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7 84. 명후의 선택 =========================================================================
‘설마 그 급살?’
명후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라미너스의 입에서 급살이란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예.”
프라미너스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명후의 말에 답했다.
“...”
명후는 프라미너스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프라미너스 역시 명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입을 다문 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 급살인건가?’
아직 확실 한 건 아니다. 프라미너스가 말한 급살이 명후가 알고 있는 그 급살이 아닐 가능성도 있었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은데.’
물론 아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분명 유저일테고.’
NPC들이 급살이란 이름을 사용 할 리 없었다. 즉, 프라미너스가 말한 급살은 유저가 분명했다.
‘급살이란 이름이 흔한 것도 아니고.’
거기다 급살이란 이름은 흔한 이름이 아니다.
‘만나봐야겠어.’
명후는 미소를 지었다. 만나면 알게 될 것이었다. 명후가 알고 있는 급살인지 아니면 다른 급살인지.
‘진짜 그 급살님이면 좋겠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급살이면 좋겠다고 명후는 생각했다.
‘미안하기도 하고..’
인연인지 명후는 급살을 꽤나 자주 만났었다. 아니, 그리 자주 만난 건 아니지만 다른 유저들과 비교해 상당히 자주 마주쳤다.
그런데 문제는 마주칠 때마다 급살이 죽음을 당하거나 도망을 쳐야 했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명후는 급살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자신이 아는 급살이면 좋겠다고 생각 한 건 아니다.
‘물어 볼 것도 있고.’
프라미너스가 말한 급살이 자신이 아는 급살이라면 명후는 물어 볼 것이 있었다.
‘엘가브..’
바로 엘가브에 대한 것이었다.
“작위를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마친 명후는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프라미너스에게 말했다.
“...예, 유능한 자입니다. 귀족이 된다면 국가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프라미너스는 여전히 명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답했다. 그런 프라미너스의 답에 명후는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작위를 수여해도 문제없겠지.”
“...”
“그래도 작위를 받을 자이니 한 번 만나봐야겠어.”
“...!”
직접 만나봐야겠다는 명후의 말에 프라미너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었기에 프라미너스는 놀람을 지운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언제쯤 만날 수 있지?”
명후는 한시라도 빨리 급살을 만나보고 싶었다.
“원하신다면 오늘 밤이라도 데려올 수 있습니다.”
그런 명후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프라미너스가 답했다.
“오늘 밤?”
“예.”
“그래, 그러면 오늘 밤에 보는 걸로 하자.”
“알겠습니다.”
그 뒤로 명후는 프라미너스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고 이야기가 끝나자 프라미너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따 급살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꼭 오늘 밤이 아니어도 돼.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예, 알겠습니다.”
프라미너스는 명후의 답을 듣고 고개 숙여 인사 한 뒤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프라미너스가 나가고 명후는 지연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지연에게 : 지연아!
-지연 : 응! 명후야!
-지연에게 : 어디야?
-지연 : 5분 정도만 가면 도시 입구에 도착 할 것 같아!
-지연에게 : 그래? 그러면 거기로 갈게! 남쪽이라고 했지?
* * * *
“히히.”
소국 ‘힘’의 수도 ‘근원’에 도착 한 급살은 실실 웃으며 북쪽 입구를 통해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도시로 들어 온 급살은 빠르게 왕궁으로 향했다. 프라미너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안녕하세요!”
얼마 뒤, 왕궁에 도착 한 급살은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에게 인사를 하고 빠르게 병사를 지나쳐 프라미너스의 방으로 향했다.
‘어떻게 됐으려나.’
급살은 프라미너스의 방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작위는 확정이겠고.’
수많은 퀘스트들을 완료하며 국가에 도움이 되었다. 거기다 공작이자 왕궁기사단장인 프라미너스가 밀어주는데 작위를 받지 못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많이 기여했어도 자작으로 시작은 안 되겠지?’
작위는 이미 확정이라 생각 한 급살은 어떤 작위를 받게 될 지 기대했다. 자작의 작위를 받으면 덧없이 좋겠지만 남작의 작위를 받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 남작이 어디야!’
물론 자작의 작위를 받든 남작의 작위를 받든 상관없다. 일단 작위를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남작으로 시작해 쭉쭉 올라가주겠어!’
거기다 급살은 남작의 작위를 받더라도 빠르게 자작, 백작으로 올라 갈 자신이 있었다.
‘내 힘이라면 금방 올라가겠지.’
엘가브의 사도는 보통 직업이 아니다. 일반 직업은 물론 다른 히든 직업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직업이었다.
여기서 좋다는 건 강함을 뜻했고 급살은 그런 엘가브의 사도를 직업으로 삼고 있었다. 힘을 가지고 있으니 금방 올라 갈 수 있을 것이다.
저벅!
그렇게 앞으로의 행보를 계획하며 급살은 프라미너스의 방 앞에 도착했다. 걸음을 멈춘 급살은 노크했다.
똑똑!
그러나 노크를 했음에도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직 안 오신건가?”
아무래도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다. 급살은 방 앞에 가만히 서 방의 주인인 프라미너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저벅..
얼마 지나지 않아 급살은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발소리의 주인공은 프라미너스였다. 방으로 돌아오던 프라미너스는 방 앞에 서 있는 급살을 발견하고 순간 흠칫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설마하는 표정으로 이어 급살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자네 혹시 여태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던건가?”
“아, 그건 아닙니다.”
프라미너스의 물음에 급살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잠시 밖에 나가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왔습니다. 라임 오크들이 많이 늘었더라구요. 부락을 한번 쓸고 왔습니다.”
“라임 오크들을 처리했다고?”
급살의 답에 프라미너스는 반문하더니 이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네에게 부탁 할 것이었는데... 허허.”
“...하하.”
프라미너스의 말에 급살 역시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나 겉으로 내뱉는 활기찬 웃음과 달리 급살은 속이 쓰렸다.
‘아니야, 어차피 레벨 업 하러 간 거였고. 퀘스트 받으려 기다렸으면 시간이 아까웠지.’
급살은 생각을 바꿔 아쉬움을 떨쳤다. 어차피 레벨 업을 하기 위해 간 것이었고 퀘스트를 받으려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들어가지.”
프라미너스는 그런 급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급살은 프라미너스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 프라미너스의 반대편에 앉았다. 그리고 기대 가득 한 눈빛으로 프라미너스를 보았다.
“하하, 자네 눈빛이 초롱초롱하구만.”
급살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프라미너스가 말했다. 프라미너스의 분위기를 보고 급살은 확신 할 수 있었다.
‘좋은 소식이다!’
프라미너스의 분위기는 밝았다. 나쁜 소식이었다면 밝을 리 없으니 분명 좋은 소식일 것이다.
물론 좋은 소식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급살이었다. 그러나 막상 좋은 소식이란 것이 확정 되니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말씀 드렸네. 폐하께.”
프라미너스가 입을 열었다.
“...”
급살은 조용히 프라미너스의 말을 경청했다.
“일단 작위 수여에 대한 폐하의 반응은..”
프라미너스는 말끝을 흐리며 히죽 웃었다.
“아주 긍정적이셨네.”
“다행이군요!”
“그런데..”
“...?”
긍정적이라는 말에 호응을 한 급살은 이어진 ‘그런데’라는 단어에 흠칫했다.
“작위를 수여하기 전. 자네를 한 번 보고 싶어 하시네.”
“...아!”
흠칫했던 급살은 이어진 프라미너스의 말에 탄성을 내뱉으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오늘 밤에.. 아니지, 지금 시간 되나?”
“지금요?”
안도하던 급살은 프라미너스의 말에 반문했다.
“그래, 지금.”
급살은 프라미너스의 말에 생각했다.
‘뭐, 특별 한 일도 없으니까.’
지금 당장 해야 될 일은 없었다. 생각을 마친 급살은 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프라미너스에게 말했다.
“예, 당연히 됩니다.”
“좋아, 그러면 여기서 잠시 기다리게.”
“알겠습니다.”
급살의 답을 들으며 프라미너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
* * * *
“명후야!”
명후는 자신을 부르는 사랑스런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의 주인공 지연을 보았다.
“왔어? 오는데 힘들었지?”
“아니야! 볼 것도 많고 재미있었어!”
지연이 도착했고 명후는 지연과 도시로 들어왔다. 그리고 곧장 왕궁으로 향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아, 맞다.”
대화를 나누던 중 떠오른 생각에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잊혀진 신의 신전 지도’를 꺼내 지연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거.”
“이게 그거야?”
“응.”
“재미있겠다!”
명후에게서 잊혀진 신의 신전 지도를 받은 지연은 인벤토리에 지도를 넣으며 기대 가득 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쯤 갈까? 너 고대의 바람? 그 스킬 쿨타임 길다며, 쿨타임 돌리려면 빨리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리고 이어 명후에게 물었다.
“음, 일단은 처리 할 것도 있고 하니까.”
꽤나 긴 시간동안 자리를 비워 처리해야 될 것이 은근히 많았다. 그리고 오늘 밤 해결해야 될 일도 있었다.
“내일 출발할까?”
“좋아!”
언제 출발하든 상관없던 지연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다시 명후와 지연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왕궁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충!”
“충!”
왕궁에 도착하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경례했다. 병사들의 경례를 받으며 명후와 지연은 왕궁으로 들어와 집무실로 향했다.
“국적부터 바꿀래?”
집무실로 걸어가며 명후가 지연에게 물었다.
“응, 일단 국적부터 바꾸자!”
현재 지연은 헬리오카 제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연은 국적을 소국 ‘힘’으로 변경 할 생각이었다. 지연의 말에 명후는 방향을 틀었다.
“헛!”
이내 국적을 변경 할 수 있는 국적관리소에 명후와 지연이 도착했고 관리소장은 왕인 명후의 행차에 기겁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명후는 기겁한 관리소장의 표정을 보고 이곳에 온 목적을 이야기했다.
“아, 알겠습니다! 빠르게 처리하겠습니다!”
“다녀올게!”
“응.”
관리소장은 지연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국적을 변경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뒤, 지연이 방에서 나왔다.
“끝!”
그리고 지연이 손을 내밀어 브이를 하며 말했다. 명후는 국적을 바꾼 지연과 다시 집무실로 향했다.
“음?”
그렇게 집무실에 도착 한 명후는 집무실 앞에 서성이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프라미너스?”
서성이고 있는 이는 바로 프라미너스였다. 명후는 프라미너스에게 다가갔다.
“왕비님을 뵙습니다.”
프라미너스는 명후에게 인사하고 이어 옆에 있던 지연에게 말했다. 지연은 왕비라는 단어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활짝 미소를 지었다.
“보고 할 게 남았어?”
명후는 프라미너스에게 물었다.
“아, 그건 아닙니다.”
그런 명후의 물음에 프라미너스가 답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하셔서..”
프라미너스의 답에 명후는 프라미너스가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볼 수 있는건가?”
“네. 제 방에서 대기 중입니다.”
“그래, 지금 바로 보자.”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데리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명후의 말에 프라미너스는 고개 숙여 인사 한 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무슨 소리야?”
프라미너스가 가고 지연이 명후에게 물었다. 명후는 집무실의 문을 열며 지연의 물음에 답했다.
“볼 사람이 있어. 내 예상이 맞다면 너도 본 적 있을거야.”
============================ 작품 후기 ============================
꿈을 요즘 너무 꾸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2~3번 꾸는 것 같네요.
독자님들은 꿈을 자주 꾸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