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살검가 로이넨-94화 (94/258)

제94화. 입학 준비물 (2)

“저 <운신 마법의 이해>는 어디에서 받나요?”

“혹시 <휘식의 정석> 여기서 구하는 거예요?”

“망할! <카포티니 역사 개론> 빠트렸다…….”

학생들은 소란스러웠다. 황망한 소란이 아닌, 행복감이 넘치는 소란이었다.

웅성대는 목소리들 틈으로 루빈의 곤돌라도 나아갔다.

“우와…….”

“티나, 지금 너 입 밖으로 소리 냈어.”

“헛, 찍찍찍!”

황급히 생쥐 울음소리를 내는 티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루빈은 호수 전방을 살폈다.

호수 한가운데에서 극지방의 오로라 같은 영롱한 빛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거기에 반해 버린 티나의 두 눈이 헤실헤실 풀어졌다.

하지만 더 놀랄 건 따로 있었다.

프스슉! 프스슉!

루빈의 눈앞에서 골렘이 증기를 뿜으면서 상체를 움직였다. 이윽고, 골렘의 손에는 <카포티니의 역사 개론>이 들려 있었다.

“고마워, 골렘!”

그걸 주문했던 마법생도가 조심스럽게 곤돌라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렵사리 중심을 잡으며 책을 받아 들었다.

이곳은, 말하자면 드넓은 공터에다 좌판을 펼쳐놓고 벌이는 시장이랄까. 다만 공터가 아니라 호수 위라는 점, 상인이 아닌 골렘이라는 점이 달랐다.

-골렘은 원래 물에 약한 거 아니야? 다들 건강해 보이네?

-카포티니 골렘은 좀 특별하거든.

마나가 고갈된 마나석을 심장으로 하여 움직이는 골렘들 중에서도, 카포티니산(産) 골렘은 수준이 높기로 유명했다.

소문으로는 호수 밑에 매장된 거대 마나석이 마나를 무한정 공급해 주기 때문이라던데,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와, 골렘들 진짜 많아! 저게 다 상점이라고?

호수 전체가 완전한 시장판이었다.

마법으로 강화된 좌판에 올라 있는 수십 기의 골렘들. 그리고 그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수백 척의 곤돌라들.

프스스… 프스스…….

영롱한 색채가 뿜어져 나오는 호수여서 그런지, 물빛에 반사된 골렘들의 면모는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다.

-전부 둘러보자. 응?

-당연하지.

각 골렘들이 담당하고 있는 건 각종 준비물들이었다. 학생이 곤돌라를 멈추면 그것들을 하나씩 내어주는 식.

프스슉! 프스슉!

‘나한테도 주려나.’

루빈은 신입생용 로브를 제공하는 골렘 앞에서 곤돌라를 멈춰보았다.

순간, 루빈을 바라보던 골렘의 붉은 눈이 명멸했다. 루빈이 귀족 출신이라는 걸 아는 걸까? 골렘은 뒤이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다른 학생의 곤돌라가 서자, 그 학생한테는 로브를 건넸다. 아마 평민 출신인 거겠지.

문득 궁금증이 떠올랐다.

‘페르 로렌치니는 어디 있는 거지?’

루빈의 기억에 따르면, 페르는 이맘때쯤 카포티니 마법학교에 입학한다.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입학생도들 중 포함되어 있을 터.

루빈은 사방을 살폈다. 어쩌면 여기서 페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평민 출신인 것은 분명하니까.

그런데 그때.

루빈의 귓가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와 닿았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뭐가?”

“너, 통지문 제대로 안 읽었냐?”

“나… 사실 글 잘 못 읽어. 뭘 찾는 건데?”

“호수시장에서는 평민 출신 생도들에 한해 ‘특별품목’이 지급될 거라고 쓰여 있었잖아.”

특별품목이라고? 그것도 이곳에서만 지급받을 수 있는? 몰랐던 사실이다. 아니, 알 수 없었던 사실이라는 게 맞겠군.

루빈은 빠르게 대처했다. 곧바로 티나에게, 들키지 않게 평민 학생의 통지서 하나를 얻어 오라고 했다.

구시렁대면서 곤돌라를 뜨는 티나. 커다란 물고기로 변신하곤 풍덩거리는 소리와 함께 학생들의 곤돌라 밑을 헤엄쳐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티나가 푹 젖은 종이 한 장을 입에 물고 나타났다. 통지문을 받아 든 루빈은 찬찬히 읽어보았다.

-평민 신입생도 여러분, 카포티니 마법학교에 입학하신 걸 환영합니다.

4. 평민 출신 신입생도는 누구나 골렘에게서 마법 준비물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분실 시 재지급되지 않으니, 기숙사 배정까지 잘 간수하시길…….

그리고 그 밑부분.

…만약 ‘숨은 상인’을 찾는다면, 적당한 거래를 통해 아주 요긴한 마도구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숨은 상인, 그리고 적당한 거래라.’

아마 호수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 마탑상점에도 없는 물건일 확률이 높았다. 분명 특별한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으리라.

-설마 찾으려고? 어떻게? 이 시장통에서?

-다 방법이 있지.

루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숨은 상인’이 어떤 존재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마법을 쓸 줄 아는 존재’일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휘식을 내면화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

‘휘식의 내면화’는 고난도의 경지다. 평민 출신 신입생도 중엔 당연히 없을 거고, 골렘들 또한 불가능할 터. 이곳은 신입생도 외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니, 변수도 없다.

그러니까, 지금 호수시장에서 휘식의 내면화가 가능한 그 사람이야말로 ‘숨은 상인’일 확률이 높았다.

물론 몇몇 재능있는 신입생도가 있을 순 있겠지만, 그게 상인인지 아닌지는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겠어.’

루빈은 품속에서 팔찌를 꺼내 착용했다. 내면화된 휘식을 볼 수 있는 마도구, ‘글레이튼의 팔찌’였다.

세 번째 환에서 슬쩍 마나를 방출하자, 글레이튼의 팔찌가 순식간에 빨아들였다. 곧 눈앞에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빛덩어리? 누구지?’

저 멀리, 마법을 시전 중인 누군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내면화된 휘식이 밝은 빛으로 명멸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원휘?’

여기가 어디인가. 삼휘의 마법사만 들어올 수 있는 카포티니 마탑지구 안이었다. 더구나 오늘은 예비생도들을 위한 호수시장이 열리는 날.

원휘의 마법사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눈앞에선 원휘가 한 번, 두 번, 세 번… 연속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숨은 상인인가?’

그 정체 모를 원휘의 마법사는 어딘가로 이동하면서 계속해서 마법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밤이어서, 영롱한 빛깔의 마법호수여서, 수백 척의 곤돌라가 뒤엉키는 와중이어서 착각한 게 아니다. 암연까지 펼친 루빈의 감각은 정확했다.

“설마?”

원휘, 그리고 카포티니.

이 사실들의 조합으로 떠오르는 사람은 한 명뿐. 2년 전의 짧은 인연 정도로 스쳐 지나가나 했더니, 역시나 아니었다. 내심 불안해했던 생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클로이 위더스푼이 올해 카포티니에 입학했다.’

루빈은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잠시 고민에 빠졌다.

* * *

카포틴 호수의 동쪽 기슭.

기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조경이 눈에 띄는 공원이 나온다. 제국 각지에서 들여온 수목들이 호수의 영롱한 빛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곳.

오늘, 공원의 풍경은 평소와 달랐다. 평소였다면 공원 곳곳에 야근 중 휴식 차 나온 동쪽 마탑의 마법사들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만은 산책하는 마법사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계세요! 네? 어디에 계세요?”

고요를 깨는 낭랑한 목소리.

금발의 소녀. 한눈에 봐도 고아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소녀는, 금안을 반짝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중이었다.

“제가 얼마나 뵙고 싶어 하는지 아시면서…….”

이윽고, 뭔가를 결심했는지 소녀가 입을 앙다물었다. 소녀가 마법을 시전하자, 그녀 몸 주위로 불빛이 튀어 올랐다.

파파팟.

빛무리의 날개들. 소녀는 조그마한 날개들을 주변에 퍼뜨리면서 수색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빛의 날개들은 공원의 나무와 벤치와 조형물을 모두 훑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소녀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정말 꼭꼭 숨으시겠다, 이거죠?”

그렇다면.

소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제 소녀가 펼치는 마법은 염동 마법. 앙다문 소녀의 얼굴에 결의까지 서렸다. 순간적으로 소녀의 금발이 중력을 거스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두우우웅.

처음 염동으로 띄운 건, 공원에 있는 큼직한 바위들. 한번에 모든 바위를 띄우는 건 무리인지, 소녀는 바위 네다섯 개씩 번갈아 가면서 띄워 올렸다.

쿵! 쿵!

바위 다음에는 벤치였다. 소녀는 벤치들을 하나씩 띄웠다가, 내려놓았다.

“여기도 아니고… 그러면 나무이려나?”

잠시 숨을 고르는 소녀. 이번엔 간단하지 않았다. 나무를 뿌리째 뽑는 일이었으니 그만큼 마나 소모도 많을 수밖에.

첫 번째로 점찍어둔 나무가 스스스 흔들리기 시작했다. 염동 마법에 집중할수록 소녀의 금빛 눈동자는 점점 깊어지는 듯했다.

나무가 심긴 땅이 살짝 들리는가 싶은 그 순간.

“그만, 그만! 알겠어요, 학생. 제 발로 걸어 나갈게요. 마법 시전 중단해 주세요.”

금발 소녀는 서둘러 마법을 멈추었다.

점잖은 인상의 중년 남자가 소녀 맞은편으로 걸어 나왔다. 기념 동상이 세워져 있던 자리였다. 이제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찾았다! 거기 계셨구나, 베니테즈 교수님!”

“찾은 게 아니라, 제가 나온 겁니다. 방식이 너무 거칠어서 깜짝 놀랐네요. 정말 공원을 다 뒤집을 생각이었던 건가요?”

“아니요! 나무 두 그루쯤 뽑으면 교수님이 나오실 줄 알았거든요.”

“네?”

어처구니없어하는 베니테즈를 바라보며, 금발 소녀는 천진하게 웃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베니테즈 교수님! 이번 학기 운신 마법에 대한 수업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고 있거든요! 아, 소개를 빠트렸네요! 제 이름은 클로이 위더스푼입니다. 신입 마법생도이자, 교류학생이고요!”

“하하, 영광은 무슨… 그리고 제가 클로이 학생을 몰라봤을 거 같아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베니테즈 얼굴엔 만족스러움이 가득 차올랐다.

그렇게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은 베니테즈와 클로이.

클로이가 말한 것처럼, 베니테즈는 카포티니 마법학교의 종신교수였다. 전문 교과목은 운신마법학. 교수로서의 명성이 마법사 사회 중심까지 뻗어 있는, 몇 안 되는 카포티니 출신이기도 했다.

“‘숨은 상인’을 첫 번째로 찾아낸 사람이 클로이 학생일 줄이야.”

‘숨은 상인’ 제도는 평민 출신들을 위한 카포티니의 오랜 전통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입학생도 중 숨은 상인을 찾은 학생은 없었다. 변신 마법에도 일가견이 있는 베니테즈가 역할을 맡은 뒤부터 죽 이어진 기록이었다.

베니테즈가 중얼거렸다.

“…어라, 근데 규정상 이게 가능한 건가? 좀 애매하군.”

‘숨은 상인’ 제도의 대상자는 오롯이 평민 출신 신입생이어야 한다.

다만 예외 사항이 있는데, 귀족 출신 신입생일지라도 숨은 상인을 ‘첫 번째로’ 발견하게 된다면,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클로이는 적법한 대상이다.

하지만 클로이는 삼휘의 마법사가 아니다. 카포티니는 삼휘가 아닌, 다른 휘식의 마법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르면 클로이는 대상자가 될 수 없었다.

즉 클로이 위더스푼은 규정의 사각지대에 있는, 골치 아픈 인물인 셈이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특별품목에 관심 없어요.”

“진짜입니까?”

“그냥 제 짐작이 맞나 궁금했을 뿐이에요.”

하마터면 골치 아플 뻔했던 베니테즈 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차 확인했다.

“그러니까… 바로 제가 숨은 상인이며, 여기에 있으리란 걸 추리했고, 그저 그걸 확인해 보고 싶었다는 말이군요?”

“네! 제 추리가 제대로 들어맞았네요!”

“대체 어떻게 추리한 거죠? 귀족 출신 통지문에는 단서가 쓰여 있지 않았을 텐데.”

그러자 클로이가 배시시 웃었다. 평민 통지문을 구하는 건 제국귀족에겐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클로이가 했던 첫 번째 행동은, 귀족 출신의 통지문과 평민 출신의 통지문을 비교해 보는 것이었다.

각 통지문 말미에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카포티니 마법학교 교수들의 글들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거기에 단서가 있었다.

평민 입학생 통지문에만 있었던 단서 말이다.

-선을 넘어, 기꺼이 찾으세요.

“아, 평민 입학생 통지문도 보신 거군요? 하지만, 뜻풀이는 어떻게……?”

“그것도 쉽던걸요? 당연히 평민 친구들은 계급에 대한 위축이 있죠. 그래서 평민 생도 전용인 호수시장에만 있고, 동쪽 마탑 쪽으로는 오려고 하지 않아요. 거긴 귀족 출신들의 마탑상점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교수님께서는 ‘선을 넘으라’는 단서를 내주신 거고요. 맞죠?”

베니테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을 넘을 것. 베니테즈 교수는 귀족에 대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이쪽으로 올 수 있는 평민 출신 생도를 바랐다.

“아이러니하군요. 그런 수수께끼를 다름 아닌 위더스푼의 공녀가 풀어내다니.”

“헤헤… 어쨌든! 교수님의 변신 마법, 정말 대단했어요! 동상으로 변한 거 꿈에도 몰랐거든요!”

그러자 칭찬에 약한 베니테즈가 흐뭇하게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받지 않겠다는 클로이에게 특별품목을 강제로라도 주고 싶을 정도였다.

“허허. 변신 마법이라고 해봤자, 환혈족의 능력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 수준이지요.”

베니테즈의 말대로, ‘변신 마법’은 환혈족의 그것과는 반대로, 오로지 비생물로만 변신할 수 있었다. 또 하루에 한 번 가능할 정도로 마나 소모가 엄청나다는 제한이 있었다.

“오, 환혈족! 책에서 본 적 있어요! 뭐였더라…….”

“쉿. 이야기하기 좋은 주제는 아니네요. 제가 실수했어요, 클로이 학생.”

“괜찮아요!”

황제 텔마흐에 의해 멸족당한 이들의 이야기는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았다. 물론, 대륙 어디에서도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환혈족 빼면, 교수님만큼 변신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는 많지 않은걸요.”

클로이 말도 맞았다. 대마법사로 일컬어지는 자들조차, 변신 마법에 한해서는 베니테즈를 따라올 자가 드물었다. 대륙을 통틀어도 몇 되지 않을 터.

“아무튼, 정말 영광입니다! 베니테즈 교수님!”

클로이가 제국귀족 영애다운 우아한 자태로 허리를 숙였다.

‘겸손한 건지, 천진한 건지.’

사실 오늘의 만남으로 더 영광인 쪽은 베니테즈였다.

위더스푼가의 막내딸, 클로이.

이번 학기에 교류학생으로 들어온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입학 전이긴 했지만, 교수들 사이에서 그 이름이 하루에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까.

베니테즈 역시 그 면모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염동 마법을 마주하는 순간, 그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도 이 소녀가 클로이라는 걸 느꼈다.

‘고작 열세 살…. 그런데도 이 정도 경지가 가능하다니.’

말리지 않았다면, 정말로 공원의 나무들을 모두 뽑아버렸을지도 모르는 일.

벌써 이 정도라면, 염동 마법 하나로 대마법사의 칭호를 얻은 염동괴제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가 반역자라 해도, 그의 마법적 재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니.

“그럼, 교수님! 학교에서 뵐게요. 지금쯤 제 시녀가 저를 열심히 찾고 있을 것 같거든요.”

“하하, 그래요. 덕분에 나는 오늘은 더 이상 변신하지 못하게 됐지만, 즐거웠어요. 조만간 학교에서 보도록 해요.”

오늘의 성과에 만족했는지 클로이가 흥얼거리며 공원을 떠났다.

공원에 혼자 남은 베니테즈는 턱을 긁적였다.

“어쩐다…. 마나가 달려서 다시 변신할 수도 없고…. 그래도 두 명쯤은 더 찾아오면 좋겠는데, 역시 욕심인가?”

올해도 역시 과감히 ‘선을 넘는’ 학생은 없는 건가.

한숨을 내쉰 베니테즈는 씁쓸한 표정과 함께 아공간을 펼쳐보았다. 거기엔 몇 년째 주인을 못 찾고 있는 ‘특별품목’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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