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흑마술사로 살아남기-146화 (146/180)

146화

그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암살을 당할 뻔하기도 하고, 자신을 암살했던 이를 죽여 자신의 사역마로 삼기도 하였다.

내가 모르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의 과거를 보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행동들을 이해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해하려고 노력만 할 뿐.

공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정. 일어나지 않은 예시일 뿐.

나는 그가 이 세계에 오기 전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았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보았다.

그렇기에 그가 죽인 사람의 숫자보다, 괴로움을 느낄 그의 심정을 더욱 걱정할 뿐이다.

나와 같은 제국민들이 그토록 증오하는 흑마술사이며 마신숭배자이지만…….

내가 보아온 그는 딱히 악도 선도 아닌, 그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치는 한 명의 사람일 뿐이었다.

때로는 무자비하고, 때로는 감정적이며, 때로는 선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그야 말로 모순적인 인물.

그럼에도 나는 그가 자신이 세운 기준은 어떻게든 지키려 한다고 느꼈다.

그렇기에 죽게 된 것일까…….

아니.

이유 따위는 없을지 모른다. 그저 약해서 죽게 된 것이다.

대검을 든 저 사내가 자일 지그하르트라는 인간보다 더욱 강했기 때문에.

실로 괴물 같은 검술이었다.

지금의 나와 비교하면 저 사내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지만 길어야 10합.

아니, 그 이하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하긴. 빙의도 경험했는데 죽음을 경험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내 눈앞에서 자일의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것을 목격했으니까.

아이러니하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살수이자, 그의 권능으로 인해 사역마가 된 로만이라는 사내의 원한을 되갚아주기 위해서이다.

나 또한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몇 번이고 나를 도와주었던 그 사내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자일은 그를 위해서 제국의 음지, 밤을 지배하고 있는 가문인 하르만 백작가를 치기로 결심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선택을 하기까지에 다른 여러 가지 이유들도 존재하겠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를 위해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적어도 그가 로만을 향해 말했던 말들은 진심이리라.

그리고 그 덕분에 그는 죽게 되었다.

이러한 변수가 있을 것이라는 상정을 하지 못한 탓이겠지.

그러나 죽었다.

인간의 목숨은 하나 뿐 이다.

그가 살고 있던 세계에 존재하는 게임처럼 죽으면 되살아나고를 반복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는 누구보다 귀환을 꿈꿨다. 악착 같이 살아가는 이유 또한 자신이 살던 세계에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실로 돌아가 못 이뤘던 꿈을 이루고, 가정을 만들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다.

자신이 해보지 못했던 삶을 다시금 노력해서 이뤄내기 위해.

그런데 죽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하등 상관없이 강제로 이 세계에 들어오게 되어 살아남기 위해 마신을 숭배하고,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흑마술사가 된 인간이 덧없이 죽었다.

내가 별 생각 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을 때.

그는 죽었다.

내가 그의 방에서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그를 떠올리고 있을 때.

그의 몸은 반으로 갈렸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온다.

나는 그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그가 살기 위해 악착 같이 발버둥 칠 때도 나는 그저 나 밖에 모르는 어리광쟁이였을 뿐이구나.

이곳에 와서 가장 외롭고, 힘든 것은 그일 텐데.

“끄윽!”

어찌된 영문인지 과거로 되돌아온 그는 극심한 두통에 머리를 쥔다.

이 무의식은 나에게 상당히 호의적이다.

아니, 어쩌면 호의가 아니라 무엇인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이건 나는 그 덕분에 그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던 일들 또한 알 수 있게 되었고, 목숨을 잃은 그가 아스모데우스의 권능인 ‘원시회귀(元始回歸)’ 덕분에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을 되돌리는 권능이라니……. 이 정도는 돼야 신이라고 불릴 수 있는 존재인가! 그녀에 비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이란 것들은 정말 보잘 것 없구나. 허나 그런 그녀마저도 전부 통제할 수 없는 힘이라면 대체 그녀가 주신(主神)이라 칭한 존재는 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허나 아스모데우스의 말대로 한낱 인간인 자일이 그녀의 권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고, 강제로 권능을 발동한 덕분에 후유증이 심한듯했다.

마성(魔性)에 오염된 정신.

그의 머릿속에 쏟아지는 폭언과 욕설을 나 또한 들을 수 있었다.

‘자일은……. 설마 저런 끔찍한 말들을 지금까지도 계속 듣고 있었단 말인가?’

저런 말을 계속 듣는다면 그 어떤 인간이라도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이후로도 자일은 죽음을 맞이했다.

허나 전과는 달랐다. 싸우는 시간은 더욱 길어졌고, 적에게는 더욱 많은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결국 그는 싸움에서 승리했다.

원시회귀라는 말도 안 되는 권능 덕분에 거둔 승리이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권능은 훌륭한 치트이기 이전에 그를 지옥보다도 더 깊은 구렁텅이속에 빠트릴 수 있게 만들 장치였다는 것을.

그러한 압박감 속에서도 그는 결국 극복해낸 것이다.

매번 그래왔듯이.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자일.”

내 목소리가 그에게 들리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꼭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이후에도 그는 꾸준히 준비를 해왔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다가올 재앙에게서 버틸 수 있는 초석들을 쌓기 위해 부단히도 움직였다.

기숙사 옆쪽에 있는 숲 안으로 들어가 미지의 종족과 조우하고, 그 과정에서 기숙사 사감 선생인 벨라 트레이와도 대련을 했다.

서로 완전히 진심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자일은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지금껏 노력했던 결과물이다.

아카데미의 교수를 상대로 흑마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대등이 겨룬 것이다.

그것을 보고 있는 내가 괜히 뿌듯했다.

자일은 그곳에서 또 다른 7대 죄악의 마신들 중 하나인 폭식의 레비아탄을 만났다.

이곳에 살고 있는 종족들이 얘기하는 것을 토대로 보았을 때 아마 자일의 몸을 찢어발겨 놓은 이가 속한 조직이 벌인 일인 듯 했다.

흑마술사들의 연합.

게티아(GOETIA).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머릿속에 새겼다.

자일이 지금껏 보여준 반응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 세계의 설정을 창조한 그조차도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애초에 그가 이 세계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전부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라는 존재가 이 세계에 변수로서 개입함에 따라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정도의 영향력을 끼치는 조직에 대해서 자일이 모르고 있다는 것은 이상하다.

심지어 그들은 대륙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규모나 목적에 대한 것조차도 알려진 게 없는 상황.

뭐가 됐든 상당히 거슬리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자일은 계속해서 강해졌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여럿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개의치 않고 걸어 나갔다.

정확히는 개의치 않은 척을 하며 걸어 나갔을 것이다.

그가 평범한 인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곧 무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정신 또한 착실하게 마모되어 가고 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새벽이 되면 식은땀을 흘리며 밤새 끙끙 거렸고.

환각을 본다던가, 환청을 듣는 것도 잦아졌다.

우습게도 자일과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저 당시의 나는 그가 그러한 고통을 느끼고 있을 거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그저 나쁜 꿈을 꾸고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전부.

“……대체 나는 그에 대해서 뭘 알고 있던 걸까. 아니, 사실 알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은 건 내가 아닐까. 나 좋을 대로 친구 운운하면서 합리화하지만 결국 그가 가장 힘들 때 나는 도움조차 되지 못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말로…….

그의 과거를 엿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무책임한 사람이었는지를 실감하게 되고, 또한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깨닫는다.

사실상 이것은 나에게도 고문과 다름이 없다.

이곳에서의 나는 그저 그가 받고 느끼는 무수한 고통들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으니까.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하르만 가문의 취임식에서 테레사 룬델과 룬델 가문의 이들을 만난 것들을 보게 되었고, 이후 축제 때 있던 일들 또한 보게 되었다.

크리스 발렌타인이 단신으로 악마를 토벌하는 장면은 보는 내내 온몸의 전율이 흘렀다.

이미 한 번 미래의 힘을 통해 경지에 도달한 나이기에 알 수 있었다.

그녀 또한 이미 경지에 들어섰음을.

“……새로운 초월자가 나올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천막 속에서 자일과 노인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서쪽 숲의 눈먼 현자라고 불리는 노인이 나의 죽음을 예언한 것이다.

그것은 확정된 죽음이었다.

내가… 죽는다는 것이었다. 노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의 예언은 진실이라는 것이. 그는 정말 미래를 볼 수 있었다.

허나 그 미래를 뒤바꾼 것은 자일 지그하르트 단 한 명 뿐 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뒤바꿨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 노인의 말대로 자일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었으니까.

여러 번 죽음을 거듭하고 나서야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낸 것 뿐 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있는 것이지?”

노인의 예언대로라면 나는 죽었어야 했다.

노인이 본 나의 죽음은 먼 미래에 죽음이 아닌, 근 시일에 죽음이었으니까.

허나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었고, 우리 가문도…….

“잠깐.”

위화감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는 것도 전부 자일 덕분이 아니었을까?

아니, 어쩌며 나는 이미 한 번 죽음을 경험한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

그리고 그 의문은 점점 더 확신으로 변해갔다.

자일이 내게 건네준 성물. 그토록 귀한 것을 어디서 얻었나 했더니 추기경과 인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억난다.

아카데미 내부에 흑마술사를 색출하기 위해 아카데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라파엘 교단의 검사를 받았던 것이.

“저런 일이 있었다니……. 간도 크지. 흑마술사인 주제에 추기경을 속이려 들면 어쩌려는 거야. 그러다 정체를 들키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또 하나 충격적인 것은 같은 클래스의 동급생인 아리아 발렌타인.

그녀 또한 마족, 그것도 마왕의 딸이라는 사실이다.

이제는 너무 충격적인 것들이 많아 내가 알던 모든 것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허나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것들은 일종의 프롤로그였을까.

이 다음에 펼쳐진 광경을 보았을 때…….

나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저건……. 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