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복종-6화 (6/23)

6. 사육 中

식사를 마친 레인디아는 침실로 돌아왔다.

에이든은 그녀를 바래다준 뒤 사라졌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레인디아는 발코니로 나가 바깥을 바라봤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과 마차가 저택을 드나들고 있었다. 저만한 인원을 통솔해야 하니 바쁜 건 당연했다. 집사장에게만 맡길 순 없었겠지.

‘도망갈 틈이 생길까?’

테라스를 빙 두른 흰 울타리를 잡은 손에 힘이 실렸다.

그때 마차에서 직급이 높아 보이는 군인이 내렸다. 북군 경비대장인 볼레어였다. 그는 에이든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볼레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에이든은 난데없이 위를 바라봤다. 그 탓에 레인디아는 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찰나의 순간, 에이든은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레인디아는 사냥꾼을 발견한 토끼처럼 황급히 테라스 안으로 도망쳤다.

“결례가 안 된다면 누군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함께 테라스를 보던 볼레어가 넌지시 물었다.

“그래. 결례야.”

“예?”

“묻지 말라고.”

“예.”

볼레어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테라스에 서 있던 낯선 여인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북군을 내 사유지에 경비로 배치해도 되겠나?”

에이든은 볼레어를 따라 도착한 군인들을 슥 둘러보며 말했다.

“예. 에이든 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란 황후 마마의 특명이 있었습니다. 이 근방은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되어 변종 늑대가 특히 자주 출몰해서 위험하니까요.”

아아. 에이든은 작게 탄식했다. 그러곤 이윽고 그럴 줄 알았단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친애하는 백모께서는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과연, 북부의 근엄한 기사까지 구워삶아 황실의 개로 만들다니. 백모다웠다.

“물론 황명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들 중엔 장군님께 은혜를 입은 자가 많습니다. 전쟁 당시 장군님께 입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직접 자원한,”

“내가 언제 장군이 됐지?”

에이든이 끼어들자 볼레어는 차렷 자세를 하며 정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힘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팔라크리갈 전투의 공로로 장군에 임명되셨습니다.”

“훈장 수여식에 안 가서 몰랐네.”

에이든이 입매를 비틀어 웃었다.

그때 두 사람의 근처에 마차 한 대가 정박했다. 안에서 내린 것은 장신의 남자였다. 그러나 키만 멀대같이 컸을 뿐, 각다귀 같은 몸은 보잘것없었다. 그는 폭이 넓은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뼈대가 워낙 말라 소매며 밑단이 요란스럽게 펄럭였다.

“에이든 님!”

남자가 에이든을 보더니 크게 소리쳤다.

“저기 진짜 황실의 개가 왔군.”

“네?”

“친애하는 백모님이 조카에게 붙여둔 감시견 말이야.”

“아, 산첼로 경 말씀이십니까?”

산첼로 라파누엘.

그의 공식적인 직함은 에이든의 수행비서였으나, 에이든이 느끼기엔 황후 카타리나가 심어둔 감시견에 불과했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황후에게 에이든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했다. 전쟁에 참전하고 나서야 질긴 악연을 끊을 수 있었다. 물론 전쟁은 끝이 났고 산첼로는 다시 어미의 꽁무니를 쫓는 새끼 오리처럼 에이든을 따라다니기 바빴지만.

“오랜만입니다, 산첼로 경.”

“아이고, 정말 오랜만이네요. 볼레어 경. 못 보던 사이에 더욱 늠름해지셨습니다! 과연 북부의 안녕을 책임지는 경비대장다운 풍모 아니겠습니까!”

“하하. 과찬이십니다.”

두 사람은 마주 잡은 손을 격하게 흔들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삐딱하게 선 에이든만이 이 우스운 촌극을 못마땅히 여겼다.

“아. 지그문 후작이 에이든 님께 편지를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볼레어는 깜박했단 듯이 품 안에서 편지를 꺼내 건넸다. 에이든은 무심히 받아 들었다. 은은한 펄이 들어간 고급스러운 남색 봉투에 붉은 밀랍으로 봉인된 편지였다. 뒤를 돌리니 장소와 일시가 적혀 있었다. 환영회의 초대장이었다.

“수도 하이락에서 귀빈이 도착했습니다. 그레제 백작가의 영애인 벨리타 양입니다. 후작저에서 성대한 환영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레제 백작가의 영애라. 에이든의 눈이 가늘어졌다.

‘만나볼 필요가 있겠군.’

에이든이 슥 고개를 들어 물었다.

“자네는 만나봤나?”

“예. 함께 산책을 하고 백화점 구경을 시켜드렸습니다.”

노스빌리움의 백화점은 회원제로 운영되었다. 작위와 부, 지역 공헌도 등 엄선된 심사를 거쳐 선택된 귀족만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곳에서 목걸이를 하나 사드렸습니다. 노스빌리움의 장인이 제작한 작품인데, 환영 선물로 딱인 듯해서요. 만약 환영회에서 착용해 준다면 더없는 기쁨이겠지요.”

볼레어가 다소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흠. 그래?”

에이든은 관심 없단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곤 들고 있던 편지를 산첼로에게 내던졌다.

“그나저나 고작 영애 하나를 위해 환영회라니. 후작은 참 쓸데없는 짓을 해.”

“아이코!”

산첼로는 가슴에 한 번 부딪히고 나풀나풀 떨어지는 초대장을 잽싸게 주워들었다.

“장군님께서 와주신다면 자리가 빛날 겁니다.”

“주인공은 그 벨리타란 계집 아닌가? 내가 굳이 그 여자를 빛나게 할 까닭이 없지.”

에이든의 말에 볼레어의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이 곤란한 빛을 띠었다. 에이든은 그의 표정 변화엔 관심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럼 불참하시는 걸로,”

“아니. 가겠어.”

에이든이 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동행하실 분이 계십니까?”

볼레어는 슬쩍 레인디아가 서 있던 발코니를 보다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에이든이 싸늘하게 덧붙였다.

“혼자.”

“예, 알겠습니다. 지그문 후작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 그럼 환영회 날 뵙겠습니다.”

에이든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볼레어는 산첼로에게도 까딱 눈인사하고 돌아섰다. 시종일관 깍듯한 그는 걸음걸이마저 완벽한 군인이었다. 에이든은 산첼로에게 시선을 돌렸다.

전쟁이 끝나고 에이든은 1년 동안 정처 없이 대륙을 떠돌았다.

‘에이든, 너는 오늘날 제국에서 계승 서열이 가장 높은 황족이지 않니. 승전식에 불참한 건 탓하지 않으마. 그러나 나를, 아니,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확실히 정착하지 않으면…….’

황후는 하나뿐인 조카에게 어디든 좋으니 우직하게 정착할 것을 권했다. 결국 에이든은 제국 동쪽에 위치한 이스트앤드로 떠나겠다고 대답했다. 그 후 황후는 에이든을 보필할 수백의 권속을 딸려 보냈고 에이든은 그들과 함께 이동했다.

‘산첼로 경, 큰일입니다. 에이든 님이 감쪽같이 사라지셨습니다.’

‘그, 그게 정말인가? 아아. 영주와 저녁 약속이 잡혀 있는데, 하필 오늘?’

이스트앤드에 도착하자마자 에이든이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의 수행비서인 산첼로는 미칠 노릇이었다. 홀로 에이든의 흔적을 추적한 끝에 그가 노스빌리움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하필이면 황궁에서 쫓겨난 에이든의 부모가 살았던 곳이 노스빌리움이었다.

‘돌아가신 황태자 부부가 살았던 저택에 계신 건 아닐까요?’

‘어쩌면…….’

‘그럼 당장 찾으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소리 말게! 마차 바퀴 소리만 들어도 감쪽같이 사라질 위인이시니.’

산첼로는 우선 권속들을 북부로 불러들였다. 에이든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저택은 방치된 지 십 년이 다되어가는 대저택이었다. 에이든이 그곳에 정착하려 마음먹는다면 아주 많은 하인이 필요했다.

그러나 섣불리 저택을 찾아가진 않았다. 또다시 에이든이 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임시방편으로 근처의 빈 저택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 날 전서구가 도착했다.

에이든이 보낸 편지였다.

[사용인을 모두 데리고 저택으로 와. 최대한 빨리 이곳을 사람 사는 집처럼 만들도록 해.]

산첼로는 감격의 눈물을 뚝뚝 흘리며 황후에게 편지를 썼다.

에이든의 위치를 찾았고 그가 북부에 정착할 것 같다고. 황후에게선 아주 빨리 답신이 왔다. 지금 산첼로의 가슴 안쪽에 그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는 잘 보냈어?”

“예? 무슨 편지 말입니까?”

대뜸 에이든이 질문하자 산첼로가 당황한 눈빛을 보냈다.

“백모님께 내 위치를 소상히 보고했느냐 묻는 거야.”

에이든은 산첼로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그러곤 산첼로의 앞주머니에 들어 있는 볼펜을 꺼내 그의 턱을 꾹 들어 올렸다. 마치 단도를 쥔 듯한 움직임에 산첼로는 절로 차렷 자세가 됐다.

“예, 예. 답장도 받았습니다. 황후 마마께선 무척 염려하시는 눈치셨습니다만, 에이든 님의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

“이해해. 내가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살인귀 소리를 듣는 것보단 어디든 한곳에 처박혀 있는 게 나을 테니까.”

에이든은 산첼로의 말을 잘랐다.

“응? 안 그래?”

에이든은 손가락으로 볼펜을 빙글빙글 굴리다 산첼로의 앞주머니에 푹 꽂아 넣었다. 헉! 산첼로는 가슴이 찔린 줄 알고 크게 몸을 웅크렸다가 황급히 항변했다.

“그, 그런 말씀 마십시오, 에이든 님!”

“못 할 말은 아니잖아? 내 마지막 정보통에 의하면 아직도 하이락 의회에선 내가 전쟁 당시 황태자 제레미를 죽였단 소문이 돌고 있어.”

“에이든 님은 그럴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에이든 님의 무고를 믿습니다. 무엇보다 그게 사실이라면, 황후 마마께서 에이든 님을 이토록 애지중지하실까요? 황태자 전하……, 제 아들을 죽였는지도 모를 조카에게 말입니다.”

현재 제국을 통치하는 건 황후 카타리나 헬렌베르크였다.

그녀의 부군이자 에이든의 숙부인 베넨돌은 지병이 악화되어 병상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황후의 섭정은 선대 황후인 칼라마리 대부터 이어져 왔다. 칼라마리는 에이든의 할머니이기도 했다.

“어쨌든 소문이 사실이라면 황후 마마께서 가만있지 않으셨겠죠.”

“더한 소문도 들었어. 황후가 전 약혼자를 빼닮은 조카에게 음심을 품고,”

“에, 에이든 님! 제발 불경한 소리는 그, 그, 그만하십시오!”

산첼로가 경악했다. 그는 자신의 귀를 씻어내고 싶단 듯이 벅벅 문질렀다. 그러곤 살그머니 물었다. 어서 화제를 바꾸고 싶은 눈치였다.

“그나저나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있어.”

“그게 뭡니까?”

산첼로의 얼굴이 밝아졌다.

에이든은 식사가 끝나고 레인디아에게 제일 마음에 드는 요리를 골라보라 했다. 레인디아는 잠시 고민하다 소고기와 청어를 가리켰다. 에이든은 그것을 가슴 깊이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레인디아는 그저 가까이 있는 요리를 가리킨 것뿐이었지만…….

“소고기가 필요해. 청어도. 그걸 좋아했거든. 맛있다고 했어. 그러니 매일 구해 와. 제일 신선한 거로.”

에이든은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예. 다른 것은요?”

“사람을 좀 조사해 봐. 아니, 정확히는 가문이지.”

이 말을 할 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사내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떤 가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레제 백작가.”

산첼로가 뜨악 소리를 냈다.

“아직도 그분을 찾으시는 겁니까? 황후 마마께서 아시면 속상해하실 텐데요…….”

“왜? 나를 구해 줬다는 그 여자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라서? 조카가 어릴 적에 본 헛것을 이 나이가 되도록 믿다가 미쳐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거려나?”

에이든이 비죽 웃었다. 이윽고 차분히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 진짜로 존재하는 여자니까.”

“서, 설마! 찾으신 겁니까?”

“아니. 스스로 찾아왔어.”

“예에? 스스로요……?”

에이든은 시선을 늘어뜨렸다.

그래. 네가 제 발로 찾아왔다. 그러니 나를 원망해도 늦었어, 디아. 에이든은 눈을 감고 레인디아를 떠올렸다.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 숨소리, 제 품 안에서 바르작거리던 가냘픈 여체.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뻐근해졌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황홀감에 도취하는 것이다.

“아니, 잠깐. 그럼 지금 이곳에 있는 겁니까? 제가 확인을 해 봐야,”

“네가 봐서 뭐 하게? 그 여자를 알아?”

“그건.”

“모르잖아. 그 여자의 얼굴을 기억하는 건 나뿐이야. 그리고 확실해. 그 여자야.”

“에이든 님께서 그러시다면야.”

산첼로는 우물쭈물하다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여자가 작정하고 에이든 님을 속이는 거면요?”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에이든은 느른한 미소를 지으며 산첼로를 바라봤다.

“내가 속을 위인으로 보이나?”

“아, 아니. 저는, 그저 염려되어서…….”

“그 여자에 대해 아는 건 백모님과 나, 그리고 너뿐이다. 자, 그럼 누가 그 얘기를 퍼뜨렸을까? 우선 백모님은 아니겠지.”

“저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에이든 님! 믿어주십시오. 제가 황태자 전하를 모신 세월이 몇 년,”

“알았으니 그 입 좀 닥쳐.”

산첼로가 저를 황태자 전하라 부르자 에이든의 눈에 살기가 튀었다. 산첼로는 끕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그레제 백작가를 조사해. 백작이 몇 년 전 죽었다고 했지. 백작의 과거를 캐내 봐. 어쩌면 그의 과거에 실마리가 있을지도 몰라.”

“그 여자를 찾았는데 백작가의 뒷조사는 왜 하시는 겁니까?”

“출생의 비밀이 궁금하니까?”

에이든이 싱긋 웃으며 되물었다.

아아. 그제야 산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곧바로 인원을 꾸려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아, 또 하나.”

“예?”

“한 번만 더 날 황태자 전하라 부르면 혓바닥의 3분의 1을 잘라주겠어.”

“헉! 제, 제가 황태자라고 했던가요? 저의 불찰입니다! 그게, 몇 년을 그렇게 부르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딴 변명은 집어치워. 폐위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송구합니다, 에이든 님!”

산첼로는 넙죽 엎드릴 기세로 고개를 조아렸다. 에이든이 바깥으로 손을 흔들고 나서야 그는 뒷걸음질을 쳐 사라졌다. 황후의 개는 접시를 던져주기 무섭게 달려갔다. 자, 귀찮은 개는 멀리 보냈고, 이제 남은 건…….

에이든은 슥 고개를 들었다.

발코니에 남은 레인디아의 흔적을 따라 그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 *

“우리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지?”

침실로 들어온 에이든은 하녀들을 쫓아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레인디아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디아, 어떻게 책임질래?”

책임? 레인디아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무엇을 책임지란 것일까. 도저히 짐작도 가지 않았다.

“책임이라니……. 무, 무엇을요?”

“황족의 좆을 본 책임 말이야.”

에이든이 우아하게 턱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레인디아는 당혹스러웠다. 한편으론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초상화에 제 얼굴을 그려 넣고, 그걸 보며 수음하고, 그 위에 정액을 싸지른 것, 전부 에이든이 자신의 의지로 행한 일이었으니까.

“……하, 하지만. 직접, 보여주신 거잖아요?”

“디아가 여자인 줄 알았으면 그런 짓 안 했지.”

에이든이 빙그레 웃으며 받아쳤다.

“……여자인 걸 알고 그러신 건 아니고요?”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난 건지, 레인디아는 말을 마치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에이든은 흥미로운 듯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똑같이 하자.”

코앞까지 다가와 레인디아의 턱을 들어 올렸다.

“……네?”

“디아의 몸도 보여줘.”

에이든이 웃었다. 이윽고 휘어 있던 눈이 서늘하게 변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 이쪽이 진짜 본심이겠지. 레인디아는 힘없이 늘어진 손을 쥐락펴락하다 어렵게 팔을 들었다.

처음부터 이 남자는 제 몸을 원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란 것도 예상하였다. 저항해 봤자 무의미했다. 에이든이 자신의 몸을 원한단 사실만이 중요할 뿐.

레인디아는 처연히 고개를 떨어트렸다.

“……아, 알겠어요. 보여드릴게요.”

레인디아는 엑스 자로 교차한 튜닉 끈을 풀기 시작했다. 차분히 상황을 받아들인 것과 달리 손은 벌벌 떨렸다. 앞섶이 벌어지며 붕대에 감긴 가슴이 설핏 드러났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가슴을 가리고 있었구나. 갈아입을 옷이 하녀복뿐이라 어쩔 수 없었다. 레인디아는 머뭇거리다 튜닉을 머리 위로 벗었다.

“…….”

“…….”

옷을 벗는 순간 구겨진 튜닉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에이든은 노골적으로 드러난 레인디아의 겨드랑이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오목하게 파인 겨드랑이는 살결이 유독 하얗고 매끄러웠다. 저 사이에 좆을 끼고 흔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아니면 귀두로 살살 문질러 대거나. 겨드랑이 사이에서 도톰한 귀두살이 뭉개지면 얼마나 짜릿할까.

그리고 마지막엔 탁한 정액을 흩뿌리고 싶었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겨드랑이에서 찰박찰박 정액이 뭉개지는 소리가 날 만큼 흠뻑 적시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물론 그전에 혓바닥으로 싹 핥아 올리는 수고도 마다하고 싶지 않았다. 에이든은 처음 수음의 맛을 알아버린 아이처럼 레인디아의 온몸에 제 좆을 문지르고 싶었다.

풀썩.

레인디아가 입고 있던 튜닉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의 가슴은 노르스름한 붕대로 돌돌 말려 있었고 잘록한 허리는 품이 남아 허리끈을 한껏 조인 바지가 찰싹 붙어 있었다. 에이든은 레인디아 쪽으로 고개 숙여 물었다.

“내가 벗겨도 돼?”

“……네. 그러세요.”

레인디아는 에이든이 붕대를 쉽게 풀 수 있게 제 목덜미에 살그머니 두 손을 얹었다. 그대로 시선은 최대한 밑으로 내리깔았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겨드랑이 안쪽으로 두 팔을 쑥 밀어 넣었다. 그의 옷소매가 예민한 살갗을 건드리자 레인디아의 몸이 흠칫 떨렸다. 레인디아는 서둘러 뒷목을 바로잡았다.

“왜 남장을 하고 다닌 거지?”

에이든은 코르셋을 푸는 것처럼 등 뒤에 묶여 있던 매듭을 풀었다.

“……여자끼리 여행을 하면 위험하니까요.”

“그렇군.”

에이든은 납득했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을 빙 두른 붕대가 반대 방향으로 한 겹, 두 겹 풀리기 시작했다. 에이든은 실패를 감듯이 풀린 붕대를 제 오른손에 감았다. 붕대의 두께가 얇아지는 만큼 눌려 있던 가슴이 드러났다. 마치 오븐 속 빵처럼 먹음직스럽게 부풀어올랐다.

에이든은 입맛을 다시며 마지막 한 겹을 벗겨냈다.

“흣.”

차가운 공기가 살갗에 닿자 레인디아가 어깨를 움츠렸다.

가냘픈 상체에 달린 두 짝의 살덩이는 지방이 푸짐하게 차 있었다. 그러나 처지지 않고 봉긋하니 모양이 어여뻤다. 붉은 물감을 한 방울 떨어트린 것 같은 유두는 유난히 납작했다. 양손에 쥐고 주무르거나 납작한 유두를 깨물어 볼록 솟게 만드는 재미가 있어 보이는 가슴이었다.

때가 타지 않은 보송보송한 젖가슴과 달리 에이든의 속옷은 벌써 투명한 선액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여인의 순결한 몸에 비해 사내의 육신은 너무나 추잡하게 들떠 있었다.

“거짓말.”

“……네?”

레인디아의 젖가슴을 관찰하던 에이든은 작게 탄식했다.

에이든은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붕대로 겹겹이 싼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게 숨겨진다니. 저도 가슴 근육이 부풀면 빳빳한 원단에 눌려 숨이 갑갑할 때가 있었다. 물론 디아의 가슴은 제 가슴처럼 근육질이 아니라 순전히 지방 덩어리였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렇게 큰 걸 숨기고 다녔다고?”

고개를 들자 에이든이 놀란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수한 감탄 앞에서 레인디아는 뒤늦게 수치심이 올라왔다. 그러나 순진하게 묻는 얼굴과 달리 에이든의 고간은 바지를 뚫을 것처럼 볼록 솟아 있었다. 레인디아는 두 팔을 교차해 가슴을 감쌌다. 가녀린 팔 위로 가슴살이 볼록 튀어나왔다.

“왜 가려? 이제야 부끄러워진 거야?”

이렇게 묻는 에이든은 마치 어른의 몸에 갇힌 아이 같았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도 모른 채, 오직 자신의 욕망에만 솔직한 거침없는 순수함. 그래서 레인디아는 더욱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차라리 이런 짓궂은 질문은 일절 하지 않고 제 몸만 취하길 바랐다.

“그나저나. 내가 보여준 건 좆인데?”

에이든이 레인디아의 다리 사이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레인디아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위가 아닌 밑을 벗으란 소리였다.

아니야. 상관없어. 어차피 보여줄 거였어. 위고 아래고 상관없이. 전부…….

그러니 괜찮다며 레인디아는 자위했다. 그녀는 가슴을 감싸고 있던 팔을 내려 꾸물꾸물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허리끈을 풀기 무섭게 두꺼운 바지가 풀썩 바닥으로 떨어졌다. 억지로 동여맨 옷이라 그런지 벗겨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제는 새하얀 속옷만이 밋밋한 고간을 감싸고 있었다.

이것마저 벗으면 저는 완벽한 전라였다.

‘상관없어.’

레인디아는 텅 빈 눈으로 제 다리 사이를 보며 손을 가져다 댔다.

“순순하네.”

“……저항해도 무의미하니까요.”

레인디아의 공허한 대답에 에이든이 눈살을 찌푸렸다. 레인디아가 속옷을 마저 벗으려 할 때였다.

“아, 그래서 그 쳐죽일 새끼들한테도 빨리해달라고 빌었어?”

‘저항하지 않을게요.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주세요.’

에이든의 목소리 위로 자신이 했던 말이 겹쳐 들렸다.

전부 듣고 있던 건가. 멍하니 생각하던 레인디아는 뒤늦게 에이든의 말투가 거칠어졌음을 인지했다. 노골적인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구사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황족, 더욱이 전쟁 영웅이란 자가 쳐죽일 새끼들이라니…….

“응? 디아. 대답해 봐.”

레인디아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들에게 부탁하던 것과, 지금 에이든의 명령을 순순히 따르는 것, 이 둘의 차이점은 없었다. 그리고 에이든도 그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알아. 그 새끼들이랑 내가 다를 바는 없지.”

이어지는 말에 레인디아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그런데 디아, 너는 달라야지.”

레인디아의 오른쪽 가슴 위로 에이든의 손바닥이 부드럽게 포개졌다. 그는 장갑을 낀 엄지로 함몰된 유두를 짓눌렀다. 그러자 움푹 들어간 유두가 조금씩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레인디아는 흣, 흣 숨을 들이켜며 쾌감을 지우려 애썼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이 무색하게 가랑이 사이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다른 새끼들한테 함부로 벌리지 마.”

에이든의 끈덕진 애무로 분홍빛 유두가 퐁 튀어나왔다. 전혀 손을 대지 않은 반대쪽 유두도 볼록 나와 존재를 과시했다. 마치 여기도 매만져달란 듯이.

“나 말고 다른 새끼가 다리를 벌리려고 하면 온 힘을 다해 저항하라고. 귀를 물어뜯든, 좆을 잡아 비틀든, 최선을 다해 저항하란 말이야. 응?”

에이든이 슥 상체를 낮췄다. 그는 마치 새끼 짐승이 젖을 찾듯이 날카로운 코끝으로 레인디아의 젖무덤을 파헤치다 빳빳하게 솟은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

“아!”

내내 애무를 당해 한껏 민감해진 돌기는 작은 자극만으로 펄쩍 몸부림쳤다. 레인디아는 내밀한 돌기를 감싸는 축축한 혓바닥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에이든의 단전 깊은 곳에서 올라온 뜨거운 숨결이 살에 닿는 순간, 몸이 무너져내렸다.

“으, 으응, 아……!”

에이든은 한쪽 팔로 무너지는 레인디아의 허리를 낚아챘다. 그는 매끈한 볼이 옴폭 팰 만큼 힘을 줘서 유두를 흡입했다. 그러나 단순히 빨아들이는 것만이 아니었다. 중간중간 빨아들인 젖꼭지를 입 안에서 뱉어내 혀끝으로 문질러 감도를 올리고, 한껏 예민해졌을 때 흡입해 극한의 쾌감을 선사했다. 그것을 계속 반복하자 분홍빛 유두는 앵두처럼 새빨갛게 익고, 벌침에라도 쏘인 것처럼 부루퉁히 부어버렸다.

“으, 하아아…….”

“가만,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에이든이 코끝으로 가슴골을 주욱 긁으며 올라왔다. 그의 모든 것이 송곳처럼 날카로웠다. 레인디아는 소리 없이 신음하다 질끈 눈과 입을 다물었다.

“아, 그래. 다른 새끼가 디아의 몸을 건드리면 말이지.”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반대쪽 손으로 그녀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남자의 손이 닿는 모든 부위가 붉어졌다. 얇은 귓불을 만져대던 엄지가 귓바퀴 사이를 배회하다 귓구멍 안으로 쑥 밀려들어 왔다. 귀 한쪽이 막히자 머리가 멍멍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에이든의 말은 마치 총알처럼 뇌리에 선명하게 박혔다.

“내 이름을 불러. 그래야 구해 주러 가지. 응? 그 새끼들 대가리에 총알 한 방씩은 갈겨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거든.”

에이든이 레인디아와 이마를 맞댄 채 주절거렸다.

“아니, 아니야. 산 채로 결박해 심장에서 먼 부위부터 살을 발라 고문해야겠어. 감히 내 암컷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줄 필요가 있으니까.”

그의 목소리엔 살기가 가득했다.

레인디아는 미치도록 두려웠다. 이 남자라면 반드시 그럴 거란 걸 알아서. 하지만 그보다 참을 수 없는 건, 이토록 위험한 남자가 저를 상대로 발기했단 사실이었다. 이마를 맞댄 에이든의 눈동자를 피하고자 시선을 내리까니 이미 선액으로 흠뻑 젖은 그의 고간이 눈에 들어왔다. 벨트를 푸는 순간 붉은 육괴가 야생마처럼 튀어나와 저를 깔고 뭉갤 것 같았다.

“디아. 내가 뭐라고 말했지?”

에이든이 두 손으로 살그머니 레인디아의 뺨을 붙잡았다. 레인디아는 벌벌 떨며 그가 원하는 답을 내주었다.

“다, 다른 사람이, 제 몸을 만지려고 하면……, 에이든 님을 부르라고, 하셨어요.”

“그래. 왜 그래야 한다고?”

“그래야, 에이든 님이 절, 구하러 와주실 테니까요…….”

“맞아. 디아는 정말 똑똑하구나.”

에이든은 후후 웃더니 상으로 양쪽 뺨에 한 번씩 입을 맞췄다.

“디아도 그날 배웠지? 세상엔 좆 같은 놈들이 너무 많아. 얼굴만 반반하면 사내놈한테도 박으려는 미친놈들. 그런데 난, 적어도 비역질은 안 하거든. 다른 계집한테도 관심 없어. 그러니 안심해도 돼, 디아. 내가 꼴리는 건 너뿐이야.”

“가, 감사합니다.”

레인디아의 입술이 파들파들 떨렸다. 도무지 자신이 무슨 말을 하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본능은 착실하게 에이든이 원하는 답을 내놓고 있었다. 유전자에 깊이 각인 된 피식자의 본능. 그리고 눈앞의 남자는 완벽한 포식자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그 포식자가 고기를 다지듯이 레인디아의 가슴을 주물럭댔다.

“디아의 젖가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주무르는 맛이 있는 예쁜 가슴이야.”

“으, 흐읏. 응…….”

“거기다 이 귀여운 유두. 건드릴 때마다 커지고 있어.”

“아, 아아……!”

에이든의 가죽처럼 두꺼운 손바닥은 먹이를 놓치지 않고 붙드는 데 적합했고, 독수리를 닮은 예리한 붉은 눈은 어디서도 먹이를 포착하는 데 능했다. 이러한 외적인 요소뿐 아니라 그의 혈관에 흐르는 붉은 피 또한 대대로 백성들의 위에서 군림해 온 황실의 핏줄이 아니던가.

그런 에이든의 앞에선 레인디아는 보잘것없는 하녀에 불과했다. 거기다 어울리지 않는 남장까지 하고 지냈으니 광대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에이든은 단단히 발정한 상태였다. 이런 여자에게. 너무나 명백하게. 그것을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수치를 느끼지도 않았다.

에이든은 눈부시게 당당했고, 제 욕망에 충실했다.

박아넣을 것이다. 손톱이든 이빨이든, 저 탄탄한 허벅지 사이에 기립한 붉은 육괴든 간에.

에이든은 반드시 오늘 제 몸을 취할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두려움이 레인디아의 몸을 뻣뻣하게 경직시켰다.

“흐읏……!”

그때, 에이든이 레인디아의 입술을 싹 핥아 올렸다.

부드러웠다. 그리고 따뜻했다. 에이든은 젖을 빨던 때처럼 자신의 숨을 레인디아의 입술 안으로 불어넣었다. 일순간 긴장이 풀린 레인디아가 빠끔 입을 벌리자, 얇은 입술 안으로 혓바닥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으, 으응. 음……!”

혓바닥. 두꺼운 혀가 막 건져 올린 활어처럼 팔딱였다. 레인디아의 좁은 입 안을 가득 채운 혀는 그녀의 입천장과 이빨 안쪽에 감추어진 잇몸을 살살 긁으며 자극했다. 레인디아는 오늘에서야 그곳이 이토록 예민한 부위란 사실을 깨달았다. 위를 긁는데 밑에 있는 침샘에서 침이 울컥울컥 차올랐다.

“쓰읍.”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입 안 가득 차오른 타액을 전부 빨아들였다. 그리고 마치 꿀을 먹듯이 맛나게 집어삼켰다. 복숭아씨가 걸린 것처럼 큼직한 목울대가 꿀렁였다. 이윽고 에이든이 황홀감에 취한 눈을 하고 말했다.

“침대로 가자. 더 빨고 싶어.”

“아……!”

레인디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에이든이 번쩍 그녀의 몸을 안아 들었다. 그의 단단한 어깨에 젖가슴이 짓눌려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훤칠한 다리를 뻗어 세 걸음 만에 침대에 도착한 에이든이 그녀의 몸을 침대에 눕혀 고통에서 해방해 줬다.

‘소리 지르면 구하러 와준다고?’

당신에게 벗어나고 싶어서 소리를 지르면요?

그때는 누가 날 구하러 와줄까요?

짐승 같은 형상의 그림자가 서서히 제 몸 위로 드리웠다. 레인디아는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었다.

“겁먹을 거 없어. 예뻐해 주려는 거니까. 나 말이야, 디아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리고 내 좆을 빨 때나, 내 좆을 먹을 때 어떤 표정일지도 궁금해.”

레인디아의 위에 올라탄 에이든은 장갑을 벗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반대쪽 장갑은 이빨로 물어뜯듯이 벗어 내팽개쳤다. 그가 그대로 레인디아의 양쪽 가슴을 붙잡았다. 그의 맨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솜털이 쭈뼛 섰다.

“읏, 으…….”

“디아는 모든 부위가 부드럽구나.”

처음에는 유토(油土)를 다듬는 조각가의 손길 같던 것이 밀가루를 반죽하는 아이처럼 짓궂게 변했다. 에이든은 풍만한 젖가슴을 가운데로 모았다 펴길 반복했다. 비벼진 가슴골에 희미한 붉은 선이 남았다.

“다리 벌려.”

만족할 만큼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던 에이든이 슥 뒤로 물러나며 명령했다.

레인디아는 대각선 방향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순순히 에이든이 시키는 대로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아이를 낳을 때가 아니면 이렇게 다리를 벌릴 일이 얼마나 될까? 노골적으로 벌어진 다리 사이에 자리한 건 산파가 아닌,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된 낯선 사내였다.

“더 활짝.”

“흣!”

에이든이 레인디아의 무릎을 붙잡아 양쪽으로 밀어버렸다. 갈라진 다리 사이로 에이든의 모습이 나타났다. 얌전히 다물려 있던 골이 벌어지며 반동으로 음부가 툭 위로 올라왔다. 시트와 엉덩이 사이의 들뜬 부위가 휑했다. 에이든이 손을 놓지 않아 레인디아는 그대로 허벅지를 덜덜 떨며 멈춰 있어야 했다.

“옳지. 이대로 붙잡고 있어.”

“……네, 네.”

에이든의 손이 물러간 자리에 레인디아의 손바닥이 내려앉았다. 그제야 레인디아는 솟구친 엉덩이를 시트에 붙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번 쩍 벌어진 음순은 오므라들 줄을 몰랐다. 어쩐지 구멍이 벌름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착각인지 그저 상상일 뿐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

그 순간 골짜기 사이로 에이든의 손가락이 침범했다. 레인디아는 고개를 젖히며 숨을 들이켰다.

“왜 이렇게 긴장했어? 아직 쑤셔 넣지도 않았는데.”

에이든의 말이 맞았다. 그는 갈라진 계곡 안에 감추어진 질구에 손가락을 끼워 넣고 빙글빙글 돌려가며 위아래로 천천히 비벼댈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흠뻑 젖은 점막에 건조한 손가락이 닿자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빨리 넣어줬으면 좋겠나 봐? 벌써 이만큼 젖고. 또 자꾸 흘려. 질질.”

“흐으응…….”

에이든은 손가락을 날카롭게 세워 질구를 토닥였다. 그때마다 점액이 찰찰 소리를 내며 늘어났다. 처녀인 구멍은 손가락을 삼킬 정도로 벌어지진 않았으나 확실히 육안으로도 보이게끔 빠끔거렸다.

손가락에 미끈한 애액을 흠뻑 묻힌 에이든은 포피에 가려진 음핵 위를 문대기 시작했다. 애액으로 포피가 미끄러워지며 손가락이 부드럽게 그 위를 부유했다.

“아, 아……!”

레인디아는 헉헉 짧은 숨을 들이켰다. 음핵에서 올라오는 자극은 더 직접적이었다. 아랫배에 뜨겁게 끓는 찻잔을 올려놓은 것처럼 하반신이 후끈거렸다. 자극적이고 생소한 자극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 와중에 자극을 받은 음핵은 착실히 부풀었다. 이윽고 동그란 음핵이 포피 밖으로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빨간 앵두 같네. 귀여워, 디아.”

에이든의 눈에 황홀한 미소가 번졌다.

“흐으으…….”

에이든은 한쪽 엄지로 레인디아의 음순을 더 넓게 벌려 그녀의 내밀한 신체를 즐겁게 감상했다. 그의 손가락 아래에서 붉은 음순이 늘리는 대로 죽죽 늘어났다.

레인디아의 음부는 가는 금색 음모로 덮여 있었다. 겉으로 볼 땐 무모(無毛)에 가까웠다. 그러나 막상 만져보면 새끼 양의 털처럼 보드라운 음모가 송송 자라 있었다. 질구 주변은 흘러나온 애액으로 흠뻑 젖은 털이 살가죽에 달라붙어 있었다.

“예뻐.”

레인디아의 가냘픈 몸은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아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그런데 막상 벗겨놓으니 믿기지 않을 만큼 육감적인 몸매에 보호 본능이고 나발이고 좆이 딱딱해졌다.

아아. 디아. 정말이지 괘씸하기 이를 데 없어. 이렇게 예쁜 걸 여태 잘도 숨겼겠다.

동시에 기특한 마음도 들었다. 이런 장관은 나밖에 못 보지. 다른 놈이 가로챘을 걸 상상하자 핏기가 싹 가시고 살해욕이 들끓었다. 에이든은 제 흔적을 남기기 위해 레인디아의 음부에 바싹 입술을 가져다 댔다.

“디아는 입으로 빨아주는 걸 좋아하지?”

빠끔대는 음부 안으로 에이든의 잔잔한 숨이 흘러들어왔다.

레인디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꾹 눈을 감은 채, 발끝을 세워 시트를 문질러댔다. 이 야릇한 감각을 견디기 위해서. 하지만 눈을 감아도 에이든이 제 질구를 뚫어져라 관찰하는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때마다 하반신에 힘이 들어가 질과 항문이 동시에 꽉 오므라들었다. 이제는 제 밑구멍이 움직인단 사실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지경이었다.

“빨리 빨아달라고 빠끔거리고 말이야. 아니지. 입 맞춰 달라는 건가?”

레인디아의 은밀한 구멍 안에는 자글자글한 붉은 살점이 가득 차 있었다. 마치 혓바닥처럼 사내의 욕망을 자극한다. 저 붉은 살을 볼 때마다 미치도록 목이 탔다. 에이든은 머플러 안에 검지를 끼워 넣고 주욱 잡아 내렸다. 그러곤 그대로 레인디아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힉……!”

두꺼운 혓바닥이 예민한 점막을 샅샅이 훑으며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감각. 처음 키스를 했을 때 같았다. 그러나 지금 에이든이 입을 맞추는 곳은 제 입술이 아닌 질구였다. 그것도 소변이 나오는 구멍과 꼭 붙어 있는. 오물대는 윗입술이 요도를 자극해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거침없이 밀려들어 오는 혀가 제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 안 돼요. 으응, 아……!”

레인디아는 힘없이 저항했다. 이윽고 아무런 소용이 없단 사실을 인지해 꾹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안으로 말아 삼킨 채 잘근잘근 비벼댔다. 그 안에서 여인의 들뜬 신음이 뭉개졌다.

“맛있어. 왜 이렇게 달아? 하아, 꿀이라도 발라놓은 거야?”

응? 디아. 에이든이 혓바닥을 뽑아내더니 질구에 코를 파묻은 채 중얼거렸다. 한 번 혓바닥을 머금은 질구는 그 모양을 기억하듯이 혀의 두께만큼 벌어졌다 오므라들었다.

“그래, 그래. 다시 넣어줄게.”

에이든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질구를 바라보며 마치 아이를 타이르듯 속삭였다. 다시 혓바닥이 구불구불한 질구 안을 파고들었다. 에이든은 이빨로 음순을 꽉 깨물어 고정시킨 채, 질구 안으로 혀를 넣었다 빼길 반복했다. 빠져나갈 땐 부드럽게 점막을 긁던 혀가 거슬러 올라갈 땐 발기한 좆처럼 단단해졌다. 특히 혀끝을 뾰족하게 모아 송곳처럼 질 안을 침투했다.

“으, 응……, 흐으……!”

레인디아는 무릎을 잡고 있던 손으로 입을 감싸고 끙끙 숨죽여 앓았다. 이미 에이든이 허벅지를 꽉 잡아 벌리고 있어 무릎을 잡지 않아도 되었다. 무엇보다 게걸스럽게 레인디아의 밑을 빠느라 바빠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하앗……!”

그때, 에이든이 이를 세워 음핵을 긁어내렸다.

절정이었다. 질구가 마구 경련하며 에이든의 혓바닥을 잡아 비틀었다. 도저히 뽑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에이든은 제 혀를 기꺼이 양보한 채 질구에서 질질 흘러나오는 애액을 맛있게 취했다.

“으응, 하아, 하…….”

레인디아는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숨을 헐떡이기 바빴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아니, 이걸 기분이라 말해도 될까? 자신이 아는 언어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 미친 듯이 제 머리를 잡고 흔드는 듯했다. 어느새 그녀의 위로 올라온 에이든이 혀를 내밀며 싱긋 웃었다. 붉은 혓바닥이 뱀처럼 까딱였다. 레인디아의 눈에 비친 에이든은 태초의 여인에게 선악과를 먹이려 한 뱀과도 같았다.

“디아의 보지가 미친 듯이 빨아 대면서 안 놔줘서 혀가 얼얼해.”

에이든은 자신의 혓바닥을 쭉 내밀어 보여줬다. 그러곤 얼얼하다는 혀로 레인디아의 목덜미를 잘도 핥아 올렸다.

“최선을 다해서 푹 절여놨는데 어떤 거 같아?”

“으, 그게 무슨…….”

“응? 무슨 소리냐니. 그냥 넣으면 찢어지잖아. 푹 절여야 감도도 기분도 좋아지는 법이야. 나 말이야, 디아가 아픈 건 싫거든.”

그렇게 말한 에이든이 레인디아의 턱을 콱 깨물었다. 레인디아는 목을 물린 사슴처럼 끅 소리를 냈다. 에이든은 잇자국이 희미하게 남은 살가죽을 부드럽게 핥았다.

“내가 처음이라 힘 조절을 못 할 수도 있고.”

처음, 이라고?

그런 것치고 에이든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유린하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손길에서 관찰하는 듯한 움직임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손가락에 눈이 달린 것처럼 제 몸을 샅샅이 만져댔다.

처음엔 먹잇감의 냄새를 맡고 이빨로 살짝 깨물어본 끝에 먹어도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맛있게 씹어 삼키는 짐승처럼. 본능. 그래, 에이든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피에 각인된 지배자의 본능이 눈을 뜬 것이다.

“일단 손가락을 하나 넣어볼까? 아, 들어갔다.”

“흐윽!”

혓바닥으로 쑤셔준 보람이 있었는지 중지가 쑤욱 밀려들어 갔다. 그러나 혀가 닿지 않은 부위는 저항이 제법 있었다.

“쉬이. 아파?”

“아, 으으……!”

“응? 디아. 말해 줘야 알지.”

“아, 아, 저는, 으응…….”

“응. 좋다고? 그럴 줄 알았어. 디아의 몸은 음란하구나. 기뻐.”

에이든은 꾸역꾸역 손가락을 밀어 넣더니 빙그르르 돌렸다. 손가락의 마디마디를 따라 질벽이 함께 돌아갔다. 레인디아의 몸도 함께 몸서리쳤다.

“몸은 가만히 있어야지. 이렇게 흐느적거리는 건 내 위에 올라탔을 때나 해.”

“아아……!”

에이든은 한 손으로 레인디아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 고정된 상체와 달리 골반은 손가락을 따라 좌우로 비틀렸다. 에이든은 손가락을 질펀하게 한 바퀴 돌리더니 손목에 힘을 실어 푹푹 쑤시기 시작했다.

“으응, 아, 아아!”

꿋꿋이 신음을 참던 레인디아의 입에서 기어코 교성이 터졌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 입을 다물려 했지만 손가락이 배 안쪽을 쑤실 때마다 입이 벌어졌다. 척척대는 소리와 함께 찰박찰박 물소리가 따라왔다. 음부에 맞닿은 손바닥이 애액으로 번들거렸다.

“으, 흐읍, 읍!”

레인디아는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기다란 속눈썹이 애처로울 만치 파들파들 떨렸다.

“입 막지 마. 신음 전부 들려줘.”

에이든은 한 손으로 레인디아의 양 손목을 전부 낚아채 그녀의 머리 위에 고정했다. 상체는 완전히 결박당하고 하체는 무자비하게 쑤셔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갈고리 모양으로 안을 긁을 때마다 진주 알갱이 같은 눈물이 퐁퐁 쏟아졌다. 그 모습에 에이든의 호흡도 거칠어졌다.

아, 저 사랑스러운 얼굴에 반드시 정액을 흩뿌려줘야지.

저 파들거리는 속눈썹에 정액이 엉겨 붙으면 얼마나 어여쁠까.

에이든의 팔뚝에 돋은 푸르스름한 핏줄이 툭툭 불거졌다. 그는 허릿짓을 하는 것처럼 이를 악물기까지 했다. 마치 자신의 오른팔이 거대한 좆이 되어 그녀의 몸을 꿰뚫는 것 같았다.

“아, 빠, 빨랏, 아앙, 너무, 흐으, 빨라요, 앙!”

에이든의 중지는 얕은 곳, 깊은 곳, 자궁이 있는 방향, 방광 부위를 가릴 것 없이 닿기만 한다면 어디든 찔러댔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몸이 가장 잘 느끼는 부위를 찾고 있었다.

“아앙!”

기어코 스폿을 찾아냈다. 에이든은 배꼽 아래의 유독 톡 튀어나온 살점을 괭이질하듯 마구 두드렸다. 동시에 툭 튀어나온 손가락 등이 방광을 쳐올리자 레인디아는 오줌이 나올 것처럼 아랫배가 찌릿찌릿했다.

“흐으, 응, 제발, 아, 거기, 안 돼요, 아아……!”

레인디아는 나무토막처럼 가만히 있고 싶었다. 그저 에이든이 제풀에 나가떨어질 때까지 순순히 몸만 내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에이든은 어떻게든 레인디아가 몸서리치며 신음하게 했다. 그것도 모자라 엉엉 울며 애원하게 몰아갔다.

“제발, 아아, 에이든 님, 뜨거워, 아, 아앙!”

레인디아는 결박된 손목을 겨우 돌려 시트를 꽉 붙잡았다. 새하얀 시트에 그녀의 손톱이 틀어박혔다. 이대로 찢어지거나 말거나, 레인디아는 시트를 마구 쥐어뜯고 발끝으로 문지르기 바빴다. 당장이라도 다리를 오므리고 싶었다. 하지만 에이든의 두툼한 상체가 허벅지를 강제로 벌리고 있었다.

“아, 제발요, 나올 것 같, 아요, 아아!”

“응? 뭐가?”

“소, 소변이, 흐윽, 제발, 제발요…….”

에이든은 씩 웃더니 레인디아의 귓가에 입술을 파묻었다.

“그럼 싸.”

“!”

두 번째 절정이 찾아왔다.

레인디아는 온몸의 관절이 곱아 들었다. 눈앞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쾌감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윽고 먹물을 들이부은 것처럼 탁해졌다. 다행히 소변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요도구는 옹골차게 닫혀 있었다. 대신 질 안 깊은 곳에서 물이 범람하듯 철철 넘쳤다.

“하으, 하으으…….”

부릇부릇 떨리던 몸은 순식간에 축 늘어졌다.

에이든은 확실히 기억하기 위해 레인디아가 유독 잘 느끼던 부위를 손가락으로 지분거렸다. 배꼽 아래의 얕은 쪽, 맞은편에는 방광이 위치한 곳이었다.

“황족의 손바닥에 싼 기분은 어때?”

“흐으, 죄, 죄송해요. 저는…….”

에이든이 손가락을 빼내자 그의 손안에 고여 있던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뜨거운 물이 회음부를 타고 주르륵 흐르자 레인디아는 실례를 한 것이라 알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다 큰 처녀가 이불에 실례했어. 어쩌면 좋지?”

“흐으윽.”

에이든은 아이를 어르듯이 킥킥 웃었다. 그러곤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단 얼굴로 그녀의 뺨과 이마에 연신 입을 맞췄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레인디아는 바들바들 떨며 연거푸 사과했다. 엉덩이 아래의 시트가 흠뻑 젖어 골반을 비틀 때마다 물이 스며들었다.

“괜찮아, 디아. 뚝. 내가 다 핥아 먹을게.”

에이든은 손목을 놓아주며 그녀의 다리 사이로 기어갔다.

‘안 돼. 소변을 핥는다니.’

레인디아는 끙끙대며 몸을 일으켰다.

“그, 그러지 마세요. 제가 치울, 아으!”

그러나 에이든의 혓바닥이 번들거리는 둔덕을 핥는 순간 몸이 뒤로 젖혀졌다. 겨우 밑을 보자 새카만 머리카락이 제 가랑이를 수북이 덮고 있었다. 에이든은 쩝쩝 소리를 내며 옴폭 들어간 사타구니 안쪽을 빨아 댔다. 그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머리카락이 허벅지를 간지럽혀서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쮸웁, 쯥, 쭈웁, 쯔읍.”

“응, 으응, 으……!”

에이든은 애액이 엉겨 붙은 음모를 말릴 기세로 빨아 댔다. 도톰하니 보기 좋게 부푼 음부가 유난히 빨갛게 달아올랐다. 다시 포피 안으로 쏙 들어가 숨은 음핵과 비슷할 정도로 붉어, 그가 얼마나 집착적으로 빨아 댔는지 알 수 있었다.

“후우.”

레인디아의 젖은 하반신을 꼼꼼히 핥아 말린 에이든은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대로 살갗을 빨아들여 흔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야릇한 기분과 함께 허벅지 살에 붉은 꽃봉오리가 한 송이씩 피어났다.

에이든이 고개를 들었을 때, 레인디아의 허벅지 안쪽은 붉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하나의 별자리처럼.

“이제 넣어도 될까? 오줌도 다 닦았고.”

에이든이 짓궂게 물으며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하반신을 납작하게 숙이고 있어 벨트를 풀기 무섭게 발기한 좆이 튀어나와 레인디아의 몸을 후려쳤다. 붉은 육괴가 퉁! 소리를 내며 레인디아의 아랫배를 두드리고 흔들렸다. 레인디아는 덜렁거리는 좆을 보다 눈을 감았다.

“디아의 안, 얼마나 좁고 보드라울지 상상하니 흥분돼.”

에이든은 살짝 벌어진 음부에 제 좆을 끼워 넣었다. 마치 새하얀 식빵 안에 끼워진 붉은 소시지 같았다. 그대로 슥슥 좆을 비벼대자 찔끔찔끔 흘러나온 애액과 요도에서 흐른 선액이 소스처럼 육괴를 적셨다.

“아. 벌써 쌀 거 같다. 있잖아, 내가 좆으로 쓰다듬어 줄 때마다 디아의 구멍이 내 자지를 오물대면서 빨고 있어.”

“흐, 으읏.”

“디아도 만져봐. 얼마나 벌름대는지.”

에이든은 친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다리 사이에 가져다 댔다. 질구에 닿기도 전에 탱탱한 불알이 손등에 얹어져 레인디아는 힉 숨을 들이켜며 손가락을 오므렸다.

“후후. 미안.”

에이든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손가락을 펴서 질구에 가져다 댔다. 이물질이 닿자 질구가 흥분하며 빠르게 벌름거렸다. 레인디아가 멈추려 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제 몸이 이렇게 변했단 사실에 절망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 남자에게 길들고 말았다.

“벌름거리는 거 느껴져?”

“……네, 네. 느껴져요.”

레인디아는 설움을 참으며 대답했다. 그녀가 킁 숨을 들이켜자 에이든은 손목을 놓아줬다.

이윽고 뭉툭한 귀두가 질구를 퍽퍽 찧기 시작했다. 마치 약사발에 약재를 으깰 때 쓰는 유봉처럼. 불행인지 다행인지 질구는 손가락 두께 이상으론 벌어지지 않아 귀두가 쉽게 침입하지 못했다.

“아윽……!”

질구가 벌어지는 순간에 맞춰 귀두를 꾹 찔러넣자 레인디아가 골반을 틀며 신음했다.

에이든은 그대로 우뚝 멈추어 그녀를 바라봤다. 고통스러운지 고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오늘은 무리인가.’

음부가 부르틀 만큼 빨아 대고 점막이 흐물흐물해지게 쑤셔줬는데도 귀두를 꾹꾹 밀어내니. 차라리 완강히 거부할 것이지 한 번 빠끔거릴 때마다 어서 들어오란 듯이 귀두에 애액을 흠뻑 묻히며 유혹까지 해댔다. 이러니 에이든은 미칠 노릇이었다.

지금만 해도 이성이 끊겨 무자비하게 그녀의 살갗을 파고들고 싶었다. 얼마나 비좁을까. 또 얼마나 안락할까. 하지만 고통스럽게 첫 길을 열면 당분간 쑤시는 즐거움은 유보해야 했다.

찰나의 쾌락과 지속하는 쾌락. 무엇을 보나 후자가 당연했다. 또 에이든은 나름 고통을 즐기는 편이기도 했고.

‘마조히스트는 아니지만.’

에이든은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좆을 움켜쥐었다. 그대로 엉덩이를 때리듯이 레인디아의 음부를 툭툭 두드렸다. 그때마다 레인디아가 흠칫 몸을 떠는 게 귀여웠다. 넣을 생각은 없는데 언제 밑이 뚫릴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그는 굳이 따지자면 마조히스트보단 사디스트에 가까웠다.

다정한 사디스트.

“디아도 빨아줘.”

“……네?”

레인디아가 살그머니 눈을 뜨자 입술 위로 선액이 떨어졌다. 레인디아는 버릇처럼 이를 악물었다. 그 탓에 입술에 묻은 선액이 혀에 닿았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비린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레인디아는 헛구역질을 하며 옆으로 몸을 비틀었다.

“응? 디아도 내가 해 준 것처럼 빨아줘.”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어깨를 붙잡아 바로 눕혔다. 그대로 자신의 좆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뭉툭한 귀두에 입술이 짓눌렸다. 이윽고 앙다물린 앞니에 좆이 비벼졌다. 잇몸에 선액이 끼기 시작했다.

“우으…….”

“아, 하고 벌려서 맛있게 먹어달란 뜻이야. 물어뜯진 말고. 나중에 디아의 밑을 기분 좋게 채워주려면 필요한 물건이니까. 알았지?”

에이든이 뒤로 손을 뻗어 레인디아의 사타구니를 콱 움켜쥐었다. 그의 손아귀에서 음모가 헝클어졌다. 레인디아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입을 벌렸다. 그 순간 귀두가 입 안으로 파고들었다.

“우으, 욱! 으읍!”

혓바닥에 묵직한 귀두가 내려앉았다. 레인디아의 가는 혀가 귀두 모양으로 둥글게 벌어졌다. 좆이 밀려들어 오는 만큼 레인디아의 이빨이 기둥 위로 툭툭 불거진 핏줄을 사악 긁었다.

“아. 쌀 거 같아.”

에이든은 부릇부릇 허리를 떨며 신음했다. 레인디아의 입 안은 정말이지 최고였다.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좁은 손바닥으론 만족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에이든은 정액처럼 진한 선액만 흘려댈 뿐 사정하지 않았다.

레인디아는 커다란 소시지를 입에 문 것 같았다. 문제는 씹어선 안 되는 소시지였다. 생살의 비릿한 맛이 혀를 감싸는 기분이 오묘했다. 레인디아는 입 안 가득 좆을 문 채 에이든을 올려다봤다. 새카만 눈동자가 새끼사슴처럼 울망거렸다.

“디아의 입보지, 좁고 따뜻해.”

에이든이 사악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경악스러운 단어 선택에 레인디아는 귀를 벅벅 씻고 싶었다.

“더 들어갈까?”

에이든이 툭툭 허리를 쳐올렸다.

버섯처럼 벌어진 귀두갓이 자글자글한 입천장을 긁었다. 키스를 하던 때처럼 침이 울컥 흘러나와 벌어진 입술 밖으로 질질 흘러내렸다. 투명하고 점성 없이 맑은 타액이었다. 에이든은 검지로 이슬처럼 흐르는 침을 슥 훑어 쪽 소리를 내 빨았다.

“이 자세로 내가 직접 쑤시면 목이 다칠지도 모르니까 디아가 한번 움직여볼래? 어렵지 않을 거야.”

에이든은 두 손으로 살그머니 레인디아의 머리를 감쌌다. 그러더니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으, 욱, 읍……!”

레인디아의 고개가 까딱이며 입 안에 든 좆을 빨아 댔다. 몇 번을 반복하던 에이든은 그녀가 익숙해질 즘 손을 떼어냈다. 레인디아는 스스로 고개를 움직여 좆을 빨았다. 한계까지 벌어진 턱이 얼얼하고 입 안 가득 차오른 수컷의 내음에 질식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귀두갓이 입천장과 이빨 안쪽을 긁을 때면 눈물이 핑 돌만큼 짜릿했다. 혀와 달리 입 안 전체를 고르게 긁어줘서 쾌감은 배가 됐다. 또, 그만큼 죄책감이 깊어졌다.

‘빨리, 빨리…….’

레인디아는 제 입 안에 사정해도 좋으니 어서 이 음란한 행위에 종지부가 찍히기만을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에이든의 사정이 필수불가결했다. 그러나 차마 요부처럼 혀를 움직이거나 볼을 모아 사정을 유도할 재간이 없었다. 레인디아는 정직하고 어설프게 반복적으로 고개만 흔들었다.

“윽.”

에이든의 허리가 크게 들썩였다. 다행히 그는 레인디아의 조잡한 구강성교에 만족하는 눈빛이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는 초상화 앞에서 자위하던 때처럼 몽롱하게 풀린 채 레인디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다시 에이든의 허리가 잘게 떨렸다. 이윽고 레인디아의 입 안 가득 뜨거운 정액이 범람했다.

“우, 우윽…….”

레인디아는 목구멍을 한껏 조이고 정액을 삼키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무의미했다. 막상 입으로 정액을 받으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 코로 숨 쉬는 법을 잊고 말았다. 숨이 막힌 그녀는 목을 움직여 정액과 함께 숨을 삼켰다. 질척한 정액이 식도를 쓰다듬으며 배 속으로 떨어졌다. 그때마다 갈라진 음부에서 애액이 비죽비죽 밀려 나왔다.

“하아. 아, 이런.”

느른히 숨을 토하던 에이든은 제 좆이 여전히 레인디아의 입에 담겨 있단 걸 깨달았다. 그는 뒤늦게 오른손으로 좆대를 쥐어 끄집어냈다. 입 안에서 귀두가 뽁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다. 아직 사정이 끝나지 않아 요도 밖으로 정액이 오줌 줄기처럼 포물선을 그으며 레인디아의 얼굴 위로 후드득 떨어졌다.

레인디아는 정액으로 범벅이 된 입을 빠끔 벌린 채 학학 숨을 몰아쉬었다. 상앗빛 정액에선 묵직한 냄새가 났다.

“미안. 입에 쌀 생각은 없었는데.”

거짓말이 아니었다. 성적 경험이 전무한 에이든에겐 일순간 이성이 날아갈 만큼의 자극이었다. 단지 그가 남들보다 탁월하게 흥분을 가라앉히는 편이라 침착해 보일 뿐.

에이든이 싱긋 웃으며 엄지로 레인디아의 뺨에 묻은 정액을 훔쳐냈다. 불그죽죽한 좆은 레인디아의 풍만한 가슴 사이에 파묻혀 부릇부릇 정액을 토해댔다. 에이든은 다시 좆을 쥐어 레인디아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얼굴에, 읏, 쌀 생각은 있었지만.”

뜨거운 물줄기가 레인디아의 얼굴 가득 쏟아졌다. 에이든은 본래의 목적대로 레인디아의 얼굴에 제 정액을 흩뿌렸다. 그가 사출해낸 정액은 몇 주간 자위하지 않고 고환에 모아뒀다 해도 믿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레인디아는 얼굴부터 젖가슴까지 그의 정액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유두에도 정액이 맺혔는데 마치 젖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언젠가 저 가슴에서 진짜 모유를 짜낼 생각을 하자 에이든은 자지가 불끈거렸다. 레인디아는 기다란 눈썹에 정액이 엉겨 붙어 앞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 정도로 페로몬을 묻혔으니까 다른 새끼들이 넘보진 않겠지?”

페로몬이라니. 짐승도 아니고.

그러나 레인디아는 반박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보다 어서 몸을 씻고 싶었다. 눈썹뿐 아니라 가는 머리카락 사이사이에도 정액이 들러붙어 미끈거렸다. 마치 정액이 담긴 욕조에 빠진 기분이었다.

“디아는 저항을 안 하니까 내가 이렇게 냄새를 묻히는 수밖에 없잖아.”

에이든은 손바닥으로 레인디아의 젖가슴을 감쌌다. 그의 손안에서 푸짐한 젖살이 정액과 함께 뭉개졌다. 치덕치덕, 손이 닿는 모든 부위에 정액을 넓게 펴 발랐다. 레인디아의 건조했던 피부는 어느새 향유라도 부은 것처럼 정액으로 번들거렸다.

“내 몸도 디아의 애액으로 적시고 싶어.”

“무, 무리예요…….”

레인디아는 허벅지를 오므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 싼 양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은데?”

하지만 그때 배출한 건 애액이 아니라 소변이었다. 다시 그 기억이 떠오르자 레인디아는 가슴이 철렁했다. 황족의 손에 실례를 하다니. 그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도 망가진 기분이었다.

“소변인 줄 알았어?”

“……네? 그럼……?”

“애액이었는데. 싸면서도 몰랐어? 아, 너무 흥분해서 어느 구멍으로 나온 건지 구분도 안 된 건가?”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뺨에 코를 파묻으며 그녀의 요도를 쿡 찔렀다. 레인디아는 까딱 소변을 지릴 뻔했다.

“아윽……!”

“여기서 나오는 게 오줌이고.”

그의 손가락이 슬금슬금 밑으로 향했다.

“여기, 이 벌름거리는 구멍에서 나오는 건 애액. 못 믿겠으면 다음엔 디아가 내 위에 올라타서 확인해 봐. 여기서 애액이 얼마나 흠뻑 나오는지.”

에이든이 질구 안으로 손가락을 쑥 밀어 넣었다.

레인디아는 실례를 한 것이 아니었단 사실에 안심하기보다, 그만큼 많은 양의 애액을 흘려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째서, 왜…….’

레인디아는 통제되지 않는 제 몸을 원망했다. 그리고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이토록 굴욕적인 짓을 당하고도 속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간 건지.

‘이러면 안 돼. 이래선…….’

이래선 신이 내린 형벌을 즐긴 꼴이 되어버리고 만다. 신이 원하는 것은 죄인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이지, 그 고통에서 쾌락을 즐기는 모습이 아니었다. 차라리 에이든의 손에 채찍이 들려 있었다면 나았을까? 아니면, 입 안을 들쑤시던 붉은 육괴로 아무런 준비 없이 밑을 꿰뚫었다면…….

그래, 그것이야말로 신이 원하는 형벌이었을 텐데.

‘용서해 주세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레인디아는 무형의 신 앞에 넙죽 엎드렸다.

부디 이 음란한 여인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