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의 소드 마스터-2화 (2/538)

2. 프롤로그 (2)

건문建文 4년. 태종 2년.

천지가 흔들려 하늘이 무너지려 했다. 오색찬란한 단청과 기와가 우르르 떨어지고, 온 궁궐의 벽이 흔들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세상이 망하기라도 하는 걸까? 지진은 쉴 틈도 없이 연이어 몰아쳐, 단단하게 박아 넣은 청석마저 불쑥불쑥 솟아났다.

땅이 무너지자, 하늘도 슬퍼하며 피눈물을 뚝뚝 흘리는가? 하늘이 붉게 물들며 유성우가 쏟아졌다.

저 먼 동쪽 하늘 끝부터, 저 먼 서쪽 땅까지 이어지는 빛줄기는 한둘이 아니었다.

싸늘한 바람마저 뜨겁게 타올라 훈풍처럼 느껴졌다.

환한 대낮임에도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은 모든 이를 불길함에 떨게 했고, 핏줄기처럼 붉은 유성우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이 불길한 기운이 자신에게 화를 끼치지 않은 걸 안도하는 모양새였다.

허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지가 놀란 듯 땅이 흔들리매, 대소신료 모두가 두려움에 떨며 땅에 머리를 박았다.

천지가 흔들리며 천리가 요란하고 천기가 어긋난 게 틀림이 없다 여긴 이들은, 야인과 왜적의 침임이 있었을 때보다 더 놀라서 말도 못하고 입만 벙긋거렸다.

허나 그런 불안도 잠시

한참을 흔들리던 천지가 제자리를 찾자 대소신료 모두는 황망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니, 어찌할 바를 몰라 떠는 어린 짐승과 다를 바 없다.

허나 그 와중에도 총기를 잃지 않고 서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한 사람.

붉은빛의 비단으로 몸을 감싸고, 가슴과 등과 어깨에 용의 무늬를 수놓은 지체 높은 복장을 한 이.

수많은 공신과 외척의 피를 손에 묻힌 이답게, 그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이 천지괴변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시일이 꽤 지난 얼마 후.

불길함을 참지 못하고 상국으로 보냈던 신하에게서 날아온 장계. 비단 줄을 풀고 장계를 펼치기 무섭게, 왕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풍이라도 걸린 듯 손이 부르르 떨렸다. 누가 목이라도 조른 듯 숨이 턱턱 막혔다. 바늘로 찌르기라도 하는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토록 강단 있던 왕이 대체 왜 저럴까 싶어서, 신료들 모두가 조심스럽게 살피기를 잠시.

왕의 손아귀는 힘없이 풀리며 부들거렸다.

드르륵. 저절로 굴러 떨어진 장계를 보고선 신료들은 하나같이 입을 쩍 벌렸다. 놀라고 황망하여 그 누구도 예의를 차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춘추전국시대부터 6조인 손오, 동진東晋, 송宋, 제齊, 양梁, 진陳의 수도였던 곳.

그 후로도 당, 송, 원 시절까지 대도시로 이름을 날렸고, 천하를 통일한 명나라의 수도가 된 남경.

지금은 난세의 중심지가 된 그곳.

천하의 주인을 놓고 모여든 수십만의 정난군과 황제군.

정난군이든 황제군이든. 천하를 지탱하고, 또 차지하려 했던 수많은 장군과 신료들.

황제를 구하기 위해, 혹은 황제를 저지하기 위해 몰려오던 수많은 구원병들.

이 모든 게 한순간에 사라졌다.

거대했던 수도와 주변 수백개의 크고 작은 마을, 촌락 모든 것이 사라졌다.

불에 타서 잿더미가 되고, 무너져 땅에 파묻히고, 수해에 휩쓸려 간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누가 집어 삼킨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저 남은 건 움푹 파인 황폐한 대지. 그리고 박살나서 온 사방으로 흩어진 거대한 돌무더기뿐.

조선의 상국이,

그 거대했던 제국의 머리가,

천하의 중심이자 주인을 자처하던 모든 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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