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248화 (248/333)

248. 격돌(1)

#248

“뭐야. 살아 있었수?”

【···너는!】

나란소니아의 눈이 커졌다. 틀림없이 자신과 싸웠던 그 인간이었다. 로난과 오르세의 목을 번갈아서 쳐다보던 그녀가 당혹성을 내뱉었다.

【네놈들이 왜 여기 있는 거냐!】

“아···그건 설명하자면 길어서.”

로난이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물론 그에게는 설명할 이유도, 시간도 없었지만, 말한다고 해서 믿어줄 것 같지도 않았다. 나란소니아가 가슴의 상처를 움켜쥐었다.

【크으···!】

상처가 아려왔다. 아직도 싸웠을 당시만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피부 깊숙한 곳에는 아직도 검에 베일 당시의 고통이 잔류하고 있었다. 그녀의 팔 위로 강철 가시가 자라나는 것을 본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싸우게? 나는 별로 안 그러고 싶은데.”

【닥쳐라! 지금 당장 검을···】

나란소니아가 뭐라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콰아앙! 별안간 천장 한구석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구멍에서 튀어나온 하얀 머리 소년이 여유롭게 착지했다.

“와···놀래라. 이게 무슨 일이야?”

오르세와 정면으로 추돌했음에도 그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고개를 돌린 로난이 눈썹을 치켜떴다. 오르세가 부딪혔다는 대상이 뭔지 알 것만 같았다.

“엉?”

틀림없는 뤼코포스였다. 저게 정상은 안 지키고 왜 여기에 와 있지? 더군다나 정황을 보아하니 나란소니아와 싸우던 중인 것 같았다.

‘둘이 뭘 하고 있던 거야?’

로난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차였다. 두리번거리던 소년과 로난의 시선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눈동자는 거의 비슷한 주홍색으로 번득이고 있었다. 잠시 침묵하던 소년이 입을 열었다.

“···너.”

여유 넘치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장난기 빠진 목소리가 섬뜩했다. 로난이 대답하지 않자 소년이 말을 이었다.

“운이 좋네. 여동생의 원수를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여동생?”

“그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지는 않겠지.”

비장하게 대검을 들어올린 소년이 검 끝으로 로난을 가리켰다. 영문 모를 소리에 로난이 미간을 좁혔다. 생각해 보니 몇 시간 전에 마주쳤을 때 그런 말을 한 것 같기도 했다.

로난은 한참을 고민하고 나서야 소년의 여동생에 대한 기억을 건져낼 수 있었다. 탑을 내려오면서 죽인 계집애가 여동생이랬지 참. 그가 말했다.

“아. 그 모자란 년.”

“죽어라!”

찰나 소년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그의 형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순식간에 쇄도해온 소년은 눈 깜짝할 새 로난의 앞에 도달했다. 기괴한 색채의 보호막은 여전히 소년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위험해! 그 방어막은···!】

나란소니아가 외쳤다. 본인이 왜 경고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실력으로 자신을 꺾은 로난보다 죄 없는 시녀들을 죽인 소년이 더 미워서일까.

‘늦었다.’

하지만 경고가 조금 늦은 듯했다. 나란소니아가 입매를 뒤틀었다. 로난은 피하는 대신 선 자리에서 그대로 검을 뽑아 응수하고 있었다.

유려한 검신은 노을을 연상케 하는 색채로 물들어 있었다. 그의 참격이 더 빨랐지만, 저 보호막 앞에서 속도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승리를 직감한 소년이 미소 짓는 찰나였다. 라만차는 별의 가호에 닿고도 멈추지 않았다. 보호막을 부드럽게 파고든 칼날이 호를 그리고 있었다. 로난이 말했다.

“이거만 믿고 나대면 오래 못 살지.”

“뭐?”

소년의 눈이 커졌다. 별의 가호가 바스라지고 있었다. 주홍색 칼날은 이미 그의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서둘러 피하려고 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크윽, 몸이···!”

꼭 저 칼이 자신을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았다. 방어도, 회피도 실패한 소년이 뭐라 외치려는 차였다. 서걱! 그의 울대뼈로 파고든 칼날이 뒷목을 찢고 빠져나왔다.

유언은 없었다. 소년의 머리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칼을 덮은 노을색이 사그라지며 피로 물든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란소니아의 입이 벌어졌다.

【···어떻게?】

“나도 몰라.”

쿵. 기울던 소년의 몸이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거의 동시에 떨어진 머리통이 침대를 피로 적셨다. 칼을 집어넣은 로난이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보다, 지금 내가 목숨을 구해준 상황 같은데 뭐 하나만 물어보자.”

【뭐라?】

“도대체 위에서 무슨 지랄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로난이 물었다. 높이 올라갈수록 마나의 흐름이 격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온몸을 쿡쿡 찌르는 듯한 불길함은 단순한 기우로 넘길만한 것이 아니었다.

나란소니아는 벙찐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덤벼들었을 터였다. 누가 뭐래도 그녀는 아지다하카에게 충성을 맹세한 심복이었으니까.

다만 하얀 머리 소년이 남긴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몇 시간 뒤면 모든 것이 부질없어진다고 했었다. 세상은 곧 끝난다는 말을 덧붙여서.

그것은 자신이 모시는 군주의 뜻이 아닌 것 같았다. 아지다하카의 목적은 힘을 얻어 부하들과 함께 나바르도제를 치는 것이었다.

소년에게 순순히 목을 내밀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용왕이 내린 명령 같지는 않았기에.

【몇 시간 뒤면···모든 것이 다 끝난다고 했다.】

짧은 침묵을 유지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나란소니아는 소년과 나누었던 대화와, 난데없는 기습을 당한 정황을 말해 주었다.

【···그렇게 된 거다. 짐작 가는 게 있나?】

“아. 시발.”

경청하던 로난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용왕은 오늘 의식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몸을 찌르는 불길함과 탑에 과도하게 쏠린 경계 병력, 용왕 본인의 부재가 모두 설명이 되었다.

‘좆됐네.’

시간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곧바로 몸을 돌린 로난이 다시 오르세의 목 위에 올라탔다. 그가 비늘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서둘러야겠다. 가자.”

【잠깐, 기다려라!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냐!】

“시간 없어. 니가 모시는 왕을 지키고 싶으면 하얀 놈들을 죄다 죽여.”

【뭐라고? 그게 무슨···】

로난은 나란소니아를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녀가 뭐라 말하려던 차였다. 콰아아앙! 요동치던 오르세의 거구가 천장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크윽!】

어마어마한 풍압이 나란소니아를 뒤로 튕겨냈다. 검은 벽이 눈앞에서 솟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래층에 가려져 있던 몸체와 날개는 그녀가 과거에 오르세를 만났던 당시보다 훨씬 크고 다부져 있었다.

이윽고 오르세가 완전히 빠져나갔다. 쾅! 쾅! 쾅! 천장에 뚫린 구멍 너머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도대체가···.】

비틀거리며 일어선 나란소니아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레어 한복판에 나타난 구멍은 지름이 못 해도 200m는 되어 보였다. 각종 잔해와 파편, 시체와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그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

【크아아아아-!!】

“좋았어, 멈추지 마!”

무식한 돌파가 재개되었다. 오르세를 타고 내부에서 치고 올라가는 것이 로난의 작전이었다. 아셀이 만들어낸 얼음 갑옷과 슐리펜의 바람이 그를 보조하고 있었다.

로난은 탑의 외벽을 부순 나란소니아의 박치기에서 해당 작전을 착안해냈다. 강철 갑옷을 입은 그녀는 바늘 하나도 넣기 힘든 하늘탑의 외벽을 보기 좋게 박살내 버렸다.

그녀가 했는데 우리의 오르세가 못 할리가 없었다. 다행히도 예상은 멋지게 들어맞았다. 솟구치는 용의 등 위에서, 아셀의 비명이 처량하게 울려 퍼졌다.

“흐아아아아악! 히야아악! 캬아아악!”

그는 오르세의 등에 솟아난 가시를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붙잡고 있었다. 울부짖는 아셀의 옆에는 로난과 슐리펜이 몸을 바짝 낮춘 채 붙어 있었다. 오르세의 목과 몸통이 이어지는 곳. 그 음푹 파인 구간만이 이 정신 나간 비행에서 유일한 안전지대였다.

-쾅!

-콰앙!

-콰아아아앙!!

규칙적으로 작렬하는 굉음이 탑을 흔들고 있었다. 오르세가 층을 돌파할 때마다 처절한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의 몸과 부딪힌 생물 중 사지가 찢어지지 않은 건, 조금 전에 만난 뤼코포스 소년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사, 사람 살려!”

“이게 뭔···끄흐아아악!”

갑옷의 형태로 자라난 얼음은 몸에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해 버렸다. 슐리펜이 일으킨 바람이 그의 몸 주위로 상승 기류를 만들며 속도를 더해 주고 있었다.

“노, 놈들이 치고 올라온다! 막아!”

“어, 어떻게?! 크하학!”

원래는 참격이나 염력으로 충격을 가해서 천장을 뚫기 쉽게 만들어 주려고 했지만, 그것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우려에 불과했다. 일 분도 지나지 않아 다섯 개의 층을 돌파한 오르세가 쩌렁쩌렁하게 포효했다.

【비켜라, 버러지들!】

무엇도 오르세를 막을 수 없었다. 본모습으로 변한 오르세는 말 그대로 전설 속의 마룡이었다.

네 장의 날개가 한 번 퍼덕일 때마다 천장이 무너지며 풍경이 변했다. 탑을 내부에서부터 부수며 솟구치는 검은 용은 그야말로 역천(逆天)이라는 단어를 형상화한 듯한 모습이었다.

불현듯 막힘 없이 상승하던 그들의 앞에 아득하리만치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금속 짤랑이는 소리가 요란하게 흩어지고 있었다. 일행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여기는···!”

눈에 익은 곳이었다. 황금의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전후좌우 끝이 보이지 않는 장대한 공간은 본래 용왕의 거체를 뉘이는 장소였다.

다만 용왕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막대한 재보만이 남아 오르세가 뚫고 올라온 구멍 아래로 소용돌이치며 사라지고 있었다.

“알현실이야. 벌써 여기까지 왔나.”

“이 위가 정상인 것 같군.”

슐리펜이 말했다. 확실히 더 불쾌해진 것이 정상과 가까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촤라라라···! 오르세와 함께 솟아올랐던 금화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 위에 용왕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나바르도제 바로 다음 가는 용과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것. 심호흡한 로난이 입을 열었다.

“가자.”

오르세는 말없이 속도를 더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공간에도 끝이 도래했다. 콰아아앙-! 산산이 무너져 내린 천장 너머로 밤하늘이 펼쳐졌다.

“아···!”

서늘한 공기가 폐부를 휩쓸었다. 그들은 탑의 정상보다 한참은 더 높은 하늘 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너무 빠르게 속도를 낸 탓이었다.

새벽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하늘은 검은색보다는 푸른색에 조금 더 가까웠다. 서서히 식어 가는 별들이 유언 같은 광채를 흩뿌리고 있었다. 그때 아래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서 와라. 은혜와-】

【주제를 모르는 자들아.】

로난이 시선을 내렸다. 탑의 정상에는 한 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골드 드래곤이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용왕 아지다하카였다. 하얀 옷을 입은 네뷸라 클라지에의 신도들이 그의 주변에 자리하고 있었다.

“잠깐.”

불현듯 로난의 눈이 커졌다. 용왕의 발밑에는 빛이 꺼진 마법진이 깔려 있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반 토막이던 머리가 완성되어 있었다. 중심을 기준으로 왼쪽에 자라난 세 번째 머리는 친구들과는 달리 월면을 연상케 하는 백색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저게 마룡 오르세인가. 생각보다는 평범하군.】

세 번째 머리가 심드렁하게 내뱉었다. 의미하는 바가 자명한 현상이다. 아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서, 설마, 벌써 의식이···!”

“니미. 한발 늦었나.”

로난이 입술을 비틀었다. 최대한 서둘렀는데도 늦은 듯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신경 써야 할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입을 쫙 벌린 세 머리의 아가리 안쪽에서, 새하얀 태양이 하나씩 요동치고 있었다.

【짐의 은혜를 저버린 것을 참회하며-】

【별빛 속에 사라져라.】

이건 정말 좋지 않았다. 가늠할 수 없는 마력을 품은 채 일렁이는 구체는 그들이 오기 전부터 준비된 것처럼 보였다. 세 번째 머리가 말을 맺었다.

【잘 가라, 쓰레기들.】

“빌어먹을, 피해!”

로난이 외쳤다. 콰아아아아! 동시에 태양의 형체가 무너지며 세 줄기의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같은 목표물을 향해 쏘아진 광선들은 공중에서 하나로 합쳐지며 그 규모를 폭발적으로 더했다. 벼락이 떨어진 것처럼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죽는다.’

순간 로난을 비롯한 모두가 죽음을 직감했다. 기괴할 정도로 하얀 광채는 그들의 존재를 남김없이 말소시키기 위한 지우개처럼 보였다. 빛이 그들을 삼키려는 순간이었다.

‘아직 안 돼.’

찰나 로난의 시간이 길게 늘어졌다. 위기를 직면한 전신의 감각이 곤두서고 있었다. 맹렬하게 포효하던 바람이 입을 다물었다. 느려진 세상 속에서 평소처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로난 자신 뿐이었다.

여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 본능적으로 검을 뽑아든 그가 칼자루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막 몸에서 빠져나온 피처럼 선명한 진홍색이 검신 위로 차올랐다.

한 번에 벤다. 그리 다짐한 로난이 허리에 힘을 실어 검을 휘둘렀다. 횡으로 그어진 검로가 수십 배로 확장되며 거대한 초승달을 그렸다.

촤아아···! 검은 선 하나가 하얗게 물든 세상을 가로질렀다. 선 너머에 드리운 밤하늘만이, 저 좁은 틈새만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였다.

정체되었던 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있었다.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옴과 동시에, 로난이 외쳤다.

“오르세!”

【내게 명령하지 마라!】

그제야 정신을 차린 오르세가 날개를 수평으로 펼치며 돌파를 시도했다. 점점 벌어지던 틈새가 그들을 삼켰다. 뒤늦게 말문이 트인 아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히야아아아악!!”

“크으···!”

슐리펜이 이를 악물었다. 혜성을 타고 태양 속을 항해하는 것 같았다. 파괴적인 힘으로 요동치는 백광(白光)은 그들의 정수리와 오르세의 뒷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듯이 지나가고 있었다. 빛에 닿은 얼음 갑옷이 입자의 형태로 분해되며 소멸하고 있었다.

영원 같은 수 초가 지나고, 마침내 밤하늘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워낙에 강렬했던 빛무리 탓에 아드렌은 낮이나 다름없는 풍경으로 변해 있었다. 로난이 으르렁거렸다.

“살았다. 이 개새끼들.”

【이런-】

【말도 안 돼는!】

두 개의 머리가 당혹성을 터트렸다. 그들의 아가리에서는 새하얀 잔광이 연기처럼 새나오고 있었다. 워낙에 힘을 많이 쓴 여파인지 조금은 지쳐 보였다. 새로 돋아난 머리가 입을 열었다.

【당황하지 마라. 바로 한 발 더 간다.】

기존의 머리들과는 다르게 냉철한 태도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쪽이 타고 있는 드래곤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오르세의 네 날개가 폭발하듯 펼쳐졌다.

【그렇게 둘 것 같으냐!】

마룡의 노호가 아드렌을 뒤흔들었다. 인간 덕에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는 분노를 자아내고 있었다. 네 장의 날개를 접은 오르세가 수직으로 강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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