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2 31. 만남 =========================================================================
“줄 존나 기네.”
“아, 미치겠다. 도대체 어떻게 바뀌었길래 이리 많은거야?”
“이렇게 기다렸는데 개 쓰레기 같이 개편했으면 본사 테러해야지.”
“아, 거기 새치기 하지마요!”
“죽고 싶어? 새치기 하지 말고 뒤로 꺼져!”
줄은 참으로 길었다. 줄을 선 유저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며칠 동안은 못 들어갈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지만 줄이 줄어드는 속도와 줄을 서는 유저들의 속도로 보아 기다리지 않는 이상 적어도 며칠은 교환소를 이용하지 못 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어?’
대장간으로 돌아가려던 명후는 시야에 들어온 것에 순간 적으로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헐, 고블린이다.”
“뭐지? 짱 커! 보스 고블린 같은데?”
“근데 왜.. 여기 있어?”
“머리 위에 봐봐! 저 문양 펫이라는 표시잖아! 누구 펫인가봐!”
고블린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몬스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키를 가지고 있는 고블린이 걸어오고 있었다. 고블린의 머리 위에는 특이한 문양이 둥둥 떠 있었는데 들려오는 유저들의 말소리로 보아 펫이라는 문양인 것 같았다.
“어! 야, 저거 봐봐!”
“헐, 미노타우르스?”
“대박.. 개 멋있어..”
“교환소에서 파는건가? 어! 야 저기 코볼트다!”
“헐, 드레이크야!”
고블린 뿐만 아니었다. 미노타우스르부터 시작해 코볼트, 드레이크 등 다양한 몬스터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활보하는 몬스터들의 머리 위에는 전부 펫 문양이 떠 있었다.
‘설마.. 골라 잡으라는 말이 이거였나?’
펫 문양을 보던 명후는 문득 민형의 말이 떠올랐다.
-골드의정석에게 : 민형아.
-골드의정석 : 어! 들어왔냐!
명후는 민형에게 귓속말을 날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민형이 답했다.
-골드의정석에게 : 너, 교환소 이용했냐?
-골드의정석 : 어! 지금도 교환소다!
교환소에 있다는 민형의 말에 명후는 잘됐다는 표정으로 이어 귓속말을 날렸다.
-골드의정석에게 : 야, 교환소 어떻게 개편된거야? 얘들이 펫 같은거 데리고 다니는데, 펫 생긴거야?
명후는 귓속말을 날리고 잠시 기다렸다. 이내 기다리던 귓속말이 날아왔다.
-골드의정석 : 어, 펫 생겼다. 근데 엄청 비싸다. 거기다 등급에 따라 필요 공적도 차이가 엄청나! 근데 제일 싼 것도 공적도가 5만이나 필요해서 수준 되는 사람들만 살 것 같다. 교환 불가라서 돈으로도 못 사. 시체가 있다면 모를까.
‘시체? 설마..’
명후는 문득 든 생각에 민형에게 다시 귓속말을 날렸다.
-골드의정석에게 : 시체가 있다면이라니? 무슨 소리야? 설마 살아있는 몬스터를 파는 게 아니라 시체 파는거야? 생명의 구슬 같은 걸로 부활시키는거고?
-골드의정석 : 어? 잘 아네! 교환소냐? 어디야?
민형의 말에 명후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살아있는 몬스터를 펫으로 판매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민형의 말에 따르면 교환소에서는 시체를 판매하고 있었고 생명의 구슬로 시체를 펫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생명의 구슬을 판다고? 그 비싼걸?’
문제는 생명의 구슬이었다. 돌아다니는 펫들을 보아 많은 이들이 생명의 구슬을 사용 한 것 같은데 명후가 알기로 생명의 구슬을 구매하기 위해선 1500만의 공적도가 필요하다.
‘설마.. 싸진건가?’
보통의 유저들은 1500만의 공적도를 모으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 생명의 구슬을 구매하는데 필요한 공적도가 하락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설명 할 수 없었다. 명후는 민형에게 귓속말을 날렸다.
-골드의정석에게 : 생명의 구슬 구매하는데 필요한 공적도가 얼마야?
-골드의정석 : 노말은 5천, 매직은 5만, 레어랑 유니크는 모르겠다.
‘아..그런건가.’
생명의 구슬에도 급이 있다는 것에 명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인벤토리를 열어 검은 달의 탑에서 얻은 엄청난 수의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명후는 시체를 보고 민형에게 다시 귓속말을 날렸다.
-골드의정석에게 : 알았다. 직접 봐야겠네. 근데 영약은? 영약은 어떻게 됐냐?
펫도 펫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약이었다.
-골드의정석 : 영약? 없어졌다.
-골드의정석에게 : 없어졌다고?
-골드의정석 : 어, 4층 이상으로 올라간건지 아니면 아예 없어진 건지 모르겠는데 일단 3층에는 없다. 얘들 완전 난리남. 큭큭
-골드의정석에게 : 알았다. 수고해라.
그렇게 귓속말을 끝낸 명후는 인벤토리를 닫고 길게 늘어선 줄과 거리를 활보하는 펫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몸을 돌려 대장간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명후는 대장간으로 걸어가며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레드 이글 기사단의 파손 된 장비>
레드 이글 기사단의 장비가 토벌 중 파손 되었다. 현재 장비가 파손 된 레드 이글 기사단은 토벌을 멈춘 상태이고 다시 토벌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장비가 필요하다. 레드 이글 기사단의 장비를 빠르게 제작하라!
남은 기간 : 3일
[묵철 장검 : 0 / 50]
[묵철 랜스 : 0 / 50]
[묵철 방패 : 0 / 100]
[묵철 갑옷 : 0 / 50]
난이도 : B
퀘스트 보상 : 헬리오카 공적도 80만
‘얼른 해야겠네..’
남은 기간은 3일로 매우 짧았다. 물론 완료에 필요한 아이템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드는 것이 아니었기에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이것들도 빨리 처분해야 되는데..’
퀘스트를 확인 한 명후는 퀘스트 창을 닫고 다시 인벤토리를 열었다. 인벤토리에는 검은 달의 탑에서 얻은 4천만 골드와 다이아몬드, 루비, 발록의 뿔등 수많은 아이템들이 들어와 있었다.
‘골드는 팔아버리고.. 보석도 팔아버리고.. 재료 아이템은 내가 쓰고.. 시체는.. 파는게 낫겠지?’
명후는 재료 아이템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 얼마 뒤, 대장간에 도착한 명후는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빨간 버튼을 눌러 판막이를 설치했다. 그리고는 곧장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아이템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쾅!
[묵철 장검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쾅!
[묵철 장검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기계처럼 아이템을 만들고 있는 바로 그때였다.
[카로트가 소환을 원하고 있습니다.]
멈칫!
“...?”
나타난 메시지에 명후는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카로트가 소환을 원하고 있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명후는 처음 보는 메시지에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쾅!
[묵철 장검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잠시 메시지를 바라보던 명후는 마저 아이템을 만든 뒤 파란 버튼을 눌러 판막이를 해제했다. 그리고 대장간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공터로 걸어갔다.
‘근데.. 여기서 소환해도 되려나?’
이내 공터에 도착한 명후는 문득 든 생각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카로트는 리치였다. 외곽이라고는 해도 황궁 안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카로트를 소환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증표도 있고 별 일 안 일어나겠지..’
카로트가 난리를 칠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자신에게는 황제의 증표가 있었다. 명후는 소환하기로 결정하고 펫 창을 열어 카로트를 소환했다.
스아악
이내 카로트가 소환되었다.
스윽
소환 된 카로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명후를 보며 말했다.
-주인님, 혹시 그 탑에 있는 비밀 공간을 확인 하셨습니까?
‘비밀 공간? 지하를 말하는건가?’
카로트의 말에 명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하 공간이라면 확인했지.”
-아.. 그것이 아니라, 지하 공간 밑에 또 하나의 공간이 있었습니다.
“...뭐?”
지하 공간 밑에 또 다른 공간이라니? 명후는 카로트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카로트가 이어 말했다.
-각성 후 알게 된 것인데.. 지하 공간 밑에 분명 무언가가 있습니다. 아주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살아있는 게 아닌 것으로 보아 장비로 추정됩니다. 그것.. 그것을 부디..
카로트는 그렇게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 카로트의 말에 명후는 메시지가 나타났던 이유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어떤 아이템이길래 이러는거지?’
카로트는 리치다. 그것도 보통 리치가 아닌 아크 리치였다. 아크 리치가 된 카로트가 이렇게 간절히 원할 정도의 아이템이 있다는 것이 명후는 조금 놀라웠다. 그리고는 한편으로 기대가 됐다. 명후는 카로트를 보며 말했다.
“거기로 가는 방법은?”
-탑 꼭대기에 그곳으로 가는 마법진이 있습니다.
“알았다. 거기 가서 다시 소환해줄게.”
-예, 주인님.
명후는 다시 카로트를 역소환 시켰다.
‘일단.. 퀘스트부터 완료하고.’
아직 아이템을 전부 제작하지 못했다. 명후는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아이템을 마저 제작하기 위해 대장간으로 돌아갔다.
쾅!
[묵철 갑옷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얼마 뒤,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아이템을 전부 제작한 명후는 퀘스트 완료를 위해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 도착한 명후는 캐논에게 바로 장비를 건네고 퀘스트를 완료했다.
‘가볼까.’
퀘스트를 완료한 명후는 카로트가 말한 아이템을 습득하기 위해 다시 황궁에서 나와 검은 달의 탑이 있는 어둠의 숲으로 향했다. 어둠의 숲에 도착한 명후는 펫 창을 열어 카로트를 소환했다.
-아아...
소환 된 카로트가 갑자기 부르르 몸을 떨더니 미소를 지었다. 명후는 이상한 눈빛으로 카로트를 보고는 앞장 서 검은 달의 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7층에 있다고 했지?”
탑에 도착한 명후가 카로트에게 물었다.
-예, 주인님.
카로트의 대답을 들은 명후는 문을 열고 탑으로 들어왔다.
[검은 달의 탑에 입장하셨습니다.]
탑으로 들어오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카로트가 지팡이를 들며 말했다.
-주인님, 3층에 누군가가 있습니다.
“3층? 여기에?”
============================ 작품 후기 ============================
오늘도 아슬아슬 연재입니다.
어서 본래 페이스를 찾아야 할텐데 ㅠㅠ
즐거운 금요일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허허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