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9 64. 저주받은 바르타슈의 성 - 남쪽 =========================================================================
‘...바로 중심으로 갈까 했는데.’
명후는 하란의 물음에 잠시 생각했다. 현재 명후는 성의 중심으로 가야했다. 그래야 등급 퀘스트를 완료 하고 등급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하란을 따라간다면 중심이 아닌 남쪽으로 가게 될 것이었다.
“저..”
잠시 생각을 하던 명후는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하란에게 입을 열어 말했다.
“제가 먼저 들릴 곳이 있는데. 혹시 성의 중심에 먼저 갈 수 있을까요?”
-아...
명후의 말에 하란이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그러나 하란은 쉽게 말을 내뱉지 못했다. 명후는 그런 하란의 모습을 보며 재차 입을 열어 말했다.
“혹시 중심을 갈 수 없는건가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하란의 난감한 표정과 반응을 보니 곧장 중심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 한 것 같았다.
-예, 지금 성의 중심은 강력한 저주와 결계로 인해 갈 수가 없습니다.
예상대로였다.
“...그렇군요.”
하란의 말을 듣고 명후가 조금 실망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명후의 실망한 기색을 눈치 챈 하란이 재빨리 이어 말했다.
-저주의 기둥 몇 개만 없애면 저주와 결계가 약해져 중심으로 갈 수 있을 겁니다.
어차피 퀘스트 때문에 저주의 기둥을 파괴하려 했던 명후였다. 명후는 하란의 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 * * *
회사 ‘명경’의 소회의실.
소회의실에는 현재 김무웅과 장무열 그리고 박태석까지 총 세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면 마계는 하향 없이 이대로 가는겁니까?”
대화의 주제는 현재 유저들에게 개방 된 7마계였다.
“예, 아무래도 지금 하향을 해버리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겁니다.”
박태석의 물음에 김무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하지만 마왕성 난이도가 너무 높다고 말들이 많은데요.”
김무웅의 답을 들은 박태석이 이어 말했다.
“...”
“...”
박태석의 말을 듣고 김무웅과 장무열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속으로 쓴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
자신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김무웅과 장무열을 보며 박태석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박태석의 갸웃거림에 속으로 쓴웃음을 짓고 있던 장무열이 입을 열었다.
“지금 마왕성의 난이도가 높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랭커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분명 마왕성도 클리어가 될 겁니다.”
“아, 그렇군요.”
장무열의 말에 박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무열은 박태석의 끄덕거림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대로라면 진즉에 클리어 됐겠지만..’
원래대로라면 지금 유저들의 수준으로도 7마계의 마왕성을 충분히 클리어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7마계의 마왕성은 달라진 상태였다.
‘마왕이 다르잖아 마왕이..’
정확히 말하자면 마왕성의 주인이 달라져 있었다. 원래 7마계를 다스리며 마왕성에 살고 있던 마왕은 죽음의 마왕 아그라넥토였다.
‘아그라넥토가 죽은 건 둘째치고..’
그러나 아그라넥토는 어느 유저 파티에 의해 소멸했다. 다시 살릴 수야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모든 데이터들을 손봐야하는데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9마계 마왕이 7마계에 들어 살 줄은..’
문제는 9마계의 마왕이 7마계의 마왕성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9마계, 지금 유저들의 수준으로는 마왕성은 커녕 사냥조차 힘든 난이도를 갖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의 마왕과 수하들이 7마계의 마왕성에 살고 있다. 유저들이 7마계의 마왕성을 어렵게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면..”
박태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예전에 말씀드렸던 그 유저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김무웅과 장무열은 박태석의 말을 듣고 한 유저를 떠올렸다.
“그 유저라면..”
“마왕성 감옥에 갇혀 있다는 급살이라는 유저를 말하시는 겁니까?”
급살, 마계에 있는 수많은 유저들 중 유일하게 마왕성 내부에 들어가 있으며 마왕성 지하에 있는 감옥에 수감 되어 있는 유저였다.
“네, 매일매일 항의와 함께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거기다 꾸준한 글과 자극적인 글의 내용 때문에 관심을 갖는 유저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구요.”
김무웅과 장무열의 말에 박태석이 답했다. 박태석의 말대로 현재 급살은 매일매일 항의를 보냄과 동시에 각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었다.
거기다 글의 꾸준함과 자극적인 내용으로 게시판을 이용하는 유저들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음..”
“그게...”
박태석의 말에 김무웅과 장무열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말끝을 흐린 김무웅과 장무열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하지?’
‘우리가 접속해서 빼낼까?’
‘이제 가능하긴 한데, 별 말 없으시려나?’
‘그러니까 그 때 스승님한테 말씀 드리자니까!’
눈빛으로 대화를 마친 김무웅과 장무열은 다시 고개를 돌려 대답을 기다리는 박태석을 바라보았다.
“그 문제는..”
먼저 입을 연 것은 김무웅이었다.
“조만간 해결 해보겠습니다.”
물론 저번 회의 때도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진짜 해결을 할 생각이었다.
“음.. 알겠습니다.”
그러나 여태 있던 회의 때마다 같은 대답을 들었기 때문일까? 박태석은 미덥지 않은 표정으로 김무웅의 말에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조만간 열릴 유저 결투 대회 말입니다.”
“예.”
그리고 다시 회의가 시작됐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회의 때 뵙겠습니다.”
한동안 회의가 이어졌고 이내 회의가 끝이 났다.
스윽
“그럼 이만.”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박태석이 김무웅과 장무열에게 인사를 하고 소회의실에서 빠져나갔다.
“후아.”
“히야.”
박태석이 나간 뒤 김무웅과 장무열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회의 시작 때 보이지 않았던 피곤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건데 회의가 끝나면 왜 피곤해 지는 거지?”
장무열이 말했다.
“동감. 차라리 버그 수정 하는게 더 편한 것 같아.”
김무웅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게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소회의실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은 좀 쉴 수 있겠는데.”
소회의실에서 나오며 장무열이 말했다.
“쉴 수 있을까?”
그러자 김무웅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장무열은 김무웅의 말과 웃음을 본 순간 불안과 함께 의아함을 느꼈다. 불안과 의아함이 반반 섞인 장무열의 눈빛을 보고 김무웅이 이어 말했다.
“구하러 가야지.”
“...아.”
김무웅의 말이 끝나고 말뜻을 깨달은 장무열이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생각을 해 보니 해야 될 일이 하나 있었다.
“어차피 해야 될 거 빨리 구하자.”
해야 될 일, 그것은 바로 마왕성 지하에 갇혀 있는 유저 급살을 구하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구한다기 보다 빼낸다고 해야 맞을 것이었다.
“스승님한테는 말씀 드릴거야?”
장무열이 물었다.
“아니, 그냥 하자. 어차피 권한도 들어왔고. 말씀 드렸다가 뭘 그런걸 말하냐고 혼나기만 할 것 같다.”
김무웅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예전에는 마계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손을 쓰기 위해서는 스승의 허락과 권한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마계가 개방 되고 시간이 흐르며 마계에 손을 쓸 수 있도록 권한을 받았다. 비록 7마계에 한정 된 권한이었지만.
* * * *
[바르타슈의 외성에 진입하셨습니다.]
‘이제 시작인가.’
입구에서 하란에게 간단한 정보와 주의사항을 듣고 안으로 들어 온 명후는 메시지를 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게 다..’
주변에는 수많은 석상들이 존재해 있었다.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소녀, 집으로 들어가려는 청년 등 수많은 인간들의 석상이.
‘바르타슈의 신도들..’
전부 이곳 바르타슈의 성에 살고 있으며 바르타슈를 믿고 따르던 신도들이었다. 저주에 의해 석상으로 변한 그들을 보며 명후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이제 곧 변절자들이 눈치를 챌 겁니다.
앞장 서 걸음을 옮기던 하란이 말했다.
-그들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명후는 하란이 말한 부탁이 어떤 것인지 이곳에 들어오기 전 들은 상태였다. 하란의 말에 명후는 조금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
저벅!
그리고 얼마 뒤 하란이 걸음을 멈췄다. 명후는 하란이 걸음을 멈추자 따라 걸음을 멈추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란이 걸음을 멈췄다는 건 단 한 가지를 의미했다.
저벅.. 저벅... 저벅..
사방에서 크고 작은 발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변절자들의 발소리가 분명했다. 명후는 하란을 보았다.
-...부탁드립니다.
하란 역시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고 다시 한 번 부탁한다는 말을 내뱉었다.
스아악
그와 동시에 하란의 몸에서 밝은 빛의 파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란의 가호가 선포 되었습니다.]
[변절자들에게서 받는 데미지가 30% 감소됩니다.]
[변절자들에게 주는 피해가 20% 증가합니다.]
[변절자들을 공격 할 수 있습니다.]
[변절자들에게서 저주의 파편을 획득 할 수 있습니다.]
파장에 닿은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란!
-네가 여기에 왔다는 건..
-그가 왔다는 건가?
-설마 저 자가..
주변에는 석상이 된 다른 신도들과 달리 너무나도 자연스레 움직이고 있는 인간들이 나타나 있었다. 변절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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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