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141화 (141/333)

< 141. 봄이여 오라(6) >

#141

굉음과 함께 석벽이 폭발했다. 검푸른 바닷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정신 나간 짓거리를 본 로난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저 미친년이···!”

바깥은 빛도 닿지 않는 심해였다. 로돌란 자체를 물속에 가라앉힐 생각인 듯했다.  빠르게 공중으로 몸을 띄운 아셀이 허공에 손을 휘적였다.

【다 꼴도 보기 싫구나. 사라져라.】

쾅! 콰앙! 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세 개의 구멍에서 물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닷물은 몇 초 만에 종아리까지 차올랐다. 사색이 된 에르제베트가 준비하던 마법을 취소했다.

“세상에···!”

그녀는 물이 밀려드는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우웅! 보랏빛 장막이 구멍을 틀어막으며 침수가 멈췄다. 예상을 뛰어넘는 압력에 에르제베트가 입술을 짓씹었다.

"으으..오래는 못 버텨요!”

수압으로 인해 구멍이 점차 넓어지고 있었다. 뿌리 같은 균열이 벽면 전체로 번져가고 있었다. 그녀가 로난을 힐긋 돌아보며 말했다.

“로난 님···!”

의미가 자명한 눈빛이었다. 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기를 쏠 수 없으니 직접 가서 제압해야 했다.

파아앙! 마나로 각력을 강화한 그가 아셀을 향해 도약했다. 경멸하듯 혀를 찬 아셀이 검지로 로난을 가리켰다.

【부질없는 저항을 하는구나.】

“크윽!”

날아오던 로난의 몸이 공중에서 멈춰섰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를 움켜쥐고 있었다. 로난을 물끄러미 내려 보던 아셀이 입을 열었다.

【정말 닮긴 했구나···내가 그토록 유혹했음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아이가 후손을 남기다니···.】

“빌어먹을, 그게 도대체 누군데?”

【용서 못한다. 감히···.】

아셀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사내새끼가 유혹이 어쩌고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좆같은데, 누군지는 끝까지 안 말해줘서 더 기분이 더러웠다.

【···생각이 변했다.】

“뭐라?”

【너는 살려줄 테니 그 아이에게 나를 안내해다오. 피가 이어져 있다면 분명 길도 이어져 있을 테니까.】

“미친년이. 그걸 알면 내가 진작에 찾아갔지.”

로난이 헛웃음 쳤다. 뭐 정보를 캐내 보려고 해도 제 하고 싶은 말만 지껄여 대니 그럴 수가 없었다. 부들거리며 팔을 위로 들어 올린 그가 중지를 치켜세웠다.

“좆까.”

그리 말한 로난이 가래침을 뱉었다. 아셀은 말없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조여드는 힘이 한층 강해졌다. 아셀의 몸 주위로 아지랑이 같은 냉기가 일렁이며 퍼져 나갔다.

‘저건···!’

로난이 입술을 비틀었다. 전생에도 많이 보던 마법이었다. 스아아···냉기가 모여들며 형체를 이루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대검 일곱 자루가 허공에 나타났다. 다시금 검지를 뻗은 아셀이 로난을 가리켰다.

【안타깝구나.】

쐐애애액! 일곱 자루의 대검이 로난을 향해 쏘아졌다. 하나하나가 신전의 기둥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길고 거대했다. 로난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역시 곱게는 못 끝내겠다. 아셀.”

대검이 한 걸음 간격까지 다가온 순간이었다. 콰장창! 로난의 팔이 시야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일곱 자루의 대검이 공중에서 폭발했다.

【무슨···!】

로난의 손에는 어느새 라만차가 쥐어져 있었다.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지도 못한 아셀의 얼굴이 당혹으로 일그러졌다. 산산이 조각난 파편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서걱! 로난은 재차 검을 휘둘러 자신을 붙잡고 있는 염력을 끊어냈다. 자유로워진 몸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침착하게 동력원을 전환한 그가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마나를 다루는 게 쉬워졌어. 이게 해주의 효과인가.’

라만차의 검신이 하얗게 물들었다. 마나를 끌어모은 로난이 테라닐의 오러를 발동했다. 콰아아앙! 로난의 발밑에서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화들짝 놀란 에르제베트가 어깨를 움츠렸다.

“꺄악!”

공간이 진동했다. 떨어지던 로난의 몸이 위로 솟구쳤다. 당황한 아셀이 고도를 높이려고 했지만 로난은 이미 그의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뻐억! 곧바로 날아든 로난의 주먹이 아셀의 배 깊숙이 쑤셔 박혔다.

【허억!】

벌어진 입 사이로 타액이 터져 나왔다. 저 깊은 곳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셀의 허리가 새우처럼 굽어졌다.

【네가 감히···!】

이를 악문 아셀이 뿌리치듯 팔을 휘둘렀다. 다시금 냉기가 모여들며 얼음 가시 수십 개가 주변에 생성되었다. 로난은 빠르게 눈을 굴리며 날아오는 가시의 수를 가늠했다.

왼쪽에서 다섯, 오른쪽에서 일곱, 바로 아래에서 열둘.

계산을 마친 로난이 주저 없이 허공을 난도질했다. 초승달 형상의 검기 스물 네 개가 검로를 따라 발현되었다. 쐐액! 검기들은 그대로 가시를 향해 쏘아졌다. 동시에 로난을 겨냥한 가시들이 일괄적으로 발사되었다. 콰장창! 검기와 얼음 가시는 정확히 중간 지점에서 충돌하며 스물 네 개의 얼음꽃을 피웠다.

【마, 말도 안 돼!】

한 개의 검기도 빗나가지 않았다. 부서지고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셀의 눈이 커졌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곧바로 팔을 뻗은 로난이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허윽!】

“안 나오고는 못 배기게 해 주지.”

로난이 손에 힘을 주자 아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숨통이 조여들며 집중이 깨졌다. 그의 몸을 띄우던 염력이 풀어지며 추락이 시작되었다.

【이 아이를···죽일 셈이냐···!】

“나쁘지 않지. 아줌마가 나한테 했던 짓을 생각하면 그 자식도 죽고 싶을 거야.”

【네···가···.】

바람이 귓가에서 포효하고 있었다. 로난은 끝내 손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아셀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정말 그릇을 깨서라도 자신을 잡아 죽일 기세였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아셀이 고개를 푹 떨구었다. 머지않아 고개를 들어올린 그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흐야악! 로난?!”

“···아셀?”

로난의 눈이 커졌다. 자신이 아는 아셀의 목소리였다. 새하얗던 속눈썹이 다시 붉게 물들고 있었다. 울먹거리던 아셀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제, 제발 믿어줘···! 너를 껴안거나 한 건 절대 내 의지로 한 게 아니야. 이, 이상한 말 같은 것도! 으아아앙! 몸이 멋대로 움직여서···!”

“이 등신아, 지금 그게 중요하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모, 모르겠어. 그 여자가 갑자기 나를 끌어안더니···”

아셀이 말을 할 때마다 흘러나온 눈물이 로난의 뺨에 부딪히고 있었다. 한순간 그의 손에서 힘이 풀어졌다. 갑자기 열변을 토하던 아셀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로난이 눈썹을 치켜떴다.

“아셀?”

【고···맙구나.】

“네년···!”

목소리가 다시 변했다. 로난은 곧바로 손아귀에 힘을 주었지만 아셀이 마법을 시전하는 것이 더 빨랐다. 보이지 않는 손바닥이 로난을 후려쳤다. 콰앙! 직선으로 날아간 그가 벽에 처박혔다.

“크윽!”

“로난 님!”

쾅! 로난은 벽을 타고 미끄러지듯 추락했다. 황급히 손을 뻗은 에르제베트가 염력으로 그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그 순간 아까와는 다른 방향의 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터져 나온 바닷물이 그녀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이, 이런···!”

피할 수 없었다. 에르제베트가 반사적으로 왼팔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반구형의 방어막이 그녀와 로난, 이타르간드를 감쌌다. 물이 방어막에 닿는 찰나였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에르제베트가 헛숨을 들이켰다.

“···핫!”

먼젓번에 쳐 놓은 방어막들의 존재를 잊고 말았다. 집중력이 분산되며 안그래도 위태롭던 방어막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확장되던 균열이 벌어지며 한쪽 벽면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아, 안돼!”

에르제베트가 비명을 질렀다. 콰아아! 정체되어 있던 수류가 노도처럼 쏟아졌다. 바닷물이 순식간에 세 사람을 집어삼켰다.

수위가 공간의 절반 정도의 높이로 차올랐을 무렵이었다. 다시 공중에 몸을 띄운 아셀이 나지막이 영창했다.

【프로즌 필드.】

푸른빛을 띠는 한기가 그의 발아래로 퍼져 나갔다. 카아앙! 살아 있는 것처럼 요동치던 바닷물이 단번에 얼어붙었다. 물소리가 멎으며 적막이 찾아왔다.

밑바닥에 있던 로난과 그 일행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살을 에는 한기만이 얼어붙은 소용돌이 위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시커먼 빙판을 내려보던 아셀이 목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역시 피는 속일 수 없구나.】

어이가 없었다. 후손이라고는 해도 설마 저 정도의 기량을 갖춘 검사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마터면 정말 의식을 잃고 기절할 뻔했다.

[로···난!]

그때 머릿속에서 웬 소년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원래 몸 주인의 목소리였다. 아셀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그만 포기하거라 아이야. 네 몸은 이미 내 것이니...그리고 너의 심성은 네 재능에 비해서 너무나도 유약하단다.】

사내의 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바로 나올까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어디를 가도 이만한 재능을 가진 그릇은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차라리 몸을 유지한 채 성별을 바꾸는 저주 같은 것에 걸리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다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려···줘···!]

소년의 의식은 몸을 빼앗겼음에도 끊임없이 저항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음을 무너뜨려서 정신을 먼저 장악해야 할 것 같았다. 불현듯 아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네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마.】

아셀이 고개를 들었다. 정신을 집중한 그가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보이지 않는 주먹이 천장을 강타하며 폭발이 일어났다. 로돌란 전체가 요동치며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꺄아아악!”

“바, 바닥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다, 다리가 끼었어···! 도와줘!”

머지않아 흙먼지가 걷히며 뻥 뚫린 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환한 빛무리가아셀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구멍을 올려다본 아셀이 헛웃음을 쳤다. 저 멀리서 새파란 점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봤느냐?】

그것이 하늘이라는 것을 알아채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장 지하부터 로돌란의 정상까지 단번에 뚫어 버린 셈이었다. 아셀의 머릿속에서 절규가 울려 퍼졌다.

[아, 안돼에!]

【의연해지는 연습을 하는 게 좋을 거란다. 바람이나 쐬자꾸나】

아셀의 몸이 빛줄기를 따라 상승했다. 봉인 따위는 이미 부서진 지 오래였다.

기다란 구멍의 측면으로는 감옥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전대미문의 파괴를 겪은 로돌란은 아비규환에 빠져 있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이 보였다. 운 좋게 풀려나서 난동을 부리는 죄수들과 그들을 제압하는 간수들이 보였다.

처절한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아셀을 보며 뭐라 소리쳤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계속해서 상승하던 아셀의 시야가 확 넓어졌다.

【아, 상쾌한 공기···참으로 오랜만이구나.】

숨을 크게 들이마신 아셀이 웃음을 터트렸다. 여명해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물비늘에 반사된 햇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매서운 바닷바람이 하얗게 물든 머리카락을 헤집고 있었다.

발밑으로는 머리에 구멍이 뚫린 로돌란이 드리워 있었다. 암초를 깎아 만든 부둣가와 정박해 있는 선박들도 한눈에 들어왔다. 바깥에서 진을 치던 사람들이 아셀을 가리키며 외쳤다.

“사, 사람이 나왔다!”

“누구지?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건가?””

“그래서 방금 그 폭발은 뭐야?”

꾸물럭거리는 모습이 꼭 개미처럼 보였다. 문득 아셀의 입가에 균열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사람들을 쭉 훑어본 그가 입을 열었다.

【저들을 모조리 죽이면 네 마음이 꺾일까?】

[그, 그만둬요···!]

【그럴 것 같구나.】

아셀이 손을 뻗어 어느 범선을 겨냥했다. 황제의 기함보다 크고 화려한 이타르간드의 배였다. 그가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지름이 20m는 될 법한 얼음 송곳이 배를 꿰뚫으며 솟아 올랐다.

[안 돼!!]

아셀의 머릿속에서 절규가 울려 퍼졌다. 해수를 얼려 만들어낸 송곳은 계속해서 자라나며 배를 물 위로 들어 올렸다. 우지끈! 결국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한 배가 반으로 갈라졌다. 뱃머리가 떨어지며 만든 물보라가 사람들을 덮쳤다.

“아아악! 사, 살려줘!”

“이, 이타르간드님의 배가···!”

부둣가는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물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흩어졌다. 송곳에서 흘러나오는 한기에 해수면이 얼어붙고 있었다. 다른 배를 겨냥한 아셀이 입을 열었다.

【조금 더 해볼까?】

[제, 제발. 제발 그만두세요, 네?!]

필사적인 호소에도 불구하고 아셀은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가 재차 마법을 사용하려는 찰나였다. 콰아아아앙!! 별안간 뒤쪽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뭣?】

아셀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화산의 분출물처럼 피어 오르는 흙먼지 아래로 완전히 박살난 요새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낸 구멍이 세 배 정도로 넓혀져 있었다.

【이게 무슨···.】

뭐가 어떻게 된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아셀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제야 아셀은 바닷바람 사이로 울려 퍼지는 날갯짓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아줌마.”

그가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거대한 레드 드래곤 한 마리가 태양을 등진 채 날갯짓하고 있었다. 끔찍한 흉터가 옆구리와 가슴에 새겨져 있었다.

【이타르간드···?】

틀림없이 그였다. 살짝 벌어진 이빨 틈새로 화염이 일렁이며 새나오고 있었다. 드래곤의 머리 위에는 분명 얼음에 으깨져 죽었어야 할 두 사람이 올라타 있었다.

“진짜 죽을 뻔 했잖아. 뒈질래?”

그들은 아직 작은 이타르간드의 뿔을 붙든 채 아셀을 노려보고 있었다. 현실성이라고는 없는 광경에 아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어, 어떻게!】

“쏴.”

로난이 말했다. 동시에 이타르간드의 입이 벌어졌다. 머금고 있던 불길이 급류처럼 쏟아져 나왔다. 선홍빛 화염이 아셀의 시야를 뒤덮었다.

【고작 이 정도로!】

아셀이 손을 쳐들었다. 촤아악! 바다에서 솟아난 얼음 송곳이 그대로 이타르간드를 향해 쏘아졌다. 불이 빠른 속도로 얼음을 녹였지만 원체 크기가 있어서 사라지지 않았다.

불길을 가르며 날아간 송곳이 이타르간드에게 적중하려는 찰나였다. 카가각! 얼음이 반으로 갈라지며 로난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셀의 눈이 튀어나올듯 커졌다.

【무슨···!】

오른손에는 붉게 물든 라만차가, 왼손에는 칼집에 꽂혀 있는 이미르가 쥐어져 있었다. 아셀이 반사적으로 방어막을 쳤지만 로난은 가볍게 라만차를 휘두르는 것으로 방어막을 찢어 버렸다.

“그쯤하고 나와. 개 같은 년아.”

거리가 완전히 좁혀졌다. 뻐억! 호를 그리며 날아온 이미르가 아셀의 뒷목을 강타했다. 그의 눈이 뒤집히며 의식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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