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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화 (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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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한여름의 무더위가 물러가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계절인 가을이 다가온 어느 날....

-전 세계적으로 독감이 유행하고 있으며 각 국가들은 치료약 개발에 힘을 쓰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 한 채...-

아침부터 뉴스에서는 현재 국내외로 심각할 정도로 유행하는 독감을

헤드라인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망자는 없으나 불행이도 완치된 사람도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 발병이 시작되고 최소 3개월 이상 지났으나 모두 같은 증상으로 병실에 누워있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딱히 치료약도 없고 호전되는 상황이 아니었고 호흡기로 전염된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리고 입원환자가 있는 병원관계자 모두가

동일증상으로 입원하는 상황이 계속되어 병원에서도 환자를 받기

꺼려하게 되었다.

고열이 지속되는 상황과 의식이 없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전반적인

모든 상황이 삐걱거리기 시작하였다. 생산인구의 30%가량이 출근을 하지

못하였고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마트나 극장, 음식점등 여러 업종이 문을 닫거나

간신히 유지를 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실업자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자 치안이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경찰력으로 부족한 인원은 군인으로 대체하고

대한민국은 다시 밤 11시부터 해가 뜨는 시간까지 통행금지법을 부활시키는 등

강수를 두기 시작하였다. 그로인하여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 침체되어 갔다.

사람들은 더더욱 외출을 자제했고 서비스 산업이 일차적으로 무너졌다. 외식에

관련된 산업이 먼저 줄줄이 도산을 했고 매장을 가지고 운영을 하는 의류산업이

바로 뒤이어 줄줄이 폐업을 해갔다. 자금 여유가 부족한 서민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망해가면서 자금 회전력이 0에 가까울 정도로 돈이 돌지 않았다. 자금력이 큰 회사에서는 거의 원가에 가까울 정도의 가격으로 물건을 팔았지만 그마저도 구매할 여력이 없는 인원이 늘면서 대기업들도 부도위기까지 몰렸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배달 업종만이 때 아닌 호황을 누렸고 대부분의 판매형식이

직접 구매가 아닌 인터넷을 이용한 구매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였다.

경기도에 위치한 빌라.

"끄아앙...."

해가 중천에 뜬 시간. 한 남자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침대에서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다. 어제부로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고 10개월간 실업급여 및 위로금을

받으며 생활해야 하는 불쌍한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남자의 표정은 별 아쉬움이나

앞으로의 생활에 두려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상당히 부유한 집으로 보이는 건물이고 집안에 마련된 가구들도 좋아보였다. 거실 한 곳에 마련된 양주 보관함

안에는 많은 종류의 양주가 진열 되어있었다.

"오늘부터 뭘 한담..."

냉장고 문을 열고 캔 커피 한 캔을 원샷하고 주섬주섬 TV 앞으로 다가갔다.

같이 살던 부모님이 급하게 미국지부회사로 발령받으셔서 제대로 정리조차 못 하고 떠나셨다. 혼자 살아본 경험이 없는 남자는 단 이틀 만에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신공을 발휘하였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대충 세수를

마친 후 집안 청소를 시작하였다.

"끙차... 그래도 앞으로 집에 오랜 시간 있어야 하는데.. 혼자 있는 거에도

익숙해야 하고 마트에 들려 장도 좀 봐야 할 듯한데.."

-따르르르릉-

대충 던져 논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리자 남자는 한참을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헤매다 침대 이블 속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 재원이형 뭐하세요? "

" 응? 재효 구나.. 나 그냥 집에서 청소하고 이래저래.."

" 오늘 술 한 잔 하실래요? "

" 흠....아쉽지만 한동안은 집 정리랑 이것저것 해야 할 게 많아.. 부모님이 미국

가셔서 몇 년 안 들어 오셔서 정리도 할 겸 겸사겸사.. "

어제부로 같이 실업자가 된 동생 녀석이었다. 몇 년을 같이 일해 친동생 마냥

친해져 이제는 한 가족처럼 느껴지는 녀석이었다.

" 아..맞다.. 며칠 전 출국하셨죠. 제가 따로 도와드릴 일은 없어요? "

" 응.. 할 것 없으면 넘어와 마트 가서 장이나 보자. "

" 음..저 미란이랑 한 시간 후에 만나기로 했으니 같이 넘어갈게요. "

" 그래... 나도 씻고 정리하면 얼추 비슷하겠다. 그럼 출발하기 전에 전화 하렴"

" 네. 쉬고 계세요 "

부모님과 같이 해외로 갈 수 있었으나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전세 기간 동안 집을

비우기도 그렇고 급하게 결정된 사항이라 바로 따라가기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집에 혼자 살 가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처분해 버리고 다음 이사 때

단출하게 이동을 위해 집은 큰 넓이에 비해 많이 허전한 느낌이었다.

" 흠..오늘 이것저것 할 게 많네.. 카라반도 찾아와야 하고... 차량도 점검 받고. "

몇 달 전 회사가 문을 닫기로 공표한 날 직후 어차피 여유시간이 많이 생겨 국내

여행을 위해 이곳저곳 캠핑카나 카라반을 알아보고 있었던 중이었다.

혼자 차를 몰고 다니면서 펜션이나 리조트에 숙박보다는 언제든 서서 쉴 수 있는

그런 형태를 원하다 보니 당연히 눈이 그쪽으로 갔던 것이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동생이 자기 남편회사에서 사용하던 카라반과 차량을

처분하려고 하는데 생각 있냐는 전화를 해왔다. 회사 임원진급이 사용하던 거라

꽤 고급인데 직원 중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하게 넘긴다고 하여 전화를 했던 것이었다. 난 당연히 승낙을 외쳤고 중형급을 사장님 부부 여행용으로 개량하여 나에게도 딱 이란 생각이었다. 해상 운송료와 세금을 지불해도 국내에서 중고품을 사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이었기에 앞뒤 안 가리고 승낙을 한 게 화근이었다.

" 분명 중형 급이라고 했는데? 저놈은 뭐야?"

카라반 길이만 족히 10미터는 넘어 보이고 같이 구입한 픽업 차량도 5미터에

가까운 크기였다.

" 저 덩치를 끌고.. 어떻게 다닌담... "

이제 막 트레일러 면허를 딴 나에게 전체 길이가 15미터에 육박하는

트레일러를 운전하기에는 무리였다. 여차저차 해서 승용차로 2시간이면 올

거리를 무려 4시간에 걸쳐 운전을 하고 와서 업체에 전반적인 상태점검을 위해

입고를 시킨 상황이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재효를 기다릴 겸 TV를 켰다. 여전히 TV에서는 독감에

대한 뉴스만이 가득했다. 치료약을 급하게 만들었으나 오히려 역효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뉴스가 속보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 업체만이

호황을 이루었고 번화가에도 사람이 드문드문 보일뿐이었다. 도로에는 택시보다

배달 트럭이 더 많은 상황이었고 출퇴근 시간조차 지하철은 앉아서 갈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얼마 후 재효의 전화를 받고 마스크를 착용한 뒤 마트로

차를 끌고 나갔다.

역시나 마트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독감이 유행 후 거리는 매우 한산해져갔다.

아무리 독감이 유행해도 나는 직접 나가서 물건을 고르는 것을 선호했다. 만약 나도 감염이 됐다면 진즉에 감염이 됐어야 했지만 아직까지 감염증상이 없었다.

뉴스에서도 현재까지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의 항체를 검사해 치료약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별 효과는 없는 듯 했다.

" 흠...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한가봐... 정말 사람이 없네.. ?"

" 오빠. 웬만한 학교도 지금 거의 휴교령이 내려졌대요. 아직까지 대학교까지는

아니지만 대학교출석률도 형편없어서 조만간 휴교할 듯해요. "

간편한 운동복차림의 미란이가 재효 옆에 팔짱을 끼고 말했다. 미란이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나름 사장으로 이쪽 업계에서는 꽤 매출이 좋다고 한다. 물론 초반에는 망하기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독감이 유행하고 나서 매출이 증가했지만.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미란이는 직접 의류 모델을 할 정도로 몸매가 좋았고 미모도 뛰어났다. 키가 165cm정도니 힐을 신으면 170cm인 재효보다 월등히 커졌다. 하지만 재효는 미란이가 힐을 신던 플랫슈즈를 신던 관심 없는 성격이었다. 덕분에 한껏 꾸미고 다녀도 재효는 별다른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보통 남자가 여자보다 작은 것을 싫어할 법도한데 같이 다닐 경우는 별 말을

하지 않지만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꾸미는 것을 싫어했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내 시선을 느낀 재효가 한마디 던졌다.

" 형도 어서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게 좋겠어요. "

" 됐어..한동안은 여행이나 다니면서 좀 쉬고 싶어.. "

" 괜찮은 애가 있다니까요 오빠! 제가 특별히 아끼는 애지만 오빠라면 허락할 수

있어요! 한번 만나보라니까 왜 그렇게 말을 안 들어요! "

" 내가 네 말 들을 짬밥이냐.. 한동안은 솔로의 편함을 느끼련다. 하하하!! "

어색하게 웃는 나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보이는 재효였다. 나라고 일년 가까이

솔로로 있으면서 저 닭살커플을 보는 것도 지겨웠지만 어쩌랴. 짝이 없는데.

한동안 집에서 먹을거리와 여행준비를 위한 기본적인 재료를 산 뒤 마트를

빠르게 나왔다. 손님이라고는 거의 없는 마트였지만 왠지 더 있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생수와 라면 등 필수품만 챙긴 후 마트를 나왔다. 집에 와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뒤 맥주한잔을 하면서 TV를 켰다. 역시나 TV에서는 연일 독감뉴스만 줄기차게 방송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매번 뉴스가 독감뉴스만 나오면 딴 건 볼게 뭐가 있나. "

"그러게요. 이젠 버라이어티나 토크쇼도 유지하는 프로그램이 없어 재방송만

하는데 이제 뭘 보면서 지내지?"

가볍게 안주로 내어준 오징어를 뜯으며 재효가 말을 이어갔다. 시계를 보니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통금인 11시 까지 여유가 있었으나 미란이와 재효는

홀아비 집에 오래있기 싫다며 마지막 남은 맥주를 먹은 뒤 각자의 집으로 갔다.

" 흠..내일 오후에 인터넷으로 배달한 캠핑 용품이 올 거고.. 오늘은 일찍

자야지.. "

다 먹은 맥주 캔을 대충 휴지통에 던져 놓고 나는 침대로 들어갔다.

" 띵동.. 택배입니다. "

" 띵동.. 배달 왔습니다. "

" 띵동.. 택배 왔습니다. "

이른 아침부터 연신 울리는 인터폰 소리와 차곡차곡 쌓여가는 택배 상자들을

보며 나는 아빠미소를 지었다. 이제 대충 정리만 하고 이틀 후에 전국일주를 할

생각에 들떠있었다. 평소 집에 있으면 나가기 귀찮아하는 성격상 집에는 많은

인스턴트 식품들과 생수 박스가 가득했다. 부모님이 계시면 필요한 만큼 주문하겠지만 앞으로 일 년 반을 혼자 살아야하고 이런 식품들은 굳이 마트에

가서 사오는 것보다 주문하는 것이 편했기에 자금 여유가 있을 때 많이 사자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다. 아침도 거르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7시까지 입고 된 차와 카라반을 찾으러 가기로 했으니 집에서 30분 남짓 걸리는 정비소까지 가려면 앞으로 2시간의 여유시간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담배를 하나 물면서 나는 습관처럼 TV켰다. 어차피 혼자

사는 집인데 담배핀다고 뭐라 그럴 사람도 없었다.

- 독감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들이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의식 회복 후 난폭한 상태가 지속되고 공격성이 높아져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집에서 간호하던 식구들을 공격해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가는 가능한 외출을 자제하고 문단속을 철저히

하도록 당부하고 있으며 집에서 환자를 보호하고 있는 가정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

재난 방송 급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채널을 돌려봐도 비슷한 뉴스만 특보

형식으로 방송이 되고 있었고 병원의 아수라장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 세상이 어찌 돌아가려고 이 모양이야. 그리고 환자들이 증가하는데 문 단속은

왜 하라는 거야?"

피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인상을 썼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지만

독감에도 치사율이 있었지만 이번 독감은 사망자가 나오지 않아 초기에

국가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느 감기약의 모토인 감기는 초반에

잡아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조차 지켜지지 못 한 것이었다. 아직

7시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핸드폰을 들어 콜 택시를 부른 뒤 정비소로

출발하였다.

" 사장님 일찍 오셨네요? 마침 정비가 마무리 되어 전화 드리려 했는데 "

" 아.. 시간이 좀 남아서 겸사겸사 일찍 왔습니다. 한번 둘러봐도 될까요? "

" 물론이죠! 이쪽으로 가시죠! "

정비소 사장님이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안쪽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워낙 유명한 업체다 보니 20여대의 픽업차량과 대략 40대는 넘게 주차되어있는

카라반들이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았다.

" 와...차량들이 어마어마하네요.. "

" 요새 가을철 성수기다 보니 주문이 밀려서요. 겨울이면 비수기라 바짝 벌어둬야

저도 좀 쉬면서 살아야죠! 하하하 "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일 안쪽 내가 맡겨 논 차량들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 도색 작업과 광택 작업을 해서 마치 새 것 마냥 반짝거리는 게 기분이

좋아 보였다.

" 그런데 견인 차 길이가 6미터 정도에 카라반이 13미터 조금 넘는데요. 두 차량

결속 시 총 길이가 거의 17미터에요. 이 정도면 국내에서 여행하기는 많이

무리가 있을 텐데요. 제가 일하면서 봤던 것 중에 제일 긴 모델인데요."

" 저도 후회하는 중입니다. 물건을 직접 못 보고 주문 한 거라. 뭐 조심히 다니면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

" 네네.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십쇼. 수리 내역은 이것저것요것하고 이놈저놈

주절주절.. 합하여 백사십 육 만원이지만.. 백 사십만 주십쇼!"

" 네에??!!! 얼마요?! "

" 백 사십이요. 둘 다 차량이 커서 재료가 다른 차보다 몇 배는 들어가고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그리고 저 차량은 일반 양산 차량이 아니고 미국 현지에

주문으로 판매되는 차량이라 저희 쪽에는 부품이 없어 따로 주문해서 구매한

상황이라.. 가격이 상승했네요."

" 네. 여기..카드요.."

" 일시불로 할까요?"

" 네..."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생겼다. 처음에는 백만 원이면 될 거라 했는데.. 도둑놈 같으니. 처음 받았던 좋았던 느낌과 인상이 왠지 억울하게 느껴졌다. 하늘을 보니

어느덧 하늘은 잔뜩 먹구름이 몰려오며 어두워져만 갔다.

" 비 온다는 소리가 있었나... 한바탕 쏟아질 것 같은데... 어서 출발해야지

가뜩이나 운전하기 힘든데 비까지 오면 난감한데. "

- 부르르릉 -

디젤 엔진특유의 소리와 함께 시동이 켜졌다. 대용량 디젤 엔진이었지만 생각보다

조용한 엔진 소리였다. 관리 못 한 휘발유 엔진보다 약간 큰 정도. 승차감도 꽤 만족스러웠고 무거운 카라반을 끌고도 전혀 힘이 부족하지 않았다. 1시간 정도 운전 후 빌라 옆 공터에 대충 주차를 했다. 경기권이지만 서울 경계선에 있는 동네였지만 개발이 덜 되어 근처에 공터가 많은 편이었다. 빌라 근처도 개발 예정지라는 푯말만 서있고 대충 펜스만 두른 그런 공터가 많은 편이었다.

집에 들어와 인터넷으로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앞으로의 날씨를 검색해

보았다.

" 기압골의 영향으로 내일 서울 경기 지방에 많은 비가 예상되고 천둥 번개와

동풍을 동반하겠습니다. 시설물 관리 .."

일기예보를 다 보기도 전에 하늘에서는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운전에 무리가 많은 내가 이런 날씨에 무리하게 나가기보다 맛 집이나

경치 좋은 곳을 검색하여 계획을 세워 출발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담배를 물고 인터넷 서핑을 시작하고 문득 시계를 보니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 오늘은 대충 보고 내일 재효나 불러서 봐야겠다. "

주위에 친구들이 하나둘 실업자가 되는 상황. 독감 하나로 국가 경제가 흔들리고 치안이 불안해져 가고 인심마저 팍팍하게 변해가는 상황. 세상은 점점 날씨 만큼이나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인터넷을 종료하기 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기 시작하는 검색어들을 지나친 나는... 마우스 한 번의 클릭이 편하게 잘 수 있는 마지막 잠이 될 줄 몰랐다.

" 쾅!!!!! "

멀리서 들리는 폭발음에 잠을 깨어났다. 어디서 가스 폭발음 비슷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 아씨...어디 사고라도 났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

부스스한 모습으로 침대에서 나와 바로 TV를 켰다. 이 정도 소리가 지속된

것이라면 뉴스에서도 속보로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TV를 켠 나는 한동안 얼어붙어 버렸다.

- 국민여러분. 중앙재난대책본부입니다. 국민여러분은 현재 상황에 동요하지

마시고 집에서 문단속을 철저히 하시고 방송에 따라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군,경찰이 사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 시간부로 계엄령이

발령되었습니다. 외출을 금지하여 주시고 군 지시에 따라주실 것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

어느 채널을 돌려봐도 상황을 비슷하였다. 마치 전쟁이라도 난 듯 파손되어진

건물 그리고 고속도로에서는 거북이처럼 운행하는 차들의 모습이 방송되었다.

인터넷에서는 각종 검색에 순위에는 좀비. 시체. 생존 등의 검색어가 상위에 랭크

되어있었고 SNS에서는 피를 뚝뚝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잔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속속 올라왔다. 머리에 망치라도 한대 때린 듯 멍하게 있던 나는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꿈일 듯싶던 상황이었지만 입에 문 담뱃재가 허벅지에 떨어져 뜨거움을 느낀 바 절대 꿈이 아니었다.

" 뭐 이런...말도 안 되는..."

말도 안 되다는 말은 연신 내뱉었지만 TV와 인터넷에서는 연신 현재 상태를

보도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독감에 치료약으로 만들어진 백신이 잘못되어

인육을 탐하는 일종의 좀비 형태로 만들었다는 내용.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매운 낮은 지능을 가졌지만 머리에 손상이 없는 한은 팔다리가 없어도

움직인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루머인지 알 수 없는 글들이 마구잡이로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온전히 집에 있기보다 다들 급하게 떠나는 것을 선택한 듯 주요 도로와 고속도로는 명절에나 볼 수 있는 엄청난

정체가 시작되었다.

-따르르릉 -

갑자기 울린 전화에 화들짝 놀랐다.

============================ 작품 후기 ============================

원래 연재작품에서 쓰는 글을 각색하여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같은

내용은 아닙니다. 뼈대만 같은 뿐 중반부터 에피소드를 바꿔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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