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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118화 (118/124)

〈 118화 〉 118화. 챔피언십 리그 개막(2)

* * *

'필드에만 들어오면 마인드가 달라지는게 느껴져...'

와아아아아아!!!!

단순히 움직이기만 하는데도 사람들의 열성적인 응원이 들려온다.

'내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그런건 지금 중요하지 않아.'

다른 사람이 생각하기엔 이제 여자로 적응할때가 되지 않았냐하며 물어 볼 수 있겠지만, 내가 답할 수 있는 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새겨진 가치관은 그렇게 간단한게 아닌지 매번 거울 볼때나 화장실을 갈때나 샤워를 하려고 할때나 내 눈에 보이는 건 '나'로 인식되기 보다는 '어떤 여자'로 인식이 된다는 느낌이다.

마치 나를 어디선가 3인칭으로 화면을 보고 있고 움직이는 건 캐릭터인 게임마냥 느껴질때가 있다.아무래도 남자였던 사상이 있어서 그런지 일상 생활에서의 약간 거부감이 느껴져서 그런가? 잘 모르겠다.

심리 상담을 주기적으로 받았던 기록에는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단지 사소한 자의식 과잉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내가 이 몸을 태어날 때 부터 계속 유지하던 몸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얻게 된 몸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저런 잡생각이 들어도 필드에만 들어오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는 것이다.

'흠.. 오른쪽은 노린다고? 너무 노골적인거아니야?'

"씨발!"

공을 가지고 있을 때마다 격하게 달려드는 수비수를 보면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항상 그렇듯 나로써는 달려드는 수비수만큼 제치기 편한 수비수가 따로 없다.

'흐음.... 그럼... 롤랑은... 날 따라오고 있고 제리는 조금 느리고... 오? 르노가 조금 치고 나왔네?'

나는 시야 한 구석에서 자신의 마크를 속이고 치고 나오는 르노를 노리고 힐 킥으로 빠르게 스루 패스를 찔어주었다.

"...오?"

르노는 이 패스는 예상 못했는지 한 순간의 감탄사를 내고는 바로 슈팅을 날렸다.

텅!

탱!

"...에이씨"

르노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암 그래 미안해야지 노마크 찬스에서 당신 정도의 클래스가 골을 놓친다고? 정신 나간거야?

나는 짐짓 삐친척 째려보고 다시 라인을 내리기 시작했다.

"야! 너 뭐하자는거야! 여왕님이 주신 기회를 그딴식으로 날려먹는다고?"

"아~ 그래 그래 실수 좀 했다."

"돌아가면 바로 슈팅 훈련이야. 너 각오해"

"아 좀!"

"푸하하!"

롤랑이 라인을 내리면서 르노를 구박하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저 둘이 이제 공격의 여러 루트를 확보 해 줄 수 있다는게 느껴져 왔다. 이만큼 든든할 수 가 있을까.

***

"이쥐해. 빠른 패스를 또 다시 뿌립니다."

"더비 카운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군요! 좌우에서 두들겨 대니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더비 카운티는 2부리그를 전전하고 있는 약팀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엄청난 명문이기도 하다. 영국 축구리그가 풋볼 리그라는 이름을 가졌을 시절. 약 150여년 전 부터 존재한 엄청난 역사를 가진 12구단중 한팀으로 살아있는 역사책이라고 봐도 될 정도이다.

"이쥐해! 다시금 르노를 노려봄니다! 아쉽게도 더비 카운티의 백업이 빨랐습니다."

"확실히 더비 카운티의 수비가 상당히 나아졌군요."

"점점 수비에 망설임이 줄어드는게 보입니다만... 그게 딱히 이쥐해를 막는데 효과적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말 그대로 더비 카운티 선수들에게도 자존심이 있는지라 웰링 유나이티드의 챔피언십 리그 첫 발자국을 찍는 순간에 소모되는 제물이 되기 싫은건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온 몸을 불사지르며 달려들어보지만 이지혜에게는 닿지 않는다. 이지혜는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지도 않다. 무언가 다른 느낌에 해설들은 의문이 생긴다.

"이쥐해. 드리블 돌파를 시도 하지 않습니다."

"이상하군요 평소였다면 이미 드리블 돌파 횟수가 5번은 넘었을 겁니다."

해설들이 잠시 숨을 돌리면서 시간을 보니 이제 15분을 지나가고 있으니 얼마나 이지혜가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걸 알 수 있었다.

"지난 올림픽에서도 꽤나 줄어든 돌파 횟수를 알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불필요한 무리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많은 평론가들의 평이 있었습니다만"

"이 페이스로는 올림픽 때보다 더욱 줄어 들 것으로 보입니다만... 지켜 보는게 낫겠습니다"

"확실히 지혜가 조금씩 프로가 되어 가는 느낌이네요."

"오.. 가은씨 그런게 느껴지십니까?"

"아.. 매일 같이 지내다 보니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는데 차분해진 느낌이에요. 전에는 조금 불 같았다고 해야하나?"

"그렇죠. 이지혜 선수의 플레이는 상당히 거친면이 없지 않아 있었죠. 마치 톡 건드리면 확 터져버리는 기름 같은 상태였다고 해야 하나요?"

가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오오 ­ 웰링 유나이티드 ­]

[이 야아아아아!!!!!]

[가즈아아아!!! 가자고오오오!!!!]

[엿같은 챔피언십 놈들 한테 누가 왔는지 보여주는 거야!!!!!!!]

중계석 근처에도 물론 관중석이 존재하기에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오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해 근처의 사람 목소리는 잘 여과해서 사람들에게 현장의 소리를 전달 해 준다. 하지만

'난 사람들이 이런 현장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은 방송으로 본다면 어쩔 수 없이 떨어지고 만다. 하지만 언제나 현장감을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싶어했고, 이런 현실이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고개만 돌려도 보이는 웰링 유나이티드의 서포터즈들의 얼굴이 감명깊게 다가온다. 시뻘게진 얼굴에서 그들의 축구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고 웰링 유나이티드에 대한 애증이 느껴진다.

"이지혜 선수가 움직입니다. 최전방에서 그다지 내려오지도 올라가지도 않습니다. 무언가 노리고 있는 것일까요?"

[여왕님 이제 넣어줘!!!!!!]

[그래 씨발! 이제 그만 간질 간질하게 만들어도 돼!!!!!!!!!!!]

­ 크으... 무슨 챔피언십 첫 경기 그것도 개막전도 아닌데 관중이 엄청나네

­ 소리 봐 ㅁㅊ 무슨 결승전임?

­ 나 축구 첨보는데 원래 이렇게 인기 많음?

­ 많긴 한데 2부리그가 이정도는 아닌데..

­ 이게 다 이지혜님 덕분아니냐고!

­ 그렇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

­ 2부리그에 돈풀리기 시작한게 웰링 때문이긴 해

­ 무친넘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쩍 곁눈질로 방송 채팅창을 바라보는 가은은 사람들도 오늘 경기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거의 반코트 경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점유율은 웰링 유나이티드가 75퍼센트나 가져가고 있습니다."

"패스의 퀄리티가 리그 원 시절 보다 상당히 발전했군요. 이건 선수들의 노력도 상당했을 것 같군요"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톰이 중앙을 향해 강하게 공을 걷어낸걸 르노가 아름다운 트래핑으로 받자 마자 제리를 향해 강한 스루패스를 찔러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제리는 공을 받자마자 다시 로우 크로스를 살짝 처진 위치로 찬다. 확실히 제리의 크로스가 상당히 발전했다. 아니면 원래 이 정도의 실력이였다는 것이고..

공은 왼쪽 상당히 구석에서 더비 카운티의 페널티 박스 오른쪽 바깥쪽 구석 깊숙히 낮고 빠르게 날라갔다.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카운터 어택에 당황하는 센터백은 발을 가져다대보지만 야속하게도 공은 다리 사이를 지나가고 말았다.

[안돼!!!!!!!]

[정신차려!!!!]

"롤랑이 공을 받았습니다. 이건 더비 카운티의 실책입니다. 반드시 패스를 짤라내야만 했습니다! 더비 카운티의 위기!"

롤랑은 공을 간결하게 컷 백 패스로 중앙으로 돌려 버린다. 빠르게 라인을 내리던 더비 카운티의 선수들에게는 역동작이 걸려버릴 수 밖에 없었고 그 패스가 도달하는 위치의 선수는 바로..

"이지혜!! 완벽한 찬스!!"

나는 날카롭게 눈을 부릅뜨고는 내가 노리를 곳을 바라보며 다리의 힘을 주었다.

페널티 박스 바깥의 중앙. 거의 20미터를 조금 못 넘기는 살짝 먼 거리.

더비 카운티 선수들은 빠르게 라인을 내리며 시스템적인 패스를 대항하려 움직였지만 정작 중요한 나를 놓치고 말았다. 내가 많이 움직이지 않기에 원래 자리로 라인을 내리기만 한다면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놈들은 불길한 느낌에 당황하며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이 정도의 거리에서 노마크인데 못 넣는다면

병신이니까.

***

"이야아아아아!!!!"

"역시 우리 팀의 첫 골은 키티가 끊어 줘야지!"

"아하하핫!! 미쳐버렸군! 진짜 쾌감이 느껴질 정도야아!!"

"비켜 비켜! 다 나와!"

나는 달라붙은 르노와 롤랑을 거칠게 밀어버리고 달려오는 제리와 톰을 피한 뒤에 한국인 서포터즈 모임이 모여있는 장소를 향해 달려갔다. 이미 경기 시작 전에 몸을 풀 때 부터 그 곳을 확인 해둔뒤에 반드시 골 셀러브레이션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이야아아아아!!!!!!!"

"이지혜! 이지혜! 이지혜!이지혜! 이지혜! 이지혜!이지혜! 이지혜! 이지혜!"

"사랑해요오오오!!!!!"

"멋있다!"

나는 나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는데 그 찬사가 한국어로 들려오는 걸 확인하고 그 방향을 향해 절을 올렸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으며 2부리그를 조져버리고 박살내며 한국인들에게 국뽕을 안겨주기로 마음 먹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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