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33화 (233/349)

제233화

233화. 새로운 도구 (1)

랭커팰리스.

“집이다!”

“뀨우우.”

펜트하우스로 돌아온 시문은.

“조심해서 놀아라.”

쪼르르 달려 나가는 두 아이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주의를 남기곤 연구실로 향했다.

-데뷔전 우승 축하해~.

문을 열자마자 반겨주는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

“고마워.”

감사 인사를 하고 있건만.

어째 평소보다 좀 텐션이 낮아 보이는 시문에.

-데뷔전 별로 안 빡세 보이던데. 꽤 피곤해 보인다?

현자의 돌은 허공을 둥둥 부유하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시문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인지는 너도 알잖아.”

-응? 아아. 벨리알 그 새끼 때문에?

“그래.”

성좌 벨리알.

마계 무력 서열 2인자라는 타이틀과 다르게 어마어마하게 미친놈이었고.

“이야기만 나눴을 뿐인데. 뭔가 기가 빨린 기분이야.”

-하긴, 제대로 미친놈이긴 하더라. 7마제를 그렇게 칭송하는 게 그 증거지.

“7마제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래서 미친놈들은 피해라고 하는 건가 봐.”

정체 모를 피로감에 당장이라도 침대에 드러눕고 싶은 시문이었지만.

“읏차.”

시문은 침대가 아닌, 연구실 중앙에 마련된 큼직한 아레나산 소파에 몸을 던졌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다이아 랭크 데뷔전에서 1등을 차지하셨습니다.]

[압도적인 성적과 전례에 없는 활약에 클리어 보상이 증가합니다.]

[귀속된 특성 ‘현자의 돌’이 일정량의 경험치를 분배받습니다.]

[레벨이 18 올랐습니다.]

[현자의 돌 레벨이 16 상승했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특별 랜덤 박스’를 획득합니다.]

돌아올 때부터 눈앞에 주르륵 떠 있던 데뷔전의 보상 때문이었다.

‘나 혼자만 18레벨업이라…… 승급전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좋네.’

시문 자신의 레벨업만 따져도 18레벨업.

여기에 현자의 돌의 16레벨업까지 합치면.

무려 34레벨업이라는 경이로운 수치가 나오게 된다.

‘데뷔전 1등인 것도 있겠지만, 역시 소정규라 이건가?’

목숨을 걸고 참가하는 만큼, 난이도와 보상도 빡세지는 정규 아레나.

거기에 발을 걸쳐서인지.

이번 데뷔전의 보상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거기다.

‘역시 이번에도 특별 랜덤 박스인가?’

특별 랜덤 박스.

해당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것을 갤럭시 아레나가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지급하는 보상.

앞선 두 번의 데뷔전으로 얻었던 파라켈수스의 플라스크와 실린더는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었다.

고로.

‘이번에도 파라켈수스 시리즈가 주어지려나?’

이번 특별 랜덤 박스의 보상이 대충은 예상이 갔지만.

시문은 곧바로 특별 랜덤 박스를 개봉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구 최초로 ‘다이아 랭크 데뷔전’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20,000점을 획득합니다.]

최초 클리어 업적이 남아 있었으니까.

“2만 점이라고?”

최초 업적 보상이 아무리 혜자라지만.

설마 2만 점이나 지급할 줄은 몰랐는데.

하나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구 최초로 차원 ‘칠대 죄악의 영역’에 입장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10,000점을 획득합니다.]

또다시 떠오르는 최초 업적 보상.

무려 업적 포인트 1만 점이라는 보상이 있었으나.

시문의 시선은 그런 보상보다, 업적의 내용을 향했다.

‘칠대 죄악의 영역은 처음 듣는 차원인데…… 벨리알이 있던 거길 말하는 건가?’

뭐 얼마나 대단한 차원이길래.

고작 방문했다는 이유로 업적 포인트를 1만 점이나 준단 말인가?

순간.

‘잠깐. 그럼 거긴 벨리알의 영역이 아니었단 말이야?’

시문의 미간이 슬쩍 일그러졌다.

버려지고 마모된 신전.

아레나 중인 자신을 초대했으니, 당연히 벨리알의 영역이라 생각했건만.

‘7마제의 영광을 좇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제 영역도 아닌데 날 부르다니…….’

진중한 얼굴로 잠시 침묵하던 시문은 픽 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7마제니 뭐니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으나.

“어쨌거나 나야 보상만 챙기면 되니까.”

시문은 곧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이걸로 레벨은 187인가? 이런 식이면 200레벨은 금방이겠네.”

어느새 200대를 앞둔 레벨.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시문은.

“어디 보자. 이전에 천계 연결로 얻은 연성력 10이랑 이번 랜덤 스탯으로 얻은 1까지 더하면…… 기본 연성력은 325이네.”

천계 연결로 얻은 연성력과 랜덤 스탯 +1로 314였던 연성력은 어느새 325가 되어있었고.

“여기에 잔여 스탯 18개를 다 합치면…….”

이번 18레벨업으로 얻은 잔여 스탯을 싹 몰아넣으면.

“기본 연성력은 343이구만.”

여기다 왕들의 픽까지 더하면 총 연성력은 348이 된다.

거기까지 계산한 시문의 얼굴에 작은 불편함이 어렸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연성력 : 343 (+5)

바로 연성력 뒤에 붙어있는 저 (+5) 때문이었다.

‘왕들의 픽은 여전히 +5네.’

현재 라까지 포함하면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성좌는 총 6명.

한데 왕들에 픽에는 이전 성좌인 바알을 포함한 5명밖에 갱신되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시문은 이 이유에 대해 진즉 알고 있었다.

‘아마 라가 개인적인 미션을 걸지 않아서겠지.’

지금까지 왕들의 픽을 갱신시켰던 사례를 돌이켜보면.

해당 성좌의 무구로 미션을 수행했을 때였다.

하나 성좌 라는 지금까지.

오벨리스크로 무언가를 해달라는 미션을 전혀 걸지 않았다.

‘라가 계속 불만을 표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지.’

라의 오벨리스크를 처음 연성했을 당시가 바로 러시아의 길드전을 치렀을 때.

‘그때 에이션트 드래곤만 난입하지 않았어도, 오벨리스크의 또 다른 기능까지 사용했을 텐데…….’

하필 그냥 드래곤도 아니고.

드래곤 중 갑이라는 에이션트급이 나타나 준 덕분에.

‘오벨리스크의 또 다른 능력을 사용할 상황도 나오지 못했지.’

그리고 그 후로도 마찬가지였다.

‘승급전도, 데뷔전도. 막상 오벨리스크의 또 다른 능력을 쓸 만한 각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다이아 승급전은 바다와 너무 광활한 맵의 특성상 그랬고.

이번 데뷔전도 소환수 강화 버프 덕분에 두 아이와 타락 천사들이 싹 쓸어 먹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억지로 오벨리스크를 연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심지어 라의 오벨리스크는 아스트라페와 같은 소모성 무구.

업적 포인트 500점을 맨바닥에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시문은 천장을 힐끔했다.

‘그래도 꾸준히 불만만 표할 뿐, 라 역시 이런 상황들을 알고 굳이 무리한 미션은 걸지 않았어.’

제 명에 따르라며 별의별 지X을 하는 성좌들이 넘치는 마당에.

라 정도면 무척이나 좋은 성좌라고 할 수 있었다.

시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라님.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기회가 되면 꼭 당신의 무구를 제대로 선보일게요.”

그렇게 읊조리자.

[성좌 라가 ‘……기대하겠습니다. (나, 날 신경 쓰고 있구나?)’ 풀어진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곧바로 만족하는 라의 반응이 떠올랐다.

피식 웃은 시문은 상태창을 끄고.

“그럼. 가챠 좀 즐겨보실까?”

곧장 인벤토리에 손을 넣었다.

이어.

‘참. 그러고 보니 나 업적 포인트가 이제 73,700점이지?’

가챠라는 단어에 곧바로 떠오르는 보유 업적 포인트.

‘어차피 이제 10만 점이 안 되면 세계수의 씨앗 말곤 연성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랜덤 스탯 좀 돌려봐야겠네.’

특별 랜덤 박스를 내려다보던 시문의 눈이 반짝였고.

그런 시문의 속내를 읽은 것인지.

-으이구! 오빠. 언제 도박 중독자가 됐어?

어느새 다가온 현자의 돌이 시문의 상념을 일깨웠다.

시문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주, 중독은 무슨! 다 성장을 위해 쓰는 거지.”

-그래~?

묘한 눈길을 보내오는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

그에.

“커, 커흠! 얼른 랜덤 박스부터 열자. 파라켈수스 시리즈 모아야지.”

시문은 헛기침을 하며, 얼른 대화의 주제를 돌렸고.

-흐응…….

현자의 돌은 그런 시문을 잠시 흘겨봤지만 거기까지.

-뭐, 스펙이 올라가는 게 팩트긴 하니까.

으쓱한 현자의 돌은 시문의 어깨 위로 자리했다.

“그럼 연다.”

시문은 다소 기대감이 깃든 눈으로 특별 랜덤 박스를 오픈했다.

[특별 랜덤 박스를 오픈하셨습니다.]

[지급될 아이템 탐색 중…….]

익숙한 시스템창과 함께.

따르르르르륵.

익숙한 효과음이 들려온다.

시문은 아공간처럼 깊이가 보이지 않는 박스의 검은 내부를 응시했다.

‘보나 마나 이번에도 지급할 아이템을 찾지 못하겠지.’

당연했다.

당장 이전의 아레나인 데뷔전에서도 타락 천사라는 이들을 얻지 않았는가?

물론 소환 조건이 레메게톤에 악기까지 더해야 한다지만.

무려 스탯에 비례하는 성장형 소환수라 그 가치는 상당했다.

고로.

[현재 플레이어 김시문에게 적절한 아이템을 찾을 수 없습니다.]

[탐색 범위를 확대합니다.]

적합한 보상은 당연히 찾아낼 수 없을 터.

“역시.”

헛웃음을 흘리는 시문.

그러나 마냥 갤럭시 아레나를 탓하진 않았다.

‘어차피 이번에도 내가 요구해서, 파라켈수스의 물건을 받을 생각이었으니까.’

이미 어느 정도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앞선 전적도 있겠다, 시문은 망설임 없이 요구했다.

“갤럭시 아레나. 그냥 이쪽에서 특별 랜덤 박스의 보상을 요구하겠습니다.”

그 말에.

[확장 탐색을 잠시 멈춥니다.]

곧장 탐색을 멈추는 갤럭시 아레나.

그뿐이던가?

요구 물품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플레이어 김시문께선 특별 랜덤 박스의 보상으로 ‘파라켈수스의 물건’을 원하십니까?]

먼저 파라켈수스의 물건을 언급하는 갤럭시 아레나.

-참나. 이젠 지들이 먼저 말하네.

“그러게.”

현자의 돌과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내.

“현아야. 파라켈수스 시리즈에서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게 뭘까?”

-으음…… 아! 오빠 이번에 청색 잎사귀 받았잖아. 그럼 이걸로 하자.

현자의 돌은 시문에게 속삭였고.

“전 파라켈수스의 물건 중 가마솥을 원합니다.”

시문은 곧바로 갤럭시 아레나에게 그것을 요구했다.

[플레이어 김시문의 요구를 받아들입니다.]

[요구대로 특별 랜덤 박스의 보상은 파라켈수스의 가마솥으로 지급합니다.]

곧바로 답해오는 갤럭시 아레나.

이어.

드르르륵.

들고 있던 상자가 진동하더니 약간 묵직해진다.

상자 속엔 어느새 무주공간과 같던 어둠은 사라지고.

달그락.

둥글고 작은 모형 하나가 놓여 있었다.

딱 봐도 가마솥을 축소해놓은 형태.

-오빠. 이거 축소 해제하면 꽤 커지거든? 미리 자리부터 잡아놓자.

“그래? 알았어.”

현자의 돌의 조언에 따라, 시문은 물약과 영약을 제조하는 구역으로 자리를 옮겼고.

“얘들아. 이것 좀 치워.”

주변의 기계 팔과 미스릴 골렘들로 정리했다.

“여기면 되겠지?”

-응. 바로 옆이 치료제 생산 라인이니까. 여차하면 연계할 수도 있고, 딱 좋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현자의 돌.

“그럼 꺼낼게.”

시문은 상자 속에서 가마솥 모형을 꺼냈고.

-저기 놓고 본 모습이 되라는 의지만 보내면 돼.

현자의 돌의 안내에 맞춰, 본 모습이 되라는 의지를 보냈다.

그러자.

드드득.

작은 진동을 일으키며 삽시간 커지는 가마솥.

높이만 따져도 시문의 키만 한 크기에 넓이는 당연히 그 배에 달했다.

‘주변 안 치워놨으면 난리 날 뻔했네.’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시문은 곧바로 정보창을 확인했다.

[파라켈수스의 가마솥]

등급 : (구) 신화

소멸해버린 연금술의 신 파라켈수스의 창조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창조자가 사라져 사용법은 알 수 없다.

-파손된 상태

그러곤.

“이게 뭐야?!”

눈이 휘둥그레지는 시문.

무리도 아니었다.

앞선 두 파라켈수스 시리즈와 다름없는 설명 아래로.

“파손된 상태라고?”

파손된 상태라는 문구가 있었으니까.

시문의 시선은 곧바로 현자의 돌을 향했고.

-뭐? 파손? 아니 왜 파손이…… 아!

무언가 짐작 가는 거라도 있는지.

-설마 그때 타격을……!

한껏 어두워진 눈으로 저 혼자 중얼거렸다.

이내.

-하아. 오빠. 정말 미안한데…… 파라켈수스의 가마솥 말고 다른 걸 뽑아야 했나 봐.

깊은 한숨을 내쉰 녀석은 한껏 축 처진 목소리로 사과를 해왔다.

-이건 명백한 내 실수야. 뭐라 할 말이 없다. 정말 미안해…….

특수 랜덤 박스.

그것을 날려 먹었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현자의 돌은 답지 않게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런 녀석을 가만히 보던 시문은.

“뭘 사과까지 해. 우리 사이에.”

반들반들한 플라스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아깝다고 따지면 아까울 수 있겠지만, 사실 특별 랜덤 박스는 나한테 큰 의미도 없잖아.”

이미 사라져버린 옛 성좌.

파라켈수스의 시리즈를 모을 수 있다지만 거기까지.

어차피 필요한 연성은 현자의 돌로 전부 가능한 상태고.

애당초 현자의 돌의 도움으로 먼저 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갤럭시 아레나에 제대로 된 보상도 요구 못 할 상황 아니었던가?

-오, 오빠…….

설마 시문이 이렇게 말해 줄지는 몰랐던 것인지.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은 큼직한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결정적으로.”

그런 현자의 돌을 본 시문은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파손이 좀 당황스럽긴 해도, 날려 먹은 것까진 아냐.”

-에? 그게 무슨…….

그리고 현자의 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따악.

손가락을 튕기는 시문.

시문이 뭘 연성하려는지 깨달았는지.

-아! 오빠 설마!

현자의 돌은 깜짝 놀라 소리쳤고, 그것을 신호로.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300,0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익숙한 창이 떠올랐다.

물론.

‘어? 사, 삼십만 점이라고?’

그 교환비는 상상치도 못한 값이었지만 말이다.

그에.

-너무 놀랄 거 없어. 오빠가 연성하려는 그 물건은 이미…… 주인과 함께 소멸한 상태거든.

어느새 진정한 눈으로 돌아온 현자의 돌은 차분히 말했다.

“주인과 같이 소멸했다고?”

-응. 아주 오래전에.

“그렇구나. 그래서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든 거였어.”

지난 크로노스의 모래시계처럼.

해당 성좌와 그 창조물 자체가 아예 사라져버렸으니.

완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식이라, 값이 이렇게 비싸진 거였다.

다행히도.

그때와 같은 상황이 같은 건 소멸만이 아니었다.

“그럼 크로노스의 모래시계처럼. 일부만 연성하면 값은 비싸지 않겠네?”

크로노스의 모래시계에서 모래알만 연성했던 지난날처럼.

이번에도 일부분만 연성하면 되는 것 아니던가?

-그렇긴 한데…… 그때랑 똑같이 연성물의 유지 시간이 길진 않을 거야.

당시 입자 수준의 모래알을 연성했었지만, 그마저도 실시간으로 소멸되고 있지 않았나?

그런 현자의 돌의 우려에도.

“괜찮아 그건 아무 페널티도 안될 테니까.”

-오빠. 대체 무슨 생각을…….

“현아야. 그냥 나만 믿고 따라와.”

그 말에.

-…….

잠시 침묵하는 현자의 돌.

“얼른 견적이나 뽑아 줘.”

시문은 얼른 녀석을 재촉했고.

-……알았어.

어딘가 묘해진 목소리의 현자의 돌은 곧바로 등가교환 창을 띄웠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50,0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5만 점으로 내려온 등가교환 값.

그것을 확인한 시문은.

“현아 너, 나 랜덤 스탯 못 돌리게 하려고 5만 점으로 맞춘 거 아니지?”

게슴츠레한 눈으로 현자의 돌을 흘겼고.

-아니거든~ 현재 7만 점 정도 있으니까. 여유분 두고 딱 맞춘 거거든?

어느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현자의 돌은 얄밉게 싱글거렸다.

그에.

‘녀석. 이제야 돌아왔네.’

피식 웃음을 흘린 시문은.

“오냐. 이번만 믿어준다.”

따악.

곧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파츠측.

시문의 손끝으로 연성 스파크가 뛰어올랐고.

축소되었던 파라켈수스의 가마솥처럼.

톡.

성인 남성의 손만 한 가마솥 하나가 시문의 손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어.

[성좌 천마가 ‘다그다라…… 그리운 이름이군.’ 침음성을 흘립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쯧. 멍청한 외팔이 같으니. 그깟 거인 따위에게 당해선…….’ 한숨을 내쉽니다.]

[성좌 제우스와 오딘이 복잡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성좌 라와 바알이 잠시 눈을 감습니다.]

줄줄이 올라오는 성좌들의 반응.

하나 앞서 현자의 돌에게 소멸 소식을 들은 시문이었기에.

‘다들 친한 사이였나 보네.’

반응들을 치워 낸 시문은 즉시 파라켈수스의 가마솥으로 던져넣고 정신을 집중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3,0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또다시 떠오르는 등가교환.

시문은 예를 택하곤, 깨달았던 진리에 한껏 몸을 맡겼고.

아르스 마그나(Ars Magna) - 융합(融合).

파라켈수스의 가마솥과 다그다의 가마솥.

두 개의 잊힌 신화를 하나로 융합시켰다.

그러자.

화아아아아!

눈이 멀 정도로 환한 빛과 함께.

쿠르르르르.

연구실 전체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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