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80 94. 벌 =========================================================================
“오오.”
메시지를 보며 명후는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이게 업데이트가 안 된 줄 알았는데 등급이 오르긴 하는구나.”
명성을 올려도 등급이 오르지 않아 E등급 까지만 업데이트가 된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명성 등급이 D등급으로 상승했다.
“일단 아이템을 확인하기 전에.”
당장 아이템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될 일이 있었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집무실 입구를 보았다.
집무실에 히갈 하나만 찾아 온 게 아니었다. 입구에는 방금 전 소멸당한 히갈과 함께 온 존재가 있었다.
“...”
그 존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매우 당황스런 표정으로 명후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너는 이름이 뭐냐?”
명후는 그 존재에게 물었다. 이미 정체는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알고 싶은 것은 이름이었다.
“...”
“에이, 뭐 소멸 시키면 알게 되겠지.”
그러나 아무런 답이 없었고 명후는 지팡이를 들었다. 어차피 소멸 시키면 메시지로 이름이 나타날 것이다. 굳이 이름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자, 잠깐!”
명후가 다가오자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존재 꿈의 신 카리마는 급히 외쳤다. 물론 명후는 카리마의 외침에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걸음을 멈춘 사이 카리마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으! 오지마!”
카리마는 명후가 걸음을 멈추지 않자 손을 휘저었다.
스아악
손을 휘젓는 카리마의 손이 빛났다. 그리고 명후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꿈의 신 카리마가 권능을 사용했습니다.]
[스킬 ‘성스러운 불’이 발동 됩니다.]
[크게 저항합니다.]
[1초간 꿈 상태에 빠집니다.]
[꿈 상태에서는 캐릭터를 통제 할 수 없습니다.]
[꿈 상태에서 깨어납니다.]
‘꿈 상태?’
메시지를 본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들어보는 상태 이상이었다. 물론 스킬 ‘성스러운 불’을 통해 상태 이상에 빠진 건 1초 뿐이라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유혹이랑 비슷한 건가?’
캐릭터를 통제 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유혹과 비슷한 종류의 상태 이상인 것 같았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카리마를 응시했다.
“어, 어떻게!”
자신의 권능이 먹히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카리마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수집.”
명후는 집무실에서 벗어난 카리마를 보며 우선 ‘수집’을 시전했다. 히갈이 드랍 한 아이템이 없어지기 전 습득하기 위해서였다.
[히갈의 절망 장갑을 습득하셨습니다.]
[히갈의 희망 신발을 습득하셨습니다.]
히갈이 드랍 한 아이템은 총 2개, 전부 장비 아이템이었다. 어떤 옵션을 가지고 있는 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카리마를 잡는 게 더 중요했다. 명후는 걸음을 옮겨 집무실에서 나와 여전히 뒷걸음질 치고 있는 카리마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말라고!”
카리마는 다시 한 번 손을 휘저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카리마의 손은 빛이 났고 명후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꿈의 신 카리마가 권능을 사용했습니다.]
[스킬 ‘성스러운 불’이 발동 됩니다.]
[크게 저항합니다.]
[1초간 꿈 상태에 빠집니다.]
[꿈 상태에서는 캐릭터를 통제 할 수 없습니다.]
[꿈 상태에서 깨어납니다.]
방금 전에 보았던 메시지와 똑같은 메시지였다. 이번에도 역시나 1초였고 명후는 잠깐의 멈칫거림 후 카리마와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으아아!”
이성을 잃은 것일까? 카리마가 연달아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카리마의 양 손은 빛나고 있었다.
[꿈의 신 카리마가 권능을 사용했습니다.]
.
.
[꿈 상태에서 깨어납니다.]
끊임없이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꿈 상태로 인해 1초간 움직일 수 없다. 1초, 아주 짧은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권능이 계속해서 사용되니 1초가 1초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쿨타임도 없어?’
어째서 이런 권능에는 쿨타임이 없는 것일까?
‘이래서는..’
이런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지면 거리를 좁힐 수 없다. 명후는 착잡했다. 그러나 이런 명후의 착잡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특수 상태 이상인 꿈 상태를 수많이 경험하셨습니다.]
[꿈 상태에 면역이 됩니다.]
“...?”
명후는 메시지를 보고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면역?’
면역이라니?
[꿈의 신 카리마가 권능을 사용했습니다.]
[꿈 상태에 빠지지 않습니다.]
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카리마를 보았다. 카리마는 여전히 양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허, 이런식으로도 면역 상태가 되는구나.’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되면 면역이 된다는 것.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명후는 다시 카리마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 어?”
명후가 움직이지 않자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있던 카리마는 다시 명후가 움직이자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스윽
그런 카리마를 향해 명후는 지팡이를 들었고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입을 열었다.
“블링크.”
일정거리를 순식간에 이동 할 수 있는 이동 마법 블링크. 명후는 블링크를 통해 순식간에 카리마의 앞으로 이동했고 들었던 지팡이를 휘둘렀다.
정상적인 정신 상태였다면 모를까 앞서 히갈의 소멸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카리마는 지팡이를 피할 수 없었다.
퍽!
“크악!”
지팡이가 작렬했고 카리마는 비명을 내뱉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명후의 지팡이는 계속해서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나타났다.
[꿈의 신 카리마가 소멸합니다.]
[명성 1억이 상승합니다.]
[현재 누적 명성 등급 : D]
[신들이 카리마의 소멸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몇 신들이 분노합니다.]
[레벨 업!]
.
.
[레벨 업!]
카리마의 소멸 메시지였다. 이번에도 역시나 명성이 1억이나 상승했다. 하지만 전과 달리 명성 등급은 상승하지 않았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카리마의 시체를 보았다.
“이야, 아이템 봐라. 7개?”
2개의 아이템을 드랍한 히갈과 달리 카리마는 무려 7개나 되는 아이템을 드랍했다. 물론 아이템의 수준을 확인해봐야겠지만 신이 드랍한 아이템인데 수준이 낮지는 않을 것이었다.
“수집.”
명후는 수집을 시전했고 이어 습득 메시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꿈의 투구를 습득하셨습니다.]
[꿈의 상의를 습득하셨습니다.]
.
.
[꿈의 신발을 습득하셨습니다.]
습득 메시지를 통해 아이템들의 이름을 확인 한 명후는 생각했다.
‘세트 아이템?’
아이템 앞에는 전부 ‘꿈’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확인해봐야겠지만 세트 아이템이 분명했다. 거기다 꿈이라면 카리마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신의 세트 아이템! 어마어마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었다.
명후는 확인해보기 위해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우선 방금 습득한 ‘꿈의’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역시..”
예상대로 ‘꿈의’ 아이템들은 세트 아이템이었고 세트 효과는 ‘카리마’였다.
“내가 낄 정도는 아니네.”
하지만 세트 효과를 감안해도 현재 착용 중인 아이템들이 더욱 좋았기에 명후는 관심을 거뒀다. 그리고 이어 히갈이 드랍 한 두개의 아이템을 확인했다. 절망 장갑과 희망 신발.
“흐음, 이것도 좋긴 한데..”
역시나 두 아이템도 어마어마하게 좋은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좋을 뿐 현재 명후가 착용한 아이템을 능가하지는 못했다. 명후는 히갈이 드랍한 두 아이템, 절망 장갑과 희망 신발에서도 관심을 거뒀다.
“등급 보상 아이템이..”
카리마가 드랍 한 ‘꿈의’ 아이템과 히갈이 드랍 한 절망, 희망 아이템에 관심을 거둔 명후는 마지막으로 E등급에서 D등급으로 상승하며 획득 한 보상 아이템을 확인했다.
“...?”
보상 아이템을 확인 한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아빌라스의 정원?”
명후가 의아해 한 이유, 그것은 바로 보상 아이템이 ‘아빌라스의 정원’이라는 곳으로 이동 할 수 있는 이동 스크롤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긴 또 어디야?”
아빌라스의 정원, 도대체 어떤 곳일까?
“메타랑 비슷한 곳인가?”
메타 같은 특수 지역인 것일까?
“일단 검색 해봐야겠어.”
아빌라스의 정원이 어떤 곳인지 검색 해보기로 결정 한 명후는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 이어 캐릭터 창을 열었다.
등급 : 기사단장
국적 : 힘 왕국
작위 : 왕
주직업 : 물리 마도사
보조직업: 스트롱 스미스
명성 : 100,000,000 공적도 : 428,005,770
칭호 : 드래곤 슬레이어 (피어를 무시한다.)
레벨 : 842
생명력 : 90,001,200
마나 : 40,000,000
힘 : 2,000,060 <1,000,030 [100,003]>
민첩 : 1,030,000 <515,000 [103,000]>
체력 : 1,000,000 <500,000 [100,000]>
지력 : 1,000,000 <500,000 [100,000]>
지혜 : 1,000,000 <500,000 [100,000]>
손재주 : 500
보너스 스텟 : 2420
신을 둘이나 잡아 그런지 레벨은 842가 되어 있었다. 명후는 엄청난 속도로 올라간 레벨에 미소를 지었다.
“역시 경험치는 신이 확실히..”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만큼 경험치를 주는 존재는 없었다. 레벨을 올리는 데에는 신을 잡는 것이 최고였다.
“저...”
바로 그때였다.
“...?”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명후는 캐릭터 창을 닫고 뒤로 돌아섰다. 히갈과 카리마 말고도 찾아온 신이 더 있던 것일까?
“데렌?”
뒤로 돌아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 한 명후는 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수룡 데렌이었다.
“웬일이야?”
명후는 데렌에게 물었다.
“그게 지금 마을 힘스물셋 근처에 어떤 존재가 나타났는데 아무래도 하는 행동을 보아 우리를 부르는 것 같다. 문제는 호의를 가지고 부르는 게 아니라는 것이고 우리가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서..”
“아..”
데렌의 답에 명후는 어째서 데렌이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 같이 가보자.”
* * * *
“이제 끝인가?”
“응, 이제 저녀석만 잡으면!”
코만도와 카필드는 전방에 있는 황금 사자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망명 퀘스트의 마지막 재료를 드랍하는 황금 사자.
이제 황금 사자만 잡아 아이템만 획득하면 망명 퀘스트를 완료 할 수 있고 힘 왕국의 국적을 얻을 수 있다.
“시작해볼까?”
“그래, 어서 잡자.”
카필드는 코만도의 말에 답하며 황금 사자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자마자 카필드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갑작스레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너도 메시지 떴냐?”
카필드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코만도에게 물었다.
“어, 떴어. 이게 뭔소리냐? 우리 왕국의 수호자가 소멸했다니?”
코만도의 답을 들으며 카필드는 다시 메시지를 보았다.
[알리온 왕국의 수호자 ‘키페리누스’가 소멸 되었습니다.]
[이동 속도가 5%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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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네요.
흐뭇한 금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