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3 34. 제 7 마계로 =========================================================================
급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명력이 대폭 늘어난 것도 아니고..’
현재 자신의 생명력과 예전 죽임을 당했을 때와 비교해 아예 차이가 없었다. 예전에도 한 방에 죽었으니 지금도 한 방에 죽을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하지..?’
급살은 어떻게 해야 될 지 곰곰이 생각했다.
‘잠깐..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닐 수도 있잖아.’
곰곰이 생각을 하던 중 문득 든 생각에 급살은 명후를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바로 죽었는데.. 지금 말을 걸어주는 걸로 봐서는..’
전에 죽임을 당했을 때는 말 한 마디 나누기 전에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달리 말을 걸어주고 있었다.
“기억 나셨나요?”
바로 그때 명후가 물었다. 명후의 물음에 급살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기억났습니다.”
“그렇군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은 명후를 보며 급살은 조심스레 입을 열어 말했다.
“혹시.. 절 또 죽이실 건가요?”
급살은 말을 한 뒤 명후의 반응을 살폈다. 명후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한다면 로그아웃을 하던 워프 스크롤을 사용하던 재빨리 이 자리에서 도망갈 생각이었다.
‘죽을 수는 없지.’
예전이라면 죽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아그라넥토의 증표가 있는 지금은 아니었다. 죽을 경우 아그라넥토의 증표는 드랍이 된다. 절대로 데미갓 등급의 아이템을 드랍 할 수 없었다. 급살의 말에 명후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요, 그때는 죄송했어요. 탑의 마법사 이신줄 알고 죽인거거든요.”
“아!”
급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 급살을 보며 명후는 생각했다.
‘나한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급살이 딱히 자신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받은 퀘스트를 생각하면 급살은 자신에게 있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2번 죽인 것도 미안하고..’
고의는 아니었지만 급살은 이미 자신에게 2번이나 죽임을 당했었다.
‘또 죽이는 건 좀 그렇겠지?’
거기다 급살을 죽인다고 해서 이롭거나 이득 되는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굳이 죽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골드의정석 : 야, 잠깐만. 너 급살 저 사람이랑 잘 아는 사이야?
민형에게 귓속말이 날아왔다.
-골드의정석에게 : 아니? 그냥 실수로 예전에 몇 번 죽였었어.
-골드의정석 : 휴, 다행이네.
뭐가 다행이란 말인가? 민형의 귓속말에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골드의정석에게 : 뭐가 다행이야?
-골드의정석 : 또 죽여야 되니까.
-골드의정석에게 : 뭐?
민형의 입에서 급살을 죽이자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명후는 귓속말을 날리고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민형을 바라보았다. 민형은 자신을 바라보는 명후의 표정을 보고 역시 그렇구나 라는 표정으로 명후를 바라보며 귓속말을 날렸다.
-골드의정석 : 혹시나 했는데.. 너 저 사람한테 현상금 걸려 있는거 모르는구나?
-골드의정석에게 : 현상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명후의 반문에 민형이 이어 귓속말을 날렸다.
-골드의정석 : 마왕 강림 때문에 급살 저 사람한테 현상금 엄청나게 걸렸다. 네가 마왕 잡으러 온다고 해서 혹시 만날까봐 나도 퀘스트 2개 받아왔는데 2개 퀘스트에 걸린 현상금만 20만 골드다. 저 사람 한 번 죽이면 20만 골드를 얻는 거야! 셋이 나눈다고 해도 명당 6만 씩은 벌 수 있다고!
-골드의정석에게 : 헐..
민형의 귓속말에 명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 급살을 바라보았다. 원래 명후는 급살을 죽여 봤자 이롭거나 이득 되는 일이 없어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민형의 말을 들은 지금은 아니었다.
‘죽여야 겠는데.’
죽이지 않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건 듣지 않았을 때 이야기였다. 명후는 다시 급살을 죽이기로 결정했다. 20만 골드를 포기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다시 살아나잖아.’
살짝 미안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급살은 유저였다. 죽여도 몇 시간만 지나면 다시 살아나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명후는 미안한 표정으로 급살을 바라보았다.
“...?”
명후의 말에 미소를 짓고 있던 급살은 갑자기 미안해하는 명후의 표정을 보고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급살의 표정을 보며 명후가 입을 열어 말했다.
“죄송해요.”
‘...설마.’
급살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아무래도 생각이 다시 바뀐 듯 했다. 급살은 재빨리 입을 열어 외쳤다.
“잠깐만요! 저 왜 죽이시려는 건지 이유 좀 알려주세요.”
물론 이유는 대충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유를 알려달라 하는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급살은 조심히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게.. 현상금이 걸려 있다네요.”
“,..”
인벤토리를 열어 마왕성 워프 스크롤의 위치를 확인하던 급살은 명후의 말에 순간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현상금?’
현상금이라니? 급살은 인벤토리에서 시선을 돌려 명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상금이요?”
“네, 지금 여러 나라 여러 인물들이 급살님한테 현상금을 걸었어요. 어차피 다시 살아나시니까.. 한 번 죽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
명후의 말에 급살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죽어달라는 명후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여러 나라? 여러 인물? 한명도 아니고 여러 나라에 여러 사람들이 나한테 현상금을 걸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심각 한 것 같았다. 물론 그 뿐, 이곳에서 나갈 생각이 없었기에 상관 없었다. 급살은 명후를 보며 말했다.
“혹시.. 제가 밖에서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아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말을 마친 급살은 언제든지 스크롤을 사용 할 수 있도록 명후 일행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급살의 말에 명후와 지연, 민형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뭐야, 자기가 처한 상황을 모르는거야?”
“그런 것 같은데?”
“메시지로 나타났잖아?”
“그거야 우리한테 나타난 거고 본인한테는 안 나타났을 수도 있지. 일단 민형아 네가 제일 잘 알지?”
“어, 근데 잠깐만.”
명후의 말에 답한 민형은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인벤토리를 열어 스크롤을 꺼냈다. 그리고 곧장 스크롤을 펼쳤다.
스아악
그러자 스크롤에서 초록색의 날개가 솟아나 하늘로 떠올랐다. 명후와 지연은 물론 멀리서 반응을 살피던 급살까지 의아한 표정으로 초록색 날개를 쳐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러진 날개 지대에 들어오셨습니다.]
[워프, 블링크 등 각종 이동 스킬, 아이템을 사용 할 수 없습니다.]
“...?”
“...!”
메시지를 본 명후와 지연, 급살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 민형은 급살의 표정을 보고 역시 하는 표정을 짓고는 명후와 지연을 보며 말했다.
“혹시나 우리가 이야기 하는 사이에 튈 것 같아서. 그리고 굳이 설명해줄 필요가 있냐? 어차피 죽일건데.”
“그러네..”
민형의 말에 명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명후는 급살을 바라보았다. 급살은 매우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그때 잠자코 있던 카로트가 입을 열어 말했다.
-주인님, 저 자를 흡수해도 되겠습니까?
“...뭐?”
카로트의 말을 들은 순간 명후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급살은 NPC가 아니고 몬스터도 아닌 유저였다. 유저인 급살을 흡수하겠다니?
“흡수 할 수 있어?”
-예, 일부 흡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흡수 해도 되겠습니까?
“어,어!”
명후는 카로트의 말에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카로트가 답하며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이익!”
급살은 카로트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부러진 날개 지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뒤로 돌아 재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급살은 달리며 인벤토리를 열어 마왕성 워프 스크롤을 꺼냈다. 부러진 날개 지대에서 빠져나오는 그 순간 스크롤을 찢어 워프 할 생각이었다.
스악
‘시발..’
그러나 급살이 부러진 날개 지대에서 빠져나가는 것보다 카로트의 공격이 한 발 빨랐다. 급살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검은 구슬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죽으면 안 되는데..’
자신은 이곳에서 죽을 수 없었다. 아니,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결코 죽어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쩌적
그러나 그런 급살의 마음을 모르는 검은 구슬은 금이 가기 시작했고 급살의 표정은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펑!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금이 간 검은 구슬이 폭발하며 급살을 덮쳤다.
[‘아크 리치 카로트’가 유저 ‘급살’을 공격하였습니다.]
어째서인지 적대 상태에 돌입했다는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명후는 폭발이 사라지고 쓰러진 급살을 바라보았다. 급살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스아악
쓰러진 급살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빠져나와 카로트에게로 날아와 흡수 되었다.
[카로트가 기운을 흡수해 지력이 70 상승하였습니다.]
“됐다!”
메시지를 보던 명후는 민형의 외침에 고개를 돌려 민형을 바라보았다. 민형은 명후가 자신을 보자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퀘스트 보고하고 돈 받는 대로 줄게.”
“오케이.”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지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나는 안 줘도 돼.”
“어? 괜찮겠어?”
“응, 한 것도 없는데 받을 만큼 염치가 없지는 않아! 헤헷.”
지연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저 멀리 쓰러져 있는 급살의 시체를 보고 명후를 보며 말했다.
“근데 저기 뭔가 반짝이는 것 같은데? 아이템 드랍 한 거 아니야?”
“...?”
명후는 지연의 말에 재빨리 급살의 시체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머리 부근에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명후는 재빨리 급살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이내 급살의 시체 앞에 도착 한 명후는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며 중얼거렸다.
“...증표 같은데?”
증표, 반짝이는 무언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황제의 증표나 검은 발톱의 증표 처럼 누군가의 증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윽
-죽음의 마왕 아그라넥토의 증표를 습득하셨습니다.
역시나 반짝이는 무언가의 정체는 증표였다. 그것도 보통 증표가 아닌 마왕 아그라넥토의 증표였다. 명후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증표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죽음의 마왕 아그라넥토의 증표를 보유 중입니다.]
[모든 유저와 적대 상태에 돌입합니다.]
“...?”
증표를 습득 후 뒤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명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모든 유저와 적대 상태?’
명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재빨리 증표의 정보를 확인했다.
<죽음의 마왕 아그라넥토의 증표[데미갓]>
죽음의 마왕 아그라넥토의 증표, 증표를 가지고 있을 경우 다음의 효과를 받는다.
1. 아그라넥토보다 급이 낮은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공격 받지 않는다.
2. 모든 유저들과 적대 상태가 된다. 단, 적대 상태는 표시 되지 않는다.
3. 증표는 버릴 수 없으며 유저에게 사망 시 드랍 된다.
“...헐.”
증표의 정보를 확인 한 명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
“뭔데?”
지연과 민형이 왜그러냐는 표정으로 명후와 증표를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둘의 물음에 명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지연과 민형을 보며 말했다.
“이거.. 데미갓 등급 아이템인데?”
“뭐? 데미갓?”
“헐? 데미갓?”
“어.. 근데 조금.. 이상한 옵션이네.”
명후는 지연과 민형에게 증표의 옵션을 설명해주었다.
“그럼 교환 불가인거네?”
“데미갓 등급이라 엄청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좋은 건 아닌 것 같네.. 거기다 모든 유저와 적대 상태? 그거 진짜 부담 되는 옵션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명후는 말끝을 흐렸다. 민형은 불안한 옵션이라 했지만 명후 본인이 보기에는 가장 사기적인 옵션이었다. 증표의 옵션을 보던 명후는 이내 인벤토리를 열어 증표를 넣었다. 그리고 증표가 드랍 된 것처럼 또 다른 드랍 아이템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확인했다. 역시나 급살의 팔 밑에 무언가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스크롤?”
튀어 나와 드러난 모양으로 보니 스크롤 같았다. 명후는 재빨리 급살의 팔을 들어 삐죽 튀어나와 있는 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스크롤이네?”
“웬 스크롤?”
“워프 스크롤인가?”
명후는 손을 뻗어 스크롤을 주웠다.
-아그라넥토 마왕성 워프 스크롤을 습득하셨습니다.
“...헐.”
============================ 작품 후기 ============================
헐..
즐거운 금요일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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