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76화 (476/650)

476화 사람들은 구분하지 못한다

-지난 일본의 무역 제재 때는 물론이고 그 전의 주식시장의 등락을 모두 맞히며 시장을 정확하게 바라본다는 평이 자자한 세이지입니다. 그런 세이지가 인정한 곳이 바로 코인 시장입니다.

-어떻게 인정했다는 이야기입니까?

진행자는 코인 관계자의 말에 의문을 던졌다.

그러나 코인 관계자는 이런 의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해온 답을 사람들 앞에 펼쳐 보였다.

-현재 코인 거래소의 가장 큰 곳이 어디입니까?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코인 그라운드 아닙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미국에 자리한 곳으로 미국 거래량의 70%, 전세계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처리한다고 이야기되는 곳입니다. 코인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1위 거래소입니다.

코인 관계자는 교수를 돌아봤다.

당신도 들어서 알지 않느냐는 눈빛의 코인 관계자였다.

교수는 가만히 눈을 내리깔았다.

원하지 않는 방향의 이야기 진행이라는 것이 교수의 표정으로 알 것만 같았다.

코인 관계자는 교수의 모습을 확인하고 만족한 듯이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이야기했다.

-그 코인 그라운드의 초기 투자자가 바로 세이지입니다.

-그 세이지증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 세이지증권이 코인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세이지증권이 먼저 움직인 시장이 과연 나쁜 곳이 맞을까요?

코인 관계자는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코인 관계자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마치 대답을 들었다는 듯이 얇게 웃었다.

그리고 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던 교수를 향해 이야기했다.

-한진영 사장의 경우 개인적인 투자 또한 코인 그라운드에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진출하여 가장 먼저 한 일 또한 코인 그라운드의 상장 작업이라고 전해지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코인 관계자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교수 쪽이지만 반응은 진행자 쪽에서 먼저 나왔다.

코인 관계자는 고개를 돌려 진행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띤 채로 대답했다.

-정말입니다. 이미 뉴욕에서는 코인 그라운드의 상장으로 떠들썩하다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코인 그라운드의 기업 가치가 1,0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20조에 달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으로 온다면 삼선전자 바로 아래 단계에 자리할 규모의 회사라는 뜻입니다.

코인 관계자는 다시 교수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교수를 향해 물었다.

-이런데도 코인 시장이 나쁘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세이지가 투자하고 뉴욕 월가에서 인정한 코인 시장이 정말 나쁜 곳입니까?

코인 관계자의 말에 교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리로는 코인 관계자의 말이 틀린다는 것을 알지만 코인 관계자의 말에 반박할 말이 따로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화면 속이 아닌 다른 곳에서 코인 관계자의 말에 반박하는 말소리가 나왔다.

“그건 코인 그라운드가 좋은 거고…… 코인하고 코인 거래소하고 같이 보면 안 되지.”

사무실에서 한국에서 하는 방송을 바라보고 있던 한진영은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왜 우리와 엮어?”

“왜긴 왜겠어? 너하고 엮어야 약발이 먹히니까 그런 거지. 지금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너하고 엮이면 뭐든지 말이 되거든. 그만큼 네 영향력이 크다는 뜻이야.”

“그거야 주식시장이고…… 왜 코인 놈들이 나하고 엮이려고 그래?”

“쟤들도 마찬가지지. 네가 투자했다고 하니까 분위기 변하는 거 보이지 않냐? 그냥 뭐가 됐건 너하고 엮이면 무조건 좋아.”

이성우는 한진영의 사무실 응접용 소파에 앉아 비스듬히 화면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네가 말해줘서 투자하지는 않았는데 알게 모르게 너 때문에 투자한 사람 많을 거다.”

“나 때문에? 왜 나 때문이야?”

“네 이름이 저렇게 거론되니까 너하고 연관됐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거지. 나 봐.”

이성우는 몸을 돌려 한진영을 돌아보고 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리켰다.

“너를 아는 나도 솔깃한데 너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 솔깃하지 않겠어? 그 사람들이야 코인하고 코인 그라운드하고 따로 보지 않을 거야. 그냥 코인이면 코인이지. 코인을 거래하는 거래소는 따로 봐야 한다는 건……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 할 말이야.”

이성우의 말에 한진영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자기가 놓쳤던 부분을 지적한 이성우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말했다.

“제법이다. 이제는 어엿한 기업가의 모습이 보여.”

“과찬이십니다.”

이성우는 한진영의 칭찬을 앉은 채로 고개만 숙여 받았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의 모습에 가만히 미소 짓고는 여기 온 이유를 물었다.

“너 뭐 때문에 왔다고?”

“나?”

화면 쪽으로 몸을 돌린 이성우는 고개만 한진영 쪽으로 돌려 대답했다.

“칠레에서 리튬 광산 큰 게 나와서 그거 가격 좀 알아보러 왔어. 뉴욕에 있는 미국 쪽 업체들이 얼마를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리튬 광산?”

이성우는 소파에 팔까지 걸치고 계속 이야기했다.

“네가 니켈 광산을 인수하라고 해서 니켈 쪽을 인수했는데 리튬 쪽도 요새 물건이 많이 나오고 있더라.”

“하긴 지금 리튬 쪽이 분위기가 안 좋기는 하지. 남미 국가들이 도미노 부도 위기를 겪다 보니 가장 돈이 되는 물건인 리튬 광산을 내놓아 리튬 광산 물건이 많은 것 같더라.”

“너도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지. 언제나 이차전지는 나의 최고 관심사 중에 하나니까.”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가 걱정 어린 눈으로 이야기했다.

“괜찮은가 모르겠어.”

“뭐가?”

“리튬 광산 물건이 마구 나오면서 리튬 가격도 같이 내려가고 있거든. 이게 번져서 니켈 쪽도 분위기가 점점 안 좋게 흘러가고 있고…… 이차전지도 성장세가 지금은 썩 좋아 보이는 모습이 아니야. 기존 자동차업체들은 여전히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테라만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이 성장할지도 의문인 상태고…….”

한진영은 이성우가 불안해하는 이유가 이해됐다.

과감한 선투자를 진행한 것에 비해 시장의 성장이 더디다는 느낌이 들만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칠레 쪽으로 넘어가기 전에 잘 왔다.”

“잘 왔다고?”

한참 걱정하던 이성우는 눈을 끔벅이며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이성우를 향해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고는 앞에 놓인 전화기로 밖에 있는 조지훈에게 지시했다.

“나 사장 들어오라고 해.”

“나 사장? 나 사장이 누구야?”

이성우는 전화를 끊은 한진영을 바라보고 나 사장이 누구인지 물었다.

“우리 회사 나창운 사장 만나본 적이 없었나?”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진영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 그 나창운. 스치듯이 몇 번 본적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사장이야? 본부장 아니었어? 내가 만났을 때만 해도 네 회사의 투자 부문 본부장이라면서 인사했었는데?”

“얼마 전까지는 본부장이 맞는데, 여기에 새롭게 자회사 설립하면서 사장으로 올려줬어.”

“그래? 그럼 너는 뭔데? 그 사람이 사장이면 너는…….”

이성우가 의미심장한 눈길로 한진영을 바라보자 한진영은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나는 회장. 이제부터 회장님이라고 불러라.”

한진영이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너스레를 떨자 이성우는 한진영이 농담하는지 아니면 진담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면서 나창운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 나 사장. 어서 들어와요.”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한진영을 향해 회장이라고 부르는 나창운의 모습에 이성우의 눈은 동그랗게 변했다.

한진영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은 나창운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 사장님. 바쁘겠지만 한 가지 일 좀 더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앞에 우리 이성우 사장 본 적 있으시지요?”

“네. 한국에서 있었던 투자기업 만찬회에서 한번 뵌 적이 있었습니다. 안녕하셨습니까?”

나창운이 이성우에게 인사하자 이성우는 놀랐던 눈을 잠시 거두고 나창운의 인사를 받았다.

“네. 오랜만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사장 자리로 오르셨다고요?”

“어깨가 무겁습니다. 회장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축하한다는 말에도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어깨가 무겁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진영은 간단하게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눈 것을 확인하고 나창운에게 지시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자원개발 파트를 신설하도록 하세요.”

“자원개발이요?”

뜻밖의 지시에 나창운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은 그런 나창운을 향해 계획을 설명했다.

“자원개발 분야에 진출한 회사와 공동으로 해외자원을 취득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기풍에서 진행하려는 리튬 광산 같은 것 말입니다.”

“뭐? 우리?”

이성운이 자기 이야기가 나오자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돈 대줄게.”

“어?”

“우리가 돈 대줄 테니까 지금 남미에 나온 괜찮은 리튬 광산 쭉쭉 사들여.”

“나온 걸 전부 다?”

“전부 다 사면 안 되지. 분명 그 안에는 쓸모없는 것들도 섞여 있을 테니까. 우리는 그런 걸 잘 몰라. 어느 광산이 채산성이 높은지 혹은 어떤 광산이 개발했을 때 더 많은 자원을 채굴할 수 있을지 같은 거 말이야. 하지만 너희는 그쪽에서는 전문가잖아.”

“그렇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그러니까.”

한진영은 동의하는 이성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창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는 돈을 대고, 기풍처럼 자원 개발하는 곳은 상품성이 좋아 보이는 곳을 선별하여 인수합니다. 그리고 인수한 자원에 대한 지분을 빌려준 돈 대신 받도록 하시고요.”

“돈을 빌려준 대가로 지분을 획득하는 건가요? 그럼……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나창운은 한진영의 계획에 이성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 이성우가 한진영을 꼬셔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진행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서였다.

자원개발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모험을 깔고 진행하는 사업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바뀌는 가격에 어제는 상품성이 높았던 자원이 오늘은 손해로 바뀔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신규 광산의 경우에는 탐사 때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품성에 수십억 달러짜리 가치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는 했다.

그래서 대부분 전주는 채권 형태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선호했다.

자원개발을 해서 얼마를 벌든지 간에 채권에 적혀있는 이율 이상의 돈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반대로 개발사업이 휴지가 되더라도 계약서에 쓰인 돈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을 좋아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통념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선택을 했다.

“네. 우리는 광산의 지분을 획득합니다.”

한진영은 이성우가 앉아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창운에게 이야기했다.

“앞으로 자원이 무기가 되는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물론 돈이 되니 무기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걸 돈을 엄청 많이 벌 시장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일본과의 일처럼 말씀이십니까”

“바로 그겁니다. 우리는 한번 경험해봤지요? 바로 그런 세상이 조만간 펼쳐질 겁니다.”

시장을 보는 한진영의 시각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자리에 있는 나창운과 이성우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한진영이 자원이 돈이 되는 세상이 온다면 필시 그런 세상이 올 게 분명했다.

“그걸 준비합시다.”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이성우를 바라보고 말했다.

“리튬 광산. 쓸어 담을 수 있을 만큼 쓸어 담아. 돈은 우리가 대줄 테니까. 그리고 지분은 공평하게 나누자. 어때?”

“우리야 싫다고 할 이유가 없지. 그런데 그게 정말 그렇게 괜찮아? 지금 다른 곳에서는 눈치만 볼뿐이지 사들일 생각은 없어 보이던데?”

뉴욕에 오고 나서 느낀 칠레 광산에 대한 자원개발 업체들의 판단은 조금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한꺼번에 나온 광산 매물에 괜히 손을 댔다가 고점에서 물건을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풍의 판단 또한 보류 쪽으로 기울어지는 상태였다.

칠레에 가서 확인은 해보겠지만 돌아가 보고할 땐 뉴욕에서의 상황을 알리고 기풍 또한 가지고 있는 것들만 지키는 선에서 시장을 보자는 말을 하려고 보고서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걸 한진영은 모두 받아내라고 하니 이성우로서도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이성우의 표정 속에서 그의 생각을 읽어내고 이유를 설명했다.

“리튬과 니켈은 이차전지의 핵심이야. 그 두 가지를 기풍이 꽉 잡도록 해. 그렇게만 된다면 대한에너지건 테라건 누구도 기풍에 고개 숙이고 부탁하는 처지가 될 테니까.”

“우리가 주도권을 잡는다고?”

“일본이 하려는 것을 우리가 하면 돼.”

“하지만 결국은 일본이 백기를 들고 투항하지 않았어?”

“맞아.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지. 그러나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충분히 질만한 일이었어. 일본 놈들이 어설프게 준비가 다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싸움을 걸어와서 진 거지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는 게 내 판단이야.”

말없이 한진영의 말을 곰곰이 따져보던 이성우는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오랜 시간 이성우와 함께 지내며 그의 이런 표정이 긍정적일 때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한진영은 이성우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나창운에게 지시했다.

“제가 한 이야기가 뭔지 아시겠죠? 바로 팀을 꾸려서 이성우 사장과 함께 칠레로 넘어가도록 하세요. 개수와 자금은 개의치 말고 남미 쪽에 나온 물건 중 기풍의 판단하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모두 우리가 인수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자금은 조 실장을 통해 들여오도록 할 테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나창운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한진영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이성우는 나창운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 한진영을 향해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너 만나러 오기를 잘했다. 매번 너한테 도움만 받네. 가뜩이나 요새는 투자자 모으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야. 게다가 채권도 아니라 지분 투자라니…… 회사에 계시는 회장님께서 좋아하시겠다.”

이성우의 말에 한진영은 고개를 저었다.

“돈을 버는 일이니 도움이라고 할 수가 없지. 서로 잘되는 일이니까. 그리고 이번에는 네가 나한테 큰 깨달음을 줘서 내가 도움을 받은 거야.”

“깨달음? 무슨 깨달음?”

“저거.”

한진영은 손가락을 들어 아직도 토론이 진행 중인 화면을 가리켰다.

토론은 세이지가 언급된 뒤 균형이 기울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성우는 이제는 토론이라기보다는 마치 강연이라도 하는 것처럼 진행되는 화면 속의 코인 관계자를 바라보고 말했다.

“방송? 저 방송이 왜?”

한진영은 열띤 음성으로 좌중을 압도하고 있는 코인 관계자를 향해 코웃음 치고는 말했다.

“사람들이 코인과 코인 거래소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네 말. 그게 큰 깨달음을 줬다. 네가 말하지 않았다면 난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하고 그대로 놔뒀을지 몰라.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그런데 지금은 아냐?”

“그래.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정리를 한번 해야 할 것만 같아.”

“정리라니? 무슨 정리?”

이성우는 화면을 빤히 바라보는 한진영의 시선을 따라 화면 속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코인과 우리는 무관하다는 것.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으니까.”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화면과 한진영을 번갈아 바라본 뒤 물었다.

“그게 빠른 정리가 필요할 만큼 중요한 일이야?”

“중요해. 정리가 되지 않으면 코인과 우리를 같은 선상에 놓고 바라볼 테니까. 난 그걸 원하지 않거든.”

한진영은 화면 속의 코인 관계자가 핏대까지 세우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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