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화 시장이 미쳤다
한국에서 발표가 나온 뒤 미국에서도 비슷한 발표가 나왔다.
대한민국의 오소마스크와 마스크 5,000만 장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어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는 발표였다.
대한민국과 다른 점은 대한민국은 무상이라고 발표한 것에 비해 미국에서는 무상이라는 말이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진영아.
한진영의 수화기로 한진영의 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이렇게 받아도 되는 거냐?
“왜 그러세요?”
-왜 그러긴 이놈아. 너무 많이 받았잖아.
수화기 너머의 한진영 아버지 목소리에서는 황당함이 묻어 나왔다.
-한 장당 5달러라니? 너무 비싸지 않니? 우리나라 돈으로 6,000원이야.
“제가 5달러를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네들이 먼저 주겠다고 나선 겁니다. 안정적으로 물건만 공급해달라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아니. 무슨 마스크 한 장에 6,000원이나 한다느냐?
“자기네들이 급해서 그런 거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한 번에 너무 큰 돈이 들어와서 어리둥절해서 그렇다.
6,000원에 5,000만 장을 미국 정부에서 사 간다는 계약을 맺은 오소마스크였다.
단번에 3,000억에 달하는 금액을 손에 쥐었지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은 한진영의 아버지는 마치 죄를 지은 기분이 느껴질 정도였다.
-원가 생각하면…… 내가 도둑놈이 된 기분이야. 돈도 적당히 있어야지. 나 같은 사람이 한 번에 이렇게 큰돈을 손에 넣으면…… 큰일 난다. 정말 큰일 나.
한평생 공무원으로 살아가며 박봉이라고 불리는 공무원 월급만 바라보던 아버지였기에 갑작스러운 돈에 심장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시대를 잘 맞추어 상대방이 높은 금액을 제시한 덕분에 얻은 소득이지만 원가를 생각한다면 마치 상대에게 사기를 친 기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아버지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이해했다.
“아버지 그럼 이렇게 하세요.”
-어떻게?
“우선 고생한 직원들 두둑이 돈 챙겨주세요.”
-그건 걱정하지 말아라. 너무 고생 많아서 안 그래도 보너스 줬다.
“잘하셨어요. 그리고 이번에 번 돈으로 재단 하나 만들어서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하세요.”
-재단을 만들어 공익사업을 하라고?”
한진영은 놀란 목소리의 아버지 음성을 들으며 계속 이야기했다.
“기부하기에는 3,000억이라는 돈이 너무 큰 금액이에요. 그렇다고 나누어 기부하기에도 쉬운 상황이 아니고요. 그래서 차라리 3,000억으로 공익재단을 만들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 꿈인 장학사업을 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구나.
“3,000억이면 아버지께서 꿈꾸던 계획을 다 이루는 데 문제없을 거예요. 그리고 저도 돈을 보태도록 할 테고요.”
-그래그래.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다.
한진영의 생각에 깊은 고민이 사라진 것인지 한진영 아버지는 개운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너무 큰 돈을 벌어 꼭 사기 친 기분이라 내내 찝찝했는데, 이런 식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면 너무 좋겠구나. 돈을 벌고 나라에도 크게 이바지를 할 수 있으니 이것보다 좋은 건 없을 것 같다.
“그럼 제가 조 실장을 통해 준비하라고 할 테니 아버지는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계시면 돼요.”
-그래. 고맙다. 아 참. 그리고 조 실장에게 언론 정리해 줘서 고맙다는 말도 전해줘.
“많이 힘드셨죠?”
-너는 괜찮으냐? 어찌어찌하다 보니 내가 네 아버지인 게 들통이 났는데 말이다.
걱정하는 목소리의 아버지를 향해 한진영은 가볍게 말했다.
“아버지가 말씀하지 않으셨어도 어차피 들통날 일이었어요. 대통령이 마지막 말에 저에게 고맙다고 한 것 못 들으셨어요?”
-하긴 그렇다. 그래서 한동안 기자들이 왜 너에게 대통령이 고맙다고 한 거냐면서 많이도 물어봤었지. 마스크를 가지고 가는 곳은 우리인데 너에게 고마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이야.
한진영의 아버지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언제 한 번 한국에 돌아와라. 엄마가 네 얼굴 보고 싶다고 하니까.
“비행기 보내드릴 테니까 엄마랑 같이 타고 오세요.”
-됐다. 노인네들 둘 타고 가는 데 뭘 비행기를 보내? 그냥 네가 시간 될 때 들어와라. 코라나인가 그거 위험한 것 같으니 조심하고…… 엄마하고 아빠는 네가 노란 머리 아가씨 데리고 와도 이해해줄 테니까 어서 빨리 아가씨나 데리고 와서 네 엄마 기쁘게 해드려. 전화도 자주 하고.
“네.”
-그럼 또 연락하마. 잘 지내라.
한진영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한쪽에 서서 기다리고 있던 조지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들었지?”
“네. 바로 재단설립에 관한 준비에 들어가겠습니다.”
“오소마스크에서 3,000억 내놓고 우리가 3,000억 내놓아서 총 6,000억 자본으로 재단 만들도록 해.”
“규모가 상당하겠습니다.”
“아버지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재단 이사장은 아버지로 준비하도록 하고…….”
“어르신께서는 오소마스크의 사장님이신데 재단 이사장까지 맡으시면…… 보기가 안 좋을 듯싶습니다.”
조지훈의 말에 한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렇게 되면 공익재단을 설립한 의미가 퇴색되지. 그러면 안 돼.”
“그럼…….”
회사 사장과 재단 이사장을 동시에 맡으면 안 되는 걸 아는 상태에서 재단 이사장을 맡으라고 하는 건 이유가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오소마스크 사장 자리에서 어르신이 내려오시는 건가요?”
“정확하게 말하면 오소마스크를 팔 생각이야.”
“파신다고요? 이렇게 잘 되는데요?”
조지훈은 깜짝 놀라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내고 말았다.
마스크 사업은 땅 파서 사업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호황인 사업이었다.
현재 판매되는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기에 마진율이 90%를 넘어 95%에 도달하고 있을 정도였다.
찍어내는 대로 돈이 되는 것에 오히려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조지훈은 이상하기만 했다.
“적당히 사겠다는 임자가 나타나면 싸게 넘기도록 해. 굳이 프리미엄 붙일 이유도 없으니까. 세이지가 투자한 가격에 넘겨도 괜찮아.”
“우리가 투자한 가격에요? 기곗값만 받고 넘기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왜? 너무 싸?”
“싸도 너무 쌉니다.”
조지훈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솔직한 속내를 이야기했다.
“너무 싸서 제가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정도입니다.”
“하하하. 조 실장이?”
“네. 그 정도로 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진영은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여 몇 모금 빨아 마신 뒤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내가 원한 건 마스크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었어. 돈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고, 내가 원했던 것은 세이지라는 좋은 간판을 장식하기 위한 장식품이 필요했던 거지. 그게 바로 마스크였고…… 이제 내 계획대로 간판에 장식이 잘 되었으니 이제 그만 넘기는 편이 좋아.”
“마스크를 생산해서 얻는 이득이 있지 않습니까?”
“언제까지나 마스크 한 장당 가격이 6,000원이나 할 것 같아?”
한진영의 질문에 조지훈은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패닉에 빠져 너도나도 마스크를 사느라 가격이 여기까지 치솟은 것이지 안정만 된다면 6,000원은 물론이고 600원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조지훈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조지훈이 자기의 뜻을 아는 것 같아 보이자 조금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사람은 빠질 때를 잘 알아야 해. 그리고 이것저것 다 먹겠다고 덤벼서도 안 돼. 그러다가는 원래 목표로 했던 것까지 놓치는 경우가 있으니까.”
“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시기에 박수받으면서 떠나는 것이군요.”
“그래. 그렇게 보면 편할 거야.”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만족한 듯이 웃으며 담배를 비벼 껐다.
그리고 모니터링 화면에서 나오고 있는 뉴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려고 하니 우리는 우리 일에 집중하도록 하자.”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을 따라 한진영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이번 주말 OPEC+ 회의가 열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
석유수출국기구인 OPEC의 국가들과 주요 산유국 국가들이 모여 만든 연합체인 OPEC+는 회의가 있기 전부터 활발하게 물밑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모이는 것인 만큼 회의장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OPEC 기구의 수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50만 배럴의 감축을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침체에 들어간 만큼 석유 수요량 또한 예상보다 심각하게 줄어들 것이 예측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기술위원회가 권고한 60~100만 배럴 감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50만 배럴의 감산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장은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왔다.
OPEC+의 감산 규모는 현재 210만 배럴이었다.
여기서 150만 배럴을 더 감산한다면 주요 산유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러시아의 주장이었다.
러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인 OPEC의 감산 안에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방침이 알려지자 유가는 급락하고 말았다.
지난 증시 폭락 때 45달러를 회복했던 유가가 이번 소식으로 인해 45달러를 재차 붕괴시킨 후 전저점마저 깨뜨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시장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굳이 감산량을 가지고 다투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친 것이었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은 아직 본회의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어떻게든 감산에는 합의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홍대민은 떨리는 얼굴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창운은 그런 홍대민을 이상한 듯이 바라봤다.
“왜 홍 사장님께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십니까? 테스트는 여기 두 분이 받는 건데 말입니다.”
나창운의 말에 미하엘 퍼터와 박도하가 같은 생각을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 앞에서 1차 테스트를 받는 자기들보다 옵서버로 자리에 온 홍대민이 더 크게 긴장하는 게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오늘 주가 못 보셨습니까?”
“보다가 중간에 나왔습니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나창운이 표정이 어두운 홍대민을 바라보고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
“나스닥이 9,000을 회복했다고 하던데…… 설마 문제가 심각한 겁니까? 이대로 10,000까지 가는 겁니까?”
10,000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세이지가 망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리스크센터가 확실하게 위험회피를 위한 대비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창운은 이제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피해만큼은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이 물거품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홍대민은 나창운의 걱정하는 눈빛을 보고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10,000이라니요? 제가 오늘 시장을 봤냐고 물은 건…… -3%의 하락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3%요?”
홍대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정확히는 뉴욕 3대 지수가 모두 -3% 이상의 하락을 보여줬습니다. 다우, S&P, 나스닥 할 것 없이 모두 말입니다. 최근 9거래일 중의 6거래일이 3% 이상의 등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로 가든 아래로 가든 어느 방향으로 모두 3% 이상입니다.”
홍대민은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이고 자리에 앉아 있는 세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오늘 하락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홍대민의 말에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오늘 있을 테스트를 준비하느라 혹은 비서실에서 연락받아 오소마스크의 매각을 진행하느라 지수 움직임에 관해 확인을 못 했기 때문이다.
홍대민은 세 사람을 향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말했다.
“격리와 여행제한 조치가 강화되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네? 그건 이미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여기 누가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창운이 미하엘 퍼터와 박도하를 돌아보고 물었다.
두 사람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로 증권회사가 아닌 일반 상식만 알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모두 알고 있을 만한 매우 전형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니 환장할 노릇이라는 겁니다.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에도 롤러코스터처럼 3%가 올랐다 3%가 빠지는 시장입니다. 게다가 주말에 있을 OPEC+회의에서 감산이 무산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1%가 빠졌습니다. 유가가 -10%가 빠진 게 도대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그렇게 빠졌습니다. 시장이 미쳤어요.”
시장을 생각하자 먹은 게 올라오는 느낌이 난 홍대민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보는 것만으로 멀미가 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저기…… 홍 사장님.”
이야기를 듣던 박도하가 홍대민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네?”
박도하의 부름에 홍대민은 고개를 돌려 박도하를 바라봤다.
박도하는 홍대민의 시선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질문을 던졌다.
“만약에 감산 합의가 진짜로 깨진다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홍대민은 잠시 박도하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도 박도하와 같은 생각을 줄곧 해왔기 때문이다.
“흐음…… 그게…….”
말을 처음 꺼내기가 어려웠던 것인지 잠시 머뭇거리던 홍대민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우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왜 그렇습니까?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다 보면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논의하는 겁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말입니다.”
“아~”
홍대민의 설명에 미하엘 퍼터와 박도하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회의 자리 전에 논의하는지 그것도 궁금했던 두 사람이었다.
홍대민은 이해한 듯한 두 사람을 향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가능성이 제로라고 한 겁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물밑에서 활발히 논의를 나눠 무조건 합의를 한 상태에서 회의를 진행하니까요. 하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니까. 뭐……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회의가 진행되어 깨진다면…….”
잠시 말을 멈춘 홍대민은 박도하와 미하엘 퍼터의 눈을 번갈아 바라본 뒤 말했다.
“마이너스 거래가 가능하게 만든 프로그램이 빛을 발휘할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나창운은 놀란 표정의 두 사람을 제지하고 대신 홍대민을 향해 질문했다.
“마이너스 거래도 가능하다는 말씀입니까?”
“가능합니다. 이론적으로는요.”
“어떻게 마이너스 거래가 가능하다는 말씀입니까? 원유를 가지고 가면 돈을 주는 세상이 온다는 말씀입니까?”
나창운이 믿기 어렵다는 듯이 몇 번이나 묻자 홍대민이 답답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현물이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겁니다. 기름은 땅이건 바닷속이든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나온 것을 탱크에 채워 주인을 찾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탱크가 가득 찼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뿜어져 나오는 기름의 밸브를 잠글 수도 없다면 말입니다. 바다에 버릴까요? 땅에 버릴까요? 어떻게든 탱크를 비워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돈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은 홍대민의 설명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지만 한진영이 급히 만들라고 하고 포지션을 잡은 채 여전히 풀지 않고 있었다.
한진영의 움직임에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 마치 일어날 일처럼 느껴졌다.
“회장님께서 들어오십니다.”
‘파국’이라는 단어가 세 사람 머리에 떠오를 때 한진영이 들어온다는 조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은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