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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70화 (470/650)

470화 그렇게 되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렀다

조지훈은 한진영 앞에 서서 현재 월가에서 화제가 되는 이야기를 보고했다.

“브릿지랜드와 홀리스 인베스트먼트가 BSML에 관해 여러 가지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렇겠지.”

한진영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들었다.

조지훈은 그런 한진영의 안색을 살피고는 이야기했다.

“괜찮을까요?”

“뭐가?”

“만약 마음이 바뀌어 BSML 지분을 내놓지 않겠다고 하면 큰일 아닙니까?”

“안 내놓는다고 해도 괜찮아.”

한진영은 뉴욕거래소가 보이는 창문 밖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BSML의 지분을 구하는 길은 많으니까. 지금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을 내야겠지만 말이야.”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조지훈을 바라보고 웃었다.

“그런데 그럴 일은 없어. 분명 두 곳은 가지고 있는 BSML 지분을 내놓고 말 테니까.”

“정말 그렇게 될까요?”

“그래.”

한진영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리고 여전히 궁금증이 많아 보이는 조지훈을 향해 조금 더 설명을 이어갔다.

“코인 그라운드의 예상 수익률을 보지 못했다면 BSML의 지분을 죽어도 내놓지 않았겠지. 더더욱 내가 달라고 하는 거라면 기를 쓰고라도 내놓지 않았을 게 분명해.”

“사장님께 당한 것 때문에 말입니까?”

“그래. 그건 나라도 하지 않았을 일이니까.”

한진영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지포 라이터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얘기치 못하게 코인 그라운드의 수익률을 봤으니 마음이 흔들리겠지. 투자로 인해 500% 혹은 그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니까.”

“그럼 BSML을 확인하는 건 무엇 때문인가요?”

“그거야 뻔하지.”

한진영은 담배케이스를 열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지포 라이터를 켜 불을 붙이고는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후우~”

담배 연기를 내뱉은 한진영은 담배 맛이 맴도는 입을 천천히 열어 조지훈의 질문에 대답했다.

“혹시라도 코인 그라운드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지 모르니 알아보는 걸 거야. 코인 그라운드의 500%를 노리다 더 큰 걸 놓칠 수도 있으니까.”

“그럼 알아보게 놔둬도 괜찮은 건가요? 만약 그들이 사장님께서 본 걸 알아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입에 담배를 문 채로 크게 웃었다.

“하하하.”

조지훈은 한진영이 웃는 것을 멈출 때까지 기다린 뒤 의아한 듯이 물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건가요? 정보력이나 분석력이 절대 우리에 뒤지지 않는 곳들이라 그들도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한 건데 말입니다.”

“하하하. 그래. 자네 말대로 정보력이나 분석력이 우리에 뒤지지 않지. 아니.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본다면 그들의 정보력과 분석력을 우리가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이야. 그렇지 않나?”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회사 규모부터가 그들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재미있다는 듯이 여전히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무리 정보력과 분석력이 뛰어나더라도 찾을 수 없어.”

자신 있게 말하는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번에도…… 사장님만의 특별한 라인을 통해 알아낸 정보인가요?”

“라인까지는 아니고 특별한은 맞아.”

조지훈은 도대체 한진영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가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기에 한진영의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들은 모르는 한진영만의 정보가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우리는 천천히 기다리면 돼. 그리고 BSML 지분을 사는 것만 생각하면 돼. 나머진 상장 전까지 코인 그라운드가 허튼짓하지 못하게 막는 것. 그것만 주의하면 돼.”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BSML 지분획득을 본사 차원에서 준비하라는 지시를 넣어놓겠습니다.”

“아니야.”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번 BSML의 지분은 이곳 미국 지사에서 획득하는 것으로 해.”

“미국 지사에서요? 그렇다면 자금을 미국 측으로 송금해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문제가 좀 복잡해지지 않겠습니까?”

“맞아. 그러니 법인을 설립해야지. 세이지의 미국 지사가 아니라 자회사로 진행하도록 하자.”

“새로 회사를 하나 설립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야 나중에 저기에 들어갈 때도 편해.”

한진영은 담배를 들고 있는 손으로 뉴욕거래소를 가리켰다.

조지훈은 그제야 한진영이 5억 달러 중에 1억 달러를 남겨놓은 이유를 알게 됐다.

쓸 데가 있다는 곳이 바로 미국에 세이지증권의 자회사를 설립하기 위함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한진영이 말하는 뉴욕거래소 상장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인지도 알게 됐다.

‘미국 자회사의 상장이었구나.’

대한민국에 있는 회사를 끌고 들어가 뉴욕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진영은 그것보다 더 돈을 많이 버는 길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세이지증권의 미국 자회사 설립은 순식간에 진행됐다.

나창운이 지휘하는 투자사업본부를 미국으로 옮겨 법인을 세운 것이었다.

대부분 미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투자사업본부였기에 조금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새로운 자회사 설립이 착착 진행됐다.

세이지증권의 운용파트를 떼어 자산운용사를 새롭게 설립한 것이었다.

세이지증권의 자산을 비롯한 모든 운용 업무에 관한 것을 처리하는 곳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외부에 발표했다.

회사가 하나에서 세 개로 나뉘었지만, 정점은 언제나 마찬가지로 한진영으로 정리가 됐다.

업계에서는 점점 불어나는 몸집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나 예상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하기에는 미국 지사보다는 미국 내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편이 활동에 편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세이지증권의 선택을 해석했다.

세이지증권이 자회사를 설립하여 몸집을 나누는 사이 미국에서는 한진영의 계획대로 일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브릿지랜드와 홀리스 인베스트먼트와 세이지증권이 MOU를 체결한 것이었다.

“그럼 빠른 시일 내에 코인 그라운드 측과 함께할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돈도 준비하셔야 합니다.”

레이 젠슨과 바비 힉스는 한진영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는 각각 다음을 기약했다.

두 곳이 아무리 살펴도 BSML에는 특이사항이 보이지 않았다.

반도체 장비 회사로 시장에 절대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반대로 성장성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회사들은 매우 한정적으로 존재했다.

게다가 계속된 치킨게임으로 인해 회사는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가는 상태였다.

일본과 대만, 유럽과 미국의 여러 회사가 문을 닫아 이제는 고정 거래처라고 할만한 곳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든 상태였다.

아무리 경쟁자가 없는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시장 자체가 줄어든다면 도리가 없었다.

BSML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 바로 그랬으며 미래가 불투명하기만 했다.

이런 곳의 지분을 넘기고 코인 그라운드의 지분을 획득한다면 그건 남는 장사라는 결론을 내린 브릿지랜드와 홀리스 인베스트먼트는 한진영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들은 한진영이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한 것은 미국에서 자리를 잡기 위함이라고 판단했다.

세이지증권이 자회사를 미국에 설립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가는 선택이라고 해석한 것이었다.

브릿지랜드와 홀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리고 세이지는 본격적으로 코인 그라운드의 상장 작업에 돌입했다.

***

한진영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미국 서부로 다시 향했을 때는 대한민국에서 상승이 일단락되었을 때쯤이었다.

“현재 추산한 증권사 협회 소속의 여섯 개 증권사의 추정 손실은 약 5조가량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메리트증권만이 2천억의 손해를 보이며 선전했을 뿐 나머지 증권사는 1조에 가까운 혹은 1조가 넘는 손해를 보며 백기를 들어 올리고 말았습니다.”

한진영은 샴페인 잔으로 목을 축이며 조지훈의 보고를 들었다.

“하여튼 이 바닥에 영원한 동맹이 없다지만 메리트 놈들은 너무했어.”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증권사 협회에서는 메리트증권을 제명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배신자를 가만둘 수는 없지. 그럼 다섯 개로 협회를 운영하겠다는 건가?”

“아닙니다.”

“아니라고?”

한진영은 승무원이 따라주는 샴페인을 잔에 받은 뒤 샴페인을 다시 목으로 넘겼다.

비행기 내에서 먹는 술은 술맛이 다르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느끼며 조지훈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협회를 해산한다는 건가?”

“그것도 아닙니다. 조금 더 조직을 단단히 할 계획을 하는 것 같습니다.”

“조직을 어떻게 단단히 한다는 건데?”

조지훈은 한국에서 전해온 소식을 한진영에게 이야기했다.

“기존에 상위 여섯 개 회사를 중심으로 운영하던 협회의 범위를 넓힐 계획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곳들도 받아들이겠다는 소린가?”

“네. 증권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조직을 단단히 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오히려 몸집을 불려 힘을 키우다가 조직이 더 물렁물렁해지는 것 아니야?”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렇지?”

한진영은 흥미롭다는 듯이 샴페인 잔을 들어 올리고 조지훈을 향해 물었다.

조지훈은 자리에 앉은 채로 몸을 한진영 쪽으로 수그리고 대답했다.

“조직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을 때는 업계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고 합니다.”

“아~”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리트가 말을 듣지 않은 것은 협회의 힘이 약해서 그런 것 같으니 협회의 힘을 더 키우겠다는 뜻이구먼.”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하하. 뭐가 됐든 재미있는 친구들이야. 그런 거로 통제가 될 거로 생각한 건가?”

한진영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듯이 부정적인 모습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거로 될 일이었으면 애초에 메리트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겠지. 돈이 연결되어 있는데 통제가 어떻게 가능해?”

“메리트 일로 단단히 결심한 모양입니다. 협회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하며 따르지 않았을 때는 불이익이 상당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조지훈은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로 이야기했다.

“소문에는 메리트와 같은 일을 저질렀을 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주력 종목에 똥물을 뿌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렇게 애들 같은 짓을 한다고?”

“본보기로 메리트가 주력으로 컨트롤하는 종목에 대한 일괄적인 매도 리포트가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아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뭐?”

한진영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조지훈을 바라봤다.

조지훈은 직접 보는 편이 낫다는 생각으로 한진영에게 태블릿을 건넸다.

태블릿 화면에는 산화산업에 대한 리포트들이 떠 있었다.

“현재 주가 4만 원대에 자리한 산화산업에 대한 일괄적인 매도 리포트가 며칠 전부터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협회에 가입한 증권사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목표주가가…….”

“만 원? 4만 원짜리 종목의 목표주가가 만 원이야?”

한진영은 여전히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조지훈을 바라봤다.

조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태블릿의 다음 장을 넘겼다.

“그뿐이 아닙니다. 이것 좀 보십시오.”

조지훈이 넘긴 태블릿의 다음 장에는 산화산업에 대한 은행권의 자금 조이기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뉴스로 떠 있었다.

“증권사와 같은 계열사인 은행들의 경우 채권에 대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거나 아니면 자금 회수에 들어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산화산업은 메리트와의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돌겠네.”

한진영은 보는 것이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태블릿을 밀어내고 조지훈에게 물었다.

“메리트는 어떻게 하고 있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고는 있지만…….”

“협회에서 받아주지 않는 거지?”

“네.”

한진영은 실소를 터트렸다.

“이건 조직을 단단히 하는 게 아니라 협박을 하는 거 아냐?”

“하지만 그들의 계획대로 힘을 보여줌으로써 협회가 단단해지는 효과를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협회의 지시에 따라 일률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나 하는 짓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갈지 두고 보자고.”

한진영은 이런 식의 조직력은 와해하는 것도 한순간이라고 생각했다.

힘이 미치지 못하는 상대를 만났을 때 다시 한번 각자도생을 꿈꾸며 흩어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조지훈은 비웃음을 가득 짓고 있는 한진영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사장님.”

“왜? 뭐 더 할 말이 있어?”

보고가 대충 끝나지 않았느냐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던 한진영은 다시 자기를 부르는 조지훈의 목소리에 시선을 조지훈에게로 옮겼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시선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증권사 협회에서 우리에게도 들어오라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지랄들 하네.”

조지훈의 말에 바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한진영은 오른손을 들어 휘저었다.

“됐다고 그래. 거기 들어가서 뭐 한다고 들어가? 아이들 장난치는 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으니까 싫다는 뜻을 전해.”

단호한 한진영의 말에도 난감한 조지훈의 표정은 지워지지 않았다.

“사장님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쉽지 않다니? 뭐가 쉽지 않아?”

“그들도 사장님께서 거절하실 것을 예상했던 건지 만약 들어오지 않았을 때 받을 불이익을 잘 생각해보라는 말을 제안 뒤에 더해서 건넸습니다.”

“불이익?”

“아무래도 메리트에 했던 짓을 우리에게도 할 수 있다는 뜻을 알리려 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한진영은 코웃음을 친 뒤에 샴페인 잔을 들었다.

그러자 승무원이 다가와 한진영의 잔에 샴페인 잔을 가득 채웠다.

한진영은 단숨에 샴페인을 들이키고 살짝 취기가 도는 얼굴로 조지훈을 향해 말했다.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보라고 해.”

“사장님. 정말 괜찮을까요? 메리트증권에 하는 짓을 보니 마치 작정하고 왕따를 시키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메리트증권이야 그렇게 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우리를 그렇게 만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렀어. 2년 전. 아니. 1년 전에만 그랬어도 나도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수그리고 들어가려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사이즈가 달라. 우리가 목표로 하는 건 세계인데 대한민국에서 비비적거리고 있는 놈들하고 아웅다웅할 이유가 없지. 마음대로 하라고 해.”

한진영은 샴페인 잔을 내려놓았다.

이제 더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듯이 머리까지 기대고 누워 눈을 감은 채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책임도 각오하라고 해. 우리를 건드리는 순간 회사가 날아갈 각오를 하고 덤비라고 말이야.”

한진영은 올라오는 취기에 더는 이야기를 하기 귀찮다는 듯이 누운 채로 입을 다물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이 취기에 그냥 한 말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빨간 얼굴과 목소리에 취기가 담겨있기는 했지만, 말 속에서는 서슬 퍼런 칼날이 비췄기 때문이다.

조지훈은 자기를 향한 것이 아님에도 한기에 자기도 모르게 목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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