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 여명을 향해 쏴라(8) >
#95
노인은 아운 필라가 입은 것과 같은 붉고 화려한 로브를 입고 있었다. 마탑주나 탑메이지만이 입을 수 있는 복장이었다. 로난과 눈이 마주친 그가 히죽 웃었다.
【반갑다.】
“바쥬라.”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 끔찍한 목소리였다. 폐를 짓누르는 압박감에 호흡이 어려웠다. 일찍이 경험한 적 없던 사악한 기운이 대기 중에 팽배해 있었다.
설명 따위는 필요 없었다. 악마의 저서가 눈앞에 현현해 있었다. 균열 같은 미소를 지은 바쥬라가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드는구나. 고개를 조아리지 않는 걸로 모자라 감히 내 이름을 부르다니.】
“···그 늙은이가 라르단이군.”
【그래. 감히 나를 이해하려 들었던 벌레 중 하나지.】
마탑주 라르단의 몰골을 본 로난이 입술을 비틀었다. 두 개의 눈동자는 온통 새카맣게 물들어 있었다. 먹처럼 검은 눈물이 주름진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본체는 저 책인가.’
문득 로난의 시선이 바쥬라의 손에 들려 있는 책에 닿았다. 쟁반으로 써도 될 정도로 거대하고 두꺼운 서적은 금서들의 왕에 걸맞은 흉측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물소의 가죽처럼 두꺼운 표지의 중앙에는 주먹만 한 눈알 하나가 박혀 있었다. 세로로 찢어진 동공은 로난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울룩불룩한 핏줄이 눈알을 중심으로 거미집처럼 뻗어나 있었다.
좆같이도 생겼군. 그리 입속말한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바쥬라가 말을 이었다.
【근 며칠간 너를 지켜보았다. 흥미롭더군.】
“왜 이런 개짓거리를 하는 거지?”
【가만히 앉아서 회복에 전념하는 건 영 지루한 일이거든. 네가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그랑시아와 아칼루시아의 전쟁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바쥬라가 입맛을 다셨다. 그는 시온 데 그랑시아를 조종해서 벌였던 일을 자랑스레 떠벌렸다.
역시 그랑시아의 삼녀를 조종한 것도 이 폐지가 꾸민 일이었다. 그나저나 회복이라니, 봉인 당한 동안 약화되었기라도 한 걸까.
“원하는 게 뭐야?”
【이해가 빨라서 좋구나. 갈수록 마음에 들어.】
“저 사람들을 그냥 풀어주지는 않을 거 아냐.”
로난은 턱 끝으로 아운 필라와 아이레를 가리켰다. 그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제단에 꽁꽁 묶여 있었다.
도대체 무슨 수를 써서 두 사람을 붙잡은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태가 영 심각해 보였다. 음산한 웃음을 흘리던 바쥬라가 책을 덮으며 일어섰다.
앉아 있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거의 2m에 달하는 장신이었다. 바쥬라는 부지깽이같은 검지를 뻗어 로난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간단하지. 네 몸을 넘겨라.】
“몸을 넘기라고?”
【그래. 이 고린내 나는 육신에도 질려 가던 차였거든. 미약하게나마 환상을 다루는 데 재주가 있어서 아주 지루하지는 않았지만···네 몸이라면 더욱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썩 마음에 드는 제안은 아니었다. 그때 묶여 있던 아이레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윽···로난, 안 돼요···.”
【시끄럽다.】
동시에 바쥬라가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치이익···! 두 사람을 묶고 있는 쇠사슬이 붉게 달아오르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으, 아아아악!”
“큭···듣지 마시오···!”
아운 필라 역시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살 타는 냄새가 자욱하게 번지고 있었다.
아이레의 형체는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깜빡거리고 있었다. 로난이 칼자루에 손을 얹은 채 으르렁거렸다.
“빌어먹을, 당장 그만둬.”
【그러지.】
바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쇠사슬의 색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두 사람의 비명이 멎었다. 그의 입가에 교활한 조소가 떠올랐다.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저 두 쥐새끼를 풀어 주마. 이 지긋지긋한 탑에서도 얌전히 떠나 주지. 괜찮은 제안 아닌가?】
“거절한다면?”
【그럴 수 없다는 건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바쥬라가 웃었다. 한순간 요사스러운 마력이 들불처럼 일어나더니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느닷없이 펼쳐진 사막의 모습에 로난의 눈이 커졌다.
“뭔···씨발.”
【마음에 드나?】
어두침침한 방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발밑에서 사각이는 모래의 감촉이 선명했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뜨거웠다. 환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현실감이었다.
바쥬라는 손을 휘적이는 것만으로 주변의 풍경을 바꾸었다. 로난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세상의 모습이 휙휙 변모했다.
폭우가 내리는 밀림, 얼음이 비늘처럼 일어난 설원, 지평선까지 뻗어 있는 제국의 수도 발론까지.
종국에는 그의 몸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온 화염의 파도가 모든 것을 휩쓸었다. 어느 순간 원래대로 돌아온 방의 모습에, 로난이 입술을 비틀었다.
‘괴물이군.’
격이 달랐다. 사란테나 아운 필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바닥에 침을 뱉은 로난이 바쥬라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힘자랑이라도 하는 거냐?”
【몸을 넘길 때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는 의미로 보여줬을 뿐이다. 지금 네가 본 것은 이 벌레가 품고 있는 잠재력이니.】
“잠재력?”
【그래. 네게는 이 산송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능성이 느껴지거든.】
과연 제왕까지 현혹했던 금서답게 혓바닥이 길었다. 바쥬라는 자신이 로난 본인보다 로난의 몸을 더 잘 쓸 수 있다 장담했다.
말보다는 노새에 가까운 개소리였지만, 실력을 보아하니 괜히 지껄인 말은 아니었다. 별안간 바쥬라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직 절망이 부족한가?】
쿠구궁! 갑자기 사면의 벽이 무너져 내리며 더욱 넓은 공간이 드러났다. 한동안 들려오지 않던 금서들의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크하하, 저 놈 표정 좀 봐!]
[주제를 깨닫더니 조용해지는군. 인간이 다 그렇지만.]
주위를 둘러본 로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각양각색으로 생겨먹은 금서들이 공중에 뜬 채 그들이 서 있는 공간을 둘러싸고 있었다.
[바쥬라 님, 어서 그 애송이의 몸을 차지하고 완전히 부활하시는 겁니다!]
활짝 펼쳐진 금서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바쥬라의 몸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꼭 줄기에 영양을 공급하는 뿌리 같은 모습이었다.
로난은 그것이 일찍이 언급되었던 ‘회복’의 일환임을 단번에 눈치챘다. 바쥬라가 말을 이었다.
【이제는 깨달았겠지. 네게는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바쥬라가 오만하게 지껄였다. 로난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절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상황임은 그 역시 알고 있었다.
‘좆됐네.’
두 번째 삶에 들어서 최악의 위기였다. 힘의 격차는 둘째치더라도 인질이 붙잡혀 있는 것이 문제였다.
뭔가 방법이 없나 눈을 빠르게 굴리던 도중이었다. 익숙한 무언가가 그의 시야 한 구석에 포착되었다.
‘음?’
네뷸라 클라지에의 상징인 반짝이는 마나였다. 워낙에 양이 적고 신경쓸 것이 많아 지금에야 눈에 들어온 듯했다. 마나를 지켜보던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왜 저기서 나와?’
마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잡아먹힌 라르단의 몸뚱이도,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거대한 책도 아니었다.
‘설마.’
순간 하나의 가능성이 로난의 뇌리를 관통했다. 무모한 작전 하나가 실시간으로 수립되었다. 어마어마한 도박이었지만 딱히 그것 외에는 방도가 없었다. 침음을 흘리던 로난이 무겁게 입을 뗐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훌륭하구나.】
“약속을 반드시 지켜라. 두 사람을 풀어준 뒤에는 마탑에서 떠나.”
【크하하하···물론이지. 이 바쥬라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마.】
“내가 뭘 하면 되지?”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된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날 테니.】
바쥬라가 클클거렸다. 로난은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기쁨에 겨워하는 목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졌다.
【너무 상심하지 마라. 세상은 영원토록 너를 기억할 테니까.】
성큼성큼 다가온 바쥬라가 로난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가 막 수상한 주문을 영창하는 순간이었다.
“좆까.”
로난이 칼자루를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몸을 뺀 바쥬라가 방어 자세를 취했다. 믿을 수 없이 빠른 반응 속도였다. 그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 픽 웃었다.
【어리석구나. 이 또한 예상하고 있었지.】
“그러냐?”
하지만 라만차의 칼날은 애초에 다른 곳을 노리고 있었다. 로난은 제단에 묶여 있는 두 사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각! 붉은 호가 제단을 깊숙이 관통하며 지나갔다. 아운 필라와 아이레의 허리에 붉은 선이 생기더니 피분수가 솟구쳤다.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로, 로난?!”
“커억! 어째서···!”
“진짜 더럽게 잘 만들었네. 적당히들 하쇼.”
로난이 질린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아운 필라와 아이레의 형체가 연기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불현듯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은 바쥬라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허억···!】
촤아악! 환영이 소멸했음에도 피의 분수는 계속해서 솟구치고 있었다. 뒤따라 점멸하는 마나가 광선처럼 뿜어져 나왔다.
두 가지 모두 제단에 새겨진 검흔 안쪽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쩌적! 그때 제단이 반으로 쪼개지며 표지부터 종이까지 온통 시커먼 책 한 권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본체군.’
검다는 것 외에는 일반적인 서적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깊숙한 자상을 입은 책은 붉은 피와 반짝이는 마나를 울걱울걱 토해내며 살아있는 것처럼 몸부림치고 있었다.
완전히 썰리지 않은 책의 모습을 본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쯧, 전부는 안 잘렸나.”
【어, 어떻게···!】
“내가 눈이 좀 좋아서.”
로난이 픽 웃었다. 도박은 성공이었다. 반짝이는 마나는 다른 곳이 아닌 제단의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징그럽고 요란한 책은 단순한 눈속임이었고, 본체는 그 안쪽에 숨겨둔 것이었다. 로난은 마나가 아운 필라와 아이레의 몸을 관통하여 올라오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환각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나저나 정체가 뭐지? 왜 네뷸라 클라지에의 기운이 저 책에서···.’
다만 바쥬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마음에 걸렸다. 하도 반짝거려서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네뷸라 클라지에의 일원이 봉인을 해제하다 묻혔다기에는 지나치게 농도가 짙었다. 실마리를 찾아 방황하던 로난의 사고가 바쥬라와 얽힌 전설에 도달했다.
‘악마가 쓴 책.’
어쩌면 바쥬라를 집필했다는 악마가 네뷸라 클라지에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로난이 마무리를 짓기 위해 달려드는 차였다.
순식간에 라르단을 향해 날아간 검은 책이 그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웅덩이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사라지는 책의 모습을 본 로난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흐으···허어억! 커억!】
본체와 결합한 바쥬라가 검은 피를 토해냈다. 아무래도 조금 전의 참격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은 듯했다.
아드득. 기괴하게 사지를 비틀던 바쥬라의 시선이 마침내 로난을 향했다. 세상을 부숴 버릴 듯한 노호가 울려 퍼졌다.
【가만두지 않겠다!!】
로난이 이를 악물었다. 순간 시야가 일그러지며 바쥬라와 금서들을 제외한 모든 것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암청색의 석벽도, 반으로 쪼개진 제단도, 불길이 일렁이는 대로 춤추던 그림자도 가루가 되어 바스러지고 있었다. 검은 눈물을 쏟아내던 바쥬라가 땅을 짚으며 외쳤다.
【헬 프로미넌스!】
“뭐?”
로난의 얼굴이 굳었다. 이글거리는 기운이 바쥬라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그의 손바닥 아래에서 피어난 마법진이 넓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건 별로 재미없는데.’
머지않아 바닥과 벽면에서 튀어나온 마법의 설계도는 공중에도 뿌리를 뻗기 이르렀다. 로난의 머릿속에서 갖가지 비명이 휘몰아쳤다.
[바, 바쥬라 님, 그 마법은···!]
[젠장, 살려줘!]
[자, 자비를...!]
겁에 질린 금서들이 토해내는 절규였다. 혹시나 환영일까 싶어 허공에 검을 휘둘러 봤지만, 유감스럽게도 실체가 있는 진짜 마법이었다.
‘어쩔 수 없군.’
로난이 이를 악물었다. 단순히 몇 군데를 베어낸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숙주인 라르단을 죽이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로난이 바쥬라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후웅! 곧바로 뻗어 나간 검기가 그에게 직격하려는 순간이었다.
느닷없이 바닥이 위로 솟구치며 검기의 진로를 틀어막았다. 콰아앙! 파편이 비산함과 동시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젠장.”
【같은 잔재주가 통할 줄 아느냐!】
아무래도 대지 마법도 쓸 수 있는 모양이었다. 로난은 포기하지 않고 바쥬라에게 달려들었다.
기습을 당하기 전보다는 여실히 몸놀림이 느려져 있었지만, 워낙에 대지 마법을 잘 다루는 탓에 쉽사리 거리를 좁히기가 어려웠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석벽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손이 로난의 진로를 방해했다.
‘안 좋은데.’
그 와중에도 헬 프로미넌스의 마법진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밝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가설 수천 가지가 로난의 머릿속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문득 한 가지 단어가 번갯불처럼 번득였다.
‘맞불.’
왜 그 단어가 떠올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전생의 징벌병 시절에 산불 진압 작전에 투입되었던 기억이 달아오른 골 속을 표류하고 있었다.
별안간 로난이 안주머니에서 금속으로 된 곽을 꺼냈다. 내부에는 아운 필라가 손수 만든 스크롤들이 들어 있었다.
개중에는 마을 하나를 날려버릴 만큼 위력적인 마법이 각인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단번에 곽을 털어낸 로난이 다섯 개의 스크롤을 단번에 움켜쥐었다. 그리고 위아래로 비틀며 잡아당겼다.
부욱! 스크롤이 찢어지며 각인되어 있던 마법이 일괄적으로 발동했다. 대기 중의 마나가 고갈되며 공간이 열기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시전한 것 이상으로 펼쳐지는 입체적인 마법진들의 모습에 바쥬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뒈질 거면 같이 뒈져야지.”
【헛소리를···!】
화르륵! 느닷없이 솟구친 불기둥이 바쥬라의 몸을 휘감았다. 로난은 그것이 아운 필라가 쓰던 것과 동일한 이동 마법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슬금슬금 그에게 접근하던 로난이 주저 없이 몸을 내던졌다. 콰직! 주름진 목을 움켜잡은 로난이 그대로 바쥬라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잡았다, 이 똥휴지 새끼.”
【빌어먹을, 놔라!】
이동 마법이 끊어졌다. 바쥬라가 발버둥쳤으나 비쩍 마른 노인의 힘으로는 로난을 떨쳐낼 수 없었다. 결국 체념한 그가 다시 주문을 영창했다.
화륵! 재차 피어오른 불기둥이 로난과 바쥬라를 집어삼켰다. 두 사람의 모습이 방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공간을 뒤덮고 있던 마법진들이 환한 빛을 내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