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일행 출신 사제의 우울-109화 (109/137)

〈 109화 〉 18. 비명이 파묻힌 도시

* * *

18.비명이파묻힌도시(4)

"...아직움직이지마."

이미저들은이성당에서빠져나갈수있는모든통로를막아서고있다.

성당의뒷문이어딘가있겠지만,이렇게빈틈없이둘러싸온걸보면찾는의미는없어보인다.

"..."

유령도시처럼고요하던이곳에서처음으로눈앞에나타난저들이야말로노인이말하던역귀가아닌가하는생각이들었다.

말한마디없이거칠게숨을몰아쉬며,얼굴을감싸놓은천사이로나와있는눈알만을번들거리고있는저모습은내가보기에도상당히소름끼치는것이었으니까.

게다가나는저노골적인시선을어디선가분명느껴본적이있다.

"...."

..마치굶주린마물을보고있는것같은징그러운시선들.

저들의시선에담긴의미를곧어렵지않게깨닫게된나는찾아드는역겨움과불쾌함에두주먹을움켜쥐고야말았다.

"후..."

그러나나는그질척거려오는감정을최소한으로남기고나머지는전부흩어냈고,움켜쥔주먹마저털어내야했다.

다만소녀와나를감싸는신성보호문을한겹둘렀을뿐이다.

"....그으..!"

입구를막아서고있던이가날붙이를머리위로높게들어올리며개전의나팔소리처럼들려준기괴한고함과함께,그림자들이창문과입구에서부터넘쳐흐르듯밀려들어오기시작한다.

캉...!캉...캉..!!

"...에단?"

실비아는달려들어오는이들과싸우지않고방어에만전념하는나의태도가의문스럽다는듯이묻는다.

누군가도움을줄이를기다리는것도아니었는데내가맞서거나도망치는선택을하지않는게이해되지않는모양이다.

아무래도저들의불쾌한적의만큼은확실히느끼고있을테니저런반응을보이는것이겠지만...

"경계는풀어도괜찮아."

"..?하지만..."

적의에대해항상같은적의로대응하는건피곤할뿐이다.

"저들은..일단이곳의주민들이니까."

"...?!"

소녀는내말을듣고나서야꾹쥐고있던단검에조금힘을풀고보호막너머로파리떼처럼몰려들어있는이들을살피기시작한다.

"....아.."

온몸에붕대처럼둘러놓은천들은,역병에괴사한피부를감싸놓기위함이었다.

갈라지다못해찢어지는마물같은목소리또한마찬가지로호흡기의악화때문일테고말이다.

캉...!캉..캉...!

이렇게많은이들이가까이다가왔는데도내가금방눈치채지못한이유이기도했다.

기척이너무나도약하다.

당장쓰러져마지막숨을내쉬더라도이상하지않은미약한기척으로당장이렇게움직이고있는것만으로도충분히놀랍다는정도의감상이다.

"그흐으으...!"

캉!...카가각..!캉!

그런만큼배낭과관까지충분히덮을수있을만큼크기에만신경을쓴보호막인데도이들이열심히두들겨봐야흠집하나나지않는다.

성인인간남성의평균근력에도한참못미치는아이수준의힘으로보호막을내려치고있는것을가만히보고있자면,금방지쳐포기하지는않을까하는생각까지들정도다.

"그래서...이걸어떻게한다."

내가방어를선택한이유는단순히고민할시간이필요해서였다.

분노하지는않는다.내게그럴자격은없으니까.

"..."

끝내내려진내결정은처단이아니었다.

이미저들의글러먹은시선에서여태까지의의문들이빠르게정리되어가고있는중이기는했지만..

저들은아직까지도인간이었던만큼사제인나에게는그꺼림칙함을참아내면서까지대화를시도해봐야할의무가있었다.

쿵...!

우르르르...쿠당..탕!

가볍게밀쳐내자성의없이세워둔짚단처럼힘없이쓰러지는이들의모습은이제와서는조금도위협적이지않다.

"크흐으...!그흐으으..!"

무기를쥘손가락조차도다섯개가다성한이들을찾는게힘들정도였으니까.

"...네가그래도이들사이에서는목소리가큰가보군."

한번쓰러진것만으로도고통에신음하며쉽게일어나지못하는이들을슥둘러보고신성보호문을흩어낸나는유일하게비틀거리며일어서려하고있는이의머리를붙잡았다.

지시를내리듯먼저괴음을냈던그놈이었다.

"..상태가심각한건비슷한모양이다만."

내팔을타고흘러나온신성한기운은그의몸을감싸돌고있다.

이미괴사해버린신체부위에대해이렇다할영향을미치지는못하겠지만,그의상태를어느정도호전시켜줄수있을것이다.

"그흐으..어째서..."

..그렇게의아하다는듯이쳐다보지말았으면한다.

나는사제지,성인같은게아니었으니까.

적의에대해선의로내가대답해준것이라고생각한다면그건그의착각이다.

나는당장이들모두를치유할수있으나그리하지는않을것이다.

"한가지묻지,이곳에있던이들의시신은다어디로갔지?"

"..."

이미답은나온것같지만,확인이필요할뿐이다.

"..대답하지않고버틴다면,네다리를부러뜨리고주변놈들을기운차리게해줄수도있다만."

"...그,그건..!"

이들은이곳의주민이었고,동시에인간이기를포기한이들이었다.

어찌보면역귀라는건의외로이들에게어울리는이름인지도모르겠다.

역병을퍼뜨리고다니는건아니었지만,그만큼이나공포를퍼뜨리고있었을테니말이다.

...북대륙에서는흔한일이겠지만..

"설마하니모르부스에서도식인행위가공공연히자행되고있었을줄은몰랐군."

"...!!"

십자가에매달려처형된이들의시신이사라진것도아마이들의소행.

사라진말역시도비슷하게이미저들의뱃속에서소화된지오래일것이다.

"우...우리는어쩔수없었어...귀족놈들이사라지나싶더니사제들은모조리황제에게끌려갔지,콜록콜록.역병에대한구호조치도없지,사제들이없으니밭의식량도전부썩어버렸고...!"

억울함을토로하듯열변을토해내는그에게그만됐다는의미로손바닥을들어보였다.

"딱히네가틀렸다고는말한적없어."

"...그게무슨..?"

그가알아서주절주절말해준덕에대강저들의상황까지도이해했다.

그렇다고저들의선택이옳은것도아니었지만,나는이들에게옳음을강요할생각이없다.

그럴수도없었고.

...인간이인간을먹는다.

이들이살아남기위해서는그나마옳은행동이었다고말할수있겠다.

당장허기로죽을것만같은데,체면을챙기겠다며빈그릇을씹으며침대위에서겸허히죽음을받아들일수있는이가 과연몇이나될까.

물론저들이.. 인간으로서의존엄을저버렸다는데에는변함이없겠지만 말이다.

"나는바실리카의사절단인그들이왜처형을당했고,살아남은이들은있는지,그리고있다면어디에서찾을수있는지알고싶을뿐이야."

사실존엄이라는것도귀족들의허례허식을떠올리자면코웃음이나오는것이지만..

그럼에도필요하다면,내가이들에게생리적혐오감을느끼게되는지아닌지의딱그정도선일것이다.

인간이란언어라는수단으로서로교류하고배려를통해교감하는것이이상적이라는주관을내가가지고있는만큼,서로를강자와약자로만구분짓고먹잇감으로 삼는 저들이자연스럽다느끼지못하는것이다.

"그걸위해널치유해준거다.나는너희들을도울생각이없어,그럴만한능력도없고."

"...."

"그래도질문에대답해준다면,네게한끼먹을거리와깨끗한물한병정도는제공해줄수있을지도모르지."

자신들이 저질러온과오에대해이제와서자책과의문섞인눈빛으로흔들리고있던그였지만,먹을것을주겠다는내말에금방원래대로돌아온다.

고작 그정도의문제인것이다.

허기앞에서는정의고존엄이고있을수없다는것이이자의선택이자대답이었다.

저벅저벅,

모르부스에도착한지하루가채지나지도않았지만,벌써부터지긋지긋하게느껴지는이도시를떠나고싶다는마음이 자리하고있다.

성당안에서힘없는짐승들이 한 끼 식사의 포만감을얻기위해서로를찢어발기는소리를뒤로한채,나는소녀의손목을붙잡고바깥으로빠져나왔다.

"저들은이대로역귀처럼이도시를떠돌다그대로잊혀질거야.하지만이건그들의선택이니억울해할필요는없겠지."

"..."

어딘가속이개운하지않은듯한눈빛을하고있던소녀는내게조심스럽게반론해온다.

"..하지만,저사람들...한가지밖에선택할길이없었어."

"..흠..."

이비참한상황속에서저들은선택을강요받았다는거다.

부정할수없는이야기다.

하지만이제와서그걸돌이킬수는없다.

이전으로돌아갈수없는선택으로,대신그비참한삶을계속해나가기로결정한것이다.

"어쩔수없었다는건가."

"...응.."

"그건나도마찬가지야.이대로저들을모두치유해준다고해도,배낭안의식량과물은저들모두를배불리먹일수있는양이아니야.기운을차린이들은오히려서로를잡아먹기위해이빨을들이밀겠지."

"..."

저들을이대로가만히두는게당장 내가 할수있는최선이다.

저들이서로를공격하지않는이유는먹이로삼을수없는중증역병환자임을알기때문이니까.

생각해보면...이전에도한번비슷한걸로나와소녀가부딪힌적이있었던것같다.

문제자체를해결할수없다면차라리아무것도하지않는게그들에대한기만과 이기적인 자기만족을덜어낼수있는방법이라는내한심한주장에대해서였다.

..하지만이경우에는아무것도하지않는게오히려최선이되는상황이었던만큼소녀는혼란스러워하고있다.

이세상에는간단히답을내릴수없는복잡한문제들이많다는걸이해하기에는아직많은시간이필요해보인다.

필요한시간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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