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포식자의 만찬
벨리타의 환영회 당일 에이든의 저택.
“아침이에요, 아가씨.”
“……으음.”
솜털처럼 포근한 잠자리에 파묻혀 있던 레인디아가 눈을 떴다. 곧 하녀들이 손수 얼굴을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혀 줬다. 그렇게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복도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겼다.
식사하는 내내 하인이 곁에서 차를 따라주고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가져왔다. 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존재가 사라지니,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 의식이 흐리멍덩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몹시 평온했다.
정말로 꿈을 꾸는 건 아닐까?
“아가씨, 더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
“……아. 네. 충분해요.”
레인디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선 모두 입 모아 저를 아가씨라 불렀다. 그리고 마주치는 사람마다 다정히 안부를 물어온다. 아가씨. 아가씨. 레인디아 아가씨. 마치 다른 사람의 껍데기에 들어간 것 같았다.
문득, 레인디아는 벨리타가 떠올랐다. 하녀를 보는 벨리타의 시선이 이랬을까? 그러나 레인디아는 결코 벨리타가 될 수 없었다. 이러한 삶은 분에 넘쳤다.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아는 만큼 송구스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두려운 것은,
오늘 밤 에이든이 돌아온다는 사실이었다.
‘도망갈 생각은 마. 내가 없는 동안 경비를 두 배로 늘리라고 했어.’
에이든의 걱정과 달리 레인디아는 처음부터 도망갈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오늘은.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선 그만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했다. 다행히 에이든이 자릴 비운 동안 레인디아는 하녀들과 대화하며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늦은 밤, 레인디아는 창틀에 서서 바깥을 바라봤다.
경비원이 횃불을 들고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집사장이 말하길 밤마다 낮에 사냥한 늑대의 사체를 소각한다고 했다. 늑대라. 저만큼 잡았으면 씨가 말랐을 법한데도 매번 검은 연기가 하늘을 물들였다.
‘도망간다 해도 늑대를 만나게 된다면…….’
슥 하늘을 보자 붉은 달이 떠 있었다. 에이든의 눈동자를 닮은 붉은 달이었다. 마치 그가 저를 내려다보는 착각이 들었다. 창틀을 쥔 손에 힘이 실렸다. 레인디아는 천천히 심호흡하며 뒤로 물러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에이든을 떠올리자 가슴이 가쁘게 뛰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붉은 달은 불길한 증조로 여겨졌다.
어쩐지 오늘일 것만 같았다.
오늘, 에이든이 저를 안을 것 같았다.
‘이번엔 정말로…….’
그 붉은 육괴가 제 안을 파고들 것을 상상하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레인디아는 힘겹게 침대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대로 털썩 옆으로 드러누웠다. 이토록 넓은 저택에 감금된 것도 아닌데 도망갈 수 없단 사실에 허탈한 웃음만이 나왔다.
‘감금, 된 거나 다름없지.’
레인디아는 베개에 한쪽 뺨을 푹 파묻었다.
에이든은 타고난 사냥꾼이자 추격자였다. 그는 먹이를 추격할 땐 불같이 맹렬하다가도, 붙잡은 뒤엔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때를 차분히 기다릴 줄 아는 남자였다.
이제껏 레인디아를 물고 빨며 감도를 올려온 건 그런 이유일 것이다. 오랜 기다림 후에 즐기는 만찬일수록 만족도가 높은 법이니까. 기다리는 법을 배운 맹수. 그리고 맹수는 결코 길들일 수 없단 사실은 에이든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얼마나 아플까?’
생식기를 제외한 모든 부위로 에이든의 좆을 품어봐서 불안함은 배가 됐다. 가히 육괴란 이름에 걸맞은 흉포한 두께와 길이였다. 팔뚝만 한 살덩이가 질 안에 들어오는 순간 아랫배를 뚫고 나오는 건 아닐까 겁이 났다. 입으로도 겨우겨우 삼키던 크기였으니.
‘평소처럼 밑을 풀어준다면……,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에이든에게 그런 소름 끼치는 다정함을 기대해도 될까? 오늘은 다를지도 몰랐다. 확실한 근거는 없었다. 그러나 하늘에 뜬 붉은 달이라든가, 에이든이 온종일 저택을 비운 이유를 명확히 모르니 두려움만 무럭무럭 커졌다.
“흐읏…….”
레인디아는 겁먹은 숨을 토해내며 젖은 눈가를 북북 문질러 닦았다. 촉촉해진 눈 주변이 발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내가 미리 풀어두는 쪽이…….’
사창가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미 너덜너덜해진 몸이었을 테다. 그날 에이든이 도적들을 발견 못 했어도 같은 운명. 결국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고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진정됐다.
레인디아는 꿀꺽 침을 삼켰다.
오랫동안 머뭇거린 끝에 살포시 속옷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보드라운 음모를 샅샅이 파헤치며 음부를 지분댔다. 그러나 질구가 정확히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또 에이든이 만져줄 때 같은 야릇한 자극도 없었다.
‘여기, 인가?’
어쩐지 유달리 반들반들한 부위가 있어 살짝 손가락을 밀어 넣으니 오돌토돌한 돌기가 만져졌다. 그러나 이 안에 넣어도 되는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에이든은 잘도 쑤셔대던 구멍이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레인디아는 제 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본능적인 두려움에 몸이 덜덜 떨렸다. 질구 안으로 손가락을 한 마디 밀어 넣은 레인디아는 헛구역질을 하며 몸을 웅크렸다.
‘못 해. 못 하겠어.’
레인디아는 몸서리쳤다.
동시에 에이든이 원망스러웠다. 몸의 주인인 자신은 이렇게 두려운데, 어떻게 그토록 아무렇지 않게 쑤셔댈 수 있던 걸까? 그리고 그 농밀한 손길에 축축하게 젖어 들어간 자신이 미치도록 혐오스러웠다.
“너무한데, 디아.”
“!”
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에이든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인디아는 퍼뜩 몸을 일으켰다. 다소 상기된 표정의 에이든이 저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고간 사이가 꼿꼿이 서 있었다. 이 모습을 전부 들켰단 사실에 레인디아는 절망했다.
“나 없이 즐기고 있었던 거야? 더 늦었으면 이런 귀한 장면을 놓칠 뻔했네. 서두르길 잘했어.”
에이든은 장갑을 한 짝씩 벗어 던지며 침대로 다가왔다.
“얼마나 달아 있었으면 혼자서 쑤실 생각을 하지? 이토록 대범한 줄은 몰랐는걸.”
어느새 침대 위로 올라온 에이든이 표범처럼 시트를 누르며 다가왔다. 레인디아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뭐가 아니야?”
에이든이 씩 미소 지었다.
“아, 아픈 게, 싫어서…….”
“응?”
“미, 미리 준비를, 하려고…….”
아아. 에이든은 짧게 침음했다.
“내가 평소에 디아를 아프게 했던가?”
그러다 휙 레인디아의 턱을 잡아 올리며 물었다.
레인디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기실, 그의 좆을 입으로 품을 땔 제외하고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수치스러울 정도로 몸이 기분 좋게 달아올랐다. 심지어 입으로 빨 때도 입천장이 긁힐 때면 아랫배를 타고 알싸한 자극이 올라왔다.
어쩌다 이토록 음란한 몸이 된 것일까. 레인디아는 휘몰아치는 죄책감에 몸부림을 쳤다.
“……오늘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 오늘 내가 디아를 안을 줄 알았어?”
에이든이 날카롭게 되받아쳤다. 레인디아는 머뭇거리다 처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은 살며시 레인디아의 손끝을 잡아 올렸다. 참 신기했다. 분명 저와 같은 손가락인데도 레인디아의 몸에 달린 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예뻤다. 어디든 입에 넣고 굴리고 마구 키스를 퍼부어주고 싶을 만큼. 에이든은 그대로 손가락 마디와 손등, 가느다란 팔뚝에 차례차례 입술을 찍으며 올라와 귓바퀴에 입술을 파묻었다.
“나한테 안기길 기대한 건 아니고?”
동시에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레인디아가 소리 없이 흐느꼈다.
“응? 디아. 솔직해져야지. 아직 안을 생각은 없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아무리 나라도 참기가 힘들잖아.”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손을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발기한 제 고간이 아닌, 레인디아의 음부 쪽이었다.
“하던 짓 마저 해 봐. 혹시 모르지. 디아가 최선을 다하면 오늘도 내 좆을 넣지 않고 넘어갈지.”
“……흣.”
에이든은 힘을 실어 레인디아의 손을 음부 위로 꾹꾹 짓눌렀다. 레인디아는 손가락을 오므렸지만, 그것이 도리어 주먹으로 가랑이 사이를 짓누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압박감만 더해져 등줄기가 찌릿했다.
“어서 넣지 않고?”
“……읏, 저는…….”
레인디아의 검은 눈망울이 애처롭게 방황했다.
“왜? 구멍 못 찾겠어? 소음순이 예쁘게 포개져 있으니까 찾기 어려울 수도 있어. 나도 처음엔 찾는 게 힘들었거든.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손목을 놓아주더니 손톱을 세워 얇은 팬티를 찢어버렸다. 찌이익 소리를 내며 발그스름한 음부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자, 디아의 예쁜 보지 구멍은 말이지.”
에이든은 다시 레인디아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론 검지를 펴서 질구에 들이밀었다. 에이든의 강제하에 레인디아의 손가락이 밑을 파고들었다.
“여기야. 잘 기억해둬?”
“아, 아아……!”
“이 안에 언젠가 내 좆이 들어갈 거라고.”
레인디아는 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져 어쩔 줄 몰라 했다.
분명 제 손인데 마치 유령에 씐 것 같았다. 첫 번째 마디가 들어오고 두 번째 마디와 세 번째 마디가 연달아 따라 들어왔다. 손가락은 경직된 채 일자로 굳었다. 손가락에 점막이 달라붙는 느낌이 기묘했다. 동시에 질 안에 제 손가락이 들어온 느낌도 이상했다. 레인디아는 손가락과 질구, 어디에 집중해야 그나마 나을지를 저울질했다.
“흐윽!”
그 순간 에이든이 레인디아의 손목을 돌렸다. 점막과 손가락이 빙그르르 돌아갔다. 레인디아의 골반도 따라 뒤틀렸다. 머릿속의 생각들은 새하얗게 휘발됐다.
“직접 쑤시는 기분이 어때?”
“아, 아으…….”
레인디아는 바르르 몸만 떨며 대답하지 못했다.
“부드럽지? 나는 매일 이렇게 부드러운 곳을 쑤시고 빨면서 참았어. 당장 눈이 돌아가서 좆을 욱여넣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말이야. 내 인내심을 조금은 칭찬해 줬으면 좋겠는데.”
에이든은 움켜쥔 손목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일자로 굳은 가는 손가락이 쑤걱쑤걱 안을 쑤시고 빠지길 반복했다.
“배꼽 아래쪽에 도톰한 곳을 문지르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음, 이쯤인가? 디아의 손가락은 나랑 길이가 달라서 예상이 안 되네.”
에이든이 질구에 자신의 검지를 밀어 넣으려 했다.
“아, 아, 잠, 안 돼요……, 아윽……!”
“옳지. 괜찮아. 디아가 느끼는 부분을 찾아주려는 거니까.”
에이든은 제 검지를 레인디아의 손가락이 들어찬 질구 안으로 쑥 밀어 넣었다. 어깨를 밀치듯이 에이든의 굵은 손가락이 레인디아의 손가락이 박혀 있던 자리를 차지했다. 배 안에서 손가락 두 개가 멋대로 비벼지자 보지 안이 후끈거렸다.
“여기야. 문지르면 기분 좋아지지?”
“아, 흐윽……!”
“이 느낌, 기억하고 있잖아?”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스폿을 뭉개듯이 짓눌렀다. 내벽이 벌름거리며 안쪽에서 뜨거운 물이 스며 나와 손가락을 적셨다. 애액이 닿자 레인디아는 저도 모르게 질구 안에서 손가락을 오므렸다. 동시에 질벽을 내리 긁어 가는 허리가 위로 솟아올랐다.
“아, 아아아……!”
레인디아는 고개를 젖힌 채 부르르 몸을 떨었다.
“빼, 빼주세요. 제발, 제발……. 이상해요……!”
“응. 안 돼.”
에이든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한 손으론 레인디아의 손목을 움직이고, 다른 손으론 직접 그녀의 안을 들쑤셨다. 마치 개미집을 쑤시는 아이처럼 악의 없이 천진한 얼굴에 레인디아는 억장이 무너졌다.
“디아가 암컷이라 얼마나 기쁜지 몰라. 이런 짓도 할 수 있고.”
에이든이 상기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푹, 찌꺽, 푸욱, 찌꺽!
레인디아의 다리 밑에서 찰찰 물이 튀는 소리가 올라왔다. 이윽고 귀 안에서도 물소리가 났다. 에이든이 그녀의 귀를 물고 빨아 댔기 때문이다. 혓바닥은 단단히 발기한 자지처럼 귓구멍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 암컷이라니……, 그런, 흣, 말, 싫어요…….”
“왜? 경멸하는 게 아니야, 디아. 내 눈에 인간은 다 짐승만 못 하거든. 차라리 짐승인 쪽이 나아.”
에이든은 흠뻑 젖은 귓바퀴에서 입술을 뗐다. 그리고 연골을 잘근잘근 씹으며 속삭였다.
“디아의 앞에만 서면 나는 발정 난 수캐가 돼.”
찰찰거리는 물소리가 멈췄다. 에이든은 순식간에 자신의 손가락을 빼냈다. 점막은 강렬한 반동으로 남아 있는 레인디아의 손가락을 미친 듯이 빨아 댔다. 이대로 손가락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생각한 순간,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것까지 쑤욱 뽑아냈다. 애액으로 손가락 사이가 질척하게 퉁퉁 불어 있었다.
“노팅만 못 하는 걸 제외하면 수캐와 다를 바 없어.”
“하아, 하아…….”
레인디아는 남은 잔향에 발발 몸을 떨었다. 그사이 에이든은 자연스레 레인디아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혓바닥을 내밀어 고양이가 털을 고르듯 젖은 음부를 싸악 핥아 올렸다. 혓바닥의 예민한 돌기 위로 질구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에이든은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여 음부를 입에 물었다.
“으, 아, 으응……!”
에이든은 질 안에 혓바닥을 깔짝이면서 말을 이었다.
“디아. 노팅이 뭔지 알아? 수컷의 좆 뿌리가 암컷의 질 안에서 단단하게 부푸는 거야. 그래야 좆이 빠져나오지 않고 정액을 오랫동안 자궁에 넣어둘 수 있거든. 정자가 착상될 때까지.”
뾰족하게 세운 혓바닥이 대음순과 소음순 사이를 푹 파고들었다. 에이든은 끼워 넣을 수 있는 부위라면 전부 혀를 밀어 넣어 위아래로 샅샅이 맛을 봐야 직성이 풀렸다. 레인디아의 얇은 소음순이 통통하게 부풀 즘에야 입술이 떨어졌다. 농도 짙은 애액이 그의 입술에 묻어 가늘게 늘어났다.
“내가 개새끼였다면 디아를 한 번에 임신시켰을 텐데.”
소름 돋는 속삭임에 숨이 턱 막혔다.
레인디아는 믿기지 않는단 눈으로 에이든을 바라봤다. 아이라니. 임신이라니. 말도 안 됐다. 사내들에게 잠깐 갖고 노는 여자의 임신만큼 귀찮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레인디아는 그렇게 태어난 아이의 삶이 얼마나 처절해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그런, 소리, 마세요.”
“응. 가정이었을 뿐이야. 안타깝게도 나는 인간 새끼라서 한 번에 임신시키는 건 확률상 힘들지. 물론 조상 대대로 유전적 결함이 없었기 때문에 종마로 쓰기엔 딱이지만.”
에이든은 천박한 표현으로 지적인 대화를 구사했다. 그는 위로 올라와 레인디아의 뺨을 싹 핥아 올렸다. 축축하고 부드러운데도 고양이의 혓바닥처럼 닿은 부위가 까끌까끌했다.
“안 되겠다. 디아의 말대로 해야겠어.”
“……제 말대로, 요?”
레인디아의 밑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인디아는 밑을 힐끗거리다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에이든과 시선이 마주쳤다. 에이든은 눈을 가늘게 휘어 웃으며 레인디아의 허리를 덥석 끌어내렸다. 그의 몸을 따라 두 다리가 갈라지고 음부에 뭉툭한 것이 닿았다.
뭉툭하고 뜨겁고 단단한 것. 에이든이 이제 막 끄집어낸 좆이었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열기가 마치 눈에 보이는 듯했다.
“디아가 바란 대로 오늘 안아야겠어.”
“아, 으……, 그, 그런…….”
“임신 얘기를 하니까, 정말로 눈이 돌아버리는 거 있지.”
“흐, 흐윽…….”
“그래, 우리 같이 짐승이 되는 거야.”
레인디아의 이가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바라지 않았다. 결단코 에이든에게 안기길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예상만 했을 뿐이다. 짐승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몸을 짓누르는 공포감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 보지 움찔거린다. 어서 넣어달라고.”
보채지 마. 넣어줄 테니까.
에이든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선단을 질구 위에 가져다 댔다. 레인디아는 예민한 살점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헉 숨을 들이켰다. 조금씩, 조금씩, 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에이든의 좆 모양을 따라 둥글게 벌어지는 느낌이 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못 해요, 아, 안 돼요. 이렇게 큰 건, 아……!”
질 안으로 반쯤 들어온 귀두가 레인디아의 입 밖으로 비명을 밀어냈다. 가냘픈 목을 긁고 나온 목소리는 애처롭게 떨렸다.
“쉬. 먹을 수 있어. 봐, 벌써 이만큼이나 들어갔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손을 잡아 바깥에 나온 기둥을 만지게 했다. 레인디아는 반사적으로 손을 오므렸다. 한 손으로 다 잡지 못할 만큼 커다랬다. 그러나 레인디아는 한계였다. 벌어진 질구가 욱신거리고 그 고통에 질이 안쪽부터 바싹 말랐다.
“모, 못 해요. 못 해, 못…….”
“질은 좆이 들어가라고 있는 길이야. 태어나길 우리 몸은 그렇게 만들어졌어.”
“으, 아, 아파요, 흐윽…….”
“쉬이. 천천히 할게. 옳지. 잘 먹는다.”
에이든은 아주 천천히 좆을 밀어 넣으며 레인디아의 귀를 입 안에서 굴렸다. 그리고 손톱으로 납작한 유두를 톡톡 두드려 접합부에 집중된 감각을 여기저기 흩뿌렸다. 위아래에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자극에 레인디아는 까무룩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유두 만져주면 기분 좋지?”
“으, 으으, 아……!”
“이렇게 엄지랑 검지 사이에 끼워서 빙글빙글 돌려주는 거 좋아하잖아.”
“아, 아니, 으응……!”
“아니긴. 벌써 빳빳해졌는데. 후후. 귀여워.”
납작하던 분홍빛 유두는 어느새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에이든은 그것을 입으로 흡입해 더욱 크게 부풀렸다. 그리고 지난 밤 자신이 남겨둔 자국 중 옅어진 부위를 집중적으로 빨아당겨 색을 되돌려놨다. 그녀의 몸에 자국을 남길 때마다 정복감에 도취됐다.
“으음. 쭙. 쭈웁.”
그사이 레인디아의 내밀한 질벽은 에이든의 귀두를 머금는 데 성공했다. 에이든은 좆이 찌그러질 듯한 압박감에 나른한 숨을 토했다.
“아직 귀두밖에 못 넣었는데 으스러질 것, 같아.”
에이든이 인상을 찡그린 채 중얼거렸다.
한편으론 등줄기가 오싹거렸다. 이토록 안락하게 제 좆을 품어주다니. 역시 레인디아의 몸은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에이든은 그대로 멈춰서 레인디아의 얕은 공간을 음미했다.
드디어 이어졌다.
아직 전부 집어넣지는 못했으나, 레인디아에게 향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죽은 이의 앞에 천사가 내려와 천국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는 종교화처럼, 가히 종교적 깨달음에 대적할 만한 황홀감이 에이든의 가슴을 들뜨게 했다.
어서 레인디아와 이어지고 싶었다. 두 사람이 아닌 두 마리가 되어 신마저 고개를 돌릴 만큼 타락한 행위를 벌이고 싶었다. 지금 제 머릿속이 레인디아로 가득 찬 것처럼, 레인디아의 머릿속에도 자신만이 존재하길 바랐다.
레인디아의 육신 여기저기에 자신을 새겨넣고 싶었다.
너를, 나로 가득 채우고 싶다.
“또 어디 만져줄까? 어디 빨아줘? 말만 해, 디아. 어딜 자극해 줘야 밑이 젖을 거 같아?”
에이든은 다분히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길을 텄으니 벌어진 공간에 물기를 가득 차게 만들어 한 번에 쳐올리는 건 어떨까? 그럼 레인디아의 머릿속에서 시답잖은 상념은 전부 휘발되고 저만이 들어차지 않을까? 에이든은 레인디아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그녀를 만족시켜주고 싶었다.
종국에는 자신이 아니면 안 되는 몸이 될 때까지.
“모, 몰라요. 흐읏, 모르겠어요…….”
레인디아는 몸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쾌감과 아랫도리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아이처럼 젖은 눈을 연신 문질러대며 흐느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에 에이든은 겨우 이성을 다잡으며 어른스럽게 레인디아를 다독였다.
“배 안쪽에 물이 잔뜩 차야 안 아플 텐데.”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귀 끝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자 질구가 미친 듯이 경련했다.
“으응……!”
“옳지. 여기구나.”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귀를 녹일 기세로 물고 빨아 댔다. 연약한 연골이 그의 이빨 사이에서 잘근잘근 비벼졌다.
레인디아는 마치 거인의 입 안에 들어가 온몸이 씹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질구에서 올라오던 통증은 사라지고 아랫배에 기분 좋은 뻐근함이 번졌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골반을 비틀었다. 그때마다 귀두가 질벽에 비벼져 호흡이 달뜰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으, 으응, 응.”
“후우.”
에이든은 살그머니 빨던 귀를 뱉어내고 레인디아를 바라봤다.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청초하던 얼굴은 겨울밤 피어난 모닥불처럼 발그스름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를 미치게 하는 숨소리를 살랑살랑 내뱉던 얇은 입술은 뜨거운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레인디아는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채 쾌감을 쫓고 있었다. 지금이었다. 레인디아를 만족시켜줄 순간은. 그녀의 안을 온전히 저로 채워 넣을 기회는. 에이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힘껏 허리를 쳐올렸다.
철퍽-!
단숨에 꿰뚫었다.
강렬한 허릿심에 질 안에 고여 있던 애액이 흘러나와 레인디아의 엉덩이를 적셨다. 레인디아는 고개를 젖힌 채 몸을 덜덜 떨어댔다. 입술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금붕어처럼 뻐끔대기 바빴다.
“아, 아으, 아……!”
너무나 강렬한 쾌감에 모든 사고가 마비되고 말았다.
“아아. 디아. 드디어 이어졌어.”
에이든은 제 좆에 꼭 맞게, 아니, 조금 버겁게 벌어진 질구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봤다. 흉포하리만치 두툼한 모양을 따라 둥글게 벌어진 소음순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좆에 쓸려서 부풀어 있는 모양새도 퍽 귀여웠다.
두 사람의 하반신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빈틈없이 이어져 있는데 색은 확연히 달랐다. 레인디아의 피부가 털을 민 새끼 양의 분홍색 살가죽 같다면 에이든의 사타구니 쪽은 무두질한 붉은 가죽 같았다. 보들보들한 분홍빛 질구 위에 에이든의 수풀처럼 덥수룩한 검은 음모가 철썩 달라붙은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좆대를 휘감은 푸르스름한 핏줄 가닥은 음모를 타고 올라와 에이든의 단단한 아랫배까지 이어졌다.
“이만큼 들어갔어.”
에이든은 볼록 튀어나온 레인디아의 배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레인디아는 목이 물린 짐승처럼 낑낑댔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에게 숨 고를 틈도 주지 않고 퍽퍽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아, 아앙, 아……!”
“후우. 하. 디아. 디아…….”
귀두갓이 내벽을 긁으며 올라갈 때마다 레인디아의 입에서 어여쁜 신음이 툭툭 튀어나왔다. 동시에 아랫배의 볼록해진 부분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에이든의 좆이 레인디아의 자궁을 침범했단 사실이 시각적으로 여과 없이 드러났다.
정복감, 포만감, 만족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감정들이 에이든의 안에서 들끓었다.
“하아. 디아. 디아.”
예뻐. 사랑스러워. 어쩜 이렇게.
에이든은 서서히 몸을 낮춰 입을 맞추려 했다. 그러나 레인디아는 머리를 젖혀가며 신음하기 바빴다. 어딜 보는 거야. 나한테 집중해야지. 결국 한 손으로 턱을 잡아 정면으로 고정해 억지로 입을 끼워 맞췄다.
“우으, 흐응, 음……! 하아!”
레인디아는 키스하는 동안에도 헐떡이기 바빴다. 평소엔 버릇처럼 안쪽으로 말아 숨겨 사람을 애타게 만들던 혓바닥이 피할 생각도 못 하고 제게 부딪혀왔다. 에이든은 그것을 기꺼이 휘감아 미친 듯이 비벼댔다. 레인디아는 혓바닥이 저릿했다. 그리고 접합부에서 올라오는 쾌감은 그의 몇 배, 아니, 몇십 배에 달했다.
“아, 디아. 좆이, 정말로 녹을 거 같아. 너무 좋아.”
“으응, 아, 아아……!”
“응? 디아도 너무 좋다고?”
“아, 아아, 하윽……, 으으응!”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입술에 쪽쪽 입을 맞췄다. 멋대로 그녀의 신음을 해석했다. 실제로 레인디아의 몸은 그 어느 때보다 달아오른 상태였다. 이미 강렬한 쾌감에 납작 엎드린 채 굴복하고 있었다.
“내가, 후우, 먹을 수 있다고, 했잖아. 이렇게, 잘 먹으면서.”
에이든은 쑤컥쑤컥 좆을 쑤셔 박으며 속삭였다. 격한 반동에 살이 푸짐하게 들어찬 젖가슴이 사정없이 출렁거렸다. 에이든은 그중 하나를 덥석 입에 문 채 레인디아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흐응……!”
“쭈우웁. 쯥. 쭈웁.”
에이든은 어미의 젖을 찾는 새끼 짐승처럼 젖을 빨아 대며 허리를 쳐올렸다. 레인디아의 몸이 위로 붕 떠 올랐지만, 물린 젖은 그 위치 그대로 고정되어 있어 그 가슴만 꼬집힌 것처럼 죽죽 늘어났다.
“아, 아응, 아파, 아파요, 아아……!”
물린 젖이 욱신거렸다. 젖샘이 말라비틀어질 기세였다. 그렇다고 반대쪽이 괜찮은 게 아니었다. 에이든이 좆을 처박을 때마다 격하게 출렁거려 살덩이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에이든은 결코 허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레인디아의 양쪽 엉덩이를 붙잡았다. 한 손에 다 잡힐 만큼 앙증맞은 엉덩이였다. 그대로 엉덩이를 고정한 채 허리만 쳐올리자 좆이 자궁을 짓이겼다. 자궁 경부가 귀두 모양으로 찌그러졌다. 주먹을 쑤셔대는 것 같았다.
“아아아……!”
레인디아의 고개가 뒤로 홱 젖혀졌다. 에이든은 그녀의 목덜미를 짐승처럼 낚아 이로 잘근잘근 깨물었다. 레인디아는 벗어나고 싶어 골반을 비틀었다. 그러나 에이든의 손이 단단히 엉덩이를 잡고 있어 소용이 없었다. 엉덩이 살만 뭉개질 뿐이었다.
에이든은 계속, 계속, 허리를 흔들었다. 살갗이 팡팡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어찌나 격렬한지 그의 단단한 고환까지 레인디아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쳐올렸다. 접합부는 어느새 바글바글한 거품으로 변한 애액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었다.
“아, 으응, 아, 뜨거워, 뜨거워요, 하아……!”
에이든의 까슬한 음모에 음핵이 계속 비벼져 포피가 벗겨졌다. 음핵에서 퍼지는 알알하고 뜨거운 자극이 질구 전체를 휘감았다. 에이든이 기분 좋게 쑤셔줄 때면 머릿속이 눅진눅진 흘러내렸다. 쾌감이 몸 안팎에서 레인디아를 뒤흔들었다.
“아, 아!”
레인디아는 부르릇 몸을 떨었다.
절정이었다.
배 속에 좆을 품고 느껴보는 첫 절정.
용암처럼 뜨거운 파도에 몸이 휩쓸려가는 듯했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에이든은 혓바닥으로 그녀의 눈물을 기껍게 핥아 먹었다. 질구가 떨리며 애액을 왈칵 흘려댔다.
‘기분, 좋아. 안 돼, 이상해. 이런 거…….’
내부에서의 격렬한 부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쾌감이 여체를 잠식했고, 레인디아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좆을 쑤시는 에이든과 찔리는 자신만 있을 뿐이었다.
수캐. 그의 말이 맞았다.
그는 수캐였고 저는 좆을 받는 암캐였다.
“하아아…….”
의식이 몽롱해질 즘, 몸이 다시 시트 위로 엎어졌다.
“으읏.”
“옳지. 자세만 바꾸자.”
에이든은 좆을 찔러 박은 채 레인디아의 한쪽 다리를 들어 몸을 돌렸다. 좆을 꽉 깨문 점막과 함께 몸이 빙그르르 돌아갔다. 젖가슴과 무릎이 시트에 닿았다. 흡사 개가 교미를 하는 모양새였다.
레인디아가 엉거주춤 자세를 잡자,
“아, 아앙, 아!”
“후우. 윽. 하아……!”
에이든이 뒤에서 허리를 흔들었다.
팡, 팡팡, 팡!
살갗이 힘차게 부딪히며 배 속의 장기가 출렁거렸다. 이어진 하반신을 통해 에이든의 거센 맥동이 전해졌다. 에이든은 허리가 나갈 것처럼 흔들면서도 절대 지치질 않았다. 그렇게 짐승 같은 교접이 한참 이어졌다.
“하아. 디아. 디아.”
목덜미에 에이든의 거친 숨결이 내려앉았다. 질주하는 종마처럼 에이든의 허벅지가 단단하게 부풀었다. 이어서 다른 근육들도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에이든은 온몸을 발기시키며 레인디아를 힘껏 끌어안았다. 부푼 근육 안에서 레인디아의 연약한 육신이 뭉개졌다.
“후우, 허억. 헉.”
“으으응, 아, 아앙, 아!”
붉은 좆이 질구 안을 빠르게 드나들었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엉덩이가 빨갛게 달아오를 만큼 하반신을 치댔다. 그의 말처럼 이대로 노팅을 해서 좆 뿌리가 부풀어 빠지지 않아도 이상치 않을 만큼 짐승 같은 움직임이었다.
레인디아가 느끼는 부위를 집요하게 찔러대던 에이든이 돌연 여기저기를 쑤시기 시작했다. 레인디아는 본능적으로 그가 사정할 위치를 찾고 있음을 깨달았다.
암캐를 임신시키려는 수캐의 본능처럼.
“아, 안 돼요. 그만……!”
레인디아는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응? 왜? 뭐가 안 되는데?”
에이든이 헐떡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안에, 안에……, 싸지 말아, 주세요, 흣……!”
“아아. 안에만 안 싸면 되는 거야?”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납작하게 숙이고 있던 상체를 들어 올리며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가 혓바닥으로 윗입술을 싹 핥아 올렸다.
“싸지만 않으면 계속해도 되는 거고?”
“네? 아아, 아!”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끼워 넣어 그녀의 상체를 들어 올렸다. 레인디아는 무릎을 꿇은 채 바르게 섰다. 그 순간 질 안에서 좆이 안쪽으로 휘어지며 방광을 자극했다. 익숙한 요의가 느껴지자 레인디아는 몸부림쳤다.
“아, 으, 안, 아앙……!”
“이 자세는 조금 힘들려나? 그래도 금방 기분 좋아질 거야.”
에이든은 단단한 허벅지를 레인디아의 다리 사이에 끼워 넣어 활짝 벌렸다.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 그녀의 몸을 단단히 고쳐 잡아 제 쪽에 기대게 했다. 그는 자세를 바꿀 마음이 없어 보였다.
“아, 으, 깊어, 요, 아아!”
“응. 깊어서 좋지? 나도 좋아, 디아.”
“으응, 앙, 아아!”
“디아의 안으로, 큭, 더 깊이 들어가고 싶어. 허락해 줘, 응?”
레인디아는 팔을 바둥거렸다. 그럴수록 겨드랑이를 파고든 팔이 제 어깨를 꽉 뒤로 잡아당길 뿐이었다.
결국 레인디아는 무력감에 휩싸여 저항을 포기했다. 푹 고개를 숙이자 볼록하게 튀어나온 자신의 아랫배가 눈에 들어왔다. 에이든의 좆이 저만큼 깊이 들어왔단 사실에 가물거리던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건……, 말도 안 돼, 흐, 아앗!”
에이든은 감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아예 레인디아의 손목을 뒤로 잡아당기며 푹푹 허리를 쳐올렸다. 그만큼 레인디아의 상체가 앞으로 고꾸라졌지만, 손목을 붙잡혀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다. 마치 올가미에 걸린 것처럼 레인디아는 옴짝달싹 못 하고 뒤로 에이든의 좆을 받아야 했다.
“이 자세도, 나쁘진 않네. 후우. 안 그래, 디아?”
“아, 아앙! 아!”
문득 레인디아는 에이든이 제 허벅지에 좆을 끼워 박고 허리를 흔들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좆이 그녀의 배꼽 위까지 퍽퍽 치달았었다. 지금은 자신의 배 안을 북북 긁어대고 있었다. 눈에 띄게 볼록 튀어나오는 배를 볼 때마다 정말로 살가죽이 뚫릴지도 모른단 공포가 엄습했다.
레인디아는 질끈 눈을 감았다. 시야를 차단하자 침대 위의 습한 공기와 에이든의 거친 신음이 선연히 와닿았다.
“으으응……!”
또다시 강제적인 절정이 찾아왔다.
강렬한 오르가슴이 화살처럼 레인디아의 육신을 관통했다. 이제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눈가가 경련하듯 떨렸다. 숨이 턱턱 막혔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터트릴 것처럼 쥐어짜는 듯했다.
“엄청 움찔거려, 디아. 기분 좋았어? 또 간 거야?”
“아, 아으. 아.”
“가면서 계속 박혀 볼래?”
“아……!”
잠시 레인디아를 기다려주던 에이든이 전에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레인디아는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아, 아앙! 안 돼, 시, 싫어요. 그만! 아아! 계속, 가기, 싫어……!”
불그죽죽한 좆기둥이 아직 경련이 끝나지 않은 질구를 무자비하게 후벼팠다. 레인디아는 손바닥으로 에이든의 허벅지를 꾹꾹 밀어댔다. 그러자 에이든이 아예 손깍지를 껴서 움직임을 봉쇄했다. 레인디아는 손톱을 세워 에이든의 손을 긁었다. 살가죽에 손톱이 푹푹 박히는데도 에이든은 좋다고 좆을 세워댔다.
“하아. 좁아. 엄청. 후우. 디아. 너무 좋아. 디아…….”
“으으, 으응, 응! 아, 깊어, 아……!”
“기분 좋아서, 하아, 허리가 멈추질 않아, 디아. 괜찮아. 안에는 안 쌀 테니까.”
에이든은 천천히 상체를 숙여왔다. 그의 거대한 몸이 레인디아의 몸을 순식간에 감싸 안았다. 에이든은 거세게 들어 올리던 아래를 쑥 뽑아냈다. 그리고 레인디아의 가냘픈 등줄기 위로 사정했다.
“후우…….”
힘차게 뿜어져 나간 정액은 레인디아의 목덜미까지 닿았다. 에이든은 오른손으로 좆을 슥 훔쳐내며 마지막 남은 정액까지 걸쭉하게 뽑아냈다. 젯소를 테레빈유로 수차례 덧칠한 캔버스처럼 새하얀 살갗 위로 탁한 액체가 흩뿌려졌다. 짐승이나 할 법한 교미의 결과물이었다.
“하아, 하아……. 으으응…….”
발정 난 암캐처럼 붕 떠 있던 레인디아의 엉덩이가 풀썩 무너졌다. 그녀의 유약한 몸도 함께 엎어졌다. 레인디아는 둥글게 몸을 말고 숨을 몰아쉬었다.
“디아.”
“흐으…….”
“나의 디아.”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성자의 발에 입을 맞추는 사도(使徒)와 같이 경건한 마음으로.
이윽고 에이든이 완전히 몸을 숙였을 때 그의 단단한 육신으로 등줄기의 정액이 옮아갔다. 에이든은 뱀처럼 젖은 살가죽을 비비며 레인디아의 몸을 끌어안았다.
“내 사랑스러운 디아.”
에이든은 레인디아와 이어졌다는 데서 오는 여운을 만끽했다. 몇 번을 곱씹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꿈처럼 황홀한 교미가 끝났을 때, 레인디아가 여전히 제 품 안에 안겨 있단 사실이 더없이 깊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몸이 이어지니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레인디아는 자신의 것이라고.
우리처럼 완벽하게 어울리는 한 쌍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너는 내 거야. 네가 나에게 온 거야.
* * *
레인디아는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 달빛만이 바스러지는 입김을 비추었다. 칼날 같은 바람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와 가슴을 할퀴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레인디아는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다.
총소리인가. 늑대 울음소리인가. 아니면 휘몰아치는 눈보라인가.
자신이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줄도 모른 채 그저 달리고 또 달렸다.
‘지켜야 해.’
오직 한 가지 목적만이 레인디아를 달리게 했다.
간절히 지켜야 하는 것. 반드시 살길 바라는 존재가 있다.
레인디아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품 안엔 무언가를 감싼 새하얀 보자기가 들려 있었다.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천이 뒤집혔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눈도 뜨지 못한 새끼 늑대였다.
‘늑대……? 내가 왜 새끼 늑대를 안고 달리는 거지?’
레인디아가 의아함을 느끼는 순간 하늘이 뒤집히며 그녀의 몸이 붕 떠올랐다. 머리 아래로 그녀를 쫓는 마차가 큰 바위에 부딪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윽고 몸은 더 높이 떠올라 성축일을 기념하는 등불이 그녀를 둘러쌌다.
아아.
그제야 레인디아는 깨달았다.
지금은 성축일 기간이었고, 자신은 백작 부부와 함께 하이락을 방문했단 사실을. 그리고 그녀는 필사적으로 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눈보라를 헤치고 달리는 중이었다.
‘늑대는? 아니, 그 아이는……, 어디 있는 거야?’
허공에서 레인디아가 휘휘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그때, 생전 처음 보는 짐승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저에게 달려들었다. 피할 틈도 없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레인디아의 가슴을 꿰뚫었다. 발톱 아래서 심장이 으스러졌다. 그녀의 몸에서 튄 피가 눈송이에 달라붙어 세상은 붉은 눈으로 뒤덮였다.
이 거룩하고 고요한,
성축일에.
“……헉!”
레인디아는 번쩍 눈을 떴다. 목덜미를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꿈이야.’
레인디아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분명 기이한 꿈을 꾼 것 같은데, 눈을 뜨기 무섭게 내용은 사라지고 찝찝함만이 남았다. 그리고 이유 모를 죄책감과 그리움이 뒤따랐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건 거대한 괴물이 저에게 달려드는 장면이었다.
“읏.”
이윽고 현실의 고통이 그녀를 덮쳤다. 다리 사이가 뻐근했다. 정확히는 질 안이 따끔거렸다. 레인디아는 허벅지를 꼬아 비비며 지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갔다.
‘우리 같이 짐승이 되는 거야.’
검은 속삭임이 뇌리를 스쳤다.
이윽고 에이든의 성기에 맞춰 밑이 벌어지던 감각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제 허리를 더듬던 끈적한 손길과 귓속을 후벼 파던 더운 숨결. 무너진 토사처럼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자신의 몸인지 경계가 흐릿해진 접합부. 그 안에서 찰박찰박 흘러나오던 젖은 물소리.
‘디아의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싶어. 허락해 줘. 응?’
그리고 제게 매달리며 미친 듯이 저를 갈구하던 한 남자.
분명 붙잡힌 건 레인디아였다. 에이든의 아래에서 처참히 뭉개진 것 또한 그녀였다. 그런데도 에이든은 마치 자신이 구속된 것처럼 레인디아를 몰아붙였다. 단순히 육체적 쾌락을 갈구하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레인디아는 알 수 있었다. 아니, 확신할 수 있었다. 지난밤 저를 취하던 에이든은 사창가를 드나드는 남자들과 다른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겼으니까. 얼핏 기억나는 그의 붉은 눈동자엔 간절함이 묻어났다.
그렇다면,
에이든의 눈에 담겨 있던 감정의 근원은 사랑인가?
잊을 수 없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상념, 그리고 집착이었는지도 모른다.
레인디아는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이 만든 조각을 사랑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매일 조각상에 사랑을 속삭였다. 그리워하는 여인을 초상으로 되살리려던 에이든의 노력도 그와 닮아 있었다.
하지만 에이든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레인디아는 에이든이 그리워하는 그 여자가 아니었고, 에이든의 사랑은 신조차 등을 돌릴 만큼 타락했으며 비틀린 무언가로 변질하였기에. 그리고 레인디아는 이런 에이든의 감정을 견디는 것이 버거웠다. 자신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무게였다.
‘도망쳐야 해.’
에이든의 집착에 압사당하기 전에. 레인디아는 두 손을 꽉 붙잡았다.
“일어났어, 디아?”
“…흣!”
그때, 에이든의 손바닥이 레인디아의 허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 잠이 완전히 깨지 않은 건지 귓가에 닿는 숨결도 나른했다.
“좋았어.”
“……네?”
“교미.”
에이든이 레인디아의 엉덩이에 발기한 고간을 문댔다. 레인디아는 질끈 입술을 깨물며 새우처럼 몸을 웅크렸다.
“디아는 어땠어?”
“저, 저는.”
“좋았지? 분명 좋았을 거야. 나도 무척 좋았어.”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대답을 건네받아 제멋대로 마무리 지었다. 그러더니 모인 레인디아의 손바닥 사이에 제 손을 끼워 넣고 손깍지를 꼈다.
“신기하지. 처음인데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거든.”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몸을 바르게 눕혔다. 그리고 그녀의 위에 올라타 깍지 낀 손등에 입을 맞췄다. 문을 두드리듯 유려한 입술이 레인디아의 피부에 내려앉았다. 에이든은 그녀의 손등에 뺨을 기댄 채 비스듬히 고개를 돌렸다.
“어디를 빨고 어디를 핥아야 할까. 좆을 박은 다음엔 어떻게 허리를 흔들어야 할까. 이런 하찮은 생각이 들 틈이 없었어.”
“…….”
“디아가 내 아래에 깔려 있으면 말이야, 손이 가야 할 방향이 확실해져.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거지. 짐승 새끼가 배워서 어미의 젖을 빨진 않잖아?”
또 다른 손이 레인디아의 잘록한 배를 쓰다듬으며 올라왔다. 에이든은 검지로 레인디아의 턱 끝을 들어 올렸다. 그와 시선이 맞닿았다. 눈앞의 에이든은 조각과 사랑에 빠진 조각가가 아닌 조각 그 자체였다.
“내가 제일 기뻤던 게 뭔지 알아?”
레인디아는 고개를 저었다.
“디아도 마지막엔 말하는 법을 잊을 만큼 흥분한 것 같아서, 기뻤어.”
에이든의 말처럼 그 난잡했던 행위는 짐승의 교미로 끝을 맺었다. 레인디에겐 자신의 자궁에 씨물이 없단 사실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조, 좋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저도 에이든 님을 만족시켜드린 것 같아 기뻐요.”
레인디아는 에이든의 지긋한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지 에이든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야, 디아.”
“……네?”
“나를 만족시키려고 노력 안 해도 돼.”
에이든은 깍지를 풀고 두 팔로 레인디아의 머리 양옆을 짚었다.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너울처럼 레인디아의 몸을 감쌌다.
“나는 말이야, 디아가 내 입에 침을 뱉어줘도 기쁠 거야.”
“……그, 그런, 짓을……!”
어떻게 감히 할 수 있었겠냐고, 레인디아가 흔들리는 눈동자를 통해 말했다. 그러자 에이든도 햇살처럼 싱그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내가 부탁하면 해 줄 거잖아?”
부탁의 탈을 쓴 명령이겠지. 레인디아는 더욱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하. 농담이야.”
에이든이 푸흐흐 웃으며 몸을 낮췄다. 그가 레인디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윽고 에이든의 팔이 레인디아의 몸을 휘감았다. 그는 레인디아의 체온이 제 몸에 자연스레 녹아들 때까지 얌전히 누워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에이든이 입을 열었다.
“천천히 디아의 구멍을 넓히면서 기다리길 잘했어. 더 빨리 디아를 안았다면 틀림없이 우리의 처음을 망쳤을 거야.”
에이든은 행복에 겨운 한숨을 내뱉었다.
레인디아의 심중은 복잡했다. 도저히 에이든의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모르겠다. 이 관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레인디아는 에이든이 그리워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진짜가 아닌 가짜를 안은 이상, 에이든은 이미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행복해하다니.’
레인디아는 처음으로 품 안의 남자가 가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얄팍한 동정심은 그의 손가락이 허벅지 안쪽을 파고드는 순간 사그라들었다.
“흣……!”
“많이 부었네.”
에이든이 레인디아의 음부를 지분거리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더 못 하겠다. 그렇지?”
에이든이 고개를 들더니 싱긋 미소 지었다. 그 다정한 배려에 레인디아는 속이 뭉그러졌다. 그러나 에이든을 따라 최대한 입꼬리를 올렸다.
“피는 내가 닦아뒀어. 디아가 보면 놀랄 것 같아서.”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미소가 싹 가셨다.
“하지만 씻을 때 피가 나올지도 몰라. 속은 닦지 않았거든. 겉으로 흐른 피만 닦았어. 시트도 갈아뒀고.”
시트를 갈았다니. 그렇다면 저를 어딘가에 잠시 옮겨두었단 것일 텐데.
레인디아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에이든이 저를 들어 올리는 것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 그만큼 격렬했던 정사가 다시금 떠오르자 익숙한 불안감이 덮쳤다. 마음을 불안케 하던 기시감의 정체는 레인디아의 혀끝에서 살아났다.
에이든과 처음으로 함께했던 식사. 그날 레인디아의 입에 들어온 음식들은 이전의 평범한 식사론 성에 차지 않을 황홀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제는 미각만이 아니었다. 배 속 깊이 들어온 에이든의 페니스는 아득한 쾌감을 레인디아의 몸에 각인시켰다.
레인디아는 에이든의 밑에 깔려 흥분했단 사실을, 밑이 촉촉하게 젖었단 사실을, 그의 것을 품고 기쁨에 부르짖었단 사실을,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었고,
레인디아는 성욕에 복종하는 것이 두려웠다.
이성(理性)이 마비되고 자아를 잃는 게 두렵다. 에이든의 말처럼 한 사람이 아닌 한 마리가 되어가는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하루빨리 여길 벗어나야 해.’
나 자신을 잃기 전에. 욕망에 사로잡힌 짐승이 되기 전에.
* *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오후의 일광이 새하얀 창살을 부드러이 내리쬐었다.
레인디아는 본관의 서쪽 첨탑으로 향했다. 첨탑은 오래된 책을 보관하는 도서관이었다. 그녀는 망루에 올라 주변을 샅샅이 살필 생각이었다. 에이든은 저택 안이라면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걸 허락했다. 그래 봤자 에이든이 저를 찾아내 시도 때도 없이 붙어 있었지만.
‘높아서 저택의 전경이 한눈에 보여.’
레인디아는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유리창 앞에 서서 밖을 바라봤다. 꽃을 옮겨심던 정원사들은 사라지고 무성한 녹음이 저택을 둘러싸고 있었다. 밤사이 얇게 깔린 눈을 빗자루질하는 사용인을 제외하면 드넓은 앞뜰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시선을 멀리하면 뾰족한 펜스 바깥에서 경비대가 돌아다녔다. 그들은 낯선 침입자로부터 저택을 보호했고, 변종 늑대를 사냥했으며, 동시에 레인디아의 탈출을 막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저들의 눈을 피할 수 있을까?’
그때, 등 뒤에서 서늘한 음성이 내려앉았다.
“디아.”
에이든이었다.
어깨에 나직이 내려앉는 그의 손바닥도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레인디아는 창살을 꽉 움켜쥐었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 이어질 거란 생각에 숨이 들뜨기 시작했다. 늘 이런 식이다. 에이든은 소리 없이 다가와 언제 어디서든 그녀의 몸을 더듬고 입을 맞췄다.
“뭐 해?”
“……바깥 경치를 보고 있었어요.”
“도서관에 간다기에 책을 읽나 했더니. 하긴, 여기 있는 책들은 전부 고루하지?”
레인디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심하지 않아? 기분 좋은 거 하자.”
에이든이 바짝 다가와 하체를 비볐다. 레인디아의 몸에 발기된 좆이 비벼졌다. 그녀의 어깨에 앉아 있던 두 손이 팔뚝을 쓸며 내려가 허리를 옭아맸다. 또 두 사람이 아닌 두 마리가 되고 싶은 걸까. 레인디아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춥. 추웁. 쭙.
레인디아의 목덜미에 에이든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에이든은 밤사이 희미해진 흔적을 물고 빨기 바빴다.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행하듯, 레인디아를 안기 전엔 이렇게 지난 흔적을 덧씌우곤 했다. 덕분에 레인디아는 제 몸을 볼 때마다 에이든과의 정사가 떠올랐다.
“흐으…….”
“음.”
에이든은 한 손으로 레인디아의 턱을 잡아 돌렸다. 그대로 몸을 굽혀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레인디아는 혀를 안쪽으로 말아 삼켰다. 그러자 에이든의 혀가 깊숙이 따라 들어왔다. 혀끝이 닿아 억지로 펼쳐지고 마구 비벼졌다.
에이든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그가 흥분하고 있음은 자명했다. 발기한 좆이 등줄기를 쿡쿡 찔러댔으니까.
“하아. 혓바닥 넣고 비비는 거 기분 좋지?”
입술을 뗀 에이든이 느른히 숨을 토하며 물었다. 그의 손이 레인디아의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키스하면서 손가락으로 보지 쑤셔주면 더 좋아죽고.”
“흣……!”
레인디아는 더 세게 창틀을 붙잡았다. 에이든은 드레스를 뭉개며 레인디아의 가랑이 사이를 더듬었다.
“아니라곤 안 하네?”
에이든이 천천히 걷자 레인디아의 몸이 그만큼 창문 쪽으로 밀렸다. 이윽고 차가운 유리에 한쪽 뺨이 뭉개졌다.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다리 사이에 제 허벅지를 끼워 넣고 무릎을 세웠다. 단단한 무릎이 레인디아의 음부를 짓눌렀다. 드레스 안에서 음모가 사각사각 비벼지며 아득한 자극이 올라왔다.
“이렇게 무릎으로 살살 문질러 주는 건? 좋아?”
“아, 으, 아아…….”
질구를 푹푹 눌러오는 무릎을 따라 골반이 뒤틀렸다. 에이든은 그런 골반을 바로 잡아 단단히 고정했다. 아랫도리에서 올라오는 자극은 강렬한 쾌감이 되어 레인디아의 머리를 뒤흔들었다. 그렇게 헐떡이는데 빨래 바구니를 든 하녀 다섯 명이 앞뜰로 우르르 몰려나오는 모습이 창 아래로 보였다.
레인디아는 흐느끼는 소리를 집어삼켰다.
이곳은 최상층이었다. 거기다 유리 겉면에 특수한 처리를 해서 아래에선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녀가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기 위해 고개를 들 때마다 마치 저희를 보는 듯해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지금 레인디아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에이든의 키스로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젖가슴은 유리창에 짓눌린 채 비벼져 반쯤 벗겨져 있었다. 조금만 옷자락을 내리면 유두가 톡 하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
‘여기서 하려는 걸까?’
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끝내버리길 바랐다. 레인디아는 손톱을 세워 창살을 움켜쥐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빠, 빨리, 해 주세요.”
“응?”
“아시, 잖아요…….”
“글쎄. 디아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에이든은 방글방글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레인디아는 푹 고개를 떨궜다. 눈을 질끈 감은 채 그녀가 말했다.
“넣어주세요……, 에이든 님의 것이요. 아……!”
단단하게 기립한 좆이 레인디아의 등줄기에 비벼졌다.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도 등이 후끈거렸다. 에이든의 좆은 성난 황소처럼 김을 모락모락 뿜어대고 있었다.
“위험했어. 방금 디아의 말 때문에 쌀 뻔했잖아.”
에이든은 후후 웃으며 한 손으로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빈말일 것이다. 그는 1시간은 가뿐히 사정을 안 하고 레인디아의 밑을 들쑤시는 데 능했으니까. 그러면서도 엄청난 양의 정액을 쏟아내고 다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좆을 세웠다. 레인디아는 에이든의 체력을 따라가다 까무룩 기절하기 일쑤였다.
이윽고 빨갛게 달아오른 살덩이가 튀어나와 레인디아의 드레스에 들러붙었다. 에이든은 마치 살에 문대는 것처럼 실크 드레스 위로 좆을 문댔다. 피부와는 다른 감촉에 등줄기가 찌릿했다. 벌름대는 요도에서 나온 선액이 드레스 위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으, 흣…….”
레인디아의 입에서 당황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유리창에 그녀의 표정이 고스란히 비쳤다. 거울을 앞에 둔 것 같았다.
‘이건 나름 색다르네.’
에이든이 생각했다.
에이든은 뒤에서 찌르는 걸 좋아했다. 발정 난 짐승 같은 자세도 마음에 들었지만, 레인디아의 질이 뒤에서 박아줄 때 미친 듯이 경련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는 쾌감에 취해 이성을 잃고 앙앙 우는 소리가 어찌나 달콤하게 들리던지. 다만, 절정에 달할 때의 얼굴을 정면에서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제대로 즐길 수 있겠어.’
에이든은 반질반질하게 닦인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이렇게 보니 앞뒤에서 레인디아를 안은 듯한 기분도 들었다. 다른 놈과 레인디아를 공유할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두 명이라면……, 그건 나름 괜찮을지도. 이 작은 구멍에 두 개의 좆이 드나드는 건 불가능할 테지만.
‘그러니 디아, 너는 얌전히 내 좆만 받아먹어.’
에이든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밖에 사람들 보여?”
“읏……!”
“이러니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흘레붙는 것 같네.”
“아……!”
에이든의 손이 치맛자락을 훅 걷어 올리더니 안으로 깊이 들어왔다. 그는 한 손으로 레인디아의 속옷을 잡아 뜯었다. 부욱 소리를 내며 한 조각의 천으로 변한 속옷이 나풀나풀 바닥에 떨어졌다. 음부에 서늘한 공기가 닿아 레인디아는 저도 모르게 구멍을 조였다.
“그렇게 빨리 먹고 싶었어?”
“앗……!”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왼쪽 허벅지를 잡아 올렸다.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여주니 허벅지에 제법 살이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에이든의 손에는 한 줌도 안 되는 둘레였다. 에이든은 풍성한 드레스 안을 귀두로 헤집으며 구멍을 찾았다.
엉덩이골을 비비며 깊이 들어가 회음부를 쓰다듬은 끝에 사랑스러운 질구에 맞닿았다. 마치 여기란 듯이 질구가 빠끔거렸다. 레인디아의 몸도 꽤 기대감에 차 있는지 벌써부터 애액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풀어주지도 않았는데 이만큼 젖었어. 왜 이렇게 음란해진 거야, 디아. 응?”
에이든은 감미롭게 속삭이며 귀두를 꾹 짓눌렀다. 레인디아의 입에서 짧은 교성이 터졌다.
“아. 그래도 역시 잘 안 들어가네.”
두어 번 더 꾹꾹 밀던 에이든은 포기한 듯이 페니스를 잡고 있던 손을 바로 했다. 그러나 곧추선 좆은 여전히 음부에 꽂혀 있었다. 에이든이 슥 몸을 숙였다. 위로 한껏 올라가 있던 레인디아의 다리도 다시 땅에 닿았다.
“안 되겠다. 빨아줄게. 조금만 참아.”
“……흣!”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드레스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페티코트를 한 것처럼 엉덩이 쪽이 크게 부풀었다.
“아, 아앙……!”
에이든은 엄지로 질구를 잡아 벌리고 혀를 깔짝깔짝 움직여 안을 핥아댔다. 단단하게 발기한 혀가 아래로 흐르는 애액을 거슬러 삼키며 수차례 내벽을 찔러댔다. 레인디아는 자신의 드레스 안에 에이든이 웅크린 채 앉아 있단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우유를 핥는 고양이처럼 제 밑을 할짝댄단 사실도.
“하아, 하아. 하으으…….”
유리창 위로 레인디아의 이마가 찍찍 소리를 내며 미끄러졌다. 입에서 나온 들뜬 숨으로 유리에 뿌연 입김이 꼈다. 에이든은 한마디도 안 하고 레인디아의 밑을 빠는 데 집중했다. 마치 암소의 젖을 짜듯이 엄지와 검지로 갈라진 음부를 붙잡아 모아 쭉쭉 잡아당기기까지 했다.
“푸하.”
보지가 통통해질 만큼 빨고 나서야 에이든은 입술을 떼어냈다. 그는 번들거리는 입술을 손등으로 슥 훔쳐내며 치맛자락 밖으로 빠져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코에 스며들었다.
드레스 안의 후덥지근한, 달콤하면서도 몽롱한 향이 그리워졌다. 슥 고개를 드니 레인디아의 상체는 쓰러질 듯이 위태로워 보였다. 유리창에 뺨을 꼭 맞댄 채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제대로 서야지.”
에이든은 그런 레인디아의 겨드랑이에 팔을 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며 엉덩이에 발기한 좆을 비벼댔다.
“이제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읏, 네.”
레인디아는 수치심에 꾹 눈을 감고 대답했다. 다시 펄럭 소리를 내며 치맛자락이 들춰졌다. 에이든은 순식간에 레인디아의 허벅지를 잡아 올렸다.
음부가 벌어진 찰나의 순간,
“아아……!”
귀두가 질벽을 가르며 들어왔다.
질구에 귀두가 꽂힌 걸 확인한 에이든은 허벅지부터 힘을 끌어모아 단박에 쳐올렸다. 레인디아의 몸이 출렁 떠오르다 가라앉았다. 자궁이 짓눌리는 쾌감에 레인디아는 고개를 젖힌 채 부릇부릇 몸을 떨었다.
“아으, 아, 아아……!”
레인디아는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처럼 이를 달달 떨어댔다. 온몸의 관절이 오므라들었다.
“좁아.”
에이든은 인상을 찡그리다 황홀한 표정으로 레인디아를 바라봤다.
“디아 보지, 너무 좁아.”
“흐윽…….”
“그래서 기분 좋아. 날 꽉 안아주는 기분이 들어서.”
“아, 앙!”
“평소에도 이렇게 안아주면 좋을 텐데. 나한테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면 얼마나 좋냐고.”
“으으응, 아아!”
에이든은 약간의 원망을 담아 퍽퍽 허리를 흔들었다.
레인디아의 젖가슴이 유리창에 뭉개져 위아래로 흔들렸다. 코르셋에 둘러싸인 가슴이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에이든은 볼록 튀어나온 윗가슴골을 손에 쥐고 주물렀다. 한 손으론 레인디아의 허벅지를 잡아 올리고, 다른 손으론 그녀의 젖을 붙잡아 희롱했다.
“유리도, 후우. 젖고 있네.”
“으응, 윽, 하아……!”
“봐. 디아의 숨결로 뿌옇게 젖었어.”
“아, 아아……!”
“이걸 나만 볼 수 있다는 게 아까워. 물론 다른 새끼가 본다면 눈알을 파내버릴 거지만.”
에이든은 건물 아래를 응시하며 속삭였다. 레인디아도 불안한 시선으로 바깥을 바라봤다.
“이 높이에선 안 보여.”
에이든은 살며시 레인디아의 턱을 잡아 올렸다.
“하지만, 신이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눈 부신 햇살에 레인디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거룩한 신께서 지켜보는 앞에서 흘레붙어볼까, 디아? 오늘도 두 사람이 아니라 두 마리가 되는 거야.”
“흐, 흐읏.”
“찔러주면서 젖꼭지 비트는 거 좋아했지? 음. 코르셋 때문에 잘 안 벗겨지네.”
코르셋은 뒤에서 벗겨야 하는데 드레스 때문에 여의치가 않았다. 에이든은 아예 코르셋을 찢어버렸다. 그는 이런 남자였다. 다정하게 속삭이면서도 거슬리는 건 재지 않고 찢어발겼다.
“아!”
에이든은 손톱을 세워 푹 파인 유두를 찔렀다. 유두가 볼록해질 때까지 안을 마구 긁어대자 이윽고 체리처럼 통통하게 부푼 유두가 포옥 튀어나왔다. 에이든은 그것을 손톱 사이에서 굴렸다.
“이렇게 잡아당기면 밑을 어찌나 조여대는지.”
“으읏, 아, 깊어, 깊어요. 하윽……!”
“내가 깊이 쑤시는 게 아니야. 디아가 미친 듯이 조여대는 거지. 모르겠어?”
에이든은 후후 웃으며 레인디아의 뺨에 연신 입을 맞췄다. 어느새 드레스 안에 푹 고여 있던 농밀한 향이 에이든의 코끝까지 올라왔다. 에이든은 흡 숨을 들이켰다. 질척하게 비벼지는 살 내음에 좆이 더욱 딱딱하게 곧추섰다.
“으응, 하아. 아……!”
에이든에게 처녀지를 침범당한 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밑 살을 부대꼈다. 척척 들어맞는 걸 넘어서 좆이 꽂힌 순간부터 어쩌지 못할 정도로 물이 흘렀다. 레인디아가 이토록 물 많은 몸이란 걸 알게 된 에이든은 신대륙을 발견한 탐험가의 심정을 이해했다.
반면 강제로 개척당한 땅의 주인인 그녀로선 기쁘지 않은 발견이었다. 이렇게 찰찰 물 튀는 소리는 오히려 수치만을 안겨줬다.
“흐으으……!”
에이든이 스폿을 비껴 찌르자 레인디아는 기어코 절정에 달했다.
‘안 돼. 기분, 좋아…….’
눈앞이 새하얗게 질렸다. 마치 덩어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어디든 찔러주기만 하면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살덩어리. 이 순간만큼은 총명한 사고를 해 줄 이성은 마비되고, 늘 그녀를 짓눌러온 양심도 눈을 감아버린다. 벌어진 구멍에선 달뜬 숨과 애액만 줄줄 흘렀다. 배 안이 뜨거웠다. 날카로운 귀두가 속을 파고들 때면 혓바닥을 짓누르며 교성이 튀어나왔다.
“아아, 디아.”
처녀를 내어주면 에이든이 질릴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에이든의 집착은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졌다. 어제보다 깊은 곳을 찔렀고, 내일이면 더 깊은 곳을 벌릴 남자였다.
어째서 질리지 않는 걸까? 얼마나 더 몸을 내어줘야 질리는 걸까?
언제쯤 자신이 가짜란 사실을 인정하고 놓아줄까?
레인디아는 착각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러한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몸을 내어주면 내어줄수록 에이든이 허기에 발광한단 사실을,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아, 디아…….”
에이든은 레인디아의 목덜미에 푹 얼굴을 파묻었다. 살 위에서 입술이 오물댔다. 자궁 여기저기를 찌르는 움직임에 사정에 다다랐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아, 안에, 안 돼요……. 안에 싸지 말아 주세요.”
레인디아는 매번 안에 싸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 에이든은 대답하지 않았다. 더욱 힘껏 레인디아의 허벅지를 움켜잡을 뿐이었다. 유리창에 비친 에이든의 동공도 잔뜩 풀려 있었다.
“큭…….”
에이든은 짧은 신음을 토하며 오늘도 그녀의 등줄기에 정액을 흩뿌렸다. 등이 축축하게 젖은 감각에 레인디아는 안심했다. 안심하는 동시에 두려웠다. 그가 언제까지 이런 제 부탁을 들어줄까? 어쩌면 레인디아의 처녀를 앗아가기 전에 오랫동안 기다린 것처럼, 지금도 그저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는 척하는지도 몰랐다.
에이든의 목적이 날 임신시키는 거라면?
레인디아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었다. 하녀의 배 속에 자리 잡은 아이만큼 귀찮은 존재는 없었다. 그랬다. 에이든 같은 사내들에게 아이는 귀찮음을 넘어서 필요 없는 존재일 것이다. 하물며 부인도 아닌 한낱 하녀의 아이가 아니던가.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존재야. 마치 나처럼…….’
그런 아이를 배 속에 품을 수 없었다. 그렇게 태어난다면 얼마나 고된 삶을 살아갈지, 얼마나 끔찍한 일을 당하며 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레인디아는 제 아이에게 그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아가. 넌 절대 나처럼 되지 않을 거야.’
레인디아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속삭였다.
평생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처지에 놓이자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를 향해 모성이 싹텄다. 설령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자신의 아이는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랐다. 이것이 모든 어미의 바람이겠지.
‘어머니도 그랬을까……? 어머니도 내가 행복하길 바라셨을까?’
레인디아는 입김으로 뿌예진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그때, 검은 망토를 쓴 하녀 한 명이 마차에 올라탔다. 그녀를 태운 마차가 길을 따라 직진했다. 쇠창살처럼 드높은 검은 펜스가 박힌 정문이 열릴 때까지 마차를 막은 이는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저렇게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었던가?
‘……어디를, 가는 거지?’
나락으로 추락하는 중에 마주한 가능성.
죽어가던 레인디아의 검은 눈동자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