 들어오고 나서 길가의 여자들이 전부 오징어로 보여. 큰일이야 정말..."

"우리가 눈이 너무 높아진거야. 키티가 뛰어나게 예쁜것일 뿐이라고. 축구 실력은 외모보다 더 대단해."

지혜가 멤버들의 뒤에 서서 환하게 웃는다.

"키티를 봐. 머리를 묶었네? 진짜 여신이라고 불릴 것 같네... 근데 축구장안에선 다른 느낌이지?"

"맞아 맞아. 제리가 잘 아네. 축구 실력이 더 뛰어나서 외모는 조금 신경을 덜 쓰게 되지?"

"맞아 톰. 바로 그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야."

"흐음... 코칭에 꽤 재능이 있는 걸까? 애초에 애가 순하고 착해서 남을 잘 돌볼것 같긴한데..."

"그렇지? 장난칠때 빼고는 험한 태도를 거의 보이지 않으니까."

"호오. 슈팅도 섬세하게 잘 가르치네. 저거 봐. 카메라로 촬영을 하니까 더 잘보이네! 거의 교과서야!"

"...애초에 기본이 완벽하다고 코치님들이 자주 말씀하시죠.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 보완하는 속도가 어마어마하다고 해요."

"괴물이구만... 저 괴물이 일반인들이랑 축구를 하겠다고? 그건 좀..."

"그래도 저들은 영광이 아닐까? 챔피언쉽 선수면 꽤나 급 높은 축구 선수니까"

"여자들이라 그건 잘 모를거야.."

이리 저리 수다를 떨다보니 첫 날 방송이 끝났다.

"꽤 재밌는데?"

"기대가 되네."

"아직 한 편 더 있어. 이게 훨씬 재밌고 대단하다던데.. 스포일러는 없다. 보자!"

"좋지!"

"맥주 더 있지?"

"여깄어 제리."

"고마워 톰."

"..."

"..."

"방금 저 정신나간 키티가 뭐라고 한거야?"

"크하하하핳하!!!"

아틀레이가 배를 잡고 구르며 웃기 시작한다.

"...골키퍼를 해보겠다고? 해본다고 다 되는게 아닐텐데..."

캡틴이 흥미롭지만 조금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방송을 지켜보았다.

"오오오 준비를 착실히 했나 본데? 장비 좀 봐. 깔쌈해 아주!"

"아틀레이. 골키퍼가 쉬운건 아니잖아?"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 필드위에 쉬운게 어딨겠어?"

"그렇지..."

지혜가 멤버들의 슈팅을 막는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

"호오...."

"..."

"아니... 저건... 아틀레이... 언제 루키한테 골키핑을 가르쳐준적 있어?"

"아니... 없어."

"자세가 거의 완벽한데? 물론 슈팅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선수들이 멍하게 보면서 감탄사를 나누다 대학 축구 선수들이 나와 슈팅을 차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저정도 남자들이 차면..."

"피지컬이 뛰어나도 힘들지. 골키퍼를 오래한게 아니라면 더욱 힘들지."

그러나

콰앙!

퍼엉!

"!!!"

"왓더퍽?!"

"뭐야 저게 씨발!"

"내가 지금 헛것을 보는 건가?"

"..."

입을 떡하니 벌리고 방송을 보는 아틀레이.

"저건 슈팅을 예측하고 뛴거야! 저걸 하루만에 한다고?! 거짓말이지 이건!"

"자세를 완벽하게 파악한 것 처럼 보이는데... 착각인가?"

그렇게 선수들 10명이 차례대로 슈팅을 했는데 무려 8번을 막고 2개를 실점했다. 그런데 그 2개도 골포스트를 강하게 때리며 굴절해 들어가는 공이라 운이 좋은 공이다.

"오 마이 갓..."

"..."

"잠깐.. 정신 나갈 것 같아..."

"슈팅이 나쁘지도 않았어. 거의 슈팅 연습이랑 다를 것 없이 편하게 차는거라 전부 구석을 향해 날라가는 공인데..."

"전부 방향을 예측했다고! 차기 전에 먼저 움직이잖아! 저걸 봐!"

다시 한번 슬로우 모션으로 지혜의 골 키핑을 보여준다. 확실히 다리 근육의 탄력성이 매우 뛰어나 자리에서 다이빙하는 거리가 상당히 뛰어난데 공의 움직임까지 파악해버린다. 이러면 도저히 넣을 방법이 많지가 않을 정도다.

"어어... 나보다 잘하는 거 같은데..."

아틀레이가 허탈하게 웃으며 말을 한다. 하지만 골키핑이란 골만 막으면 되는게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

"아하하하하!!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이지혜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영국에서 방송 구매를 하는 시청자가 급증하기 시작해 방송국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