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
18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내력을 단시일에 얻은 것이 문제가 된 게 분명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이 아니지.’
그보다 송겸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을 알아차린 것이다.
마현은 비록 약하지만 최대한 빨리 속사할 수 있는 마나 미사일을 만들어 금대치에게 정신이 팔린 송겸에게 날려 보냈다.
쑤우웅― 펑!
마나 미사일은 송겸의 뺨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며 터졌다.
그로 인해 송겸의 머리를 단아하게 묶고 있던 일자건이 찢어지며 머리가 흐트러졌다.
“이노옴!”
송겸은 분노에 찬 일갈을 터트리며 다짜고짜 마현이 서 있는 곳으로 연거푸 장력을 뿜어댔다.
콰광 콰과과과광!
마현이 서 있던 자리에서 폭음과 함께 먼지와 흙더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하지만 마현은 이미 그 자리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송겸의 좌측으로 이동한 마현은 빠르게 마나 미사일을 쏘아댔다.
파방 파바방!
마나 미사일은 송겸의 호신강기에 막혀 힘없이 터졌다.
“쥐새끼 같은 놈이구나!”
송겸은 몸을 틀어 마현이 서 있는 곳으로 몸을 틀며 다시금 장풍을 쏘아댔다.
비록 엄청난 내력을 담은 강력한 장풍임에는 틀림없지만 공격이 너무 단순했다.
마현은 여유롭게 몸을 피하며 다시 마나 미사일을 쏘며 간격을 좁혔다.
그렇게 몇 합의 공방이 오갔다.
‘역시 무를 천시하는 학사다운 공격이군.’
마현은 순간순간 위험을 감수하고 허점을 드러냈지만 송겸은 그 허점을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공간을 벌리며 무지막지한 장풍만 쏘아댈 뿐이었다.
송겸은 은연중 몸을 맞대는 것을 기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기초가 없는 성은 쉽사리 무너지기 쉬운 법이지.’
급격한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송겸의 몸에서는 고수라면 절대로 드러내지 않을 허점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틈이 드러났을 때 마현은 마나 미사일이 아닌 마나 재벌린을 만들었다.
쑤아아앙!
겉으로 보기에는 마나 미사일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마나 재벌린이 가진 살상력은 마나 미사일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송겸은 지금처럼 호신강기를 믿고 마나 재벌린을 무시하며 마현을 향해 일장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의 손에서는 장풍이 쏘아지지 않았다.
콰광!
송겸의 오른쪽 겨드랑이 부분으로 날아간 마나 재벌린이 호신강시를 뚫고 그의 옆구리에 가격하며 터진 것이었다.
“크악!”
송겸은 크게 휘청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인상을 찌푸리며 왼손으로 오른쪽 옆구리를 움켜잡았다. 그의 왼손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어, 어떻게?’
송겸의 눈동자가 잠시나마 불안한 듯 요동쳤다.
자신의 호신강기는 천하제일이었다. 그런데 그 호신강기가 뚫렸다.
사실 마현의 그 어떤 강력한 마법이라도 송겸의 호신강기를 뚫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발이 흐트러지며 자연스레 호신강기를 이루는 내공의 흐름도 맥이 탁탁 끊긴 것이다. 그로 인해 찰나 동안 벌어진 틈을 마현이 공략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송겸은 자신감이 한풀 꺾인 듯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송겸은 얼굴을 굳히며 다시 마현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었다.
쿠우우우우―
그런 송겸의 몸에서는 조금 전보다 더 강한 내력이 분출되었고, 호신강기 역시 배나 더 두꺼워졌다.
‘드래곤이 아닌 이상, 아니 드래곤도 무한정 마나를 쓸 수 없는 법.’
마현은 서클 단전에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흔들 수 있을 때, 더 강하게 흔들어라!’
마현은 오른손 위에 마나 미사일을 만들면서 왼손에는 상처악화 마법인 운드 애그러베이션 마법을 시전했다. 그리고 마나 미사일 뒤에 운드 애그러베이션 마법을 붙여 날렸다.
쑤아아앙!
송겸은 굳은 표정으로 기합을 터트리며 왼손을 휘둘러 마나 미사일을 막았다. 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던 상처악화 마법을 담은 검은 마력은 암기처럼, 혹은 독처럼 송겸의 몸에 스며들었다.
푸학!
그러자 송겸의 오른쪽 옆구리에 만들어진 상처가 더욱 벌어지며 피를 내뿜었다.
“크흑!”
송겸은 다시금 신음을 삼키며 휘청거리는 몸을 애써 꼿꼿이 세웠다.
송겸의 표정은 눈에 띄게 경직되어 있었다. 눈썹과 뺨에 경련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송겸의 몸에서는 조금 전보다 더 강한 내력이 분출되었다.
쿠오오오오오!
한층 배나 두터워진 호신강기를 내뿜는 송겸의 모습에 마현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괴물도 이런 괴물이 없을 것이다.
정말 어디서 드래곤 하트를 하나 삼켰나 싶을 정도로 송겸이 내뿜는 내력은 가히 무시무시했다.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송겸의 내력에 마치 거센 태풍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주변의 사물들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날릴 정도였다.
내력이 약한 자들은 아예 제 힘으로 버티지 못하고 담장이나 땅에 깊게 박힌 사물들을 이용해 버틸 정도였다.
하지만 송겸의 얼굴도 눈에 띄게 창백해져가고 있었다.
그만큼 그도 무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그도 인간인 만큼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더욱 조심해야 했다.
저 힘에 스치기만 해도 상당히 중한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현은 조심스럽게 송겸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 * *
중경부 지부집무실 앞.
조자경이 초조한 듯 좌우로 서성이고 있었다.
황사가 일으킨 이 사건은 역모로 몰아가도 하등 문제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다.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마현과 걸왕에게 위임한 것이다.
힘겹게 황사의 추종 세력을 견제하며 세를 불리고 있는 조자경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적이 나타날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비록 마현과 걸왕이 조정에 뜻을 두지 않는다고 해도 황제가 그들을 거두고자 하면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비록 명예직이라고는 하나 그들은 대장군 직위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권한과 녹봉이라도 쥐여 준다면 단숨에 요직을 차고앉을 위치인 것이다.
더욱이 중경으로 떠나기 전날, 박인태 환관으로부터 황제가 내심 마현을 부마도위 자리도 은근히 생각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은 후였다.
거기에 마현과 걸왕은 혈혈단신이 아니다.
그들 뒤에는 엄청난 힘을 가진 무림이 버티고 있다.
만약 마현과 걸왕이 황제의 뜻을 받아들이고 조정 출사를 마음먹는 순간,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거물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무림인이라는 것을 이용해 군부까지 손을 뻗는다면…….
조자경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
‘막아야 한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만큼은.’
조자경이 주먹을 억세게 말아 쥘 때 지부 백이량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조 도독님.”
“쉿!”
조자경은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는 백이량을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던가?”
“무림맹은 곧 무너질 것 같사옵고, 구금상단 장원의 일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조만간 결판이 날 것 같사옵니다.”
“자네가 보기에는 어떻던가?”
“……?”
“허어, 이런 딱한 친구를 보았나? 구금상단 장원 말일세. 자네가 보기에 어떻게 될 것 같나 말일세.”
백이량은 조자경의 물음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을 부라리고 있는 조자경의 시선에 백이량은 수하들의 보고를 애써 조합하여 추측해야만 했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무림맹처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흠…….”
조자경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침음성을 삼켰다.
“그렇단 말이지?”
“하오나 정확한 건 아니옵고……, 아무래도 황제 폐하의…….”
“됐네. 수고했네.”
조자경은 백이량을 돌려보낸 후 잠시 그 자리에 머물며 생각에 깊게 잠겼다. 그러다가 서둘러 지부집무실로 들어갔다.
황제 역시 초조한 듯 자리에 앉지 못한 채 창문 너머로 시선을 주고 있었다.
“폐하.”
“결말이 났느냐?”
황제는 급히 몸을 돌리며 빠르게 물었다.
“그건 아니오나……, 곧 승패가 결정될 듯하옵니다.”
“어디더냐?”
“당연히 황제 폐하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조자경의 말에 황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하냐?”
황제가 탁자에 놓인 식은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일 때 조자경이 종종 걸음으로 그의 앞에 다가서며 엎드렸다.
“폐하.”
황제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조자경을 내려다보았다.
“신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나이까?”
“말하라.”
“황제 폐하의 넓은 아량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거라 사료되옵나이다.”
“무슨 뜻인고?”
“황망한 말이오나, 신 조자경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이대로 황사의 목이 잘린다면 아마 그동안 황사로 인해 숨을 죽여야 했던 많은 신료들이 역모 사건으로 내몰아 대대적인 피의 숙청을 하려 할 것이옵니다.”
“이 기회에 그러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황제는 매몰차게 말했다.
“신 또한 그리 생각하옵니다. 하오나 그리 된다면 황제 폐하의 손에 불결한 피가 묻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처럼 밀려오나이다. 하여 황사에게 온정을 베푼다면 그를 따르던 이들도 폐하의 성은을 기리며 온전한 폐하의 신하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옵니다. 더불어 황사에게 적절한 벌을 내리신 후 그의 그늘을 조정에서 치워버리면 그 그늘에 숨을 죽였던 이들 역시 들어내 놓고 역모를 논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그런 그들을 폐하께서 은근히 떠받들어준다면 그들은 폐하의 은덕을 소리 내어 노래를 부를 것이옵니다.”
“흠…….”
황제는 조자경의 말에 나직한 침음성을 내뱉으며 깊게 고심했다.
안 그래도 요즘 황사의 파벌들을 이 사건을 빌미로 조정에서 가차 없이 쳐내려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황제는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뜨며 바닥에 엎드려 있는 조자경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을 끌어안아라……, 동시에 그의 적들도 안아라.’
황제의 고심은 더욱 깊어졌다.
‘모두가 진정한 나의 신하가 된다. 그리된다면 이 무능함을 훌훌 벗어버릴 수가 있음이리라.’
긴 고심을 끝낸 황제가 의자의 팔걸이 부분을 꽉 움켜잡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경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군사들을 집결시켜라. 짐이 친히 전장으로 갈 것이다.”
“폐하!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조자경은 머리를 바닥에 쿵 찧으며 목청껏 소리쳤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