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80화 (580/650)

580화 우리는 반대가 아닌 경고만 한다

세이지의 대규모 채용 소식과 함께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블랙문, 코인 그라운드와 합작으로 코인 대출회사 설립]

[긴급자금이 필요한 코인 투자자를 위한 대출 창구가 생겨나 시장에 큰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

[블랙문과 코인 그라운드, 코인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

블랙문과 코인 그라운드의 코인 대출회사 설립 뉴스가 전해진 것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곧바로 나온 뉴스는 시장을 들썩이게 하였다.

[블랙문, 코인 그라운드를 통해 신규 코인 발행]

[스테이블 코인 블랙과 블랙 코인을 기반으로 한 알론 코인 발행 및 상장계획 발표]

[두 코인은 알고리즘 방식으로 연동되어 가격의 안정화를 도모할 예정이라고 밝혀]

[코인 시장의 새로운 대표 코인이 될 것으로 기대돼]

코인 시장이 블랙문의 진출 소식에 이어 블랙문이 코인을 발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블랙문이라는 거대한 투자회사가 진출한 만큼 코인이 제도권에 인정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코인 시장의 달러라고 불리는 대표 코인의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 고점인 14,000달러 앞에서 꼬꾸라져 4,000달러 선까지 깼던 대표코인의 가격이 블랙문이 발표한 블랙 코인의 소식과 함께 11,000선을 뚫고 말았다.

시장에서는 코인 또한 주식과 마찬가지로 집중해서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코인을 데이터 쪼가리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코인만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분석가가 방송에 나와 피를 토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코인은 화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코인에는 장벽도 없고, 이념도 존재하지 않으며, 종교 또한 없습니다. 세계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거래를 할 수 있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고요? 코인을 사용하는 곳이 생겼습니까?

분석가는 기자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린 뒤 어색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이제 곧 사용하게 될 겁니다. 여러 곳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머지않은 시간에 달러 대신 코인을 사용하는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그러니까 아직은 사용하는 곳이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는 생길 겁니다.

분석가는 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무언가가 생각난 듯이 화제를 바꿨다.

-지금 당장 사용하는 곳이 없어도 코인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인정을 받는다는 말씀이십니까?

-바로 블랙문과 코인 그라운드가 합작하여 설립한 코인전문 대출회사인 원스 파이낸스를 통해 투자한 코인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설립된 코인 담보대출 회사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분석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앞으로 코인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신하게 될 겁니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중앙은행의 휘둘림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탈중앙화 통화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게 분명합니다. 그때가 되면 기준 코인으로 불리는 코인의 가격은 10만 달러 아니 100만 달러를 달성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현재 11,000달러로 알려진 코인 가격이 여기서 10배, 100배 오른다는 말씀입니까?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블랙문이 시장에 뛰어든 만큼 빠르게 기축통화의 자리를 코인이 차지하게 될 겁니다.

분석가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모습을 화면을 통해 바라보던 레이 젠슨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미쳤군.”

최석영은 코웃음을 치고 있는 레이 젠슨에게 물었다.

“젠슨 고문님께서 보시기에도 말이 안 되죠? 기축통화를 대체하다니. 코인이 뭐라고 달러 자리를 대체 한답니까? 코인으로 콩 한 쪼가리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는데 말입니다.”

최석영이 슬쩍 레이 젠슨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레이 젠슨은 최석영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요? 그럼 뭐가 문제란 말씀이십니까?”

“연준을 자극했어.”

“자극이요? 무슨 자극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자네가 그 말이 안 된다는 기축통화 이야기. 농담이라도 하면 안 되는 말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저렇게 꺼냈으니…….”

레이 젠슨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한진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그걸 저들이 모르지는 않지 않나?”

“알겠지요.”

“그래. 게리 그놈이 그렇게 바보가 아니야. 코인 그라운드인가 뭔가 하는 곳하고는 내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게리 그놈이 있는 한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그런데 저게 뭔가? 게리 그놈답지가 않아.”

“오히려 저게 게리 챈슬러 회장의 계획일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한진영의 말에 반박했다.

“자네가 아직 잘 모르나 본데 연준은 물론이고 미국 정부가 가장 싫어하는 게 달러화에 대한 도전이야. 그건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철저히 밟아왔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가 미국 그리고 달러에 도전했다가 큰 실패를 맛보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 알면서 그런 말이 나오나? 저게 계획이라고? 달러화에 대한 계획은 그 어떤 것도 용납이 안 돼. 게리 그 친구는 바보가 아니니 그걸 모르지 않을 거네.”

레이 젠슨의 말을 가만히 듣던 한진영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골적인 달러화에 대한 도전은 당연히 하면 안 되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우선은 달러화에 도전한다는 액션만 취하는 것이라면…… 저는 해볼 만하다는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액션만 취한다고?”

“네.”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면에서 여전히 나오고 있는 블랙문에 관련된 이야기를 바라봤다.

블랙문의 움직임 때문에 코인 관련주들 또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코인 거래소 특히 코인을 발행하고 담보대출 회사를 설립한 코인 그라운드에 대한 상승이 눈에 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었다.

한진영은 화면 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라본 채로 말했다.

“지금은 도전하는 액션만 취하고 나중에 화난 연준과 정부를 달래면 됩니다. 연준과 정부가 밟으려 하기 전에 먼저 수그리고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애초에 연준과 정부가 화나지 않게 하면 될 일 아닌가?”

“눈앞의 돈이 더 매력적이니 두 곳이 화를 내는 것은 우선 무시하려 할 겁니다.”

“뭐?”

한진영은 조지훈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곁에 앉아 함께 화면을 바라보던 조지훈이 가지고 있는 태블릿을 열어 한진영과 레이 젠슨 앞 탁자 위에 놓았다.

레이 젠슨은 이게 뭐냐는 눈으로 한진영과 조지훈을 번갈아 바라봤다.

조지훈은 태블릿을 레이 젠슨을 향해 밀어내며 말했다.

“정확하게 집계한 것은 아닙니다.”

조지훈은 사전에 자료에 오류가 있음을 알린 후 태블릿이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설명했다.

“코인 담보대출 회사인 원스 파이낸스 설립 이후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것으로 파악된 코인 규모입니다.”

“원스 파이낸스라면 블랙문이 설립했다는 코인 담보대출 회사? 그곳에 지금 들어간 자금이라고?”

“네. 맞습니다.”

“설립된 지 이제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곳 아닌가? 거기에 들어가 봤자 얼마나 돈이 들어갔다는 거야?”

레이 젠슨은 일주일이라는 기간에 들어가 봤자 얼마나 들어왔겠느냐고 생각하며 태블릿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 뒤에 쓰인 글자를 바라보고 물었다.

“이건 어떻게 읽는 건가?”

코인에 관심이 없는 레이 젠슨은 현재 거래되고 있는 기준 코인의 발음기호도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조지훈은 그런 레이 젠슨을 향해 쉽게 읽는 법을 가르쳐줬다.

레이 젠슨은 조지훈이 알려준 발음을 따라 기호를 읽어 보고는 조지훈을 향해 물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현재 거래되고 있는 코인 가격을 더하면 담보대출 회사로 몰려온 자금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는 거지?”

“네. 맞습니다.”

“현재 코인이 40,000개가 몰려들었으니까…….”

레이 젠슨이 태블릿 한쪽에 보이고 있는 현재 코인 거래가격을 확인했다.

“개당 거래가격이 11,000달러니까…… 4억 4천만 달러?”

레이 젠슨은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지금 담보대출 회사에 돈이 4억 4천만 달러가 몰렸다는 이야기인가?”

“네.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론한 수치에 불과합니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이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더 많다고? 이제 겨우 일주일인데?”

레이 젠슨이 놀란 듯이 말했지만, 한진영은 레이 젠슨에게 더욱 놀랄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중요한 건 이다음입니다.”

“이다음? 이다음이 뭐가 있길래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가?”

“코인 발행 및 상장에 관련된 겁니다.”

한진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지훈이 태블릿에 떠져 있는 화면을 돌렸다.

그러자 화면에는 현재 발행된 코인의 수량과 가격 그리고 상장 뒤의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과 함께 태블릿 속의 화면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현재 1달러에 맞춰 발행된 블랙 코인의 발행량이 1,000억 개입니다.”

“1,000억 달러?”

“네. 1,000억 달러가 발행된 게 맞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마치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그의 모습이 한진영은 이해가 됐다.

코인 발행은 수십 년 동안 월스트리트에서 살아온 레이 젠슨이 보기에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팔리나?”

“한 번에 팔리지는 않지요. 하지만 우선 발행하여 장부상에 잡아놓고 일부를 나눠 시장에 푸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어쨌든 장부상에는…… 1,000억 달러가 잡힌다는 말인가?”

“네.”

“이해가 안 가는군. 이해가 안 가.”

레이 젠슨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연신 태블릿 화면 속에 쓰여있는 글들을 읽어봤다.

그러나 무엇하나 레이 젠슨 입장에서 이해가 가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게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1,000억 개의 발행량 중 300억 개가 이미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이에 블랙문과 코인 그라운드는 조만간 500억 개의 추가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추가 발행을 한다고?”

“우선 발행만 한 채로 시장에 물량을 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저 블랙 코인의 가격이 변동이 생길 때 가격 조정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유하고 있겠다는 것만 알려졌습니다.”

“당최 이해가 안 가는군. 이게 거래가 돼?”

“달러 대용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이게 어떻게 달러 대용이 될 수 있나?”

레이 젠슨이 펄쩍 뛰며 한진영에게 말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런 레이 젠슨의 모습에도 평온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대답했다.

“시장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돈이 되는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이게 돈이 된다는 말인가? 그래. 100번 양보하여 돈이 된다고 치세. 하지만 이건 1달러에 맞춰놓은 것 아닌가? 변동이라고 해 봤자 1% 남짓의 변동이 전부이고 그조차도 강제로 1달러에 돌아오게 만든다고 하지 않나? 이게 돈이 된다고?”

“돈이 됩니다.”

돈이 안 되는 이유를 열거했음에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돈이 된다는 말을 한 한진영이었다.

레이 젠슨은 오늘 대화에서 무엇 하나 정상인 게 없음을 느끼며 물었다.

“어떻게 돈이 된다는 말인가?”

한진영은 태블릿 위에 떠 있는 블랙 코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말했다.

“단순히 저 코인 하나만 있는 것이라면 돈이 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블랙문과 코인 그라운드가 합작하여 설립한 원스 파이낸스가 함께 한다면 돈이 됩니다.”

한진영은 차분한 목소리로 레이 젠슨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귀만 세우고 한진영의 대화를 듣고 있는 최석영을 번갈아 바라본 후 설명했다.

“블랙 코인을 100개를 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코인 한 개가 1달러이니 100개는 100달러가 되겠지요. 이 코인을 원스 파이낸스에 맡기고 담보로 돈을 빌립니다. 빌린 돈으로 또다시 블랙 코인을 삽니다. 그리고 다시 원스 파이낸스에 코인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립니다. 이렇게 몇 차례 돌다 보면 100달러를 투자하여 코인을 1,000개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1,000개가 됐을 때 1%의 움직임은 처음 자본 100달러의 10%가 될 테니 1%의 움직임만 나와도 돈을 벌게 되는 겁니다.”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멍한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너무 참신하거나 생각도 못 한 방법이라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5살 아이도 생각할 수 있는 너무나 단순한 방법으로 그야말로 아이들이나 할 수 있는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생각하는 방법이었기에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원스 파이낸스가 돈을 그렇게 빌려준다고? 일이 잘못되면 100달러를 맡기고 1,000달러가 날아가는데? 원스 파이낸스가 바보도 아니고 돈을 그렇게 마구잡이로 빌려준다는 말인가?”

“네. 빌려줍니다. 원칙적으로 담보만 정당하다면 돈을 빌려주게 되어 있으니까요.”

한진영의 말에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레이 젠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그건 그렇다고 치세. 자네 말대로 담보가 있으니 위험 범위 안에 들어오기 전에 강제 청산한다면 돈을 빌려주는 거야 문제가 되지 않지. 하지만 빌리는 사람은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레버리지를 일으켰다가 자기가 원하는 방향에서 살짝 만 비켜 흘러가도 청산되어 모든 돈을 잃을 수 있는데 말일세.”

“고문님.”

한진영은 태블릿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른 것이라면 10배의 레버리지로 흔들리는 움직임에 바로 청산될지도 모르지만, 이건 스테이블 코인 아닙니까? 처음 고문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1%의 움직임조차 나오기가 어려운 상품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되더라도 1달러에 다시 돌아올 테니 한 방향으로 마구 흐를 걱정도 없고요. 이것만큼 안전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코인 투자자로서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정말로 이제는 할 말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기가 이야기한 대로 이것은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었던 것이었다.

10배의 레버레지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청산 당할 걱정이 없는 상품이었다.

레이 젠슨은 모든 의문이 격파되어 감에 자신감이 떨어진 목소리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럼 블랙문과 코인 그라운드는 무슨 이득을 얻는가?”

“여기서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은 블랙문입니다. 바로 코인을 팔아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코인 그라운드는 이런 거래 속에서 거래 수수료를 남겨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또한, 블랙 코인이 팔려나가면 나갈수록 알고리즘으로 묶인 알론 코인 또한 자동으로 그 숫자만큼 발행되어 시장에 나옵니다.”

한진영은 손가락 두 개를 레이 젠슨을 향해 들어 보였다.

“즉, 블랙문은 두 배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노 났네.”

이야기를 가만히 듣기만 하던 최석영은 자기도 모르게 한국말을 내뱉었다.

레이 젠슨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최석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최석영을 대신하여 레이 젠슨에게 최석영이 한 말이 한국말로 큰 이득을 얻는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에게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블랙문은 지금 상황에서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1,000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니까요. 기존 금융권 범위에 들어있지 않은 담보대출 회사는 블랙문의 마음대로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습니다. 코인이 제도권에 들어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블랙문은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득을 계속 얻고 싶어 저렇게 방송에 나와 코인의 달러 대체에 관한 이야기를 주장하는 것이지요. 정부 당국과 연준이 화를 낼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에 동의했다.

자기가 게리 챈슬러라고 하더라도 우선은 눈앞에 보이는 이 어마어마한 돈에 신경을 먼저 쓸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연준의 화는 나중에 천천히 가라앉혀도 된다고 블랙문은 생각했다.

그 정도 신뢰 관계 정도는 쌓아놓고 있다고 자신한 것이었다.

한진영은 바로 그걸 깨려 했다.

“고문님께서는 블랙문의 행동이 너무 무모하다고 당국자들과의 만남 때 이야기해주십시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방법을 떠올렸다.

“저걸 막으라고 할까? 내가 강력하게 이야기한다면 조사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저건 달러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정부를 움직이기도 쉬울 거야.”

레이 젠슨의 제안에 한진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우선은 위험하지 않느냐는 뉘앙스만 계속 이야기해주시면 됩니다. 다른 투자사와의 만남에서도 그냥 위험하다는 정도만 이야기해주시고요. 중요한 건 그들의 머릿속에 ‘위험하다’라는 생각만 넣어주시면 됩니다. 반대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고를 하는 정도의 자리에만 있어야 하니까요.”

한진영은 최석영을 돌아봤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최석영은 한진영의 시선에 눈을 마주치고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아. 방송이나 인터뷰 중간에 가끔 말을 던져 주의를 주라는 말이잖아. 나중에 무슨 일이 터져도 우리는 예전부터 경고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말이야.”

“바로 그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단번에 알아듣는 최석영의 모습에 한진영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지금은 이 상황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미치고 블랙문이 미쳤는데 이걸 어떻게 막겠습니까? 그저 우리는 경고를 해왔다는 것만 사람들이 알게 하면 된다는 겁니다. 굳이 반대할 필요 없이 말입니다.”

한진영은 가만히 웃으며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 속에서는 코인 분석가가 땀이 날 정도로 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열렬히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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