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 회: 1권-2화 --> (2/268)

<-- 2 회: 1권-2화 -->

2030년 5월 제주도 강정기지.

대한민국 유일의 대양 함대 사령부가 있는 제주 강정지기 항구에는 내항과 외항을 가득 메울 정도로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대한민국 해군은 주변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3개 전략 기동함대를 보유하기로 결정하고 2030년까지 독도 급 3척의 추가 건조를 비롯해 세종대왕 급 이지스함 3척과 5,000톤 급 구축함 6척을 추가로 건조하여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북한과의 급격한 통일 분위기에 따라 전략 기동함대 편성 계획을 대폭 수정하여 새롭게 대양 함대를 편성하였고 대양 함대 사령부를 함대 운용 취지에 맞게 제주 강정을 모항지로 결정했다.

강정기지 항구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산중턱,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4층의 대양 함대 사령부가 둥지를 틀고 있었고 그 3층에 대양 함대 사령관 집무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양 함대 사령관 박충식 제독이 망원경으로 항구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제 모든 민간 선박이 들어온 건가?”

“조금 전 울산에서 도착한 원유 시추선(Drillship)을 끝으로 동행을 신청한 선박들이 모두 입항했습니다.”

부관의 설명에 대양 함대 사령관 박충식은 거대한 크기의 원유 시추선에 망원경의 초점을 맞추며 감탄했다.

“대단하군. 저렇게 큰 원유 시추선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보니 규모가 대단해.”

사령관의 감탄에 부관인 이현호 소좌는 가지고 있던 서류를 들춰보며 설명을 했다.

“자료에 의하면 방금 들어온 원유 시추선은 극지방에서도 시추가 가능한 쇄빙 능력을 겸비한 선박으로 길이 110미터, 높이 21미터에 너비 70미터 그리고 무게가 4만 5,000톤으로 상주 인원도 10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흠! 시추선이 마치 대형 전함과 다를 바 없군.”

이렇게 말하던 박충식 사령관은 항구에 정박해 있는 대양 함대 소속 전함들과 민간 선박들을 둘러보다 독백을 했다.

“저렇게 많은 민간 대형 수송선들까지 정박해 있으니 완전히 대규모 선단이로군.”

그렇게 혼잣말을 하는 박충식에게 부관이 회의가 있다고 보고했다.

“그렇지 않아도 민간 선박 선장들과 파병 부대 지휘관 그리고 대양 함대 지휘관들이 모두 참석하는 상견례를 겸한 합동 회의가 오후 2시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부관의 말에 박충식은 고개를 돌려 벽시계를 바라봤다. 시계는 2시 20분 전이었다.

“2시라면 얼마 안 남았군. 장소는 어딘가?”

“회의 장소는 2층에 있는 대회의실입니다.”

“원유 시추선에서 인원이 오려면 시간이 촉박하지 않나?”

“이미 헬기를 타고 들어와서 대기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아! 원유 시추선에도 헬기가 탑재되어 있구나.”

“그렇습니다.”

“그럼, 시간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바로 내려가세.”

“제가 모시겠습니다.”

부관의 안내를 받으며 박충식 제독이 2층으로 내려가 대회의실로 들어서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부대 지휘관들과 선장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충식이 자신의 자리에 서자 부관의 사회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민군 합동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국민의례입니다.”

이어서 국민의례는 약식으로 진행되었고 의례를 마치자 부관인 이현호가 다시 회의를 진행했다.

“모두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자리에 앉느라 잠시 소란스러웠으나 회의실은 이내 조용해졌고 박충식은 부관의 소개가 있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번에 수송 함대를 지휘하게 된 대양 함대 사령관 상장(중장) 박충식입니다.”

박충식이 먼저 인사를 마치자 부관은 회의 참석자들을 일일이 호명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파병 부대 지휘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이번에 파병하는 부대인 미르 부대 부대장님이십니다.”

이현호 소좌의 소개가 있자 박충식의 왼편에 앉아 있던 장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에 미르 부대를 이끌게 된 여단장 김종석 중장(소장)입니다.”

짝 짝 짝 짝.

참석자들의 박수 소리에 이어서 사회자는 미르 부대 부여단장을 비롯해서 지휘관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소개를 받은 부대 지휘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민간 선박 선장들에게 관등성명과 함께 정중히 인사를 했다. 

부대 지휘관들의 인사 중 특이한 것은 미르 부대가 별도로 연대가 편재되어 있다는 것으로 이는 파병 부대 미르의 특성 때문이었다. 

소말리아 반군을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서는 병력을 소말리아 내륙까지 직접 투입해야 하는데, 작전 임무의 특수성과 전투력을 감안하여 대부분 부사관 이상으로 구성된 특전 연대가 편성되었던 것이다. 

이 특전 연대 편성 병력은 대부분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이었고 부대 지휘관은 부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북한군 출신인 강명철 대좌가 임명되었다.

미르 부대 지휘관들 소개가 끝나자 이번에는 대양 함대함장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이현호의 소개는 계속되었다.

“이번에 미르 부대를 수송하는 함대는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대양 함대가 맡고 있습니다. 기함인 마라도함의 함장인 김성태 대좌입니다.”

“반갑습니다. 마라도함장 대좌 김성태입니다.”

27,000톤의 만재배수량을 자랑하는 마라도함은 대외적으로는 독도함의 자매함으로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마라도함은 설계부터가 독도함과 구조가 전혀 달랐다. 

우선 27,000톤의 배수량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도함보다는 훨씬 크게 건조되었으며 독도함과는 전혀 다른 특징으로 2층의 격납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처음부터 함재기를 실어 나를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대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함의 탑재 및 장비 수송 능력은 독도함에 비해 거의 2배가 늘어났고, 그동안 예산과 주변국의 방해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던 함재기도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영국에서 해리어기 2개 편대가 도입되어 실전 배치되어 있었다. 

이렇게 독도함과는 전혀 다른 구조와 규모의 마라도함은 소형 항모라 불리기 충분할 정도였다. 

그랬기에 함장은 배의 크기에 걸맞게 해군 함장들 중 최고참 영관을 선임하였고 현재 함장을 맡고 있는 김성태 함장은 이번 작전을 마치고 복귀하면 장성 진급이 내정되어 있었다. 

마라도함장 인사에 이어서 각 전함 함장들이 일일이 소개되었다. 그렇게 각 전함 함장들 인사가 끝이 난 후 이번에는 민간 수송선 선장들이 소개되었다.

“다음으로 민간 수송선 선장님들 소개가 있겠습니다. 소개는 나이가 많으신 순서대로 하겠습니다. 먼저 오션프린스 선장님이십니다.”

이현호의 소개가 있자 민간인 측에서 한 사람이 일어났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민간 수송선 단장을 맡게 된 오션프린스호의 선장 김기태라고 합니다.”

김기태는 이번 선단에 참여한 대부분의 선장들같이 해군사관 출신으로 사령관 박충식과는 해사 2년 후배로 사석에서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대양 함대와 동행하는 민간 수송선은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대부분 컨테이너선들로 편성되어 있었다. 주둔지를 건설할 공병 부대는 물론 특전 연대까지 편재되어 보통의 여단 병력보다 많은 5,000여 명이 재보급 없이 1년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군수물자의 양은 실로 엄청났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많은 물자를 일시에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은 미르 부대 주둔 비용을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되는 아시아권 국가들이 분담해서 부담했기 때문이었다. 주둔지를 건설하기 위한 수많은 건설 장비들과 그에 필요한 건설 물자는 수송선을 10척이나 투입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러한 운송 물자 중 가장 특이한 것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던 잠수함과 시속 100km의 속도를 자랑하는 고속 침투 함정의 수송이었다.

남북이 통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남한 군부가 놀랐던 것은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 전력이었다. 

이전까지 남한이 파악하기로 북한 잠수함 전력은 비록 수십 척을 보유하고는 있으나 대개 노후 함정들로 신형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공개된 북한 잠수함 전력은 상당했다.

비록 로미오 급(만재배수량 1830톤, 탑승 인원 65명)의 소형이고 외형은 설계상 어쩔 수 없이 구형이었으나 어뢰 발사관 숫자를 8개로 개조하고, 기뢰 발사관까지 갖춘 10척의 신형 잠수함을 자체 제작해 비밀리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 밝혀진 것이다. 

남북한 군당국은 파병 부대 임무가 아덴만 일대를 완전 장악해 수송선박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어서 전투함정을 다수 보냈어야 했으나 해군 전력 여유분이 거의 없는 남북한 해군 전력을 고려해 유엔과 협의를 거쳐 5척의 북한산 로미오 급 잠수함과 북한의 특수전 부대가 사용하던 고속 침투 함정 10척을 투입한 것이다. 

5척의 잠수함이 원양항해가 가능했지만 보급 문제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고려해 잠수함을 아예 수송선에 실어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주둔지 스코트라 섬의 항만 시설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 주둔지 항만 확충 공사가 끝날 때까지는 지부티의 미군기지 항구를 사용하기로 미국과 이미 협의까지 마쳐 놓았다. 북한 잠수함이 미군 전용 항구를 사용하는 일은 이전 같으면 생각도 못 할 일이었지만 미국의 요청으로 파병하는 것이고, 통일을 눈앞에 둔 한반도 상황이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수송 선단에서 특이한 점은 일반 상선들이 다수 동행한 것이다.

그 이유는, 지난 10여 년 동안 소말리아 해적들이 워낙 심하게 설쳐 대는 바람에 그동안 고가의 수출품을 실은 선박들이 해적들의 나포 위험을 피해 수에즈 운하 통과를 아예 포기한 채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수하면서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가는 긴 수송로를 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대양 함대의 이번 항해는 이들에게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하는 것은 물론 안전 항해까지 보증할 더없이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추가로 동행하는 일반 수송선박은 고가의 컴퓨터 등의 가전제품을 선적한 대형 컨테이너선 3척과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반선인 RORO(Roll On/Roll Off)선 3척 등 6척이었다. 

이렇게 16척의 민간 수송선이 참여하고 대한민국 대양 함대전부가 투입되는 수송 작전은 대한민국 해군이 창설된 이래 가장 대규모의 선단 구성이었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소개와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박충식이 마이크를 잡았다.

“앞으로 사흘 후면 출항입니다. 민간선 선장님들께서는 그동안 선원들 보안 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민간 수송선 선장들이 동시에 대답을 하자 박충식은 이번에는 군 쪽에도 똑같은 주문을 했고, 그렇게 박충식의 당부가 끝나자 사회자가 다시 나섰다.

“그럼 지금부터 본 수송 작전에 대한 작전 개요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부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창문커튼이 자동으로 내려오면서 회의실 전면에는 대형화면이 비쳐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