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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야성적인 감각 (86/112)


86. 야성적인 감각
2022.07.27.


온몸의 수분이 전부 마른 사람처럼 창백해진 희수를 부축해 집까지 데려다 준 재환은 곧장 핸들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심란한 마음을 떨치기 위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옷을 벗고 욕실로 직행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찬물로 샤워한 재환은 대충 아무 옷이나 챙겨 입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응급실에서 희수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이후로부터 마음이 찝찝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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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있었나?”

하지만 그렇다기엔 정황이 너무 이상했다. 약 한 달 전에 시후와 겨울 부부가 주선했던 소개팅을 계기로 희수와 재회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애인도 아닌 남자의 아이를 가진 건지, 대체 아이 아빠가 누구길래 계속해서 말해주지 않는지…….

풀리지 않는 의문들에 속이 답답했으나 알 길은 없었다.

재환이 작게 한숨 쉬며 몸을 뒤집어 엎드렸다. 그러자 침대 끝자락에 걸쳐있던 쿠션이 그 반동에 밀려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곧바로 쿠션을 집기 위해 손을 뻗은 재환은 문득 침대 아래에서 빛나는 작은 물체를 발견했다.

의아함에 주워들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처음 보는 귀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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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지?”

큐빅이 잔뜩 박힌 리본 모양 귀걸이는 당연하게도 재환의 물건이 아니었다.

올해 이 집으로 이사 온 이후 여자를 끌어들인 기억도 없었으니 더더욱 이상야릇했다.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벌컥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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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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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재연아.”

쪼르르 안으로 달려온 여자는 재환의 열 살 터울 여동생 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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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걸이 혹시 네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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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무슨 귀걸이?”

재환의 손에 들려있는 귀걸이를 가져와 살펴보던 재연이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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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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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럼 대체 누구 거지.”

찝찝한 기분으로 주인 없는 귀걸이를 바라보던 재환이 이내 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옆에 놓여있던 쓰레기통에 귀걸이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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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빠. 그보다 아까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언니는 어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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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아.”

올해로 21살인 재연은 중학생 때 부모님을 여의고 친오빠인 재환의 보호 아래에서 자라 어느덧 대학교 2학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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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진짜 다행이다. 그 언니 엄청 심하게 넘어졌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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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너는 남친 보러 안 가도 돼? 준혁이 지금 아프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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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염이라는데 내가 가서 뭘 도와주겠어. 폭풍 설사하는 거 두 팔 벌려 응원해줄 것도 아니고.”

재연은 어려서부터 부모님 대신이었던 재환을 아빠처럼 따랐고, 가족이라고는 서로가 전부였기에 보통의 남매와는 달리 두 사람은 사이가 아주 좋았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 같이 카페에 갔던 것도 재연이 지독한 장염에 걸린 자신의 남자친구 대신 함께 가달라고 재환에게 졸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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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까 그 언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는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으음…….”

희수의 얼굴이 낯에 익어 곰곰이 생각하던 재연이 이내 손뼉을 맞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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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혹시 희수 언니 아니야? 오빠 전여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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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기억력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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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희수 언니를 어떻게 잊어.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맨날 맛있는 거 사주고 선물도 잔뜩 주고, 내가 한때는 오빠보다 그 언니를 더 좋아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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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는 너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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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렇겠지. 마지막으로 본 게 나 중학생 때인가 그런데.”

성인이 된 후 라식 수술을 받아 안경을 벗었고, 쌍꺼풀 수술에 짙은 화장까지 더해졌으니 희수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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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까 말하는 거 보니까 날 오빠 여친으로 착각하는 것 같던데? 데이트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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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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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한테 정정하지 않아도 괜찮겠어? 오빠 아직 맘 남은 거 아니야?”

재연의 말에 재환이 대답 대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희수에게 미련이 남지 않았냐고 하면, 남다 못해 구질구질하게 넘쳐흐른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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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머릿속이 터질 것처럼 복잡해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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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홀할 정도로 행복했던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 찾아온 월요일.

바쁘게 일과를 마치고 퇴근한 시후는 창영을 숨겨놓은 경기도의 한 의료원으로 향했다.

지금 창영은 강성호 회장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기에, 시후는 이삼일에 한 번꼴로 의료원에 들러 창영이 무사한지를 수시로 확인했다.

물론 그의 병실을 보호할 경호원을 두 명이나 붙여 놓긴 했지만, 그래도 육안으로 상태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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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차도는 없는 겁니까?”

거액을 들여 비밀리에 포섭한 의료원의 원장에게 창영의 상태를 묻자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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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여전히 깨어날 가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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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기면 그 즉시 저한테 연락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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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개 숙여 인사한 원장이 뒤돌아 병실을 떠났다. 홀로 남은 시후는 배드 옆 의자에 앉아 여전히 죽은 듯 송장처럼 누워있는 창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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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렇게 데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데.”

전국에 뻗어져 있는 강 회장의 레이더망은 상상 이상이었다. 지금은 급한 대로 이렇게 창영을 적당히 숨겨놓고 있지만, 그 독사 같은 인간에게 이곳을 들키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빨리 무언가 다른 카드를 잡지 않으면 머지않아 곤란한 상황이 펼쳐질 터였다.

작게 한숨 쉬며 깊은 사색에 빠지는데, 문득 시후의 머릿속에 다시금 떠오르는 것은 이틀 전 겨울이 제게 했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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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동생이, 뭔가 죄를 지은 게 아닐까? 친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죄.’

……죽는 게 나을 만큼 큰 죄라.

예리하고 그럴듯한 추리였다.

강성호는 오로지 창영이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것이 살아 있는 아들의 호적을 사망으로 불태운 것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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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후계자로 점 찍어둔 제 친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용서할 수 없는 죄라는 게…….

강성호는 하나부터 열까지 머릿속에 회사 생각밖에 없는 인간이었기에 틀림없이 회사와 관련된 잘못일 터였다.

하지만 무능한 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고, 여자 연예인들과 염문설을 퍼뜨리고 다니는 것도 워낙 잦아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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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한 가지 가정이 머릿속에 스친 시후의 미간이 슬며시 좁아졌다.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시후는 급하게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서재의 컴퓨터를 켠 시후는 일전에 강 회장의 밀실에서 빼낸 파일의 목록을 빠르게 훑었다.

그 중 강창영이 본부장으로 몸담고 있었던 KU헬시뷰티의 재무제표를 클릭해 무언가 이상한 점이 없는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한참 동안 눈이 빠지도록 들여다보고 있자니 두통이 몰려와 시후는 눈썹 옆을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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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돈의 흐름이 이상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시후의 미간으로 깊은 주름이 파였다.

거액의 은행 차입금이 KU헬시뷰티에 들어왔다가 투자 명목으로 해외 법인에 빠져나간 뒤, 여러 법인을 전전한 기록이 있었는데, 문제는 그 공금의 행방이 현재 묘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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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능한 자식이 하다 하다 회삿돈까지 빼돌린 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옆에 앉아 그를 지켜보던 겨울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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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뭔가 짚이는 게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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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네 예상대로 강창영이 강 회장 몰래 공금을 횡령한 것 같아.”

정황을 보아 회사의 자금을 빼돌려 아버지인 강 회장도 모르게 은밀히 비자금을 조성한 게 확실했다.

그리고 오너 일가의 차기 후계자가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세간에 밝혀지면 회사의 주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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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 자식을 죽은 걸로 꾸미고 장례까지 치른 거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큰 죄라서……?”

등골이 오싹해진 겨울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소름 끼치는 인간이라고 하지만, 이건 더 이상 인간의 행동이라고 볼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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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유서진과 강창영을 사고로 위장해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강 회장일지도 몰라.”

최악의 가정을 입 밖으로 뱉은 시후는 쓰디쓴 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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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설마 자기 아내와 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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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서는 너무 비약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봐.”

겨울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시후가 얼마나 무자비하고 거대한 적과 싸우려고 하는 건지 몸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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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뼛속까지 마마보이인 강창영이 제 어미 모르게 이런 간 큰 일을 벌였을 것 같지는 않으니…… 둘은 아마도 공범이겠지.”

지끈거리는 이마를 문지르던 손을 뗀 시후의 눈빛이 냉철하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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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강창영이 빼돌린 비자금이 지금 어디에 가 있냐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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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짚이는 사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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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일단 강 회장이나 회사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KU그룹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돈을 맡겼겠지.”

더불어 아마도 공범인 유서진과 강창영이 공통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며, 거액의 돈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알고 지내 그들과 신뢰가 두터운 사람일 가능성이 컸다.

잠시 생각에 잠긴 시후는 곧바로 창영과 서진이 당했던 교통사고의 사건 기록을 펼쳐보았다.

특별히 꼽을만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다가, 그날 창영과 서진의 통화기록을 살펴보는데 문득 공통적으로 보이는 번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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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름 아닌 오민주의 휴대전화 번호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줄기차게 시후의 곁을 맴돌며 시후와 겨울의 사이를 이간질했었던 여자.

스무 살 때부터 시후와 친구로 지냈었던 민주는 시후보다도 그의 가족과 아주 막역한 사이였다.

서진과는 친 모녀처럼 친해서 함께 골프를 치러 다녔었고, 창영과도 어울리는 인맥이 겹쳐서 자주 술자리를 가지며 가깝게 지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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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가 일어났던 날, 유서진은 사망하기 전 오민주에게 무려 세 통이나 전화를 걸었던 흔적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창영도 사고 전에 오민주에게 전화를 걸었었지만, 모두 부재중으로 연결이 되지 않은 듯했다.

물론 오민주는 교통사고 당시의 알리바이가 분명했기 때문에 용의선상에서는 자연스럽게 제외되었었다.

친한 사이였기에 전화 몇 통 나누는 것은 그리 어색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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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걸리는데…….”

하지만 왠지 신경이 쓰였다.

두 모자가 모두 사고 직전 이렇게 오민주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건 이유가 뭘까.

고개를 들어 올린 시후가 강창영과 유서진의 합동 장례식에 왔었던 민주의 모습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녀는 한참 동안 두 사람의 영정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다가 돌아갔었다.

그뿐만 아니라 장례식 이후로도 딱히 시후를 만나길 꺼리지 않았고, 어떠한 껄끄러운 기색조차 없었다.

그러나.

애초에 가면을 쓰는 게 직업인 여자였다.

전부 연기였다고 해도 이상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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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말 만에 하나.

사라진 거액의 비자금을 오민주가 갖고 있다면?

물론 어디까지 심증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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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무슨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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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출중한 통솔력과 타고난 센스로 대중의 심리를 읽고 발 빠르게 반응하여 회사를 키웠던 시후는 그 압도적인 경영 능력 때문에 세간으로부터 경탄을 자아냈었다.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고 계획적인 사업가였으나, 분석과 계산, 논리보다도 그를 빛나게 해준 것은 마치 동물처럼 야성적인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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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덜미를 잡을 수 있을지.”

지금껏 시후의 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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